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들어가던 날 재산명시기일이었습니다”
형사사건으로 갑작스럽게 구속되면 당사자가 밖에서 진행하던 민사사건까지 제대로 챙기기 어려워진다.
특히 채무와 관련해 재산명시절차가 진행되고 있었다면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
교정생활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가족이 교도소에 들어간 당일 재산명시기일이 잡혀 있었고, 결국 출석하지 못해 감치재판 결정과 관련된 등기가 기존 주소지로 왔다는 사연이 올라왔다.
집에 사람이 없어 등기까지 받지 못한 상황에서 가족은 “이미 구속돼 있으니 감치 대상에서는 제외되는 것 아니냐”고 궁금해했다.
하지만 현재 수감 중이라는 사실만으로 재산명시 관련 절차가 자동으로 사라진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재산명시기일은 무엇을 하는 날일까?
재산명시는 채권자가 강제집행을 하기 위해 채무자의 재산관계를 파악할 수 있도록 마련된 민사집행 절차다.
법원이 재산명시기일을 정하면 채무자는 해당 기일에 출석해 강제집행 대상이 되는 재산 등에 관한 재산목록을 제출해야 한다.
또 제출한 재산목록이 진실하다는 취지의 선서도 해야 한다.
대법원 안내에 따르면 소송무능력자가 아닌 채무자는 원칙적으로 재산명시기일에 본인이 직접 출석해야 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민사재판의 변론기일과 동일하게 생각해 “못 가도 큰 문제가 없겠지”라고 넘기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불출석했다고 곧바로 감치되는 것은 아냐
재산명시기일에 나오지 않았다고 무조건 감치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 민사집행법 제68조는 채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명시기일에 출석하지 않은 경우 법원이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산목록 제출이나 선서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중요한 표현이 ‘정당한 사유 없이’다.
법원은 감치재판기일에 채무자를 소환하고 실제로 불출석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를 심리하도록 돼 있다.
즉 재산명시기일에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결과가 자동 결정되는 구조는 아니다.
구속돼 있었다면 중요한 판단자료가 될 수 있어
사연에서는 재산명시기일과 교도소에 들어간 날이 겹쳤다고 한다.
그렇다면 실제 구속 시각과 장소, 재산명시기일을 언제 알게 됐는지, 당시 현실적으로 출석할 수 있었는지 등의 사정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도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해외 체류, 보충송달된 출석요구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 등 부득이하게 명시기일에 출석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기일연기신청을 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다만 이것만으로 “교도소에 있으면 무조건 감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법률은 감치재판에서 불출석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를 심리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속·수감 사실과 구체적인 불출석 경위를 담당 재판부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으로 온 등기를 못 받았다면 송달 상태도 확인해야
이번 사연에서는 감치재판과 관련된 등기가 기존 주거지로 왔지만 가족이 집에 없어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경우에는 “등기를 안 받았으니 괜찮다”고 생각하기보다 사건 진행 상황과 송달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법원이 당사자가 교정시설에 수감된 사실을 알지 못하고 기존 주소지로 계속 서류를 보내고 있다면 담당 재판부에 현재 수감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
사건번호를 알고 있다면 담당 재판부에 현재 어떤 결정이 내려졌는지, 감치재판기일이 지정됐는지, 앞으로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미 수감 중이라고 재산명시 의무가 없어지는 것은 아냐
여기서 또 하나 구분해야 할 부분이 있다.
형사사건으로 교도소에 수감되는 것과 민사집행법에 따른 재산명시절차는 서로 다른 절차다.
따라서 형사사건으로 구금됐다고 해서 기존의 재산명시명령 자체가 자동으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민사집행법은 감치 집행 중인 채무자가 재산명시명령을 이행하겠다고 신청하면 법원이 바로 명시기일을 열도록 하고 있으며, 채무자가 출석해 재산목록을 제출하고 선서하는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감치결정을 취소하고 석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재산명시제도의 목적이 단순히 채무자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채무자의 재산상태를 명확히 밝히도록 하는 데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거짓 재산목록 제출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어
재산명시절차에서는 불출석만 조심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출석한 뒤 실제 재산을 숨기거나 거짓 내용의 재산목록을 작성해서도 안 된다.
민사집행법은 채무자가 거짓 재산목록을 제출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재산명시기일이 다시 지정된다면 단순히 출석하는 것뿐 아니라 제출할 재산목록을 사실대로 작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족이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감치 제외 여부’보다 현재 사건 상태
구속된 가족의 민사사건까지 챙겨야 하는 상황이라면 가족 입장에서는 상당히 막막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단계에서는 “수감자니까 감치가 안 될 것”이라고 임의로 판단하기보다 사건의 현재 상태부터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재산명시기일이 언제였는지, 당시 실제 구속 상태였는지, 출석요구서가 적법하게 송달됐는지, 감치재판기일이 별도로 지정됐는지 등을 순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담당 재판부가 수감 사실을 모르고 있다면 현재 교정시설에 수감돼 있다는 사실과 재산명시기일에 출석하지 못했던 경위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수감 중이라는 사실은 불출석 사유를 판단할 때 살펴볼 중요한 사정이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절차가 자동 종료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재산명시기일 불출석으로 감치재판이 시작됐다면 경험담에 의존하기보다 현재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에 수감 사실과 송달 상태를 알리고 앞으로 필요한 절차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