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주장 승소율’을 하나의 숫자로 말하기 어려워
형사재판을 앞둔 피고인과 가족들은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다투면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한다.
그러나 모든 형사사건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무죄 주장 승소율’은 산정하기 어렵다.
형사재판은 죄명과 증거구조가 사건마다 다르다. 음주측정 결과나 계좌거래처럼 객관적인 자료가 핵심인 사건이 있는가 하면, 피해자와 피고인의 상반된 진술이 주요 증거인 사건도 있다. 범행 자체를 부인하는 사건과 행위는 인정하면서 고의나 법률상 구성요건을 다투는 사건도 동일하게 평가할 수 없다.
통계를 보더라도 사건 수와 피고인 수 중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지, 제1심만 포함하는지, 일부 무죄를 포함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특정 변호사가 공개한 무죄 사례나 성공률도 전체 수임사건의 구성과 사건 선정기준을 알지 못하면 개인 사건의 가능성을 판단하는 수치로 사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전체 평균보다 자신의 공소사실과 증거를 분석하는 것이 우선이다.
범죄사실을 증명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어
형사피고인은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
범죄사실을 증명할 책임도 피고인이 아니라 검사에게 있다. 법원은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를 통해 공소사실이 진실하다는 확신에 도달해야 유죄를 선고할 수 있다.
대법원은 피고인에게 유죄라는 의심이 들더라도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과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재판의 기본원칙에 따른 것이다.
그렇다고 검사가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모든 상상과 의문을 하나씩 배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이 말하는 합리적 의심은 단순한 불신이나 막연한 가능성이 아니라 논리와 경험칙에 비춰 공소사실과 함께 성립하기 어려운 다른 사실이 존재할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의심을 뜻한다.
무조건 부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
검사가 입증책임을 부담한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공소사실을 단순히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는 것과 검사의 증거가 왜 부족한지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다르다.
효과적인 무죄 주장을 위해서는 공소사실을 구성요건별로 나눠 검사가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 살펴야 한다. 이후 각 구성요건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무엇인지, 그 증거가 적법하게 수집됐는지, 내용에 모순이나 공백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기죄 사건에서는 돈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거래 당시 상대방을 속이는 행위와 편취의 고의가 있었는지가 증명돼야 한다.
공범 사건에서는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과 공동으로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을 지배했다는 사실이 구분될 수 있다. 신체 접촉이 있었던 사건도 접촉 자체와 범죄의 고의 또는 위법성이 각각 쟁점이 될 수 있다.
무죄 주장에도 여러 유형이 있어
무죄 주장은 모두 같은 의미가 아니다. 무엇을 다투는지에 따라 필요한 증거와 대응 방향이 달라진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행위 부인: 공소장에 적힌 행동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
범인 부인: 사건은 발생했지만 피고인이 범인이 아니라는 주장
고의 부인: 행동은 했지만 범죄의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
공모 부인: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범행을 계획하거나 실행하지 않았다는 주장
구성요건 부인: 인정되는 사실이 법에서 정한 범죄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
위법성 조각: 정당방위·긴급피난·정당행위 등에 해당한다는 주장
증거능력 다툼: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거나 법정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주장
범행 장소에 없었다는 주장을 하려면 당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CCTV와 교통카드, 카드결제, 출입기록 등이 중요할 수 있다.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 사기죄의 고의를 다툰다면 계약 당시의 변제능력과 사업 진행 상황, 거래 과정에서 주고받은 대화가 핵심자료가 될 수 있다.
증거 개수보다 증명력이 중요
직접증거가 없거나 증거가 하나뿐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죄가 선고되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간접사실이 서로 모순 없이 연결되고 피고인이 범행하지 않았다면 설명하기 어려운 정황이 형성되면 간접증거만으로도 유죄가 인정될 수 있다.
반대로 증거가 여러 개 제출됐더라도 모두 같은 사람의 진술을 반복한 자료에 불과하거나 객관적인 기록과 충돌한다면 증명력이 낮게 평가될 수 있다.
법원은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자료 가운데 어떤 증거를 믿을 것인지와 그 가치를 판단한다. 다만 충분한 증명력이 있는 증거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배척하거나 객관적인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증거를 근거 없이 채택하는 등 논리와 경험칙을 위반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 진술만 있어도 유죄가 될 수 있나
성범죄와 폭행·협박 사건 등에서는 사건 당시 제3자가 없고 피해자와 피고인의 진술이 핵심 증거가 되는 경우가 있다.
피해자 진술 외에 직접증거가 없다고 자동으로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진술의 핵심 내용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사건 직후의 행동이나 통화·메신저 기록 등 객관적인 정황과 부합한다면 유죄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진술이 중요한 부분에서 반복적으로 바뀌고 변화에 합리적인 설명이 없으며 CCTV나 위치정보 등 객관적인 자료와 충돌한다면 신빙성이 문제될 수 있다.
피고인 측은 피해자의 사생활이나 인격을 공격하기보다 다음과 같은 쟁점을 중심으로 진술을 분석해야 한다.
공소사실의 핵심 내용이 일관되는지
시간과 장소, 행위에 관한 진술이 객관적인 자료와 일치하는지
진술이 달라진 부분이 범죄 성립과 직접 관련되는지
진술 변화에 기억의 한계 등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사건 직후 행동과 신고 경위가 진술 내용과 부합하는지
사건과 무관한 인격 비난은 법률적 쟁점을 흐릴 뿐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객관적인 자료는 가능한 한 빨리 확보해야
CCTV와 블랙박스, 통화내역, 출입기록, 교통카드, 카드결제 내역과 위치정보는 사건 당시 피고인의 위치와 행동을 확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료에는 보존기간이 있다.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영상이 삭제되거나 업체의 기록 보관기간이 지나면 나중에 다시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무죄를 주장하려면 수사 초기부터 유리한 자료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보존 요청이나 사실조회를 검토해야 한다.
디지털 자료를 확보했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촬영 시각이 정확한지, 영상이 전체 기록인지 일부만 편집된 것인지, 휴대전화 명의자와 실제 사용자가 같은지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사실은 인정돼도 법률상 무죄가 될 수 있어
사실관계에 큰 다툼이 없더라도 법률상 범죄가 성립하지 않아 무죄가 선고될 수 있다.
돈을 지급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상대방을 속이는 기망행위나 처음부터 갚지 않을 의도가 증명되지 않는다면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피고인에게 다른 사람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가 있었는지, 임무위배행위와 배임의 고의가 인정되는지가 별도로 판단된다.
폭행·상해 사건에서는 행위가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고, 명예훼손 사건에서는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했는지와 공연성, 위법성 조각사유 등이 문제될 수 있다.
이러한 사건은 단순한 사실 부인보다 적용 법조와 대법원 판례를 분석하는 법률적 대응이 중요하다.
무죄를 주장하면 형이 더 무거워질까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검사의 증거를 다투는 것은 피고인에게 보장된 방어권 행사다.
형사공판에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자백하는지 부인하는지에 따라 이후 증거조사와 변론이 진행된다. 유·무죄 판단이 먼저 이뤄지고, 유죄가 인정된 경우에 형법상 양형요소를 검토하는 구조이므로 무죄를 주장했다는 사실만을 독립적인 가중처벌 사유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유죄가 인정된 뒤에는 피해회복 여부와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 범행 이후의 생활, 재범방지 노력 등이 양형자료로 검토될 수 있다.
이는 무죄를 주장한 데 대한 처벌이라기보다 유죄가 인정된 상황에서 범행 후 정황을 판단하는 과정이다.
객관적인 증거가 명백한데도 허위 알리바이를 만들거나 피해자를 압박하고 증인에게 거짓 진술을 요구한 경우에는 방어권의 범위를 벗어난다. 증거위조와 위증교사, 보복범죄 등 별도의 형사책임과 구속사유가 문제될 수 있다.
무죄 주장과 유감 표시는 반드시 모순되지 않아
공소사실 전부를 부인하면서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한다”고 말하면 기존 주장과 충돌할 수 있다.
그러나 인정하는 사실과 범죄 성립을 다투는 부분을 구분하면 상대방이 겪은 불편이나 분쟁 상황에 유감을 표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체 접촉 사실은 인정하지만 범죄의 고의와 접촉 경위를 다투거나,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처음부터 갚지 않을 의사가 있었다는 사기 고의를 부인할 수 있다.
이 경우 부적절했던 행동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법률상 범죄 성립을 다투는 이유를 구분해야 한다. 반성문이나 최후진술의 표현이 공판에서의 무죄 주장과 충돌하지 않도록 사전에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사단계에서 한 진술도 함께 검토해야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범행을 인정했다가 법정에서 처음으로 전부 부인하거나, 조사 때마다 설명이 크게 달라지면 진술의 신빙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초기 진술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서 바로잡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피로와 강압, 질문에 대한 오해, 기억의 착오 등 진술이 달라진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객관적인 자료로 뒷받침해야 한다.
수사기관의 조서를 작성할 때는 답변하지 않은 내용이 포함됐는지, 자신의 표현과 다르게 정리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해하지 못한 질문에는 추측해 답하기보다 기억나지 않거나 확인이 필요하다고 정확히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거동의 여부도 신중하게 결정해야
형사재판에서는 검사가 제출한 수사서류와 진술조서 등을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하는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증거 사용에 동의했다는 사실과 그 문서에 적힌 내용 전체가 사실이라고 인정하는 것은 항상 같은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증거동의 여부는 해당 문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와 증인을 법정에 불러 신문할 필요가 있는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무죄를 주장하는 사건에서 모든 증거에 별다른 검토 없이 동의하면 나중에 문서의 작성 경위와 증거능력을 다투기 어려워질 수 있다.
반대로 쟁점과 관련 없는 서류까지 모두 부동의하면 불필요한 증인신문과 재판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 각 증거가 공소사실의 어느 부분을 증명하기 위해 제출됐는지 확인한 뒤 의견을 정해야 한다.
전부 부인만이 유일한 전략은 아냐
여러 공소사실이 함께 기소됐거나 하나의 사건에 여러 행위가 포함됐다면 전부 무죄만 주장하는 것이 항상 적절한 것은 아니다.
객관적인 증거로 명확하게 확인되는 부분은 인정하면서 증명이 부족한 공소사실이나 과도하게 적용된 죄명을 다툴 수 있다.
공범 사건에서 현장에 있었던 사실은 인정하지만 공모관계와 범행 지배를 부인하거나, 재산범죄에서 전체 피해액 중 피고인이 책임져야 할 범위를 다투는 방식이다.
일부 무죄와 죄명 변경, 피해액 감소는 전체 형량과 추징금·배상명령 등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공소사실별로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1심에서 무죄가 선고돼도 항소 가능
제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더라도 검사는 법정기간 안에 항소할 수 있다.
항소심에서는 검사가 주장하는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제1심의 증거 판단이 적절했는지를 심리한다. 제1심 무죄판결의 판단은 존중될 필요가 있지만 추가 증거가 조사되거나 제1심의 법률적 오류가 인정되면 항소심에서 결과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대법원은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의 만장일치 무죄평결을 받아들인 제1심판결을 항소심이 뒤집는 경우에는 직접심리주의와 국민참여재판의 취지를 고려해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따라서 무죄가 선고된 직후에도 판결문을 확인하고 검사의 항소 여부와 항소이유를 살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