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인데 항소이유서를 잘 써줄지 걱정됩니다”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준비하는 가족에게 ‘항소이유서’라는 서류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한 수형자 가족 역시 국선변호인을 통해 항소를 준비하면서 “항소이유서를 잘 써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어 걱정된다”며 다른 변호사에게 항소이유서만 별도로 요청할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
비용을 지급하고 국선변호인에게 좀 더 자세한 항소이유서 작성을 부탁할 수 있는지도 고민했다.
가족이 수감돼 직접 사건을 챙기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혹시 서류 하나 때문에 항소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선변호인도 피고인의 변호인이다
먼저 국선변호인이라고 해서 단순히 재판에 출석하는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항소심에서 국선변호인이 선정돼 있다면 사건기록을 검토하고 피고인과 항소 방향을 논의하며 필요한 변론을 수행하는 것이 기본적인 역할이다.
따라서 ‘국선변호인은 항소이유서를 작성하지 않는다’고 일률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사건마다 다투는 내용과 기록의 분량, 항소 이유가 달라 실제 항소이유서의 내용 역시 사건별로 차이가 날 수 있다.
가족 입장에서는 주변의 경험담만으로 변호인의 업무를 미리 판단하기보다 현재 사건에서 어떤 항소 이유를 주장할 예정인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국선변호인에게 별도 비용을 지급해야 할까
국선변호인은 법원이 선정하는 변호인이다.
따라서 사선변호사를 개인적으로 선임하는 것처럼 피고인이나 가족이 별도의 수임료를 지급하고 추가 업무를 의뢰하는 관계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항소이유서 내용에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별도의 비용을 제안하기보다 피고인이 접견 등을 통해 국선변호인에게 1심 판결에서 다투고 싶은 부분과 새롭게 제출할 자료 등을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합의서나 피해회복 자료, 탄원서 등 항소심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자료가 있다면 변호인과 전달 방법을 상의할 수 있다.
다른 변호사에게 ‘항소이유서만’ 부탁하면 될까
항소심 전체를 사선변호사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항소이유서 작성에 대해서만 별도의 법률적 도움을 받고 싶어 하는 가족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문서 한 장을 잘 작성한다고 항소 결과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항소이유서는 1심 판결과 사건기록을 토대로 무엇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지 정리하는 서면이기 때문에 기록 검토와 항소 전략이 함께 따라가야 한다.
특히 현재 국선변호인이 선정돼 있는 상태에서 다른 변호사의 도움을 받고 싶다면 현재 변호인 선임 관계와 항소심 대응 방식에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사선변호사 선임을 검토하고 있다면 단순히 ‘항소이유서 작성 가격’만 비교하기보다 1심 기록을 얼마나 검토하는지, 항소심 변론까지 맡기는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비용은 사건마다 달라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려워
가족들이 궁금해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비용이다.
그러나 사선변호사의 비용은 사건의 종류와 난이도, 기록 분량, 상담·검토 범위, 항소심 전체를 선임하는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특정 금액으로 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인터넷에서 본 다른 사람의 비용을 기준으로 예상하기보다 실제 상담 과정에서 업무 범위와 비용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비용만 지급하면 원하는 내용의 항소이유서를 작성해 준다는 식으로 접근하기보다 자신의 사건에서 어떤 항소 이유가 성립할 수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항소이유서에서는 ‘무엇을 다툴 것인지’가 핵심
항소이유서는 단순히 “형이 너무 무겁다”거나 “한 번만 선처해 달라”는 내용만 적는 서류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1심 판결을 어떤 이유로 다투는지를 구체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사실관계나 법률 적용을 다투는 사건인지, 양형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취지인지에 따라 준비해야 할 내용도 달라질 수 있다.
양형을 다투는 사건이라면 1심 이후 새롭게 이뤄진 피해회복이나 합의, 반성 및 재범방지를 위한 노력, 가족의 보호·지원 계획 등 실제 변화가 있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결국 항소이유서는 문장 자체를 화려하게 만드는 것보다 사건에 필요한 주장을 기록과 자료에 맞춰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제출기한
가족이 항소이유서의 완성도를 걱정하는 동안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제출기한이다.
형사소송법상 항소법원이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한 경우 항소인 또는 변호인은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항소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따라서 가족이 다른 변호사의 도움이나 사선변호사 선임을 검토하고 있다면 현재 기록접수통지가 언제 이뤄졌는지와 항소이유서 제출기한이 언제까지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단순히 더 좋은 항소이유서를 찾다가 중요한 절차상 기간을 놓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수감된 가족 대신 밖에서 챙길 때는 ‘소통’이 중요
구속된 피고인은 가족처럼 자유롭게 자료를 찾거나 여러 변호사에게 상담하기 어렵다.
때문에 밖에 있는 가족은 무엇이든 대신 해주고 싶은 마음에 더 조급해질 수 있다.
하지만 국선인지 사선인지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변호인이 사건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 피고인과 충분히 소통하고 있는지, 항소심에서 무엇을 주장할 예정인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재판과 양형을 앞둔 가족들이 모이는 안기모카페에서도 국선변호인 접견과 항소이유서, 사선변호사 선임 등 항소심 준비에 관한 경험과 질문이 꾸준히 공유되고 있다.
항소심을 기다리는 가족에게 항소이유서 한 장은 결과를 좌우하는 모든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제출기한을 지키면서 1심 판결에서 무엇을 다툴 것인지 정리하고, 이를 뒷받침할 기록과 자료를 변호인과 함께 준비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