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범기간에 다시 들어왔으면 가석방은 포기해야 하나요?”
온라인 교정정보 커뮤니티에는 누범기간 중 다시 범죄를 저질러 수감된 가족을 기다리는 사람의 질문이 올라왔다.
가석방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인지 궁금하다는 내용이었다.
주변에서는 최근 교정시설이 과밀해 수형자들이 형기의 10~20% 정도를 남기고 가석방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린 자녀의 돌잔치까지 함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족의 걱정은 더욱 커지고 있었다.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먼저 ‘누범’과 ‘가석방’을 서로 다른 제도로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
누범이란 무엇일까?
형법상 누범은 이전에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그 형의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뒤 일정 기간 안에 다시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 성립할 수 있다.
현재 형법은 그 기간을 3년으로 정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전 범죄와 이번 범죄의 죄명이 반드시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전 범죄와 새로운 범죄가 서로 다른 죄명이라고 하더라도 법에서 정한 누범요건을 충족하면 누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에는 다른 죄명이니까 누범이 아니다”라고 단순히 판단해서는 안 된다.
누범이면 가석방 신청 자체가 안 될까?
그렇지는 않다.
형법상 가석방 조항에는 ‘누범인 사람은 가석방할 수 없다’는 일반적인 자동 배제규정이 없다.
유기형을 복역하고 있는 사람의 경우 법에서 정한 형기요건을 충족하고 행상이 양호하며 뉘우침이 뚜렷한 경우 가석방이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따라서 누범이라는 이유만으로 법적으로 처음부터 가석방 가능성이 완전히 닫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가석방을 할 수 있다’와 ‘실제로 가석방된다’는 전혀 다른 의미다.
형기의 3분의 1만 채우면 가석방될 수 있나요?
형법은 유기형의 경우 형기의 3분의 1이 지난 뒤 가석방이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실제 출소예정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고 해서 1년을 복역하면 일반적으로 가석방된다는 뜻이 아니다.
3분의 1은 법률상 가석방이 가능해질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요건이다.
그 이후 실제 가석방 여부는 별도의 선정과 심사를 거친다.
그렇다면 누범이 왜 가석방에 불리하다고 할까?
가석방 심사에서 중요하게 보는 항목 가운데 하나가 재범의 위험성이기 때문이다.
형집행법 시행규칙은 가석방 적격심사 대상자를 선정할 때 교정성적이 우수하고 뉘우치는 빛이 뚜렷하며 재범 위험성이 없다고 인정되는지를 살피도록 하고 있다.
가석방심사위원회 역시 죄명과 형기, 교정성적, 출소 후 생활환경, 생계능력, 재범 위험성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심사한다.
이전에 형을 복역한 뒤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면 재범위험성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사정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바로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누범 수형자가 가석방을 걱정하는 것이다.
다른 죄명으로 다시 수감됐다면 좀 나을까?
‘동종범죄인지 다른 범죄인지’는 구체적인 재범위험성을 평가할 때 살펴볼 수 있는 사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범죄의 죄명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가석방 심사에서 이전 수형 전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같은 종류의 범죄를 다시 저질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가석방 가능성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결국 이전 범죄와 현재 범죄의 내용, 재범까지의 기간, 현재 복역태도와 교정성적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게 된다.
누범이면 ‘몇 퍼센트’ 정도 살아야 하나요?
전국 모든 누범 수형자에게 적용되는 고정된 복역률은 없다.
“누범이면 90% 이상 살아야 한다”, “동종누범이면 가석방이 없다”, “다른 죄명이면 80%쯤에 나온다”는 식의 숫자를 법률상 공식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형기가 같더라도 개별 수형자의 범죄와 전과, 교정성적, 재범위험성, 피해회복, 출소 후 생활계획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수용자의 가석방 시점을 자신의 가족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요즘은 과밀수용이라 10~20%씩 받는다”는 말은 맞을까?
교정시설의 과밀수용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개별 수형자의 가석방 보장과 연결해서는 안 된다.
교정시설이 과밀하다고 해서 모든 수형자에게 일률적으로 남은 형기의 10% 또는 20%를 감해주는 제도는 아니다.
가석방은 형 자체를 깎아주는 절차도 아니다.
일정한 조건 아래 형기가 끝나기 전에 석방해 남은 기간 동안 가석방 상태로 생활하도록 하는 제도다.
따라서 “과밀수용이니까 웬만하면 10~20% 남기고 나온다”는 말을 자신의 예상 출소일로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
가석방은 형량을 줄여주는 제도일까?
엄밀히 말하면 그렇지 않다.
가석방은 법원이 선고한 징역형 자체를 몇 개월 줄여주는 감형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사람을 가석방했다고 해서 판결이 징역 2년 6개월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가석방 기간은 남은 형기와 연결되고 가석방된 사람은 일정한 경우 보호관찰을 받게 된다.
또 가석방 기간 중 법에서 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가석방의 효력이 없어지거나 취소되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이전에 가석방으로 나온 사람이라면 더 어려울까?
이전에 가석방을 받고 사회로 돌아간 뒤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면 새로운 가석방 심사에서 그 전력이 중요하게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전에 가석방이라는 기회를 받았음에도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면 재범위험성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두 번째 가석방은 법적으로 금지된다’는 일반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각 사건과 수형자의 현재 상황을 기준으로 다시 심사가 이루어진다.
교정성적이 좋으면 누범이어도 가능할까?
교정성적은 중요한 심사항목 중 하나다.
수용생활 중 규율을 잘 지키고 작업이나 교육 등에 성실하게 참여한 사정은 가석방 심사와 관련해 살펴보는 내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교정성적만 좋다고 가석방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범죄와 현재 범죄, 형기, 재범위험성, 피해회복과 출소 후 생활환경 등도 함께 검토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징벌만 안 받으면 된다”거나 “출역을 오래 하면 가석방된다”는 식으로 이해해서도 안 된다.
징벌을 받으면 가석방은 끝일까?
수용 중 징계나 규율위반은 교정성적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가석방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한 번의 징벌만으로 향후 모든 가석방 가능성이 영구적으로 사라진다고 일률적으로 말하기도 어렵다.
징벌의 내용과 이후 수용생활, 심사시점의 교정성적 등 여러 사항이 관련될 수 있다.
결국 장기간의 안정적인 수용생활이 중요하다.
피해자와 합의하면 가석방에 도움이 될까?
피해자가 있는 사건에서는 피해회복 여부도 중요한 사정이 될 수 있다.
합의나 변제 등 실제 피해회복이 이루어졌다면 범행 이후의 태도를 판단할 때 검토될 수 있다.
다만 합의했다고 가석방이 자동으로 허가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합의하지 못했다고 모든 사건에서 가석방이 절대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죄명과 피해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봐야 한다.
공탁만 해도 피해회복으로 인정될까?
형사공탁은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으로 제출할 수 있지만 피해자와의 합의와 같은 의미는 아니다.
피해자가 실제로 합의하고 처벌불원의사를 밝힌 상황과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공탁한 상황은 구분된다.
따라서 공탁을 했다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 가석방 가능성을 계산해서는 안 된다.
출소 후 가족이 있다는 것도 볼까?
가석방심사에서는 출소 이후의 생활환경과 생계능력도 고려한다.
출소 후 함께 생활할 가족이 있는지, 실제 거주지가 마련돼 있는지, 취업이나 생계계획이 있는지 등이 관련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가족의 보호계획이나 거주·취업계획이 중요하게 언급되기도 한다.
그러나 어린 자녀가 있다는 사실이나 가족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가석방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돌잔치가 있다는 이유로 가석방 날짜를 맞춰줄 수 있을까?
가족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정이지만 가석방이 가족행사 날짜에 맞춰 결정되는 제도는 아니다.
자녀의 돌잔치나 부모의 생일, 결혼기념일 등이 있다는 이유로 예정된 가석방 심사를 앞당겨주는 일반적인 제도는 없다.
가족 입장에서는 특정 날짜를 기대하기보다 현재 형기와 가석방 심사 가능성을 장기적으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가석방 심사는 본인이 신청하면 받을 수 있을까?
가족들이 흔히 ‘가석방 신청서를 내면 심사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민원신청과는 구조가 다르다.
교정시설에서 법령상 요건과 교정성적 등을 검토해 적격심사 신청 대상자를 선정하고 가석방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는 절차가 진행된다.
따라서 본인이나 가족이 원하는 시점에 신청서를 한 장 제출하면 바로 심사에 올라가는 방식은 아니다.
가족이 가석방을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가족이 가석방 시기를 직접 결정할 수는 없다.
다만 출소 후 생활환경을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출소 후 어디에서 생활할 것인지, 가족이 어떤 방식으로 보호할 것인지, 취업이나 생계계획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등을 현실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피해회복이 필요한 사건이라면 그 문제 역시 가능한 범위에서 지속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수형자 본인에게는 안정적인 수용생활과 재범방지를 위한 준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누범이라고 처음부터 포기할 필요는 없어
누범기간 중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분명 가볍게 볼 수 있는 사정이 아니다.
특히 가석방심사에서 재범위험성을 중요하게 본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전 형 집행 이후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력은 심사 과정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과 ‘누범이면 법적으로 가석방이 없다’는 말은 다르다.
현행 법에는 누범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수형자를 가석방 대상에서 일률적으로 제외하는 일반규정이 없다.
죄명이 이전과 다르다고 해서 자동으로 유리해지는 것도 아니고, 같은 죄명이라고 무조건 불가능해지는 것도 아니다.
‘0%’도 ‘10~20% 보장’도 믿어서는 안 돼
수용자 가족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정확한 출소시점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런 상황에서 “누범은 가석방 절대 안 된다”는 말을 들으면 절망하기 쉽고, 반대로 “요즘 과밀이라 다들 10~20%씩 받는다”는 말을 들으면 특정 날짜를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두 이야기 모두 일반적인 법적 기준으로 볼 수 없다.
유기형 수형자에게 형기의 3분의 1은 법률상 가석방이 가능해질 수 있는 최소요건일 뿐 실제 가석방 시기를 정해주는 숫자가 아니다.
실제 심사에서는 죄명과 형기, 교정성적, 범죄경력, 피해회복, 출소 후 생활환경, 생계능력, 특히 재범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따라서 누범기간 중 다시 수감됐다는 가족이라면 ‘가석방이 있느냐 없느냐’를 지금 단정하기보다 현재 수형생활과 피해회복, 출소 후 안정적인 생활계획을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가석방은 다른 사람의 복역률을 자신의 출소예정일에 대입하는 제도가 아니다.
누범이라는 이유로 처음부터 0%라고 단정해서도 안 되고, 과밀수용이라는 이유로 일정 비율의 조기출소가 보장된다고 기대해서도 안 된다.
결국 가석방 여부는 해당 수형자의 전체적인 사정을 놓고 개별적으로 판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