안기모카페에는 가족이 구치소에 수용된 뒤 첫 재판을 앞두고 있지만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도움을 구하는 사연이 전해졌다.
특히 국선변호인을 가족이 직접 만나볼 수 있는지, 반성문은 언제부터 작성해야 하는지 등이 궁금한 부분이었다.
형사재판을 처음 경험하는 가족이라면 이런 고민은 자연스럽다.
구치소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급한데 재판까지 가까워지면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늦는 것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구속 상태라면 국선변호인 선정 여부부터 확인
형사소송법은 해당 사건으로 피고인이 구속돼 있고 변호인이 없는 경우 법원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가족이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현재 국선변호인이 선정됐는지 여부다.
선정됐다면 담당 변호사가 누구인지 확인하고, 현재 사건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변호인은 구속된 피고인과 접견하고 서류나 물건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에 피고인의 구체적인 입장과 수사기록 등을 토대로 재판을 준비하는 역할을 한다.
국선변호사를 가족이 만나볼 수 있을까?
가족이 국선변호인과 사건에 관해 연락하거나 면담을 요청하는 것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선변호인은 피고인의 변호인이기 때문에 가족이 원하는 내용대로 사건을 진행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또 피고인과 변호인 사이의 비밀이나 사건 내용 가운데 가족에게 모두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연락이 가능하다면 “선처를 받을 수 있을까요?”라고 결과부터 묻기보다는 현재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사건인지, 다투는 부분이 있는지, 가족이 준비할 자료가 무엇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첫 재판 전, 가족이 확인할 것은 따로 있다
재판이 가까워졌다고 해서 탄원서와 반성문부터 무조건 많이 준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공소장에 적힌 죄명과 범죄사실을 확인하고 피고인이 어느 부분을 인정하고 어느 부분을 다투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라면 피해회복이나 합의가 필요한 사건인지도 살펴볼 수 있다.
가족이 부양관계나 경제적 사정, 치료·상담, 취업계획 등 재판에서 설명할 필요가 있는 사정을 알고 있다면 관련 자료를 정리해 변호인에게 전달하는 것도 방법이다.
결국 첫 재판 전 준비는 ‘서류를 얼마나 많이 내느냐’보다 현재 사건에서 무엇을 다투고 무엇을 설명해야 하는지를 정리하는 과정에 가깝다.
반성문은 언제부터 써야 할까?
반성문은 첫 재판 전에도 작성할 수 있다.
하지만 제출 시점보다 중요한 것이 내용과 사건의 대응 방향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여러 범죄군의 양형기준에서 ‘진지한 반성’을 양형요소로 두고 있지만, 단순히 반성문을 제출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감경요소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범행을 인정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와 피해회복 또는 재범방지를 위해 실제로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판단한다.
따라서 인터넷에서 찾은 문장을 옮겨 적거나 비슷한 반성문을 반복해서 제출하는 것보다 자신의 사건을 구체적으로 돌아보고 앞으로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무엇을 할 것인지를 담는 것이 중요하다.
혐의를 다투고 있다면 반성문부터 쓰지 않는 것이 중요한 이유
특히 주의해야 할 상황도 있다.
피고인이 공소사실 전체 또는 일부를 부인하고 있다면 반성문의 표현이 현재 재판에서 주장하는 내용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제가 모든 잘못을 인정합니다”라는 취지의 반성문을 제출하면서 법정에서는 같은 사실을 부인한다면 재판부가 두 입장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검토해야 한다.
따라서 혐의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가족이 임의로 반성문 작성을 권하기보다 변호인에게 현재 방어 방향을 확인한 뒤 작성 여부와 내용을 결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탄원서도 무조건 많이 준비할 필요는 없어
가족들은 첫 재판이 다가오면 주변 사람들에게 탄원서를 부탁해야 하는지도 고민한다.
탄원서를 제출할 수는 있지만 장수가 많다고 반드시 유리해지는 것은 아니다.
부모나 형제자매는 피고인의 성장환경과 가족관계를, 배우자는 부양관계와 향후 생활계획을, 직장 관계자는 근무상황이나 복귀 가능성 등을 자신이 직접 알고 있는 범위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편이 낫다.
똑같은 내용의 선처 요청을 여러 장 반복하는 것보다 피고인의 생활환경과 재범방지 계획 등을 재판부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족이 모든 것을 대신 준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구속된 가족을 두고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기 쉽다.
반성문을 챙기고 탄원서를 받고 변호사에게 연락하면서 동시에 구치소 접견과 생활 문제까지 신경 써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재판 준비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피고인과 변호인이다.
가족은 현재 사건의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피고인 혼자서는 준비하기 어려운 생활자료나 가족관계 자료 등이 필요한 경우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국선변호인이 선정됐다면 첫 재판 전에 가족이 준비해야 할 것이 있는지 먼저 물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첫 재판이 가까워도 준비에는 순서가 있다
구치소에 수용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첫 재판까지 잡히면 가족에게는 모든 일이 한꺼번에 닥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마음이 급하다고 반성문과 탄원서부터 무작정 제출할 필요는 없다.
국선변호인 선정 여부 확인 → 공소장과 혐의 내용 확인 → 인정·부인 여부 확인 → 변호인과 대응 방향 상의 → 필요한 양형자료 준비 순으로 정리하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첫 재판은 형사재판 절차의 시작이다.
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인터넷에서 본 다른 사건의 준비물을 모두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사건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변호인과 확인하고 하나씩 준비해 나가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