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권이 없다는데 왜 재판한다는 걸까요”
법률 절차를 처음 겪는 당사자와 가족에게 검찰의 사건처리 문자는 낯선 용어의 연속이다.
특히 문자에 ‘공소권 없음’과 ‘구공판’이 동시에 표시되면 사건이 끝난 것인지, 법원에 출석해야 하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두 표현이 같은 혐의에 대해 동시에 내려졌다고 바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사건에 범죄혐의가 여러 개 포함돼 있거나 피의자·피해자가 여러 명이라면 검사가 혐의별로 다른 처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공판은 정식 형사재판을 청구했다는 뜻
구공판은 검사가 수사 결과 재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법원에 정식 공판을 청구하는 처분이다.
검찰의 사건처리는 크게 공소제기와 불기소로 구분되며, 공소제기에는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구공판과 벌금 등 약식명령을 청구하는 구약식이 있다. 구공판 처분이 내려지면 사건기록과 공소장이 법원으로 넘어가고 피의자는 재판을 받는 피고인 신분이 된다.
다만 구공판은 유죄가 확정됐다는 뜻이 아니다. 법원은 공판에서 검사와 피고인 측의 주장, 제출된 증거를 조사한 뒤 유·무죄와 형량을 판단한다. 형사재판은 진술거부권 고지와 인정신문을 시작으로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 확인, 증거조사와 변론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공소권 없음은 해당 혐의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
공소권 없음은 검사가 해당 혐의에 관해 적법하게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판단해 사건을 종결하는 불기소처분이다.
대표적으로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 친고죄에서 고소가 취소된 경우, 반의사불벌죄에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의사를 밝힌 경우 등이 공소권 없음 사유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하나의 혐의가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됐다면 그 혐의는 원칙적으로 구공판 대상이 아니다.
한 문자에 두 처분이 함께 표시되는 이유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경우는 여러 혐의 중 일부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고 나머지 혐의는 구공판된 상황이다.
예를 들어 두 개의 범죄혐의가 함께 수사됐다면 한 혐의는 고소 취소나 처벌불원 등의 이유로 공소권 없음이 되고, 다른 혐의는 계속 처벌할 수 있어 정식재판에 넘겨질 수 있다.
여러 피해자 또는 공동피고인이 포함된 사건에서도 대상자나 범죄사실에 따라 처분이 달라질 수 있다. 검찰의 공식 사건처리 체계에서도 공소권 없음은 불기소처분으로, 구공판은 공소제기로 명확히 구분된다.
문자에는 처리 결과만 간단하게 표시돼 어떤 혐의가 구공판됐는지 알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문자 한 줄만 보고 사건 전체가 종결됐거나 모든 혐의가 재판에 넘겨졌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혐의가 하나뿐이라면 상세 처분내용 확인해야
본인이 알고 있는 혐의가 하나뿐인데 공소권 없음과 구공판이 함께 표시됐다면 검찰청의 사건처분결과통지서와 법원 사건번호를 확인해야 한다.
수사 과정에서 별도의 죄명이 추가됐거나 하나의 사건이 여러 범죄사실로 나뉘었을 가능성이 있다. 문자에 서로 다른 사건의 결과가 함께 표시됐거나 간략한 안내로 인해 의미가 불분명한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사건번호와 담당 검사실에 어떤 죄명이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됐고 어떤 죄명이 구공판됐는지 문의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법원 사건번호가 생성됐다면 대한민국 법원 ‘나의 사건검색’에서도 담당 재판부와 기일을 확인할 수 있다.
구공판 통지를 받았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가장 먼저 공소장을 확인해야 한다. 공소장에는 검사가 재판을 청구한 범죄사실과 적용 법률이 기재된다.
공소장 내용이 사실과 맞는지, 혐의를 전부 인정하는지 일부만 다투는지부터 정리해야 한다. 경찰과 검찰에서 작성된 진술조서 내용도 함께 검토해 기존 진술과 법정에서 밝힐 입장이 서로 모순되지 않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다.
혐의를 다툰다면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문자, 통화내역, 계좌자료, 영상과 주변인의 진술 등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혐의를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피해회복과 합의, 반성문과 재범방지교육, 안정적인 주거·취업계획 등 양형자료를 준비할 수 있다. 다만 사건의 종류와 피해자 유무에 따라 필요한 자료는 달라진다.
피고인이나 변호인은 공소제기된 사건과 관련해 검사가 보관한 서류·증거의 목록과 일정한 자료의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다.
공판기일 통지를 기다리되 주소도 점검해야
구공판이 결정됐다고 바로 다음 날 재판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검찰이 법원에 공소장을 제출하면 법원이 사건번호와 담당 재판부를 정하고 공소장 부본과 공판기일 통지서를 송달한다. 공소장 부본은 원칙적으로 제1회 공판기일 전까지 피고인에게 전달돼야 한다.
이사나 장기 부재로 우편물을 받지 못하면 재판 일정을 뒤늦게 알게 될 수 있으므로 수사기관과 법원에 등록된 주소가 정확한지도 확인해야 한다.
공소권 없음과 구공판이 함께 표시된 문자는 사건이 모순되게 처리됐다는 뜻이라기보다, 혐의별로 결과가 나뉘었을 가능성을 먼저 보여준다.
안기모카페에서는 검찰 문자와 공소장, 첫 공판처럼 처음 접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형사절차에 대해 가족들이 경험을 나누고 있다. 낯선 용어 때문에 불안해하기보다 처분통지서에서 죄명과 결과를 하나씩 대조하는 것이 구공판 준비의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