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범과 누범은 같은 말이 아냐
형사사건에서 과거 처벌 전력이 있는 사람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면 흔히 “재범했다”거나 “누범이다”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두 용어의 법적 의미는 다르다.
재범은 이전 범죄 이후 다시 범죄를 저지른 상황을 넓게 가리킨다. 과거에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받은 사람이 다시 범죄를 저지른 경우도 일반적인 의미에서는 재범으로 부를 수 있다.
반면 누범은 형법 제35조가 정한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성립한다. 형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된 뒤 3년 안에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사람을 누범으로 처벌하고, 해당 범죄에 정해진 형의 장기를 2배까지 가중하도록 규정한다.
따라서 전과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누범이 되는 것은 아니다.
누범이 성립하려면 네 가지를 확인해야
누범 여부는 다음 순서로 확인할 수 있다.
이전에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는지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됐거나 면제됐는지
그 시점부터 3년 안에 새 범죄를 저질렀는지
새 범죄가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인지
이 가운데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형법 제35조에 따른 일반 누범가중은 적용할 수 없다.
다만 누범이 아니더라도 전과 횟수와 동종전과, 범행 사이의 기간은 형량을 정할 때 불리한 사정으로 고려될 수 있다.
이전 형은 금고 이상이어야
누범의 기준이 되는 이전 형은 금고 이상의 형이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교도소에서 실제로 복역한 징역형이나 금고형 전력이 문제된다. 과거 처분이 벌금형이나 과료, 기소유예에 그쳤다면 해당 전력만으로 누범이 성립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음주운전 벌금형을 받은 사람이 다시 음주운전을 했다면 반복 음주운전 또는 동종전과로 더 무겁게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벌금형만으로 형법 제35조의 일반 누범가중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누범이 아니다”라는 말은 과거 전과가 새로운 사건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집행유예 전력만으로는 일반 누범이 아냐
징역형의 집행유예는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일정 기간 실제 집행을 유예하는 판결이다.
집행유예 기간에 새로운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이전 집행유예 전력만으로 형법 제35조의 일반 누범가중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누범은 이전 형의 실제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된 상태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다만 집행유예 기간 중의 범죄에는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기존 집행유예의 실효 또는 취소 여부가 문제될 수 있고, 새 범죄에 대해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는지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형법 제62조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된 뒤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집행유예 기간 중 저지른 범죄도 판결 당시 기존 형의 효력이 남아 있는지 등에 따라 집행유예 결격이 문제될 수 있다.
따라서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은 일반 누범과 동일하지 않지만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형 집행 종료일은 출소일과 다를 수 있어
누범기간은 판결이 확정된 날이나 교도소에 입소한 날부터 계산하지 않는다.
원칙적으로 이전 금고 이상 형의 집행이 종료됐거나 면제된 때부터 계산한다.
만기출소한 사건이라면 실제 출소일과 형 집행 종료일이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석방과 형집행정지, 여러 형의 연속 집행, 벌금 미납에 따른 노역장 유치가 함께 있었던 사건에서는 날짜가 달라질 수 있다.
대법원은 2025년 판결에서 징역형 집행 중 벌금 미납에 따른 노역장 유치가 먼저 집행돼 실제 출소일이 늦어진 사건에서도, 징역형 자체의 집행 종료 예정일을 기준으로 누범기간을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실제 교정시설에서 나온 날만으로 누범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따라서 가족이 기억하는 출소일만으로 3년을 계산하기보다 판결문과 형 집행자료, 수용·출소 관련 기록을 확인해야 한다.
가석방자는 언제부터 3년을 계산할까
가석방은 교정시설에서 석방되는 날 남은 형이 즉시 사라지는 제도가 아니다.
가석방이 실효되거나 취소되지 않은 채 유기형의 남은 형기가 지나야 형 집행이 종료된 것으로 본다. 따라서 가석방된 날이 아니라 원래 남아 있던 형기가 모두 지난 시점을 기준으로 누범기간이 시작되는 것이 원칙이다.
대법원도 가석방 기간 중 새로운 범죄를 저질렀다면 아직 이전 형의 집행이 종료된 상태가 아니므로 형법 제35조의 일반 누범으로 가중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가석방 기간 중 범죄를 저지르면 가석방의 실효·취소와 남은 형 집행, 새 범죄의 처벌이 함께 문제될 수 있다.
따라서 “가석방 후 3년 안에 범행했으니 무조건 누범”이라고 계산해서는 안 된다.
3년은 새로운 재판일이 아니라 범행일 기준
누범기간 안에 범죄를 저질렀는지는 새로운 사건의 재판일이나 판결 확정일이 아니라 실제 범행일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예를 들어 이전 징역형 집행 종료일이 2024년 3월 10일이고 새로운 범행일이 2026년 8월 1일이라면 집행 종료 뒤 3년 안에 발생한 범죄이므로 누범 요건을 검토할 수 있다.
새 사건의 재판이 2027년 또는 그 이후에 열렸다고 누범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경찰 조사나 재판이 출소 후 3년 안에 시작됐더라도 실제 범행일이 집행 종료일부터 3년이 지난 뒤라면 일반 누범가중을 적용할 수 없다.
범행이 여러 날 계속됐다면 계산이 복잡해져
사기나 업무방해처럼 하나의 계속된 범의 아래 여러 행위가 일정 기간 이어져 포괄일죄로 평가되는 사건이 있다.
대법원은 포괄일죄의 일부 범행이 누범기간 안에 이뤄졌다면 나머지 범행이 누범기간이 지난 뒤 이뤄졌더라도 범행 전체를 누범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각각 별개의 범죄로 평가되는 여러 행위 가운데 일부만 누범기간 안에 발생했다면 범행별로 누범가중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범죄일람표가 첨부된 사건에서는 각 범행의 날짜와 포괄일죄·경합범 관계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누범이면 형이 정확히 두 배가 될까
누범이라는 이유만으로 실제 선고형이 정확히 두 배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형법 제35조는 해당 범죄에 정해진 형의 장기를 2배까지 가중하도록 한다. 이는 법원이 형을 정할 수 있는 법률상 상한을 확대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인 범죄라면 누범가중으로 징역형 장기가 20년까지 확대될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이 기존에 예상한 형량에 단순히 2를 곱해 선고하는 것은 아니다.
유기징역이나 유기금고는 가중하더라도 전체 상한이 50년으로 제한된다. 따라서 원래 장기의 두 배가 50년을 넘는 경우에도 유기 자유형은 최대 50년의 범위 안에서 정해진다.
법원은 가중된 처단형 범위 안에서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해 실제 형량을 결정한다.
범행 수법과 피해 규모
새로운 범행까지의 기간
피해회복과 합의 여부
범죄 전력과 반복성
치료·상담과 재범방지 노력
피고인의 역할과 가담 정도
주거·직업과 가족 보호환경
벌금형을 선택하면 어떻게 될까
새 범죄의 법정형에 징역형과 벌금형이 함께 규정된 경우도 있다.
누범가중은 해당 범죄에 정해진 자유형의 장기를 가중하는 제도다. 법원이 구체적인 사건에서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는지와 실제로 어떤 형을 선택할지는 적용 법조와 범행 내용, 전과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후범의 법정형에 징역형이 있으니 반드시 실형이 선고된다”거나 “벌금형 선택 가능성이 있으니 누범의 영향이 없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판결문에서는 ‘형의 선택’과 ‘누범가중’ 부분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형이 나중에 실효되면 누범도 사라질까
2026년 대법원은 누범기간 안에 새로운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 후 이전 형이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실효됐더라도 이미 성립한 누범사유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즉 후범을 저지른 당시 형법 제35조의 요건을 충족했다면 재판 과정에서 이전 형이 나중에 실효됐다는 이유만으로 누범가중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는 형의 실효 여부를 누범 판단에서 전혀 확인할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이전 형의 종류와 집행 종료일, 후범일, 형이 실효된 시점을 정확히 대조해야 한다. 다만 후범 당시 이미 누범요건이 완성됐다면 이후의 형 실효가 그 법적 효과를 되돌리지 않는다는 것이 최근 대법원의 판단이다.
누범이면 집행유예가 무조건 불가능할까
누범에 해당하는 범죄는 대체로 형법 제62조의 집행유예 결격기간과 겹친다.
형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된 뒤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한다.
따라서 이전 실형을 마치고 3년 안에 새 범죄를 저질러 징역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집행유예가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누범과 집행유예 결격은 규정과 적용 구조가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다.
특히 집행유예 기간 중 발생한 범죄는 형법 제35조의 일반 누범은 아닐 수 있지만, 새 사건의 판결 시점과 기존 집행유예의 효력에 따라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집행유예 가능성을 확인할 때는 다음 사항을 함께 살펴야 한다.
이전 판결이 실형인지 집행유예인지
이전 판결의 확정일
형 집행 종료 또는 면제일
새로운 범행일
새 사건에서 선고할 형의 종류
기존 집행유예의 실효·취소 여부
특별법의 재범가중은 별도로 확인
형법 제35조 외에도 특정 범죄를 반복한 사람을 가중처벌하는 특별법 규정이 있다.
반복 절도와 특정강력범죄 등에서는 이전 범죄의 종류와 횟수, 선고된 형, 재범기간과 법정형을 별도로 규정할 수 있다.
특별법상 재범가중은 일반 누범보다 요건이 엄격하거나 형량이 무거울 수 있다. 반대로 해당 특별법 조항 자체가 누범에 관한 특별규정으로 평가돼 형법 제35조의 일반 누범가중을 다시 중복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판결문이나 공소장에 ‘누범’이라는 표현이 있다면 다음을 구분해야 한다.
형법 제35조의 일반 누범인지
특정범죄가중법 등 특별법상 재범가중인지
상습범 조항이 별도로 적용됐는지
동일한 사유를 중복 가중했는지
누범 전과와 기간은 공식 자료로 확인해야
누범은 법정형의 범위를 높이는 가중사유이므로 이전 판결과 형 집행 종료·면제일, 새로운 범행일을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법원은 판결문과 범죄경력조회, 형 집행자료, 수용·출소 관련 기록 등을 토대로 누범 여부를 판단한다.
피고인이나 가족이 기억하는 대략적인 출소일만으로 계산해서는 오류가 생길 수 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사정이 있다면 공식 기록 확인이 중요하다.
여러 징역형을 연속으로 집행한 경우
벌금 미납 노역장 유치가 함께 집행된 경우
가석방됐다가 남은 형기가 경과한 경우
형집행정지 기간이 있었던 경우
사면 또는 형 집행면제가 있었던 경우
포괄일죄의 범행기간이 3년 경계에 걸친 경우
이전 형이 재판 중 실효된 경우
판결문에서는 어디를 확인해야 하나
누범가중이 적용된 판결문에는 일반적으로 ‘범죄전력’과 ‘법령의 적용’ 부분에 관련 내용이 표시된다.
법령의 적용에는 형법 제35조와 제42조 등이 기재될 수 있고, 어떤 전과를 근거로 어느 범죄에 누범가중을 적용했는지가 나타날 수 있다.
여러 범죄 가운데 일부만 누범기간에 발생했다면 해당 범죄에만 누범가중이 적용될 수도 있다.
판결문을 검토할 때는 다음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이전 형이 금고 이상인지
실제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받았는지
집행 종료일이 정확한지
새 범죄일이 3년 안인지
누범 대상 범죄가 정확히 특정됐는지
포괄일죄와 경합범 판단이 적절한지
특별법 가중과 일반 누범가중이 중복되지 않았는지
가중된 처단형 범위가 정확히 계산됐는지
누범가중이 잘못 적용되면 법정형 상한과 집행유예 가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항소심에서 법리오해 쟁점이 될 수 있다.
누범 사건에서도 양형자료는 의미 있어
누범가중이 법률상 적용된다고 피해회복과 재범방지 자료가 의미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누범은 법정형의 범위를 확대하지만 법원은 그 범위 안에서 구체적인 형량을 정해야 한다.
특히 이전 형 집행을 마친 뒤 다시 범죄를 저지른 원인이 알코올·약물 의존, 도박과 채무, 충동조절 문제 등에 있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치료와 상담이 중요할 수 있다.
준비할 수 있는 자료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피해변제 내역과 합의서
형사공탁 관련 자료
중독·정신건강 치료기록
재범방지 교육과 상담 이수자료
안정적인 주거계획
취업확인서와 생계유지 계획
가족의 보호·감독 계획
범죄 환경과 교우관계를 단절한 자료
반성문을 여러 장 제출하는 것보다 이전 범행 이후 무엇이 개선되지 않았고, 이번에는 재범 원인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