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을 받은 뒤 시작된 또 다른 고민
가족이 갑작스럽게 체포되고 구속되면 수사 과정만으로도 정신없이 시간이 흐른다. 국선변호인이 선정됐다는 말을 듣고 조사를 마친 뒤 기소됐지만, 공소장을 받아든 순간부터 가족에게는 새로운 고민이 시작된다.
최근 안기모카페에는 보이스피싱 통장대여 혐의로 구속기소된 가족이 같은 방 수용자들의 말을 듣고 사선변호인을 선임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바깥의 가족은 보이스피싱 사건은 경찰의 초기 수사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이미 기소된 상황에서 사선변호인을 선임하는 것이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피해 규모가 커 합의도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비용 부담은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
구속기소된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이 선정되는 이유
형사소송법은 구속된 피고인에게 변호인이 없을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도록 규정한다. 이처럼 국선변호인이 선정된 사건은 원칙적으로 변호인 없이 공판을 진행할 수 없다. 따라서 국선변호인은 단순히 형식적으로 이름만 올리는 사람이 아니라 피고인의 방어권을 위해 공판에 참여하는 정식 변호인이다.
국선이라는 이유만으로 성의가 없고 사선이면 반드시 더 나은 결과가 나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해당 변호인이 피고인을 접견했는지, 공소장과 수사기록을 검토했는지, 혐의를 인정하거나 다툴 범위와 증거에 대한 의견을 설명했는지다.
기소 이후 사선변호인을 새로 선임하는 것도 가능하다. 피고인에게 사선변호인이 선임되면 기존 국선변호인 선정은 취소되는 구조이므로, 교체 전에는 새 변호사가 기록을 넘겨받고 공판을 준비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초기 수사가 중요해도 재판 준비가 의미 없는 것은 아냐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첫 조사와 압수수색, 휴대전화 분석, 계좌 흐름 확인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수사가 끝나 기소됐다고 해서 변호인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공판 단계에서는 피고인이 통장이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실제로 인식했는지, 어떤 설명을 듣고 계좌나 접근매체를 제공했는지, 대가를 받았는지, 피해금 인출이나 전달에 추가로 관여했는지 등을 증거와 함께 검토하게 된다.
대법원은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행위했다면 죄책을 물을 수 없지만,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피고인의 행동과 주변 정황 등 간접사실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 사건에서는 업무 내용과 지시 방식, 보수, 반복된 이상 징후 등이 인식 여부를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피고인이 조사에서 “모두 자백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실제로 한 행위와 하지 않은 행위, 범죄를 인식한 시점, 공소장에 적힌 피해 범위가 정확한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와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범위를 구분하는 작업도 변호인의 역할이다.
사선 선임 여부는 구체적인 질문으로 판단해야
가족은 같은 방 수용자의 경험이나 막연한 불안만으로 변호인을 바꾸기보다 현재 국선변호인에게 먼저 사건 진행을 설명해 달라고 요청할 필요가 있다.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하는지, 사기방조의 고의를 다툴 부분이 있는지, 검찰이 핵심 증거로 보는 자료는 무엇인지, 첫 공판에서 어떤 의견을 밝힐 예정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물어볼 수 있다.
국선변호인과 접견이나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기록 검토나 대응 방향에 관한 설명도 계속 받을 수 없다면, 공소장과 현재까지의 자료를 가지고 다른 변호사에게 별도 상담을 받아보는 방법도 있다. 상담을 받는다고 반드시 곧바로 선임계약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국선변호인의 설명과 다른 변호사의 검토 의견을 비교한 뒤 결정할 수 있다.
사선변호인을 알아볼 때는 비용만 확인하지 말고 수사기록 열람·복사, 구치소 접견, 공판 출석, 변호인 의견서 작성, 양형자료 정리 등이 계약에 포함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합의가 어렵더라도 준비할 수 있는 자료는 있어
피해 규모가 커 전부 합의하기 어려운 사건이라고 해서 아무런 양형자료도 준비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 변제 또는 피해회복 내역, 범행에 가담하게 된 경위, 취득한 이익, 반성 과정, 가족관계와 출소 후 재범방지 계획 등을 객관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공개된 보이스피싱 관련 판결에서도 법원은 범행 내용과 가담 정도뿐 아니라 반성 여부, 합의나 피해회복, 처벌 전력과 가족관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 다만 어떤 자료도 감형이나 집행유예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안기모카페에서는 공소장을 받은 뒤 국선변호인을 믿고 기다려도 되는지, 사선을 새로 선임해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하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수용자 가족에게 변호사 선택은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제한된 시간과 형편 속에서 가족의 재판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무거운 과정이다.
국선과 사선이라는 이름만으로 답을 정하기보다 현재 변호인이 사건의 핵심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고, 어떤 자료와 논리로 공판을 준비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