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사건으로 민사가 들어오면 배우자 재산도 압류되나요?”
온라인 교정정보 커뮤니티에는 사기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를 준비 중인 가족의 사연이 올라왔다.
사건 전체 피해금액은 상당한 규모이고 여러 피고인이 함께 재판을 받고 있지만, 가족이 주장하는 실제 취득액은 전체 피해액과 차이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가족에게 가장 걱정되는 것은 앞으로 피해자들이 민사소송을 제기했을 때다.
배우자 명의 자동차부터 월세보증금, 배우자 명의 통장까지 압류될 수 있는지를 묻고 있었다.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형사사건의 ‘피고인’과 민사집행의 ‘채무자’를 구분해야 한다.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남편의 민사채무를 대신 갚는 것은 아냐
우리 민법은 부부별산제를 기본으로 한다.
현행 민법 제830조는 부부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지고 있던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그 사람의 특유재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831조 역시 부부가 자신의 특유재산을 각자 관리·사용·수익한다고 규정한다.
쉽게 말해 결혼했다고 해서 남편과 아내의 모든 재산이 법적으로 하나로 합쳐지는 것은 아니다.
남편이 사기 피해자에 대해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한다고 해서 아내가 단순히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동일한 채무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민사판결이나 집행권원이 남편을 채무자로 하고 있다면 원칙적으로 남편 소유의 재산을 대상으로 강제집행하게 된다.
배우자 명의 통장은 원칙적으로 별개의 재산
가장 걱정하는 것이 은행계좌다.
아내 명의로 개설돼 있고 아내가 자신의 소득과 자금을 관리해온 계좌라면 원칙적으로 남편 명의 계좌와 구분된다.
남편을 채무자로 하는 집행권원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채권자가 아내 명의 계좌를 곧바로 남편의 예금처럼 압류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남편에게 사기 손해배상채무가 생겼으니 아내 통장도 모두 압류된다”는 식의 설명은 정확하지 않다.
다만 계좌 명의와 실제 자금 소유자가 다른 문제는 별개다.
남편의 돈을 강제집행에서 벗어나게 할 목적으로 배우자 계좌로 옮겼거나 배우자 명의만 빌려 실질적으로 남편의 자금을 관리해온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단순한 명의만으로 모든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자금의 출처와 거래경위가 쟁점이 될 수 있다.
배우자 명의 자동차도 원칙적으로 남편 재산과 구별해야
자동차 역시 기본적인 출발점은 같다.
배우자 명의로 정상적으로 취득해 배우자의 재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차량이라면 남편에게 채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남편 재산처럼 강제집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자동차는 등록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명의관계가 중요한 판단자료가 된다.
하지만 자동차 구입대금을 실제 누가 부담했는지, 명의만 배우자로 해둔 것은 아닌지 등의 문제가 별도로 제기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
대법원도 부부 일방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사람의 특유재산으로 추정되지만, 실질적으로 다른 배우자가 그 재산의 대가를 부담해 취득했다는 사실 등이 증명되면 그 추정이 번복될 수 있다고 판단해 왔다.
따라서 ‘배우자 명의’라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지만 언제나 그것 하나만으로 실제 소유관계에 관한 모든 다툼이 끝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배우자 명의 월세보증금도 같은 원칙에서 살펴봐야
월세나 전세 임대차보증금도 가족들이 많이 걱정하는 부분이다.
여기서는 임대차계약의 임차인이 누구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아내가 임차인으로 계약하고 아내에게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이 귀속되는 경우라면 기본적으로 남편의 채권과는 구별된다.
반대로 계약상 임차인이 남편이고 보증금 반환채권 역시 남편에게 있다면 남편의 채권자가 그 반환채권을 압류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
즉 실제 거주지가 부부 공동의 집이라는 사실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임대차계약의 당사자와 보증금 반환채권의 귀속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집 안에 있는 물건은 이야기가 조금 달라질 수 있어
예금이나 임대차보증금과 달리 부부가 함께 사용하는 집 안의 유체동산은 주의할 부분이 있다.
현행 민사집행법 제190조는 채무자와 배우자의 공유로서 채무자가 점유하거나 배우자와 공동으로 점유하고 있는 유체동산을 압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830조 제2항도 부부 중 누구에게 속하는지 분명하지 않은 재산은 부부의 공유로 추정한다.
따라서 집 안에 있는 모든 물건에 대해 단순히 “배우자가 사용하니까 절대 압류할 수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반면 명백하게 배우자 단독소유라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물건이라면 그 소유관계가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민사집행법은 부부공유 유체동산이 압류된 경우 공유지분을 주장하는 배우자가 매각대금의 지급을 요구할 수 있는 절차도 두고 있다.
형사사건 전체 피해액과 개인의 민사책임액은 반드시 같지는 않아
사연에서는 전체 사기 피해금액과 해당 피고인이 실제로 취득했다고 주장하는 금액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여기서 “내가 실제로 가져간 돈은 얼마 되지 않으니 그 금액만 책임진다”고 바로 결론 내리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사기 범행에 관여한 사건에서는 각 피고인의 가담행위와 공동불법행위 성립 여부에 따라 민사상 책임범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법상 공동불법행위가 인정되면 공동불법행위자들이 피해자에 대해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형사재판에서 개인이 실제로 취득한 수수료가 얼마인지만으로 최종 민사책임액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
공범 13명 가운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어떤 피해에 관여했는지, 공동불법행위가 인정되는지 등을 개별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형사재판에서 1심 실형을 받았다고 바로 압류되는 것도 아냐
또 하나 구분할 것이 있다.
형사재판에서 사기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사실과 피해자가 민사상 강제집행을 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피해자가 피고인의 재산을 강제로 압류·추심하려면 민사판결 등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집행권원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 형사절차에서 배상명령이 확정돼 집행력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1심에서 징역형이 나왔으니 피해자가 내일부터 가족 재산을 모두 압류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
형사책임과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실제 강제집행 절차는 구분해서 살펴봐야 한다.
재산을 배우자 앞으로 옮기면 안전하다는 생각은 위험해
가족들이 불안한 마음에 생각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재산 명의를 급하게 배우자에게 넘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채무가 발생한 상황에서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재산을 배우자나 가족 앞으로 이전하는 것은 오히려 별도의 법적 분쟁을 만들 수 있다.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재산을 처분한 경우에는 채권자가 일정한 요건 아래 사해행위취소를 청구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압류가 걱정된다는 이유만으로 자동차나 예금, 부동산 등을 급하게 가족 앞으로 이전하는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
이미 배우자에게 정상적으로 귀속돼 있던 재산과 채무가 발생한 뒤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이전한 재산은 전혀 다른 문제다.
배우자는 자신의 재산이라는 자료를 정리해둘 필요가 있어
배우자 명의 재산이 정상적으로 형성된 것이라면 불안해서 임의로 재산을 옮기기보다 그 재산이 어떻게 마련됐는지를 확인해두는 편이 중요하다.
자동차라면 구입시기와 구입자금, 자동차등록 관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은행계좌라면 배우자의 급여나 사업소득 등 자금이 어떻게 들어왔는지 거래내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임대차보증금이라면 임대차계약서의 임차인과 보증금 지급내역을 확인해둘 수 있다.
향후 실제 소유관계가 문제되는 상황이 생긴다면 이러한 자료들이 사실관계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배우자가 사건에 관여했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어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은 배우자가 사기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고 단지 피고인의 배우자라는 전제에서다.
배우자 역시 범행에 가담했거나 피해금이 배우자에게 흘러갔거나, 피해자의 돈으로 배우자 명의 재산을 취득했다는 등의 사정이 있다면 별도의 법률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단순히 “배우자 명의니까 안전하다”는 논리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혼인관계 자체가 아니라 해당 재산의 실제 소유관계와 취득경위, 자금의 흐름이다.
민사가 들어온다면 청구금액부터 확인해야
사기 사건에서 피해자가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가족은 ‘압류’부터 걱정하기 쉽다.
그러나 먼저 확인할 것은 피해자가 누구를 상대로 얼마를 청구했고 어떤 법적 근거를 주장하고 있는지다.
특히 여러 명의 공범이 함께 기소된 사건이라면 피해자가 피고인 모두에게 전체 손해에 대한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주장할 수도 있다.
이때 해당 피고인의 역할과 관여 범위에 따라 방어해야 할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형사 항소심이 진행 중이라면 형사기록에서 인정된 범행내용과 피해금액, 피고인의 역할 역시 민사 대응에서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배우자 명의라는 이유만으로 모두 압류되는 것은 아니다
사기 피해금액이 크고 여러 피고인이 함께 재판받는 사건에서는 가족의 불안도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남편이 형사사건의 피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내의 통장과 자동차, 임대차보증금이 자동으로 남편의 재산이 되는 것은 아니다.
민법은 혼인 중 각자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원칙적으로 그 명의자의 특유재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배우자가 독립적으로 형성하고 소유해온 재산이라면 우선 남편의 재산과 구분해 판단해야 한다.
다만 명의만 배우자에게 있을 뿐 실제로는 남편의 재산인지, 피해금이 배우자 재산 취득에 사용됐는지, 부부 공동소유 재산인지 등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공범이 많은 사기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실제 취득한 금액과 민사상 책임범위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민사소송이나 가압류·압류가 실제로 시작됐다면 단순히 ‘누구 명의인가’만 확인하지 말고 소장이나 결정문에 적힌 채무자, 청구금액과 청구원인, 해당 재산의 취득자금과 실제 소유관계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