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 모든 걸 쏟아부을 예정인데 항소까지 해야 할까요?”
최근 교정생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직 1심 재판이 진행 중인데 벌써 항소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는 가족의 사연이 올라왔다.
구속된 지 약 3개월이 돼가고 첫 공판을 마친 뒤 두 번째 공판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가족은 합의와 양형자료 등 준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1심에 제출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1심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피고인 측이 먼저 항소해야 하는지, 아니면 검사 측의 항소 여부를 기다렸다가 검사가 항소하면 그때 이른바 ‘부대항소’를 하면 되는지였다.
특히 가족이 걱정한 것은 항소심에서 1심보다 형이 무거워지는 이른바 ‘올려치기’ 가능성이었다.
형사재판 항소기간은 7일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항소기간이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358조는 항소 제기기간을 7일로 규정하고 있다.
항소를 하려면 원심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해야 한다.
따라서 1심 판결을 받은 뒤 충분히 오랫동안 고민하다 결정할 수 있는 절차가 아니다.
선고 결과와 판결 이유를 확인한 뒤 짧은 시간 안에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구속된 피고인이라면 가족과 변호인도 선고 직후 항소 여부를 신속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검사가 항소하는지 먼저 보고 결정하면 안 되나요?”
이 접근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검사와 피고인은 각각 독립적으로 항소할 수 있다.
피고인이 1심 판결에 불복하고 싶다면 원칙적으로 자신의 항소기간 안에 항소장을 제출해야 한다.
검사가 항소했는지를 기다리는 동안 자신의 항소기간이 지나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가 항소하면 법원이 상대방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는 절차가 있지만, 그 통지를 받은 때부터 피고인에게 새로운 7일의 항소기간이 생기는 구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우리는 일단 아무것도 하지 않고 검사가 항소하면 그때 따라서 항소하자”는 방식은 위험하다.
형사재판에도 ‘부대항소’가 있을까
민사재판을 경험했거나 인터넷에서 항소 관련 내용을 검색하다 보면 ‘부대항소’라는 표현을 접할 수 있다.
그래서 형사재판에서도 상대방이 먼저 항소하면 항소기간이 지난 뒤 이에 대응해 부대항소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형사소송법의 항소절차를 그렇게 이해해서는 안 된다.
피고인이 1심 판결에 대해 자신의 불복사유를 가지고 항소하려면 법에서 정한 항소기간 안에 항소해야 한다.
따라서 형사사건에서 “검사가 항소하면 그때 부대항소하면 된다”는 말을 일반적인 대응방법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
피고인만 항소하면 형이 더 올라갈 수 있을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다.
형사소송법 제368조는 피고인이 항소한 사건과 피고인을 위해 항소한 사건에서는 원심판결의 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예를 들어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고 피고인만 항소했다면 항소심이 단순히 “1심 형이 너무 가볍다”고 판단해 징역 2년으로 올릴 수는 없다.
대법원도 피고인만 상소한 사건에서는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는 원칙을 계속 확인하고 있다.
이것이 피고인 측 항소 여부를 결정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다.
그렇다면 피고인만 항소하면 무조건 손해 볼 일이 없을까
형 자체가 원심보다 무거워지는 것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의해 제한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항소가 반드시 이득이라는 뜻은 아니다.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1심과 같은 형이 유지될 수 있다.
항소심을 진행하는 동안 시간과 비용이 들 수 있고 구속 상태라면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 계속 구금상태가 이어질 수도 있다.
또 항소 목적이 무엇인지도 중요하다.
사실오인을 다투는 것인지, 법리오해를 주장하는 것인지, 아니면 형이 너무 무겁다는 양형부당을 주장하는 것인지에 따라 준비해야 할 내용이 달라진다.
따라서 ‘형이 더 올라가지는 않으니 일단 항소부터 하자’고 단순하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검사도 항소하면 상황이 달라져
가족들이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은 ‘피고인이 항소한 사건과 피고인을 위하여 항소한 사건’을 보호하는 규정이다.
검사가 1심 형이 너무 가볍다는 등의 이유로 항소했다면 항소심의 상황은 달라진다.
검사의 항소가 적법하게 제기돼 있고 항소심에서 검사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1심보다 무거운 형이 선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도 항소했다는 이유만으로 “쌍방항소가 됐으니 이제 형은 절대 올라갈 수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검사가 항소한 뒤 피고인도 항소하면 ‘올려치기’를 막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검사가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한 상태라면 피고인이 자신의 항소를 추가했다고 해서 검사의 항소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항소심은 검사와 피고인이 각각 제기한 항소이유를 심리할 수 있다.
따라서 검사가 더 무거운 형을 구하는 취지로 항소했다면 피고인 측도 항소했다는 이유만으로 1심 형이 상한선으로 고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검사가 항소하면 우리도 맞항소해서 형이 올라가는 것을 막는다’는 설명 역시 정확하지 않다.
오히려 피고인만 항소했을 때 불이익변경금지가 작동해
가족 입장에서는 직관과 반대로 느껴질 수 있다.
“우리가 먼저 항소하면 판사가 괘씸하게 생각해 형을 올리는 것 아닌가”라고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법은 오히려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서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항소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더 무거운 형을 받을 위험 때문에 항소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따라서 피고인만 항소했다는 사실 자체 때문에 2심 형이 더 무거워지는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검사의 항소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
피고인이 항소했다고 해서 검사에게 항소할 권리가 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검사 역시 처음부터 자신의 항소기간 안에서 독립적으로 항소 여부를 결정한다.
검사가 1심 형이 지나치게 가볍다고 판단하거나 무죄 부분 등에 불복한다면 항소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 측이 항소 여부를 고민할 때는 “우리가 항소하면 검사가 따라서 항소할까”라는 추측만으로 판단하기보다 1심 판결 자체에 어떤 불복사유가 있는지를 먼저 검토하는 것이 좋다.
항소 여부는 선고형 숫자만 보고 결정할 문제도 아냐
예를 들어 검사가 징역 3년을 구형했는데 법원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가정해보자.
단순히 구형보다 절반으로 줄었으니 항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반대로 예상보다 높은 형이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항소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없다.
판결문에서 법원이 어떤 범죄사실을 인정했는지, 피고인이 주장했던 내용을 어떻게 판단했는지, 양형사유로 무엇을 들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특히 공소사실 자체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유무죄 판단과 증거판단을 확인해야 한다.
형량만 다투는 사건이라면 1심 이후 새롭게 제출할 수 있는 양형자료가 있는지도 중요하다.
“1심에 모든 걸 쏟아부으면 항소심에서는 할 게 없지 않나요?”
그렇다고 단정할 수 없다.
원칙적으로 중요한 주장과 증거, 양형자료는 1심에서 최대한 충실하게 제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항소심을 염두에 두고 일부러 중요한 자료를 남겨둘 이유는 없다.
하지만 1심 선고 이후 새로운 사정이 발생할 수도 있다.
피해자와 뒤늦게 합의가 성립하거나 추가 변제가 이뤄질 수 있고, 치료·교육·재범방지 활동이 계속될 수도 있다.
가족의 보호계획이나 취업계획 등 새로운 자료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1심에 모든 노력을 했다고 해서 항소심에서 반드시 제출할 자료가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항소심은 ‘한 번 더 처음부터 재판하는 곳’이라고만 생각해서도 안 돼
항소심에서는 1심 판결에 어떤 잘못이 있는지를 항소이유를 중심으로 다투게 된다.
단순히 “한 번만 더 선처해 달라”고 요청하는 절차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를 주장한다면 1심의 어떤 판단이 왜 잘못됐는지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양형부당을 주장한다면 1심 형이 왜 지나치게 무거운지와 1심 이후 새롭게 발생한 정상관계 등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항소 여부를 결정할 때는 ‘항소하면 형이 내려갈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만 묻기보다 어떤 항소이유를 제시할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구속된 피고인이라면 7일을 특히 놓치지 않아야
수용 중인 피고인도 항소할 수 있다.
가족이 밖에서 항소장을 대신 준비해야만 항소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선고 후 피고인과 가족, 변호인 사이의 연락에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미리 항소 여부에 관한 기본적인 방향을 상의해 두는 것이 좋다.
선고 당일 결과를 확인한 뒤 판결내용을 변호인과 검토하고 항소기간을 정확히 계산해야 한다.
“검사가 항소하는지 며칠 기다려보고 결정하자”는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다 자신의 항소기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항소장을 먼저 내고 나중에 이유를 정리할 수도 있어
항소장 제출과 구체적인 항소이유서 작성은 절차상 구분된다.
1심 판결에 불복할 의사가 있지만 판결 직후 구체적인 항소이유를 모두 정리하기 어려운 경우라도 법정 항소기간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이후 항소법원에서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으면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항소이유서를 제출하게 된다.
따라서 선고 직후에는 항소 여부 자체를 먼저 결정하고, 구체적인 주장과 자료는 변호인과 함께 이후 절차에서 정리할 수 있다.
항소를 취하하는 선택도 있지만 신중해야
항소장을 제출한 뒤 사정을 검토해 항소를 취하하는 경우도 가능하다.
그러나 상소를 취하하거나 상소를 포기한 뒤에는 같은 사건에 대해 다시 상소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단순히 시간을 벌기 위해 아무 생각 없이 항소했다가 취하하는 방식 역시 신중해야 한다.
특히 검사도 항소한 사건이라면 피고인이 자신의 항소를 취하하더라도 검사의 항소가 남아 있는지 등 전체 상황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검사가 항소했는지 확인했다고 해서 내 항소기간이 연장되는 것은 아냐
이 사연에서 가장 강조해야 할 부분이다.
피고인과 검사는 각자 1심 판결에 대해 독립적인 항소권을 가진다.
항소기간은 원칙적으로 7일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검사 항소 여부를 기다렸다고 해서 피고인의 항소기간이 그만큼 연장되는 것은 아니다.
검사의 항소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뒤 “이제 우리도 항소하겠다”고 생각했을 때 이미 피고인의 항소기간이 지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형사사건에서는 민사소송의 ‘부대항소’라는 표현에 기대어 판단하는 것이 특히 위험하다.
그렇다면 선고 전에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할까
지금처럼 아직 1심 두 번째 공판도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항소 여부를 최종 결정할 필요는 없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1심을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다.
공소사실을 다투는 부분이 있다면 증거와 주장을 정리하고,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피해회복과 합의, 반성, 재범방지 등 필요한 양형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항소 여부는 실제 1심 판결이 나온 뒤 판결내용을 확인하고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만 선고 후 결정할 시간이 짧다는 사실만 미리 알아두면 된다.
1심 판결이 나오면 세 가지부터 확인해야
첫째는 선고 결과다.
징역형인지 집행유예인지, 형량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둘째는 판결 이유다.
법원이 피고인의 주장과 증거를 어떻게 판단했고 어떤 사정을 양형에 반영했는지를 살펴야 한다.
셋째는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 여부다.
다만 상대방의 항소를 기다리느라 자신의 7일을 놓쳐서는 안 된다.
변호인이 있다면 선고 직후 판결 결과를 토대로 항소 실익과 항소이유를 바로 상담하는 것이 좋다.
결국 ‘검사가 항소하면 우리도 부대항소’라고 생각하면 위험해
안기모카페에서는 “피고인만 항소하면 형이 올라가나요”, “검사가 항소하면 맞항소하면 되나요”, “검사 항소를 보고 부대항소하면 안전한가요”라는 질문이 반복해서 나온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간단하다.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서는 형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돼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
그러나 검사가 항소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피고인도 함께 항소했다는 이유만으로 1심 형이 상한선으로 고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피고인이 1심 판결에 불복하려면 검사의 항소 여부와 별개로 자신의 항소기간을 지켜야 한다.
따라서 아직 1심 재판 중인 가족이라면 지금부터 항소를 할지 말지를 확정하기보다 1심에 필요한 주장과 양형자료를 충실히 준비하는 것이 우선이다.
선고가 나온 뒤에는 판결 이유와 항소 실익을 변호인과 신속하게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검사가 먼저 항소하면 그때 부대항소하면 된다”는 생각 때문에 피고인의 7일 항소기간을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