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살고 있는데 집에 있는 물건까지 압류될까 무서워요”
최근 교정생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가족이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된 뒤 민사소송까지 걱정하고 있다는 사연이 올라왔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피해회복이나 합의를 진행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앞으로 피해자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을 때 남아 있는 가족에게까지 피해가 오는지였다.
집에 있는 가구와 가전제품에 압류 표시가 붙고 물건을 가져가는 것은 아닌지, 아이들과 생활하는 집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 불안하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걱정을 이해하려면 먼저 ‘형사책임’과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
형사처벌을 받았다고 민사책임이 끝나는 것은 아냐
형사재판에서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선고받는 것과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는 민사책임은 별개의 문제다.
민법은 고의나 과실로 위법하게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형사재판이 끝났거나 피고인이 교도소에 수감됐더라도 피해자는 별도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된 사건이라면 피해자가 그 판결내용 등을 민사사건에서 자료로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민사재판에서는 실제 손해가 얼마인지, 어느 범위까지 배상해야 하는지, 여러 피고인이 있다면 각자의 책임이 어떻게 되는지 등이 다시 문제될 수 있다.
배우자가 죄를 지었다고 내가 자동으로 빚을 지는 것은 아냐
가족들이 가장 먼저 알아둘 부분이다.
부부라고 해서 배우자 한쪽의 모든 채무를 다른 배우자가 자동으로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민법은 혼인 전부터 가지고 있던 재산이나 혼인 중 자신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각자의 특유재산으로 본다.
부부가 각자의 재산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또 민법상 부부가 일상적인 가사를 위해 제3자와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는 일정한 범위에서 다른 배우자에게 연대책임이 인정될 수 있지만, 형사범죄로 발생한 손해배상채무를 일반적인 생활비나 일상가사 채무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남편이나 아내가 범죄를 저질러 피해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고 해서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상대 배우자에게 같은 금액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배우자도 사건에 관여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어
예외적으로 배우자 본인이 해당 불법행위에 함께 관여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민법 제760조는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불법행위를 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연대해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한다.
교사하거나 방조한 사람도 공동행위자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배우자가 단순히 가족이라는 이유가 아니라 실제 범행이나 불법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별도의 책임이 문제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부부인가’가 아니라 ‘누가 실제 불법행위의 책임을 부담하는가’다.
민사소송이 들어왔다고 바로 집행관이 찾아오는 것도 아냐
민사소송이 제기됐다고 다음 날 바로 집에 압류 표시가 붙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피해자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이 피고에게 소장 부본을 송달한다.
피고가 청구내용을 다툰다면 소장을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 뒤 재판을 거쳐 판결이나 조정 등 집행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고, 채권자가 별도로 강제집행을 신청하는 단계가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민사소송 제기’와 ‘가재도구 압류’는 같은 단계가 아니다.
소장을 받는 순간부터 먼저 해야 할 일은 청구원인과 청구금액, 피고로 누구를 지정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수감 중인 사람에게 소장이 오면 더 주의해야
피고인이 교정시설에 수용 중이라면 가족은 소송서류가 어디로 송달되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본인이 수감돼 있다는 이유로 법원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거나 답변서 제출 시기를 놓치면 방어에 불리해질 수 있다.
민사소송법상 피고가 원고의 청구를 다투는 경우 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답변서를 제출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가족이 법원서류가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 수감자나 변호인에게 최대한 빠르게 전달하고 대응 방향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에 있는 냉장고·세탁기가 전부 압류되는 것은 아냐
흔히 유체동산 압류를 ‘빨간딱지 붙인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집 안의 모든 물건을 압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민사집행법은 채무자와 함께 사는 가족의 생활에 필요한 의복, 침구, 가구, 부엌기구 등 생활필수품을 압류금지 물건으로 정하고 있다.
또 일정한 범위의 식료품과 연료, 생활에 필요한 금전 등도 보호한다.
따라서 아이들과 생활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가구와 생활필수품까지 아무 구분 없이 모두 가져가는 구조는 아니다.
그렇다면 고가의 가전이나 가구는 어떻게 될까
생활필수품인지 여부와 별도로 해당 물건이 누구 소유인지도 중요하다.
민사집행법은 기본적으로 채무자가 점유하고 있는 유체동산을 압류하는 방식으로 강제집행하도록 하고 있다.
또 채무자와 배우자가 공동으로 소유하면서 채무자가 점유하거나 부부가 함께 점유하고 있는 물건은 압류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부부가 함께 구입하고 함께 사용해 온 고가의 가전이나 가구라면 공동소유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반대로 배우자가 자신의 돈으로 구입해 자신의 소유라는 점이 명확한 물건이라면 채무자의 재산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내 돈으로 산 물건’이라면 자료를 미리 남겨두는 게 좋아
가족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배우자 개인 소유라고 주장해야 할 물건이 있다면 구매내역이나 카드결제 내역, 계좌이체 기록, 주문내역, 영수증 등을 정리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누가 언제 어떤 자금으로 구입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다.
특히 고가의 TV, 냉장고, 컴퓨터, 가구 등 소유관계가 나중에 문제될 수 있는 물건이라면 관련 자료를 버리지 않는 것이 좋다.
다만 단순히 가족 명의로 영수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구매자금과 이용관계 등 여러 사정이 함께 문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부의 것인지 누구 것인지 불분명하면 ‘공유’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민법은 부부 가운데 누구에게 속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은 재산을 부부의 공유로 추정한다.
따라서 소유관계가 모호한 물건은 실제 강제집행 단계에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민사소송이나 집행 가능성이 걱정되는 상황이라면 나중에 급하게 자료를 찾기보다 미리 재산관계를 정리해 놓는 것이 좋다.
채무자 명의의 예금·차량·부동산이 무엇인지, 배우자 본인 명의 재산은 무엇인지, 공동으로 구입한 물건은 무엇인지 구분해 보는 것이다.
내 물건인데 압류됐다면 대응방법이 있어
강제집행 과정에서 실제 채무자가 아닌 제3자의 물건이 압류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민사집행법 제48조는 제3자가 강제집행의 목적물에 대해 자신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 채권자를 상대로 ‘제3자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필요한 경우 강제집행 정지를 함께 검토할 수도 있다.
따라서 배우자 개인 소유의 물건까지 잘못 압류됐다고 판단된다면 아무 대응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단계에 이르면 신속한 대응이 중요하기 때문에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피해회복을 못했다고 민사재판에서 아무 대응도 못하는 것은 아냐
경제적으로 어려워 피해회복을 하지 못했다면 가족 입장에서는 “어차피 돈이 없으니 민사소송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피해자에게 배상할 경제적 여력이 없는 것과 민사소송에서 청구금액과 법적 책임을 확인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실제 피해액이 얼마인지, 이미 지급된 금액이 있는지, 여러 피고인이 함께 책임지는 사건인지, 중복 청구되는 부분은 없는지 등을 확인해야 할 수 있다.
형사사건에서 공범이 여러 명이었다면 민사소송에서는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책임이 문제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소장을 받았다면 단순히 ‘돈이 없다’는 이유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소장을 받았다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할까
가장 먼저 법원과 사건번호, 원고가 누구인지 확인해야 한다.
다음으로 피고가 수감자 본인만인지 배우자까지 포함돼 있는지를 본다.
청구금액과 피해자가 주장하는 손해의 내용도 확인한다.
형사판결문과 공소장, 합의나 일부 변제 내역, 공탁 여부 등 기존 형사사건 자료가 있다면 함께 정리하는 것이 좋다.
공범이 있다면 다른 피고들과 어떤 책임관계로 청구하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소장 송달일을 적어둬야 한다.
다투는 경우 답변서 제출기간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집에 있는 물건은 소유관계를 정리해 두는 것이 좋아
소송과 별도로 강제집행 가능성까지 걱정된다면 현재 재산관계를 한 번 정리해볼 수 있다.
수감자 명의의 예금·차량·부동산, 배우자 본인 명의의 재산, 부부 공동으로 마련한 재산 등을 구분하는 것이다.
집 안의 고가 가전이나 가구 가운데 배우자 개인 소유라는 점이 명확한 물건은 결제내역이나 구매영수증 등을 보관해 두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다고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채무자 재산을 가족 명의로 허위 이전하거나 재산을 숨기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재산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실제 소유관계를 사실대로 정리하는 것이다.
아이들과 생활한다면 생활필수품 보호 규정도 알아둘 필요가 있어
가족들이 ‘빨간딱지’라는 말을 들으면 당장 집 안의 모든 것이 사라지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민사집행법에는 채무자와 함께 사는 가족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압류금지 규정이 있다.
생활에 필요한 의복과 침구, 가구와 부엌기구 등 생활필수품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자녀와 함께 생활하는 가정이라면 이런 규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다만 어떤 물건이 구체적으로 생활필수품에 해당하는지는 물건의 성격과 가정의 상황 등에 따라 판단될 수 있어 모든 가전제품이 일률적으로 압류금지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예금도 일정 범위는 압류금지 규정이 있어
2026년 2월부터 시행되는 민사집행법 시행령은 생활에 필요한 1개월 생계비로서 압류하지 못하는 금전의 기준을 250만원으로 정하고 있다.
또 일정한 범위의 예금 역시 압류금지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실제 계좌가 압류됐을 때는 돈의 성격과 압류금지 범위, 여러 계좌의 존재 여부 등 구체적인 확인이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통장에 250만원 이하가 있으면 어떤 경우에도 압류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이해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어렵다면 무료 법률상담부터 받아도 돼
이번 사연처럼 경제적으로 이미 어려운 상황이라면 법률상담 비용 자체가 부담될 수 있다.
이 경우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이용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공단은 132 전화상담과 방문상담 예약 등을 운영하고 있다.
사건의 종류와 소득·재산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단순 상담을 넘어 소송구조 대상이 되는지도 확인해볼 수 있다.
민사소장이 실제로 도착했다면 소장과 형사판결문 등 관련 서류를 준비해 상담을 받는 편이 훨씬 구체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것은 ‘겁먹고 재산부터 옮기는 것’이 아냐
안기모카페에는 가족의 형사재판이 끝난 뒤 이번에는 민사 손해배상청구가 들어올까 걱정하는 사연이 적지 않다.
특히 배우자는 “아이들과 사는 집까지 압류되면 어떻게 하나”라는 불안부터 갖게 된다.
하지만 수감된 배우자가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한다고 해서 다른 배우자와 자녀의 모든 재산이 자동으로 채무자의 재산이 되는 것은 아니다.
민사소송이 들어왔다고 곧바로 집 안 모든 물건이 압류되는 것도 아니다.
반대로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 역시 아니다.
소장이 오면 방치하지 말고 청구금액과 책임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가족 소유 재산과 채무자 재산도 미리 구분해 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소유관계가 중요한 고가 물품은 결제내역이나 영수증 등 자료를 보관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경제적인 여력이 없다면 무료 법률상담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히 ‘빨간딱지가 붙을 것’이라고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민사소송과 강제집행이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 알고, 실제 자신의 책임과 재산 범위를 하나씩 확인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