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취하’보다 정확한 법률용어는 ‘고소취소’
형사사건에서 피해자가 피의자 또는 피고인과 합의한 뒤 흔히 “고소를 취하했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에서 사용하는 정확한 명칭은 ‘고소취소’다.
고소는 범죄 피해자 등 법률상 고소권자가 경찰이나 검찰에 범죄사실을 알리고 범인의 처벌을 요구하는 의사표시다. 고소취소는 이미 표시한 처벌 요구를 철회하는 절차를 말한다.
다만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했다고 해서 모든 사건이 곧바로 종결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범죄가 친고죄인지, 반의사불벌죄인지,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국가가 처벌할 수 있는 일반범죄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고소취소는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만 가능
형사소송법 제232조는 고소를 제1심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경찰·검찰 수사 단계는 물론 검사가 기소한 뒤 제1심 재판이 진행되는 중에도 취소할 수 있다.
중요한 기준은 ‘판결 확정 전’이 아니라 ‘제1심 판결 선고 전’이다. 제1심 판결이 선고된 뒤 항소심에서 합의하거나 고소를 취소하더라도 친고죄의 공소를 종결시키는 효력은 발생하지 않는다.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을 원하는 의사를 철회하는 경우에도 같은 시기 제한이 적용된다.
합의 협상이 진행 중이라면 선고기일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합의금이나 서류 내용을 조율하다가 제1심 선고가 이뤄지면 고소취소 또는 처벌불원으로 공소기각 판결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친고죄는 고소취소가 사건 종결에 직접 영향
친고죄는 피해자 등 고소권자의 적법한 고소가 있어야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다. 모욕죄 등이 대표적인 친고죄에 해당한다.
수사 단계에서 고소가 적법하게 취소되면 검사는 원칙적으로 해당 친고죄를 기소할 수 없다. 이미 공소가 제기됐더라도 제1심 판결 선고 전에 고소가 취소되면 법원은 유죄나 무죄를 판단하는 대신 공소기각 판결을 하게 된다. 형사소송법 제327조도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사건에서 고소가 취소된 경우 공소기각 판결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과거 친고죄였던 범죄가 법 개정으로 비친고죄가 된 사례도 있다. 특히 주요 성폭력범죄는 현재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므로, 과거 제도만 보고 고소취소로 사건이 끝난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반의사불벌죄는 ‘처벌불원’ 의사가 핵심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하거나 유지할 수 없는 범죄다.
단순폭행, 단순협박, 과실치상과 일부 명예훼손 범죄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다만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거나 단체의 위력을 보인 특수폭행·특수협박 등은 적용되는 법률과 구체적인 범행 형태에 따라 반의사불벌죄가 아닐 수 있다.
반의사불벌죄에서는 고소가 수사의 필수 조건이 아니다.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았더라도 신고나 수사기관의 인지로 수사가 시작될 수 있다.
따라서 사건을 종결시키려면 단순히 “합의했다”거나 “고소를 취소한다”는 표현만 사용하는 것보다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벌불원 의사는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가 명백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돼야 한다. 한 번 유효하게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이후 마음이 바뀌더라도 이를 철회하고 다시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제한된다.
사기·횡령 등 일반범죄는 수사가 계속될 수 있어
사기, 횡령, 배임, 절도, 강도와 마약범죄 등 대부분의 범죄는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다.
이러한 일반범죄는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하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혀도 수사기관이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수사를 계속할 수 있다. 범죄혐의가 인정되면 검사가 기소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사기 피해자가 피해금을 모두 돌려받고 고소를 취소하더라도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별도로 판단된다. 피해회복으로 범죄사실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피해금 변제와 합의,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는 처분과 형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될 수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사기범죄 양형기준에서도 처벌불원이나 실질적인 피해회복을 주요 양형인자로 두고 있다.
합의서·고소취소서·처벌불원서는 서로 다른 문서
형사합의서와 고소취소서, 처벌불원서는 서로 관련돼 있지만 목적과 법적 의미가 다르다.
형사합의서는 피해회복 방법과 합의금 지급, 향후 분쟁 처리 등을 정하는 문서다. 고소취소서는 기존의 고소를 취소한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문서이고, 처벌불원서는 피의자나 피고인의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는 문서다.
합의금을 지급했다는 사실만으로 고소가 자동으로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 고소인이 합의서를 피고인에게 작성해 준 것만으로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대한 적법한 고소취소가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합의서 한 장으로 모든 절차를 처리하려면 다음 내용이 분명하게 포함돼야 한다.
대상 사건과 사건번호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인적사항
합의금과 지급 완료 여부
고소를 취소한다는 의사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
민사상 추가 청구권의 포기 범위
합의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의 처리 방법
특히 “민·형사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구는 향후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치료가 끝나지 않았거나 추가 손해가 예상된다면 포기 범위를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
합의금 받기 전에 취소서부터 제출하면 위험
형사소송법은 고소를 취소한 사람은 같은 범죄사실을 다시 고소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을 원하는 의사를 철회한 경우에도 같은 제한이 적용된다.
따라서 합의금을 추후 지급하거나 여러 차례 나눠 지급하기로 했다면 고소취소서와 처벌불원서의 제출 시점을 합의서에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상대방이 “먼저 취소서를 제출하면 나중에 돈을 주겠다”고 요구해 서류를 먼저 제출했다가 약속한 합의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이미 이뤄진 고소취소나 처벌불원 의사를 되돌리기 어려울 수 있다.
안전하게 진행하려면 합의금 지급과 서류 교부를 동시에 하거나, 입금이 확인된 뒤 담당 수사기관 또는 법원에 서류를 제출하는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소취소서는 어디에 제출해야 하나
고소취소는 고소권자가 서면 또는 구술로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 수사 중인 사건은 담당 경찰서나 검찰청에, 기소된 사건은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법원에 취소 의사가 전달돼야 한다.
대법원은 고소취소가 수사기관 또는 법원을 상대로 하는 소송행위이므로, 단순히 상대방에게 취소서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다. 서면 제출뿐 아니라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구술로 취소 의사를 밝히는 것도 가능하지만, 해당 내용이 조서 등 기록에 명확하게 남아야 한다.
고소 또는 고소취소는 대리인을 통해서도 할 수 있다. 이 경우 위임장을 비롯해 적법한 대리권을 확인할 자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반의사불벌죄의 처벌불원 의사는 고소취소와 완전히 동일하게 취급되지 않는다. 가족이나 대리인이 서류를 제출했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 본인의 처벌불원 의사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가 실제로 확인돼야 한다.
공범이 여러 명이라면 취소 범위 확인해야
친고죄에서는 공범 가운데 한 명에 대한 고소나 고소취소가 다른 공범에게도 효력을 미치는 ‘고소의 불가분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특정 공범과만 합의하고 그 사람에 대해서만 고소를 취소하려 했더라도 다른 공범에게까지 취소의 효력이 미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233조는 친고죄의 공범 중 일부에 대한 고소 또는 취소가 다른 공범자에게도 효력이 있다고 규정한다.
반면 반의사불벌죄의 처벌불원 의사에는 친고죄와 같은 공범 간 불가분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피해자가 여러 피의자나 피고인 가운데 특정인에 대해서만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
제출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
고소취소서나 처벌불원서를 제출하기 전에는 다음 사항을 점검해야 한다.
첫째, 사건의 정확한 죄명과 적용 법률을 확인해야 한다. 같은 폭행이나 협박 사건처럼 보여도 위험한 물건 사용 여부, 공동범행 여부 등에 따라 합의의 법적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둘째, 현재 사건이 제1심 판결 선고 전인지 확인해야 한다. 선고기일이 임박했다면 합의서 작성뿐 아니라 담당 기관에 서류가 실제로 접수됐는지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셋째, 합의금 지급이 완료됐는지 살펴야 한다. 분할 지급이라면 지급 일정과 서류 제출 시점을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넷째, 고소취소와 처벌불원 중 해당 사건에 필요한 의사가 문서에 정확히 표현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다섯째,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권과 향후 치료비까지 포기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고소취소는 단순한 서류 제출로 보일 수 있지만, 한 번 적법하게 이뤄지면 다시 고소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합의 사실만 믿기보다 정확한 죄명과 사건 단계, 서류의 내용과 접수 여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경찰 조사를 받기 전에 고소를 취소하면 기록이 모두 없어지나요?
그렇지 않다. 고소취소 사실과 사건 처리 과정이 수사기록에서 자동으로 삭제되는 것은 아니다. 사건의 종류와 수사 진행 정도에 따라 처리 결과가 기록될 수 있다.
Q. 합의서만 작성하면 고소가 자동으로 취소되나요?
합의서에 고소취소 또는 처벌불원 의사가 명확하게 포함돼 있고, 그 의사가 담당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적법하게 전달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상대방에게 합의서만 건넨 것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Q. 사기 고소를 취소하면 피의자가 바로 석방되나요?
사기죄는 일반적으로 고소취소만으로 사건이 종결되는 범죄가 아니다. 구속 여부 역시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 범죄의 중대성 등 별도의 기준에 따라 판단된다.
Q. 제1심 선고 후 합의는 아무 의미가 없나요?
고소취소나 처벌불원으로 공소기각을 받는 효과는 발생하지 않지만, 피해회복과 합의 사실은 항소심에서 형량을 판단할 때 참작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