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보석이 안 된다고 해서 포기했습니다”

최근 교정생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구치소에 수용 중인 아들의 보석 문제로 고민하는 가족의 사연이 올라왔다.

아들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과 범죄수익은닉 관련 혐의 등으로 구속된 상태라고 했다.

처음 구속됐을 당시 담당 변호사에게 보석 가능성을 물었지만 어렵다는 설명을 듣고 가족도 사실상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같은 사건의 하위 공범 중 한 명이 보석으로 석방됐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가족은 “같은 사건 공범도 나왔는데 우리도 한번 보석을 준비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했다.

하지만 담당 변호사는 여전히 가능성을 낮게 보는 듯한 반응을 보였고 가족은 “신청이라도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혹시 귀찮아서 그러는 건가”라는 의문까지 갖게 됐다.

공범 한 명이 보석됐다고 나머지도 보석되는 것은 아냐

같은 사건의 공범이 보석으로 석방됐다는 사실은 가족 입장에서 당연히 눈여겨볼 만한 변화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다른 피고인도 보석될 것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공범이라고 해도 각자의 사건상 지위는 다를 수 있다.

범행에서 맡은 역할,

가담 정도,

혐의를 인정하는 범위,

증거관계,

공범이나 관련자와의 관계,

도주 가능성,

증거인멸 우려,

주거와 가족관계,

현재 재판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는지 등이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같은 사건의 A피고인에게 보석이 허가됐다고 B피고인에게도 자동으로 같은 판단이 적용되는 구조는 아니다.

보석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구속을 계속할 필요가 있는지다

보석은 단순히 보증금을 내고 구치소에서 나오는 제도가 아니다.

형사소송법은 구속된 피고인이 일정한 조건 아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보석제도를 두고 있다.

특히 법원은 피고인이 증거를 없앨 우려가 있는지, 도망할 우려가 있는지, 주거가 분명한지 등을 중요하게 살펴본다.

피해자나 사건 관계자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지도 법에서 정한 판단요소다.

결국 핵심은 ‘밖에 나가고 싶다’는 사정만이 아니라 피고인을 계속 구속하지 않더라도 재판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지를 설득하는 데 있다.

혐의가 무겁다고 보석 신청 자체를 못 하는 것은 아냐

가족들은 종종 “죄명이 무거우면 보석 신청 자체가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석을 청구할 수 있는지와 실제 허가될지는 구분해야 한다.

형사소송법은 보석 청구권자를 정하고 있고, 법원이 보석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는 사유도 별도로 규정한다.

또 필요적 보석의 예외사유에 해당하더라도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법원이 임의적 보석을 허가할 수 있다.

따라서 특정 죄명이라는 이유만으로 보석이라는 절차 자체가 항상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

전자금융·범죄수익 관련 사건이라고 일률적으로 결론낼 수도 없어

사연처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나 범죄수익은닉 관련 혐의가 포함된 사건도 사건마다 구조가 다르다.

여러 사람이 조직적으로 관여한 사건인지,

각 피고인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범죄수익의 이동이나 관리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

관련 휴대전화나 계좌 등 핵심 증거가 확보됐는지,

공범에 대한 조사가 어느 정도 끝났는지 등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여러 명의 공범이 있는 사건에서는 관련자와 말을 맞추거나 증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반대로 수사가 상당 부분 끝나고 필요한 증거가 이미 확보됐거나 주요 공범에 대한 증거조사가 진행된 상황이라면 처음 구속됐을 당시와 사정이 달라졌다고 주장할 여지가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안 된다’와 ‘지금도 안 된다’가 반드시 같은 것은 아냐

이 사연에서 눈여겨볼 부분이다.

구속 직후와 재판이 상당히 진행된 뒤의 상황은 같지 않을 수 있다.

구속 초기에는 아직 공범 수사와 증거수집이 진행 중이어서 증거인멸 우려가 상대적으로 크게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휴대전화 포렌식과 계좌자료 확보가 끝나고 공범 조사와 증인신문 등이 진행되면 처음과 다른 사정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변호사가 구속 초기에 “보석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면 현재 시점에서도 판단이 동일한지 다시 물어볼 필요가 있다.

공범의 보석 허가도 ‘무엇이 달랐는지’를 봐야

가족이 공범의 보석 소식을 들었다면 단순히 “그 사람은 나왔는데 왜 우리는 안 되느냐”고 비교하는 것보다 차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공범의 역할이 더 가벼웠는지,

혐의를 인정했는지,

재판이 어느 단계였는지,

주거가 확실했는지,

가족의 감독계획이 있었는지,

보석조건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공범에게 보석이 허가된 구체적인 이유를 가족이 모두 알기는 어렵다.

따라서 결과만 놓고 동일하게 비교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보석은 변호사만 신청할 수 있는 제도가 아냐

이 사연에서 가족이 알아둘 중요한 부분이 있다.

형사소송법상 보석을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피고인이나 변호인만이 아니다.

피고인의 법정대리인과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가족, 동거인 또는 고용주도 보석을 청구할 수 있다.

따라서 부모 역시 법에서 정한 관계에 해당한다면 보석을 청구할 수 있다.

변호사가 신청하지 않는다고 해서 법적으로 보석 청구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변호사 의견을 무시하고 무조건 신청하는 것이 답은 아냐

반대로 “부모도 신청할 수 있으니 변호사가 반대해도 바로 제출하면 된다”고 단순하게 접근하는 것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담당 변호인은 가족보다 사건기록과 증거관계, 공범별 역할, 재판부의 진행상황을 자세히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보석 가능성을 낮게 보는 데는 구체적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직 공범 증인신문이 남아 있거나,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관련자 접촉 문제가 중요한 사건일 수도 있고,

도주 우려를 해소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먼저 해야 할 일은 “신청해주세요”라는 요구보다 “현재 보석이 어렵다고 판단하는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 것이다.

‘안 될 것 같다’보다 이유를 구체적으로 물어봐야

가족이 변호사에게 확인할 질문은 비교적 명확하다.

현재 우리 피고인에게 형사소송법상 어떤 보석 불허사유가 문제되는지,

도주 우려인지,

증거인멸 우려인지,

공범 접촉 가능성인지,

죄명의 법정형 때문인지,

현재 재판단계 때문인지 구체적으로 물어볼 수 있다.

그리고 같은 사건 공범이 최근 보석된 사실이 현재 상황을 다시 검토할 사정이 될 수 있는지도 물어보는 것이 좋다.

이렇게 질문하면 단순히 “어렵습니다”라는 답보다 현재 보석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보석을 준비한다면 ‘불쌍하다’보다 구속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지 보여줘야

가족이 보석청구를 준비할 때는 피고인이 힘들어한다거나 가족이 보고 싶다는 사정만 강조하기보다 법원이 걱정하는 부분을 해소하는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주거가 확실하다면 출석을 담보할 수 있는 주거환경을 설명할 수 있다.

가족이 함께 거주하며 재판 출석을 관리할 예정이라면 구체적인 감독계획을 정리할 수 있다.

직장이나 생업이 있다면 석방 이후 생활계획도 자료가 될 수 있다.

다만 어떤 자료가 실제 사건에서 필요한지는 사건의 구속사유와 재판 진행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공범과 연락하지 않겠다는 계획도 중요할 수 있어

여러 공범이 얽힌 사건이라면 석방 후 공범과 접촉할 가능성이 법원의 우려가 될 수 있다.

법원은 보석을 허가하면서 사건 관계자와의 접촉을 제한하는 조건 등을 붙일 수 있다.

따라서 가족이 보석을 준비한다면 피고인이 석방된 이후 누구와 함께 생활할지, 사건 관련자와 어떻게 분리된 생활을 할 것인지도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보석은 단순히 보증금만 많이 내면 되는 제도가 아냐

보석이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보증금을 떠올리지만 돈만 많이 준비한다고 허가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보석을 허가하면서 출석 서약, 주거 제한, 제3자의 출석보증, 출국 제한, 피해자나 사건 관계자에 대한 접근 제한, 보증금이나 담보 제공 등 여러 조건을 정할 수 있다.

보증금은 피고인이 재판에 출석하도록 담보하는 여러 보석조건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보증금 얼마면 나올 수 있나요?”라는 질문만으로는 보석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법원은 보석 결정 전에 검사의 의견도 들어

보석청구서를 제출했다고 곧바로 석방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보석에 관한 결정을 하기 전에 검사의 의견을 묻는다.

또 원칙적으로 구속된 피고인을 심문하지만 제출된 자료만으로 판단하는 데 지장이 없는 경우에는 심문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청구서를 제출한 뒤 법원이 사건의 구체적인 사정을 살펴 허가 여부와 조건을 결정한다.

보석청구를 했다는 이유로 형을 더 무겁게 받는 것은 아냐

가족들 사이에서는 “괜히 보석 신청했다가 재판부가 안 좋게 보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그러나 보석은 형사소송법이 인정하고 있는 정식 절차다.

보석을 청구했다는 사실 자체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양형사유처럼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다만 청구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제출하거나 사건 관계자에게 부적절하게 접촉하는 행동은 별개의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사실에 근거해 준비해야 한다.

보석으로 나오더라도 사건이 끝난 것은 아냐

보석은 무죄판결도 아니고 사건 종결도 아니다.

구속된 피고인이 일정한 조건 아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계속 받도록 하는 제도다.

따라서 보석으로 석방된 이후에도 지정된 재판기일에 출석해야 하고 법원이 정한 조건을 지켜야 한다.

조건을 위반하거나 도망, 증거인멸 등의 사정이 발생하면 보석이 취소될 수 있다.

공범이 나왔다면 변호사에게 ‘재검토’를 요청해볼 수 있어

사연의 가족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담당 변호사에게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보석 가능성을 다시 검토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처음 구속됐을 당시와 비교해 어떤 사정이 달라졌는지,

공범의 보석 허가가 현재 피고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증거조사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현재 가장 큰 보석 불허요소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좋다.

“귀찮아서 안 해주는 걸까요?”는 확인할 수 없는 영역

가족 입장에서는 변호사가 계속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담당 변호사가 귀찮아서 보석청구를 꺼리는 것인지, 사건기록을 검토한 결과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의도를 추측하기보다 판단의 근거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 안 된다고 보시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요청하고, 가족이 준비하면 도움이 될 자료가 있는지도 물어보는 방식이 좋다.

설명을 들은 뒤에도 이해하기 어렵다면 사건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다른 변호사에게 보석 가능성에 관한 별도의 법률상담을 받아보는 방법도 있다.

가족이 직접 보석청구를 생각한다면 먼저 사건 내용을 충분히 확인해야

부모도 법에서 정한 보석청구권자가 될 수 있지만 단순히 신청서를 제출하는 것과 설득력 있는 보석청구를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현재 구속영장에 어떤 구속사유가 기재돼 있는지,

공소사실이 무엇인지,

피고인이 어느 부분을 인정하거나 다투고 있는지,

증거조사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남아 있는 증인이나 공범이 있는지 등을 알아야 한다.

이런 내용을 모른 채 가족 사정만 중심으로 청구서를 작성하면 정작 법원이 우려하는 부분에 답하지 못할 수 있다.

공범의 보석은 ‘가능성 100%’가 아니라 ‘다시 살펴볼 계기’

같은 사건의 하위 공범이 보석으로 석방됐다는 사실을 무시할 필요는 없다.

가족에게는 현재 상황을 다시 검토해볼 충분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이를 “공범이 나왔으니 우리도 당연히 나온다”는 근거로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

보석은 피고인별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공범의 보석 이후 사건의 증거관계나 재판 진행상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확인하고, 현재 피고인의 도주·증거인멸 우려 등을 어떤 방법으로 해소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다시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석은 ‘신청해볼까 말까’보다 ‘왜 구속이 계속 필요한가’를 따져야

결국 보석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다른 공범이 나왔느냐”가 아니다.

현재 이 피고인을 계속 구속한 상태에서 재판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그 이유가 지금도 남아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구속 초기에는 컸던 증거인멸 우려가 재판 진행으로 줄었는지,

주거와 가족의 감독계획이 명확한지,

사건 관계자와 접촉하지 않을 방법을 마련할 수 있는지,

재판기일에 반드시 출석할 환경이 갖춰져 있는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

담당 변호사가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처음 상담했을 때와 달라진 사정이 있다면 다시 검토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다른 변호사에게 사건기록을 토대로 보석 가능성에 대한 별도의 의견을 들어볼 수도 있다.

공범의 보석은 다른 피고인의 석방을 보장하는 답은 아니지만, 처음 구속됐을 때와 현재 상황이 달라졌는지 다시 살펴볼 이유는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