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번호가 나왔으면 곧바로 재판하는 건가요?”
구속된 가족이 검찰 수사를 마치고 기소됐다는 연락을 받으면 바깥의 가족들은 이제 언제 법정에 서게 되는지부터 궁금해한다.
한 수용자 가족도 법원 사건번호가 생성된 사실을 확인한 뒤 재판이 바로 열리는 것인지, 앞으로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를 물었다. 가족이 보기에는 도주하거나 증거를 없앨 우려도 없었는데 구속이 계속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답답함도 전했다.
사건번호가 나왔다는 것은 검사가 법원에 공소장을 제출했고 사건이 수사 단계에서 재판 단계로 넘어갔다는 의미다. 이때까지 ‘피의자’로 불리던 당사자는 기소 이후 ‘피고인’이 된다.
법원은 사건을 배당하고 공소장 부본을 보내
기소가 이뤄지면 법원은 사건을 형사단독 또는 형사합의 재판부에 배당한다. 이후 피고인이나 변호인에게 검사가 제출한 공소장의 부본을 송달한다.
형사소송법은 공소가 제기되면 법원이 공소장 부본을 지체 없이 보내야 하고, 늦어도 첫 공판기일 전까지 피고인이 이를 받아볼 수 있도록 규정한다. 공소장에는 피고인의 죄명과 검사가 재판에서 입증하려는 구체적인 공소사실, 적용 법조가 기재된다.
따라서 가족이 사건번호를 확인했더라도 피고인이 공소장을 아직 받지 못했거나 담당 재판부만 정해진 상태라면 첫 공판 날짜가 바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공소장을 받은 뒤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 정리
피고인이나 변호인은 공소장 부본을 받은 뒤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일부 또는 전부를 다투는지와 공판 준비에 관한 의견을 정리해 법원에 제출하게 된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공소장 부본을 받은 날부터 7일 안에 공소사실의 인정 여부와 공판준비절차에 관한 의견 등을 기재한 의견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려는 경우에는 그 취지를 기재할 수 있다.
사건이 복잡하거나 공동피고인과 증인이 많고 쟁점 정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첫 공판 전에 공판준비절차가 진행될 수도 있다. 재판부가 기록과 양측의 의견을 검토한 뒤 공판기일을 지정하므로, 사건번호가 생성됐다고 곧바로 법정 심리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구속된 피고인은 사선변호인이 없으면 국선변호인 선정
구속 상태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사선변호인이 없다면 법원이 원칙적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 국선변호인은 공소장과 사건기록을 확인하고 피고인을 접견해 인정·부인 여부와 증거 의견, 재판에서의 방어 방향을 정리한다.
가족은 사건검색에서 변호인 이름이 등록됐는지 확인하고, 국선변호인 선정결정이 피고인에게 전달됐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변호인이 정해졌다면 첫 공판일만 기다리기보다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 피해자 합의나 변제 가능성, 가족이 준비해야 할 자료를 미리 상의하는 것이 좋다.
기소됐다고 구속 상태가 자동으로 끝나는 것은 아냐
검찰 단계에서 구속된 상태로 기소되면 기존 구금이 즉시 끝나거나 자동으로 석방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 단계에서 구속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원칙적으로 2개월이며, 구속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면 한 심급에서 2개월 단위로 두 차례까지 갱신할 수 있다. 공소제기 전의 체포·구금 기간은 법원 단계의 기간에 포함하지 않는다.
이는 반드시 해당 기간 동안 계속 구속한다는 뜻이 아니라, 법원이 피고인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는 법정 한도를 정한 것이다. 재판이 그보다 빨리 끝나거나 보석·구속취소가 허가되면 선고 전에도 석방될 수 있다.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사정도 자료로 설명해야
가족이 보기에는 일정한 주거와 직장이 있고 도주나 증거인멸 가능성이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인의 주거와 출석 가능성뿐 아니라 범죄의 중대성, 재범 위험, 피해자나 참고인에 대한 위해 가능성 등을 함께 검토해 구속 필요성을 판단한다.
구속 사유가 없어졌거나 소멸했다면 피고인이나 변호인 등이 법원에 구속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서는 배우자와 직계친족, 가족 등도 보석을 청구할 수 있지만, 신청했다고 반드시 석방되는 것은 아니며 법원이 사건기록과 구체적인 조건을 심사한다.
따라서 “도주 우려가 없다”는 주장만 반복하기보다 안정된 주거지와 재판 출석 계획, 피해자와 증인에게 연락하지 않겠다는 방안, 가족의 관리계획 등을 객관적인 자료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 공판에서는 공소사실과 증거에 대한 입장 확인
첫 공판이 열리면 재판장은 피고인의 신원을 확인하고 진술거부권을 안내한다. 이후 검사가 공소사실을 설명하고 피고인과 변호인이 혐의를 인정하는지, 어떤 증거에 동의하거나 다투는지를 밝힌다.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증거에도 큰 다툼이 없다면 재판이 비교적 간단하게 진행될 수 있다. 반면 혐의를 다투거나 증인신문과 추가 증거조사가 필요하면 여러 차례 공판이 열릴 수 있다.
심리가 모두 끝나면 검사의 구형과 변호인의 최종변론, 피고인의 최후진술을 거쳐 별도의 선고기일이 정해진다.
가족은 네 가지부터 확인해야
가족이 우선 확인해야 할 것은 법원 사건번호와 담당 재판부, 공소장 부본의 전달 여부, 변호인 선정 및 첫 공판기일이다.
그다음 공소장에 적힌 죄명과 공소사실을 토대로 피고인이 인정하거나 다투는 부분을 확인해야 한다.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라면 합의와 피해회복 가능성을 검토하고, 치료·교육과 재범 방지 계획, 가족의 관리·생계자료도 변호인과 상의해 준비할 수 있다.
안기모카페에는 기소와 사건번호 생성, 구속기간과 첫 공판처럼 처음 형사재판을 경험하는 가족들에게 낯선 절차를 묻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사건번호가 생성됐다는 사실만으로 결과를 예측하기보다 현재 어떤 서류가 전달됐고 다음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차례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