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원서 양식은 변호사님이 주시나요?”

최근 교정생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다음 주 재판과 검사 구형을 앞두고 반성문과 탄원서를 준비하려는 가족의 질문이 올라왔다.

가장 먼저 막힌 것은 탄원서 양식이었다.

변호사가 정해진 양식을 제공하는 것인지, 가족이 직접 작성해도 되는지 알기 어려웠던 것이다.

형사재판을 처음 경험하는 가족이라면 충분히 생길 수 있는 궁금증이다.

탄원서에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하나의 공식 양식은 없어

우선 탄원서에는 모든 사건에서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하나의 법정 서식이 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변호인이 선임돼 있다면 작성에 참고할 수 있는 양식이나 구성방법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그 양식에 맞춰 작성하면 사건번호와 피고인, 탄원인 등 필요한 기본정보를 빠뜨리지 않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변호사가 준 양식이 아니면 탄원서를 제출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서식의 모양보다 누가 어떤 이유로 무엇을 탄원하는지를 재판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작성하는 것이다.

변호사에게 양식을 먼저 물어보는 것은 좋은 방법

공식 양식이 없다고 해서 변호사와 상의할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이미 변호인이 선임된 사건이라면 먼저 “탄원서나 반성문을 준비하려는데 사용하는 양식이 있느냐”고 문의하는 것이 가장 간단하다.

법률사무소에서 자체적으로 사용하는 양식을 제공할 수도 있고 사건에 맞춰 어떤 내용을 넣고 빼야 하는지 안내할 수도 있다.

특히 혐의를 다투고 있거나 일부 사실만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제출자료가 변호인의 재판전략과 충돌하지 않도록 사전에 검토받는 것이 중요하다.

탄원서와 반성문은 작성하는 사람부터 달라

두 서류를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반성문은 일반적으로 피고인이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내용을 직접 작성한다.

반면 탄원서는 가족이나 지인, 직장동료 등 피고인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재판부에 피고인에 관한 사정과 선처를 바라는 이유 등을 전달하는 자료다.

따라서 가족이 피고인 대신 반성문을 작성하는 방식보다는 피고인은 자신의 반성문을, 가족은 자신의 관점에서 탄원서를 작성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탄원서는 ‘선처해주세요’만 반복하지 않는 게 좋아

가족이 탄원서를 처음 작성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장은 “한 번만 선처해 주세요”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 반복하면 재판부가 왜 선처를 바라는지 구체적인 사정을 파악하기 어렵다.

먼저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고 피고인과 어떤 관계인지 설명할 수 있다.

부모인지 배우자인지, 형제자매인지, 얼마나 오랫동안 함께 생활했는지 등을 적는 것이다.

그다음 자신이 직접 알고 있는 피고인의 평소 모습과 사건 이후 확인한 변화 등을 구체적으로 작성할 수 있다.

가족이 직접 본 사실을 쓰는 것이 중요

탄원서에는 작성자가 실제로 경험하거나 확인한 내용을 중심으로 쓰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사건 이후 피고인이 가족에게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피해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 모습을 봤는지, 가족이 앞으로 피고인의 생활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직장동료라면 업무태도와 직장생활, 복귀 가능성 등을 자신의 경험에 따라 작성할 수 있다.

막연하게 “누구보다 착한 사람”,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표현하는 것보다 직접 알고 있는 사실을 적는 것이 낫다.

혐의를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피해를 가볍게 표현하지 않아야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사건이라면 탄원서의 내용도 그 방향과 충돌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가족이 선처를 바라는 마음에 “별것 아닌 사건이다”, “피해자가 너무 예민하다”, “피고인은 사실 잘못이 없다”고 적으면 피고인의 반성 주장과 어긋날 수 있다.

피해자의 책임을 강조하거나 피해 정도를 임의로 축소하는 표현도 피하는 것이 좋다.

선처를 호소하더라도 피고인의 책임과 피해를 가볍게 만드는 방식으로 작성할 필요는 없다.

반성문은 ‘잘못했습니다’보다 무엇을 반성하는지가 중요

피고인이 작성하는 반성문도 마찬가지다.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라는 표현만 여러 차례 반복하기보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행동이 피해자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사건 이후 무엇을 깨달았는지,

피해회복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다시는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무엇을 바꾸고 있는지를 자신의 말로 정리하는 것이다.

재범방지 계획은 구체적으로 쓸수록 좋아

반성문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앞으로의 계획이다.

단순히 “앞으로 착하게 살겠다”고 쓰기보다 범행 원인과 연결된 변화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음주가 문제였다면 음주습관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중독 문제가 있었다면 어떤 치료와 상담을 받을 것인지, 경제적인 문제가 범행과 연결됐다면 생활과 채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등을 적는 방식이다.

이미 상담이나 치료, 교육 등을 시작했다면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도 함께 검토할 수 있다.

가족 탄원서에도 ‘앞으로 어떻게 도울지’를 담을 수 있어

가족의 탄원서는 과거의 이야기만 적는 문서일 필요는 없다.

피고인이 사회로 돌아온 뒤 가족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도 설명할 수 있다.

함께 거주할 장소가 마련돼 있는지,

직장을 구하거나 기존 직장에 복귀하도록 도울 수 있는지,

치료가 필요하다면 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인지,

경제생활이나 일상생활을 가족이 어떻게 관리하고 도울 것인지 등을 실제 가능한 범위에서 작성할 수 있다.

“가족이 책임지겠습니다”라는 한 문장보다 구체적인 계획이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검사 구형은 무엇을 의미할까

가족들이 “다음 재판에서 검사 구형을 한다”고 들으면 그날 바로 판결이 내려지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검사의 구형은 검사가 재판부에 피고인에게 어느 정도의 형을 선고해 달라는 의견을 밝히는 것이다.

그러나 최종 형을 결정하는 사람은 검사도 변호사도 아닌 법원이다.

검사가 징역 몇 년을 구형했다고 해서 재판부가 반드시 같은 형을 선고하는 것은 아니다.

구형과 선고는 구분해야

통상적으로 필요한 증거조사가 마무리되는 단계에서는 검사의 의견진술과 피고인 측의 최종변론, 피고인의 최후진술 등이 진행될 수 있다.

이후 변론이 종결되면 별도의 선고기일이 정해질 수 있다.

따라서 “다음 주 구형”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그날이 곧 판결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또 사건에 따라 재판 진행방식이 다를 수 있으므로 정확히 어떤 절차가 예정돼 있는지는 변호인에게 확인하는 것이 좋다.

‘1차 공판이면 무조건 구형’도 아냐

사연처럼 “1차 공판? 검사 구형을 앞두고 있다”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첫 공판에서 반드시 검사가 구형한다고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혐의를 인정하고 증거관계가 단순한 사건이라면 비교적 빠르게 심리가 진행될 수 있지만, 사실관계를 다투거나 증인신문과 추가 증거조사가 필요한 사건은 여러 차례 공판이 열릴 수 있다.

따라서 ‘첫 공판’과 ‘구형기일’을 같은 의미로 생각하기보다 해당 사건의 실제 재판 진행상황을 확인해야 한다.

탄원서와 반성문은 언제 제출하는 게 좋을까

가족들이 양식 다음으로 많이 묻는 질문이 제출 시점이다.

반성문이나 탄원서에 모든 형사사건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구형 며칠 전까지 제출해야 한다’는 하나의 법정 기한이 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재판부가 자료를 살펴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준비되는 대로 변호인과 제출 시기를 상의하는 것이 좋다.

특히 구형이 예정돼 있다면 현재 준비한 자료를 언제 제출할지 변호인에게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구형이 끝났다고 무조건 자료를 더 못 내는 것도 아냐

구형이 이루어진 뒤 선고일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경우 가족이 추가 반성문이나 탄원서를 준비하려는 경우도 있다.

새로운 피해회복이나 합의, 치료 등 중요한 사정이 발생할 수도 있다.

다만 변론이 종결된 뒤의 자료 제출은 재판 진행상황을 확인해 처리할 필요가 있다.

변호인이 선임돼 있다면 가족이 임의로 여러 차례 제출하기보다 새로운 자료가 생길 때마다 변호인에게 전달하고 제출 여부와 시점을 상의하는 것이 좋다.

탄원서와 함께 어떤 자료를 준비할 수 있을까

사건에 따라 탄원서 외에도 여러 양형자료를 검토할 수 있다.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라면 합의서와 처벌불원서, 피해변제 자료 등이 중요할 수 있다.

치료나 상담을 받고 있다면 관련 확인자료를 준비할 수 있고 직장생활이나 사회복귀 계획을 설명해야 한다면 재직증명서나 복직 관련 자료 등을 검토할 수 있다.

가족의 부양상황이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도 생각해볼 수 있다.

다만 모든 서류를 무조건 제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에서 찾은 탄원서를 그대로 복사하지 않는 것이 좋아

처음 작성하면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 인터넷에 공개된 탄원서 예문을 찾게 된다.

기본적인 구성방법을 참고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내용을 그대로 복사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다른 사람의 사건과 자신의 사건은 범죄사실과 피해, 피고인의 생활환경, 가족관계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여러 가족이 동일한 예문을 복사해 이름만 바꾸면 각 탄원인이 실제로 무엇을 알고 있고 왜 탄원하는지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길게 쓴다고 반드시 좋은 탄원서가 되는 것도 아냐

분량 역시 정답이 없다.

짧다고 무조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여러 장을 가득 채웠다고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다.

같은 선처 호소를 반복해 분량을 늘리는 것보다 관계와 구체적인 사실, 사건 이후의 변화와 향후 지원계획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이 중요하다.

반성문 역시 매일 제출하거나 많은 장수를 내야만 효과가 있다는 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형법도 ‘범행 후의 정황’을 양형에서 살피도록 해

현행 형법 제51조는 형을 정할 때 범인의 연령·성행·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와 함께 ‘범행 후의 정황’을 참작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사건 이후 피해회복과 반성, 치료, 재범방지를 위한 변화 등은 사건에 따라 양형과 관련해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반성문이나 탄원서 한 장을 냈다는 사실 자체가 감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자료에 담긴 내용과 사건 전체의 사정이 함께 검토된다.

변호사가 있다면 ‘양식 주세요’에서 한 단계 더 물어봐야

이번 사연처럼 변호인이 선임돼 있다면 탄원서 양식을 요청하는 것에서 끝내지 말고 몇 가지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번 재판에서 실제로 구형이 예정돼 있는지,

피고인이 인정하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현재 가장 필요한 양형자료가 무엇인지,

반성문과 탄원서를 언제 전달하면 되는지,

추가로 준비해야 할 피해회복이나 재범방지 자료가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양식보다 사건에 맞는 내용과 제출전략을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탄원서 양식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왜 쓰는가’

안기모카페에서는 첫 재판이나 구형을 앞둔 가족들이 “탄원서 양식은 어디에서 받나요”라고 자주 묻는다.

처음이라면 형식부터 걱정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탄원서와 반성문은 정해진 문구를 정확히 옮겨 적어야 효력이 생기는 시험지가 아니다.

변호사가 제공하는 양식을 활용할 수도 있고 기본적인 구성에 맞춰 직접 작성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과 변화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가족은 자신이 실제로 알고 있는 피고인의 모습과 선처를 바라는 이유, 앞으로의 지원계획을 자신의 말로 작성하는 것이다.

검사 구형이 가까워졌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인터넷에서 가장 그럴듯한 탄원서 양식을 찾는 일이 아니다.

현재 재판이 어느 단계인지 확인하고 자신의 사건에서 재판부에 전달해야 할 양형사정이 무엇인지 변호인과 정리한 뒤 그에 맞는 반성문과 탄원서를 준비하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