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은 기소검사가 정하고 공판검사는 읽기만 하나요?”
형사재판을 처음 지켜보는 가족들에게 기소검사와 공판검사의 역할은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 수사 단계에서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가 재판에도 계속 나오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법정에서는 처음 보는 다른 검사가 공소사실을 낭독하고 피고인에게 질문한 뒤 구형까지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한 수형자 가족도 기소검사와 공판검사가 다르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실제 구형량은 기소검사가 미리 정하고 공판검사는 이를 그대로 읽기만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일부에서는 공판검사를 두고 정해진 내용을 반복한다는 의미의 비공식적인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만으로 실제 공판검사의 업무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기소검사는 재판에 넘길지 결정…공판검사는 법정에서 공소 유지
검사는 수사 결과를 검토해 피의자를 법원의 재판에 넘길지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공소를 제기한 검사를 일반적으로 기소검사 또는 수사검사라고 부른다.
사건이 재판으로 넘어가면 공판검사는 법정에 출석해 공소사실을 밝히고 증거를 제출하며, 증인과 피고인에게 질문하는 등 범죄사실을 입증하는 공소유지 업무를 수행한다. 대검찰청도 검사가 형사법정에서 범죄를 입증하고 죄에 상응하는 형을 구형하는 한편,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자료도 법정에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수사검사와 공판검사가 같은 사건을 연속해서 담당하기도 하지만, 검찰청의 업무 분담에 따라 수사검사가 기소한 사건을 공판부 소속의 다른 검사가 넘겨받아 재판을 진행할 수도 있다.
구형은 검사가 밝히는 ‘형량에 관한 의견’
형사재판은 일반적으로 공소사실 확인과 증거조사, 피고인신문을 거친 뒤 검사의 의견진술, 변호인의 최종변론, 피고인의 최후진술 순으로 진행된다. 이때 검사가 유죄 여부와 적정하다고 판단하는 형량을 법원에 밝히는 것이 구형이다.
구형은 판결이 아니라 검찰 측의 의견이다. 검사가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구형했더라도 재판부가 반드시 같은 형을 선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범죄사실과 증거, 피해 정도, 합의와 피해회복 여부, 피고인의 전과와 반성 정도 등 재판 과정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해 최종 형을 정한다.
따라서 “검사가 어느 정도를 구형했으니 판결도 똑같이 나온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구형보다 높은 형이나 낮은 형이 선고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수사검사 의견을 참고하지만 공판검사에게도 판단 권한 있어
구형량은 공판 당일 검사 개인이 아무런 기준 없이 즉석에서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통상 사건기록과 범죄 내용, 피해 정도, 수사검사의 의견, 검찰 내부 기준과 결재 절차, 공판 과정에서 추가로 확인된 사정을 종합해 검찰의 구형 의견을 정한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공개된 법원 판결에서는 당시 검찰의 구형지침과 관련해, 공판관여검사가 수사검사의 구형 의견을 존중하도록 하면서도 합의나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 등 사정이 바뀐 경우에는 내부 절차를 거쳐 구형을 변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판결은 법정에서 구형하는 업무가 검사의 고유권한이며 공판검사에게도 구형에 관한 재량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공판검사가 수사검사가 적어둔 숫자를 아무런 검토 없이 그대로 읽는 사람은 아니라는 의미다. 공판검사는 기록을 검토하고 재판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필요한 경우 변경된 양형사정을 내부에 보고하거나 구형 의견 조정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실제 구형 결정과 결재 과정은 사건의 중요도, 범죄 유형, 검찰청의 업무 체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외부에서 정확한 내부 과정을 모두 확인하기는 어렵다.
합의와 피해회복 자료, 공판 과정에서 검토될 수 있어
기소 이후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피해금 일부를 변제하고 처벌불원서를 제출받는 등 새로운 사정이 생겼다면, 이러한 자료는 공판검사와 재판부 모두가 확인할 수 있도록 적절한 방법으로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판검사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자료만 확인하는 역할이 아니다. 검찰은 공익의 대표자로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자료도 법정에 드러내 정당한 이익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합의나 반성문을 제출했다고 해서 반드시 구형이 변경되거나 형량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제출된 자료가 구형과 판결에 어느 정도 반영될지는 사건 내용과 제출 시기, 피해회복 정도 등을 종합해 판단된다.
구형보다 중요한 것은 최종 판결과 그 이유
가족들은 결심공판에서 검사가 구형한 형량을 듣고 크게 불안해하기 쉽다. 그러나 구형은 검찰의 최종 의견이며 실제 처벌을 확정하는 판단은 재판부가 내린다.
따라서 구형량만 보고 결과를 미리 단정하기보다, 변호인의 최종변론과 피고인의 최후진술까지 어떤 내용으로 진행됐는지 살펴보고 선고기일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 선고 이후에는 판결문을 통해 법원이 유죄 여부와 형량을 정한 이유를 확인해야 한다.
안기모카페에서는 재판을 처음 경험하는 수형자 가족과 지인들이 기소검사와 공판검사의 차이, 구형과 선고의 관계, 합의서와 양형자료 제출 방법 등을 묻고 경험을 나누고 있다. 이 같은 질문은 형사재판에서 사용되는 용어와 절차가 당사자와 가족에게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