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전에 합의해야 구형이 줄어드나요?”

최근 교정생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피해자와 합의를 앞둔 가족의 질문이 올라왔다.

이미 기소돼 공판기일도 잡혀 있는 상황이었다.

피해자와는 공판기일 전까지 합의할 예정이었지만 주변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들었다.

하나는 “기소 전에 합의가 끝나야 검사가 합의 사실을 반영해 낮은 형을 구형한다”는 설명이었다.

다른 하나는 “이미 기소됐더라도 공판 전에 합의가 이뤄지면 검사가 구형할 때 반영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맞을까.

결론은 ‘기소 전 합의만 가능’이라는 기준은 없어

현행 형사소송법에는 ‘기소 전까지 합의해야만 검사가 구형에 반영한다’는 규정이 없다.

검사는 수사를 마친 뒤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이후 재판에서는 공소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공판에서 피고인신문과 증거조사가 끝나면 검사는 사실과 법률 적용에 관한 의견을 진술한다.

실무에서 흔히 ‘구형’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단계에서 검사가 밝히는 양형에 관한 의견이다.

따라서 이미 기소가 이뤄진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그 이후에 피해자와 합의가 성립하고, 그 합의서나 처벌불원서, 피해회복 자료 등이 재판기록에 제출돼 검사가 확인했다면 구형 당시 고려될 수 있다.

즉 ‘기소가 됐으니 이제 합의해도 검사 구형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단정이다.

그렇다면 b가 무조건 맞는 걸까

질문에서 제시된 두 선택지 가운데에서는 b에 더 가깝다.

다만 b 역시 그대로 받아들이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

‘공판 열리기 전까지 합의되면 검사가 반드시 합의사항을 반영해 감형된 형을 구형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합의는 검사에게 양형을 판단할 때 고려할 수 있는 하나의 사정이다.

검사는 합의 여부뿐 아니라 범죄의 종류와 피해규모, 피고인의 역할, 전과, 범행 후 태도, 피해회복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양형 의견을 정한다.

따라서 합의했다고 해서 구형이 반드시 몇 개월 또는 몇 년 내려간다고 계산할 수는 없다.

‘기소 전 합의’가 더 유리하다는 말은 왜 나올까

기소 전에 합의가 끝나면 수사단계부터 피해회복 사실이 사건기록에 반영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검사가 기소 여부와 처분을 결정할 때부터 합의서나 처벌불원서 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범죄에 따라서는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공소제기 자체와 직접 연결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범죄에서도 피해회복은 처분이나 양형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실무적으로는 합의가 가능하다면 가능한 한 이른 시점에 피해회복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 나온다.

하지만 이것이 ‘기소 전에 합의하지 못하면 이후 합의는 구형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기소 후에도 합의자료는 재판에 제출할 수 있어

기소가 이뤄지면 사건은 법원으로 넘어간다.

이후 피해자와 합의가 성립했다면 합의서, 처벌불원서, 피해금 지급내역 등 관련 자료를 법원에 제출할 수 있다.

변호인이 선임돼 있다면 변호인의견서나 양형자료에 이를 첨부해 제출하는 경우도 많다.

검사는 공판기록을 확인하며 사건을 진행하므로 적절한 시점에 제출된 자료라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공판 전 합의가 이뤄졌다면 단순히 합의서를 가지고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재판기록에 반영되도록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판 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구형 전’

질문의 표현에서는 ‘공판 전 합의’가 핵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금 더 세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

형사재판에는 첫 공판기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건에 따라 여러 차례 공판이 열릴 수도 있다.

검사가 최종적으로 형을 구하는 것은 통상 증거조사가 끝난 결심 단계다.

따라서 첫 공판이 이미 열렸더라도 아직 검사의 최종 양형 의견이 나오기 전이라면 그 사이 새롭게 이뤄진 합의와 피해회복 자료가 고려될 여지는 있다.

즉 ‘첫 공판 전까지’보다 실무적으로 더 중요한 시점은 검사가 구형하기 전까지 합의 사실과 관련 자료가 충분히 전달됐는지다.

첫 공판 후 합의해도 의미가 있을까

첫 공판이 지나갔다고 해서 합의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재판이 여러 차례 진행되는 사건이라면 그 사이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피해금을 변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사정은 이후 검사 구형이나 법원의 최종 양형 판단에서 검토될 수 있다.

다만 재판이 이미 상당히 진행돼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다면 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진다.

따라서 합의가 성립했다면 가능한 한 빨리 법원과 변호인을 통해 관련 자료를 제출해 두는 것이 좋다.

결심공판 당일 합의되면 어떻게 될까

합의가 결심공판 당일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이론적으로 합의사실을 알릴 수는 있지만 실제 검사와 법원이 그 내용을 충분히 확인할 시간은 짧아질 수 있다.

특히 합의서나 처벌불원서가 아직 정식으로 제출되지 않았거나 피해자가 서명한 자료가 준비되지 않았다면 단순히 “오늘 합의했다”는 말만으로 충분히 반영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따라서 합의가 완료되면 합의서와 처벌불원서, 지급내역 등 객관적인 자료를 신속하게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검사가 이미 구형한 뒤 합의하면 늦은 걸까

검사가 이미 구형을 마쳤다고 해서 합의가 완전히 의미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는 검사 구형과 법원의 선고를 구분해야 한다.

검사가 형을 구한 뒤에도 법원의 선고 전이라면 피해회복이라는 새로운 양형사정이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변호인을 통해 관련 자료를 추가 제출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법원이 변론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지만 항상 재개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구형 후 합의를 전제로 미리 시간을 끄는 전략보다는 가능하다면 구형 전에 합의를 마치고 자료를 제출하는 편이 일반적으로 안전하다.

검사 구형과 법원 선고는 서로 다른 것

가족들이 가장 많이 혼동하는 부분이다.

검사가 징역 2년을 구형했다고 해서 법원이 반드시 징역 2년을 선고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도 검사의 구형은 양형에 관한 의견 진술일 뿐 법원이 이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법원은 공판에서 확인된 범죄사실과 피고인의 전과, 피해 정도, 합의 여부, 피해회복, 반성, 재범 가능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독립적으로 형을 정한다.

따라서 합의의 의미를 단순히 ‘검사 구형을 낮추기 위한 자료’로만 보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오히려 최종적으로는 법원의 양형 판단에서 어떻게 평가되는지가 더 중요하다.

합의는 실제 양형기준에서도 중요한 요소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여러 범죄 양형기준에서는 ‘처벌불원’이나 ‘실질적 피해회복’을 긍정적인 양형요소로 두고 있다.

범죄유형마다 세부 기준은 다르지만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거나 피해가 실질적으로 회복된 경우를 중요한 참작사유로 평가하는 구조는 여러 양형기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합의서 한 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감경되는 것은 아니다.

피해가 실제로 어느 정도 회복됐는지, 피해자의 의사가 진정한 것인지, 전체 피해액 가운데 얼마가 변제됐는지 등이 함께 문제될 수 있다.

‘처벌불원’과 ‘금전 합의’도 구분해야

피해자에게 돈을 지급했다고 해서 항상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합의서에 어떤 내용이 기재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피해금만 변제하고 처벌에 관한 의사는 별도로 밝히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고, 반대로 피해자가 처벌불원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한 경우도 있다.

따라서 합의를 진행할 때는 단순히 금액만 정하는 것보다 합의서에 피해회복 범위와 피해자의 의사가 어떻게 표현돼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합의금이 적으면 아무 의미가 없을까

이 역시 사건마다 다르다.

전체 피해액과 비교해 어느 정도 피해회복이 이뤄졌는지가 중요하게 평가될 수 있다.

양형위원회도 여러 양형기준에서 ‘실질적 피해 회복’을 별도의 양형요소로 구분하고 있다.

일부 변제에 그쳤다면 완전한 합의와 동일하게 평가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 의미가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피해액, 변제비율, 피해자의 의사 등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합의가 됐다고 검사에게 자동으로 전달되는 것은 아냐

가족들이 실무적으로 가장 주의할 부분이다.

피고인과 피해자가 개인적으로 합의했다고 해서 그 사실이 자동으로 검찰이나 법원에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합의가 완료되면 합의서와 처벌불원서 등이 적절하게 제출돼야 한다.

변호인이 있다면 변호인에게 즉시 전달하고 재판기록에 제출됐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특히 공판기일이 임박한 사건에서는 “합의는 끝났으니 알아서 반영되겠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변호인의견서에 합의 내용을 넣는 이유

변호인은 단순히 합의서를 제출하는 것 외에도 그 합의가 사건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설명하는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

피해금 전액을 변제했는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지, 추가적인 피해회복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을 정리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검사와 법원이 현재까지의 피해회복 경과를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합의가 여러 피해자 가운데 일부와만 이뤄진 사건이라면 누구와 얼마만큼 합의했는지도 구분해 정리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가 여러 명이라면 일부 합의도 반영될 수 있어

여러 피해자가 있는 사건에서는 모든 피해자와 동시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일부 피해자와만 합의했다고 해서 그 합의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전체 피해규모 가운데 어느 정도가 회복됐는지, 합의하지 못한 피해자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등도 함께 고려될 수 있다.

따라서 일부 합의를 전체 피해가 모두 회복된 것처럼 표현해서는 안 된다.

현재까지의 피해회복 상황을 사실 그대로 정리해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합의하면 검사가 몇 년 낮춰준다’는 공식은 없어

온라인에서는 “합의하면 구형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처벌불원서가 있으면 1년 정도 낮춰준다”는 식의 이야기를 접하기도 한다.

그러나 법적으로 정해진 공식은 없다.

같은 죄명이라도 피해액, 피해자 수, 범행기간, 피고인의 역할, 범죄전력 등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구형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다른 사건에서 합의 후 구형이 크게 낮아졌다는 경험담을 자신의 사건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검사가 구형한 뒤에도 판사는 별도로 판단해

검사가 합의를 반영해 예상보다 낮은 형을 구형하더라도 법원이 반드시 그 이하의 형을 선고한다는 보장은 없다.

반대로 검사의 구형이 생각보다 높게 나왔다고 해서 법원이 반드시 그 정도의 형을 선고하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은 검사의 구형은 양형에 관한 의견일 뿐 법원을 구속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가족 입장에서는 구형 숫자 하나에만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최종 선고일까지 제출할 수 있는 양형자료를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판 전 합의 예정이라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현재 공판일정이 잡혀 있고 그 전에 합의가 예정돼 있다면 우선 실제 합의가 완료되는 즉시 자료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합의서, 처벌불원서, 피해금 지급내역 등이 제대로 갖춰졌는지 확인하고 변호인에게 전달해야 한다.

변호인에게는 해당 자료를 언제 법원에 제출할 것인지, 검사가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것인지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특히 결심공판이 예정돼 있다면 더 미루지 않는 것이 좋다.

기소 전이냐 공판 전이냐보다 ‘실제로 기록에 반영됐느냐’가 중요

안기모카페에서는 “기소 전에 합의해야 의미가 있다”, “첫 재판 전이면 된다”, “선고 전까지만 하면 된다”는 서로 다른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하지만 각각의 시점은 의미가 조금씩 다르다.

기소 전 합의라면 수사와 기소 단계부터 피해회복 사실을 검사가 확인할 수 있다.

기소 후 공판 전이나 공판 진행 중 합의라면 이후 재판과 검사의 양형 의견에 고려될 수 있다.

검사 구형 후 합의라면 검사 구형에는 이미 반영되지 못했을 수 있지만 법원의 선고 전 새로운 양형자료로 제출할 여지는 있다.

따라서 가장 정확한 설명은 ‘기소 전에만 합의해야 한다’가 아니다.

가능하면 빠를수록 좋지만, 기소 이후라도 검사가 구형하기 전에 합의가 완료되고 관련 자료가 제대로 제출된다면 검사와 법원이 이를 고려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합의 시점을 하나의 마감일처럼 보는 것이 아니라 피해회복이 실제로 어느 정도 이뤄졌고 그 내용이 재판기록에 제대로 전달됐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