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과 고합은 재판 결과가 아니라 담당 재판부 표시
형사재판 사건번호를 확인하면 ‘2026고단○○○’ 또는 ‘2026고합○○○’과 같은 표시를 볼 수 있다.
대한민국 법원의 사건구분 안내에서 ‘고단’은 형사 제1심 단독사건, ‘고합’은 형사 제1심 합의사건을 의미한다. 이는 피고인이 유죄인지, 실형이 선고될 것인지와 같은 재판 결과를 나타내는 표시가 아니라 어떤 형태의 재판부가 제1심을 담당하는지를 보여주는 사건부호다.
지방법원과 지원의 재판은 원칙적으로 단독판사가 담당한다. 법률상 합의심판을 해야 하는 사건은 판사 3명으로 구성된 합의부가 심리한다.
따라서 고단은 무조건 가벼운 사건이고 고합은 반드시 실형이 선고되는 사건이라는 설명은 정확하지 않다.
고단 사건에서도 피해가 크거나 동종 전과와 재범 위험성이 높으면 실형이 선고될 수 있다. 반대로 고합 사건이라도 검사의 증명이 부족하면 무죄가 선고될 수 있고, 적용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에서는 집행유예 등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고단이란 무엇인가
고단은 지방법원이나 지원의 단독판사가 제1심으로 심리하는 형사사건이다.
예를 들어 ‘2026고단1234’라면 2026년에 해당 법원에 접수된 형사 제1심 단독사건 가운데 부여된 일련번호라는 의미다.
단독판사는 검사와 피고인·변호인의 주장을 듣고 증거를 조사한 뒤 유·무죄와 형량을 판단한다. 판사 1명이 담당한다고 증거조사가 생략되거나 피고인의 방어권이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
사건에 따라 피해자와 참고인에 대한 증인신문, 디지털 포렌식 자료 검토, 감정과 사실조회 등이 진행될 수 있으며 공판기일도 여러 차례 열릴 수 있다.
음주운전과 폭행, 재물손괴, 업무방해, 명예훼손, 일반적인 사기·횡령·절도 사건 중 상당수가 고단으로 접수될 수 있다. 다만 실제 관할은 죄명만이 아니라 검사가 적용한 구체적인 법률조항과 법정형을 기준으로 확인해야 한다.
고합이란 무엇인가
고합은 지방법원이나 지원의 합의부가 제1심으로 심판하는 형사사건이다.
‘2026고합567’이라면 2026년에 접수된 형사 제1심 합의사건을 뜻한다. 지방법원에서 합의심판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판사 3명으로 구성된 합의부가 심판권을 행사한다.
합의부에는 재판장과 배석판사가 참여한다. 재판장이 공판을 지휘하지만 판결의 결론과 이유는 합의부 내부의 합의절차를 거쳐 결정된다.
살인·강도와 중한 성폭력범죄, 대규모 경제범죄처럼 법정형이 무거운 사건이 고합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언론에 보도됐거나 사회적 관심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자동으로 고합 사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합의부 사건을 정하는 기본 기준
법원조직법은 지방법원과 지원 합의부가 제1심으로 심판할 사건을 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준은 사형·무기 또는 법정형의 단기가 1년 이상인 징역·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이다. 합의부가 스스로 합의심판할 것으로 결정한 사건, 위 기준의 사건과 동시에 심판할 공범사건, 다른 법률이 합의부 관할로 정한 사건도 포함된다.
여기서 ‘단기 1년 이상’은 실제로 징역 1년 이상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 아니다.
법률조항에 규정된 형량의 최저한이 징역 또는 금고 1년 이상인지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법정형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라면 단기는 1년이고 장기는 10년이다.
반면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이라면 최대 형량은 높지만 법률에 별도의 최저형이 정해져 있지 않으므로 ‘단기 1년 이상’ 사건과 동일하게 판단할 수 없다.
단기 1년 이상이어도 고단으로 처리되는 예외 있어
법정형의 단기가 1년 이상이라고 모든 사건이 고합으로 접수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조직법은 특수상해와 특수절도, 일부 상습절도·공갈, 병역법 위반, 일부 특정범죄가중법 위반, 일부 도로교통법 위반 등 여러 범죄를 합의부 관할의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사건은 구체적인 적용 조항에 따라 단독판사가 심리할 수 있다.
따라서 인터넷에서 해당 범죄의 법정형만 찾아본 뒤 “최저형이 1년이므로 무조건 고합”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다음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정확하다.
공소장에 적힌 정확한 죄명과 적용 법조를 확인한다.
해당 조항의 법정형과 최저형을 확인한다.
법원조직법 제32조의 단독사건 예외에 해당하는지 살펴본다.
다른 특별법에 합의부 관할 규정이 있는지 확인한다.
공범이나 병합사건으로 관할이 변경됐는지 확인한다.
같은 죄명도 고단과 고합으로 달라질 수 있어
사건의 큰 죄명이 같아도 적용되는 법률조항이 달라지면 고단과 고합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모두 사기사건이라고 불리더라도 일반 형법상 사기죄가 적용되는 사건과 피해액 때문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는 사건은 법정형이 다르다.
성범죄도 피해자의 연령과 상해 발생 여부, 흉기 사용, 주거침입과 특수한 관계 등 구체적인 범행 형태에 따라 적용 법조가 달라질 수 있다.
교통사건 역시 단순 음주운전인지, 인명피해가 발생했는지, 위험운전치사상이나 도주치사상 규정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죄명과 법정형이 달라진다.
따라서 사건번호를 예상하려면 ‘사기’, ‘성범죄’, ‘음주운전’처럼 넓은 죄명보다 공소장에 적힌 구체적인 적용 법률과 조문을 확인해야 한다.
공범과 병합사건 때문에 고합이 될 수도 있어
본래 단독판사가 담당할 수 있는 혐의라도 합의부 관할 범죄와 공범관계에 있고 함께 기소돼 동시에 심판해야 한다면 합의부가 전체 사건을 담당할 수 있다.
법원조직법도 합의부 관할 범죄와 동시에 심판할 공범사건을 합의부의 제1심 심판 대상으로 규정한다.
예를 들어 여러 명이 하나의 범행에 가담했고 일부 피고인에게 합의부 관할 범죄가 적용된다면 관련 사건이 합의부에 함께 배당될 수 있다.
반대로 피고인별 범행과 증거가 분리되고 함께 재판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면 사건이 분리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병합·분리 여부는 공소장과 재판부 결정을 확인해야 한다.
고단 사건이 고합으로 변경될 수 있을까
사건이 처음 고단으로 접수됐더라도 재판 중 관할이 달라질 수 있다.
검사가 공소장을 변경해 합의부 관할 범죄를 추가하거나 합의부 관할 공범사건과 병합되고, 처음부터 관할을 잘못 판단한 사실이 확인된 경우에는 사건이 합의부로 이송·재배당될 수 있다.
또한 법원조직법은 합의부가 합의심판할 것으로 결정한 사건도 합의부 관할로 규정한다.
다만 사건번호가 변경됐다고 이미 진행된 모든 절차를 반드시 처음부터 반복하는 것은 아니다. 이전 증거조사와 공판절차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사건 경과와 당사자의 의견, 새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고합으로 접수된 사건에서 합의부 관할의 근거가 사라졌다고 해서 언제나 자동으로 고단으로 변경되는 것도 아니다. 공소제기 당시의 관할과 병합관계, 이미 진행된 심리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고합 사건은 재판이 더 오래 걸릴까
고합 사건에는 피고인과 공소사실이 많고 증거기록이 방대한 사건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공판준비기일과 증인신문이 여러 차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고합이라는 이유만으로 재판이 반드시 오래 걸리는 것은 아니다.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증거에 큰 다툼이 없다면 비교적 적은 기일로 심리가 종결될 수 있다. 반대로 고단 사건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디지털 증거, 공범관계를 다투고 증인이 많다면 장기간 진행될 수 있다.
재판기간에는 사건번호보다 다음 요소가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피고인과 공소사실의 수
범행 인정 또는 부인 여부
증인 수와 출석 가능성
디지털 포렌식·감정 여부
피해자 보호를 위한 증언 절차
공범사건의 병합 여부
피고인의 구속 여부
공소장 변경과 추가 기소 여부
고합이라고 국민참여재판이 자동으로 열리지는 않아
국민참여재판법은 법원조직법상 일정한 합의부 관할 사건과 그 관련 사건을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대상사건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고합 사건이 배심원 재판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거나 법원이 법률상 사유에 따라 배제결정을 하면 일반 합의부 재판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고합 사건을 받았다면 다음 사항을 구분해 확인해야 한다.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에 해당하는지
법원에서 국민참여재판 의사확인서를 받았는지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했는지
법원의 배제결정이 있었는지
관련 사건이 추가로 병합됐는지
국민참여재판을 선택할지는 사건의 증거구조와 법률쟁점, 피해자 진술의 비중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고합 사건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피고인에게 자동으로 국선변호인이 선정되는 것은 아니다.
형사소송법은 변호인이 없는 피고인이 구속돼 있거나 미성년자, 70세 이상, 일정한 장애가 있거나 심신장애가 의심되는 경우 등에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도록 한다.
피고인이 사형·무기 또는 법정형의 단기가 3년 이상인 징역·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경우에도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 빈곤 등으로 변호인을 선임하기 어려운 피고인이 청구한 경우에도 법정요건에 따라 국선변호인이 선정될 수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합의부 관할 기준과 국선변호인 선정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합의부 관할의 대표 기준: 단기 1년 이상
법정형에 따른 필요적 국선변호 기준: 단기 3년 이상
구속 피고인: 고단·고합과 관계없이 국선변호인 선정사유가 될 수 있음
따라서 고단 사건에서도 피고인이 구속돼 있거나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면 국선변호인이 선정될 수 있다.
고단이라도 양형자료와 증거분석이 중요
고단 사건은 단독판사가 담당하지만 벌금형이 보장되는 절차가 아니다.
범행이 반복됐거나 누범에 해당하고 피해가 크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는 실형이 선고될 수 있다. 따라서 고단 사건도 공소사실과 증거를 검토하고 피해회복·치료·재범방지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고합 사건은 상대적으로 법정형이 무겁고 복잡한 사건이 많아 증거기록과 공범관계, 법률 적용을 체계적으로 분석할 필요성이 크다.
다만 어느 사건이든 반성문과 탄원서의 개수보다 다음과 같은 실질적인 자료가 중요할 수 있다.
피해금 변제와 합의 진행상황
범행 가담 정도와 공범별 역할
치료·상담·중독관리 자료
주거와 취업 등 사회복귀 계획
객관적인 알리바이와 반박증거
동종 전과와 재범 위험성에 관한 자료
혐의를 다투는 사건에서는 양형자료의 내용이 무죄 또는 일부 무죄 주장과 충돌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