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중 구속을 무기한 유지할 수는 없어
구속된 상태로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이라도 판결이 나올 때까지 아무런 제한 없이 계속 구금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의 구속기간을 기본적으로 2개월로 정한다. 법원이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 등 구속 사유가 계속되고 재판을 위해 신병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2개월 단위로 기간을 갱신할 수 있다.
구속기간 갱신은 새로운 형벌을 부과하거나 기존 형량을 늘리는 결정이 아니다. 이미 발부된 구속영장의 효력을 법정 범위에서 일정 기간 더 유지하는 절차다. 형사소송법 제92조는 구속기간을 2개월로 하면서 특히 구속을 계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 심급마다 2개월씩 갱신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수사 단계는 ‘연장’, 재판 단계는 ‘갱신’
구속기간을 계산할 때는 경찰·검찰의 수사 단계와 법원의 재판 단계를 구분해야 한다.
경찰이 피의자를 구속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10일 이내에 검찰로 인치해야 한다. 검사는 피의자를 직접 구속하거나 경찰로부터 인치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기소하지 않으면 석방해야 한다.
검찰 수사를 계속할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법원이 검사의 신청을 받아 검찰 구속기간을 한 차례, 최대 1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반 형사사건의 수사단계 구속기간은 경찰 10일과 검찰 최대 20일로 구분된다.
검사가 공소를 제기한 뒤에는 피의자가 ‘피고인’으로 바뀌고, 재판을 담당하는 법원이 구속기간을 관리한다. 이때 사용되는 표현이 구속기간 ‘갱신’이다.
1심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
제1심의 구속기간은 기본 2개월이다.
법원이 구속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2개월씩 두 차례 갱신할 수 있다. 따라서 동일한 심급과 동일한 구속영장을 기준으로 한 제1심 구속기간은 기본 2개월에 두 차례의 갱신을 더한 최대 6개월이다.
구속기간 갱신은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법원이 구속 필요성이 계속되는지를 판단해 별도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피고인이 수사단계부터 구속돼 있었다면 제1심 구속기간은 원칙적으로 공소가 제기된 때부터 별도로 계산한다. 형사소송법은 공소제기 전 체포·구인·구금 기간을 재판단계의 구속기간에 포함하지 않도록 규정한다.
항소심과 상고심은 예외적으로 최대 8개월
항소심과 상고심도 기본 구속기간은 각각 2개월이고, 원칙적으로 두 차례 갱신할 수 있어 통상 최대 6개월이다.
다만 상소심에서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신청한 증거조사, 상소이유를 보충하는 서면 제출 등으로 추가 심리가 필요한 부득이한 사정이 있으면 세 번째 갱신까지 가능하다.
이 경우 항소심 또는 상고심의 구속기간은 기본 2개월에 세 차례 갱신을 더해 최대 8개월이 될 수 있다. 상소심의 세 번째 갱신은 모든 사건에 당연히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추가 심리가 필요한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허용된다.
각 심급에서 구속이 계속된다고 단순 계산하면 1심 6개월, 항소심 6개월, 상고심 6개월로 통상 최대 18개월이다.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각각 예외적인 세 번째 갱신까지 모두 이뤄진다면 단순 합산상 1심 6개월, 항소심 8개월, 상고심 8개월로 이론적으로 최대 22개월까지 계산될 수 있다.
다만 별도 구속영장이나 공판절차 정지 등이 있으면 실제 기간 계산은 달라질 수 있다.
공판이 정지된 기간은 계산에서 빠질 수 있어
재판이 실제로 진행되지 못한 일부 기간은 구속기간 계산에서 제외될 수 있다.
법관에 대한 기피신청이나 공소장 변경을 위한 공판정지, 피고인의 심신상실이나 질병 등 법률이 정한 사유로 공판절차가 정지된 기간은 제92조의 구속기간에 산입되지 않는다.
따라서 구속된 날이나 공소제기일에 단순히 6개월을 더하는 방식만으로 정확한 만료일을 판단하기 어려운 사건도 있다. 공소제기일과 갱신 기산일, 공판정지 결정의 기간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법원은 무엇을 보고 갱신을 결정할까
법원이 구속기간을 갱신하려면 구속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 구속의 주요 사유는 일정한 주거가 없는 경우, 증거를 인멸했거나 인멸할 우려가 있는 경우, 도망했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는 경우다.
법원은 이와 함께 범죄의 중대성과 재범 위험성, 피해자나 사건관계인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 현재까지 진행된 증거조사와 남아 있는 재판 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처음 구속영장이 발부될 당시 구속 사유가 있었다고 해서 재판이 끝날 때까지 자동으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증인신문이 끝나 증거인멸 우려가 감소했거나 주거와 보호환경이 안정되는 등 사정이 달라졌다면 계속 구속할 필요가 있는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
갱신결정이 유죄나 실형의 신호는 아냐
구속기간이 갱신됐다고 해서 재판부가 이미 유죄나 실형을 결정했다고 볼 수는 없다.
구속은 도주와 증거인멸을 막고 재판 출석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신병 절차다. 유·무죄와 형량은 증거조사와 변론을 마친 뒤 판결로 결정한다.
형사피고인은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 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고 있거나 구속기간이 갱신됐다는 이유만으로 유죄를 전제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다만 갱신결정은 법원이 현재 시점에도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는 절차적 의미를 갖는다. 갱신을 무조건 실형의 징후로 볼 필요는 없지만 신병에 관해 피고인에게 유리한 결정이라고 볼 수도 없다.
선고 직전 갱신돼도 실형을 단정할 수 없어
선고기일을 앞두고 구속기간 갱신결정이 내려지는 경우도 있다.
구속기간 만료일보다 선고기일이 늦거나 판결 선고 후 상소 여부를 확인하는 기간까지 구속 효력을 유지해야 한다면 법원이 기간 만료 전에 갱신결정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선고기일 직전에 갱신됐다는 사실만으로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할 예정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구속기간 만료를 방지하기 위한 절차적인 결정일 가능성도 있다.
‘피고인에게 갱신결정 송달’은 무슨 뜻일까
사건조회 화면에 ‘피고인에게 구속기간갱신결정 송달’이라고 표시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법원이 구속기간 갱신결정을 내린 뒤 결정 내용을 피고인에게 전달했다는 의미다.
피고인이 구속기간 갱신을 신청했거나 연장을 요청했다는 뜻이 아니다. 피고인은 갱신을 요청한 사람이 아니라 법원의 결정 내용을 송달받은 상대방이다.
결정문을 확인하면 갱신되는 기간과 기산일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사건조회 화면의 문구만 보지 말고 실제 결정문과 앞선 갱신 내역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기간이 끝나면 무조건 석방될까
종전 구속영장에 따른 법정 구속기간이 끝났고, 그 전에 적법한 갱신결정이나 별도의 구속 근거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같은 구속영장으로 계속 구금할 수 없다.
그러나 기존 구속영장에 포함되지 않은 별개의 범죄사실로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구속기간이 새롭게 문제 될 수 있다.
대법원은 기존 구속기간이 끝날 무렵 종전 구속영장에 적힌 범죄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근거로 새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는 사정만으로 그 구속이 위법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1심에서 6개월이 지나면 어떤 경우에도 석방된다”고 단정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현재 구속영장의 범죄사실과 추가 기소 여부, 별도의 영장 발부 여부까지 확인해야 한다.
구속기간이 갱신됐다면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갱신결정을 확인했다면 먼저 현재 구속영장이 어느 범죄사실에 대해 발부됐는지 살펴야 한다.
공소제기일과 구속기간의 기산일, 지금까지 몇 차례 갱신됐는지, 이번 결정으로 언제까지 구속기간이 유지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공판절차가 정지된 기간이 있었는지, 추가 기소된 사건이나 별도의 구속영장이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구속 필요성이 감소했다는 주장을 하려면 일정한 주거와 가족의 보호·감독 계획, 재판 출석 의사, 사건관계인과 접촉하지 않겠다는 계획, 증거조사가 상당 부분 끝났다는 사정 등을 구체적인 자료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보석·구속취소 등 별도 절차 검토 가능
구속기간이 남아 있더라도 법률상 요건을 갖추면 석방을 위한 별도 절차를 검토할 수 있다.
구속 사유가 처음부터 없었거나 재판 과정에서 소멸했다면 피고인이나 변호인 등이 구속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피고인과 변호인, 배우자와 직계친족 등 법률이 정한 사람은 법원에 보석을 청구할 수 있다.
중대한 질병이나 가족 사정 등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법원에 구속집행정지의 직권발동을 요청하는 의견을 제출할 수도 있다. 구속집행정지는 법원이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할 때 구속의 집행을 일시적으로 정지하는 제도로, 보석이나 구속취소와 법적 성격이 다르다.
단순한 선처 탄원만 반복하기보다 현재 구속 사유가 어떻게 달라졌는지와 석방 후 재판 출석과 생활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아두면 좋은 정보]
재판단계에서 피고인의 기본 구속기간은 2개월이다.
제1심은 2개월씩 두 차례 갱신할 수 있어 동일 심급에서 최대 6개월이다.
항소심과 상고심은 원칙적으로 각각 최대 6개월이지만, 추가 심리가 필요한 부득이한 경우 세 번째 갱신으로 최대 8개월이 될 수 있다.
수사단계에서는 경찰 구속기간이 원칙적으로 10일이고, 검찰은 법원의 연장 허가가 있으면 최대 20일까지 구속할 수 있다.
구속기간 갱신은 유죄나 실형을 미리 결정한 것이 아니라 재판 중 구속 필요성을 판단한 절차다.
법률이 정한 공판정지 기간은 구속기간 계산에서 제외될 수 있다.
별개의 범죄사실로 새로운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종전 구속기간과 별도로 계산될 수 있다.
갱신결정이 내려졌더라도 보석청구나 구속취소청구 등 별도의 석방 절차를 검토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