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구형하는 날 가족들이 왔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최근 교정생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며칠 뒤 형사재판을 앞둔 가족의 질문이 올라왔다.

담당 변호사로부터 이번 공판에서 검사가 구형할 가능성이 있고 가족들도 법정에 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형사재판을 직접 방청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판사님이 가족들이 왔는지 물어볼까요?”, “가족에게도 질문을 하나요?”라는 걱정이 생겼다는 것이다.

형사법정에 처음 가는 가족이라면 충분히 궁금할 만한 부분이다.

흔히 말하는 ‘구형 재판’은 별도의 재판 종류가 아냐

먼저 ‘구형 재판’이라는 말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법률상 ‘구형재판’이라는 별도의 재판 종류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통상 형사재판에서 증거조사 등을 마친 뒤 검사가 피고인에게 어느 정도의 형을 선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지 의견을 밝히는 절차를 ‘구형’이라고 부른다.

대법원도 검사의 구형을 법원에 대해 검사가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양형을 주장하는 소송행위라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가족들이 말하는 ‘구형하는 날’은 통상 검사가 최종적으로 양형 의견을 밝히고 변호인과 피고인의 최종 의견까지 듣는 결심공판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예정된 공판에서 반드시 변론이 종결되는지는 사건 진행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검사는 증거조사가 끝난 뒤 의견을 말한다

형사소송법 제302조는 피고인신문과 증거조사가 종료되면 검사가 사실과 법률적용에 관한 의견을 진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 검사의 양형에 관한 최종 의견, 즉 구형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검사가 “피고인에게 징역 ○년을 선고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취지로 의견을 밝히는 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구형이다.

사건에 따라 벌금이나 추징 등 다른 내용이 함께 언급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검사가 말한 형량이 그날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구형은 검사의 의견이다.

실제 형을 결정하고 판결을 선고하는 것은 법원이다.

검사 구형이 끝나면 피고인과 변호인에게도 마지막 기회가 주어져

검사의 구형만 듣고 재판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형사소송법 제303조는 재판장이 검사의 의견을 들은 뒤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최종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통상 변호인은 최종변론을 통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고려해 달라는 사정이나 사건에 대한 법률적 의견 등을 설명한다.

그리고 피고인에게도 직접 마지막으로 이야기할 기회가 주어진다.

이른바 ‘최후진술’이다.

피고인은 이 자리에서 사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이나 반성, 피해회복 노력, 앞으로의 계획 등을 말할 수 있다.

혐의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현재의 변론 방향에 맞는 최후진술이 필요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가족은 어디에 있을까

가족이 재판을 보러 갔다면 일반적으로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보게 된다.

가족은 피고인이나 변호인처럼 형사공판의 당사자가 아니다.

따라서 방청하러 온 가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족이 법정 앞에 나가 의견을 말하거나 질문에 답하는 절차가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구형하는 날에는 판사가 가족을 한 명씩 불러 질문한다”는 식의 정해진 절차도 없다.

대부분의 경우 가족은 방청석에서 재판 진행을 지켜보게 된다.

판사가 “가족 왔습니까?”라고 물을 수도 있을까

사건에 따라 재판부가 가족관계나 보호환경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가족 참석 여부를 언급할 가능성까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형사사건에서 판사가 반드시 “오늘 가족이 왔습니까?”라고 확인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재판장의 소송지휘 방식과 사건의 내용에 따라 진행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가족이 참석했다고 해서 “판사에게 반드시 존재를 알려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반대로 판사가 가족 참석 여부를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서 가족이 재판을 보러 온 것이 아무 의미가 없었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갑자기 가족에게 질문할까 걱정할 필요는 크지 않아

재판을 처음 가는 가족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이 부분이다.

방청석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판사가 자신을 불러 사건에 대해 질문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족이 단순 방청인으로 참석한 것이라면 가족에게 사건내용을 질문하는 것이 결심공판의 통상적인 필수 절차는 아니다.

특히 가족이 증인으로 채택된 상황과 단순히 방청하러 온 상황은 구분해야 한다.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했다면 정해진 증인신문 절차에 따라 질문을 받을 수 있지만, 단순 방청인은 그와 다르다.

따라서 변호사가 “가족들이 법정에 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가족들이 미리 답변을 외워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변호사는 왜 가족에게 와달라고 했을까

이 부분은 담당 변호사에게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사건기록을 본 변호사가 특별한 이유를 가지고 가족의 참석을 요청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족이 피고인을 계속 지지하고 있다는 사정을 보여주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결심공판이라는 중요한 절차를 가족들이 직접 지켜보도록 권한 것일 수도 있다.

출소 후 피고인을 보호하고 지원할 가족관계가 있다는 점을 변론 과정에서 언급하려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다만 가족이 법정에 많이 참석했다는 사실 자체가 독립적인 감형사유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가족 5명이 방청하면 가족 1명이 온 것보다 형량이 줄어든다”는 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가족 참석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양형자료

가족이 선처를 바란다면 단순히 방청석에 앉아 있는 것보다 실제 사건에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사건의 성격에 따라 피해회복과 합의 여부, 공탁, 반성자료, 재범방지 노력, 치료와 상담, 가족의 보호계획, 취업이나 생계계획 등이 검토될 수 있다.

가족 탄원서를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가족이 출소 후 피고인과 함께 생활하면서 재범 방지를 돕겠다는 계획이 있다면 이를 구체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다만 어떤 자료가 실제 사건에 필요한지는 혐의내용과 현재의 변론 방향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결심공판 직전에 무조건 많은 자료를 만들어 내기보다는 변호인과 제출할 자료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가족이 직접 판사에게 말을 걸면 될까

이것은 피해야 한다.

가족이 하고 싶은 말이 많다고 해서 방청석에서 임의로 재판장에게 말을 걸거나 피고인을 대신해 설명하려 해서는 안 된다.

법정에서는 재판장의 소송지휘에 따라 절차가 진행된다.

가족이 재판부에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담당 변호사와 상의해 탄원서나 다른 적절한 자료로 제출하는 방법을 검토하는 것이 좋다.

법정 밖에서도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를 개인적으로 찾아가 직접 선처를 부탁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구형 숫자를 듣고 너무 놀라지 않는 것도 중요

결심공판에서 가족들에게 가장 충격적인 순간은 검사가 구형량을 말할 때일 수 있다.

예상보다 높은 징역형을 구형하면 가족들은 그 숫자가 그대로 판결이 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하지만 구형과 선고는 다르다.

대법원은 검사의 구형을 검사가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양형을 법원에 주장하는 소송행위라고 설명한다.

최종적인 형은 재판부가 사건기록과 증거, 법률관계, 양형사정 등을 판단해 결정한다.

따라서 검사가 징역 몇 년을 구형했다고 해서 그 순간 실제 형량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반대로 구형보다 반드시 낮은 형이 선고되는 것도 아니다.

“구형의 몇 퍼센트가 실제 선고형”이라는 공식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결심공판이 끝나면 선고기일이 정해질 수 있어

검사의 구형과 변호인의 최종변론, 피고인의 최후진술까지 마치면 재판부가 변론을 종결하고 별도의 선고기일을 지정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가족 입장에서는 이날 구형량뿐 아니라 선고기일이 언제로 정해졌는지도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다만 결심공판이 예정돼 있었더라도 새로운 증거조사가 필요해지거나 다른 사정이 생기면 그날 바로 변론이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미 변론을 종결한 뒤에도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형사소송법 제305조에 따라 변론을 재개할 수 있다.

따라서 ‘구형하는 날이니까 그날 모든 절차가 반드시 끝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처음 법정에 간다면 기본적인 방청질서만 지키면 돼

형사법정을 처음 방문하는 가족이라면 특별한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에 조금 여유 있게 도착해 해당 법정과 사건 진행순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휴대전화는 재판에 방해되지 않도록 해두고 법정 안에서는 재판 진행을 조용히 지켜보면 된다.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을 임의로 해서는 안 된다.

피고인에게 말을 걸거나 손짓하는 등 재판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동 역시 피하는 것이 좋다.

같은 시간대에 여러 사건이 잡혀 있다면 앞 사건 진행에 따라 자신의 가족 사건이 시작되는 시간이 달라질 수도 있다.

“가족이 가면 뭘 해야 하나요?”보다 ‘직접 지켜본다’는 생각으로

안기모카페에서는 가족의 첫 재판을 앞두고 “무슨 옷을 입고 가야 하나요”, “판사가 가족에게 물어보나요”, “가족이 많이 가면 도움이 되나요”라는 질문이 자주 나온다.

하지만 단순 방청 가족에게 특별한 역할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재판장의 질문을 받을 것을 예상해 답변을 외워갈 필요도 없다.

가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법정질서를 지키면서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직접 확인하는 것이다.

검사가 어떤 이유로 어느 정도의 형을 구형하는지, 변호인이 마지막으로 어떤 사정을 강조하는지, 피고인이 최후진술에서 어떤 말을 하는지, 그리고 선고기일이 언제로 정해지는지를 차분하게 확인하면 된다.

변호사가 특별히 가족 참석을 요청했다면 재판 전에 “가족이 법정에서 따로 준비하거나 해야 할 일이 있는지” 한 번 물어보는 것도 좋다.

별도의 요청이 없다면 가족은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보면 된다.

처음 들어가는 형사법정이 낯설고 무서울 수 있지만, 가족이 질문을 받아야 하는 시험장이 아니다.

그날 가장 중요한 절차의 중심에는 검사와 피고인, 변호인 그리고 재판부가 있다.

가족은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후 선고까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확인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