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재판은 끝났는데 피해자가 민사소송을 할 수도 있나요?”
최근 교정생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가족이 복역 중이라는 사연이 올라왔다.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수거책·현금전달책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복역하고 있으며 항소심까지 마친 상태라고 했다.
피해자와는 합의하지 못했다.
형사재판 과정에서는 피해자의 배상명령신청도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각하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가족의 걱정은 형사재판 이후였다.
배상명령이 각하됐더라도 피해자가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 실제로 민사소송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배상명령과 민사소송은 같은 절차가 아냐
먼저 배상명령제도와 일반적인 민사 손해배상소송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배상명령은 일정한 형사사건의 피해자가 별도의 민사소송을 처음부터 진행하지 않고 형사재판 절차에서 범죄로 발생한 피해의 배상을 신청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다.
법원이 요건을 갖춘 배상명령을 하면 일정액의 금전 지급을 명할 수 있다.
하지만 형사재판 안에서 이루어지는 절차인 만큼 모든 손해배상 문제를 복잡하게 심리하기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법원이 배상명령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은 피해금액이 특정되지 않거나 피고인의 배상책임 유무 또는 그 범위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 등에는 배상명령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배상명령으로 인해 형사재판이 현저히 지연될 우려가 있거나 형사절차에서 배상명령을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배상명령이 각하됐다는 결과만 보고 “법원이 피해자에게 받을 돈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각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배상명령 각하가 곧 ‘배상책임 없음’이라는 뜻은 아냐
이 부분이 사연에서 가장 중요하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은 배상신청이 적법하지 않거나 이유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또는 배상명령을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에 배상신청을 각하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배상명령이 각하됐다는 사실만으로 피고인의 모든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확정적으로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
피해자는 형사절차의 배상명령과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검토할 수 있다.
배상명령을 다시 신청하는 것과 민사소송은 구분해야
배상신청이 각하되면 신청인은 그 각하재판에 불복할 수 없고 동일한 배상신청을 다시 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이것을 “앞으로 어떠한 방법으로도 돈을 청구할 수 없다”는 의미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형사재판에서의 배상명령신청과 별도의 민사소송은 절차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족 입장에서는 배상명령이 각하됐다는 사실만으로 민사문제까지 모두 종료됐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보이스피싱 수거책도 민사책임이 문제가 될 수 있어
보이스피싱 사건에는 여러 사람이 역할을 나눠 가담하는 경우가 있다.
전화를 하는 조직원,
계좌를 모집하거나 관리하는 사람,
현금을 전달받는 수거책,
돈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전달책 등 역할이 다양할 수 있다.
피고인이 직접 피해자를 속이는 전화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민사책임이 언제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민사소송에서는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손해 발생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따지게 된다.
민법에는 공동불법행위 책임 규정이 있어
민법 제760조는 여러 사람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연대해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사자나 방조자 역시 공동행위자로 본다는 규정도 있다.
따라서 보이스피싱처럼 여러 사람이 역할을 나눠 범행한 사건에서는 공동불법행위 책임이 민사재판의 쟁점이 될 수 있다.
다만 형사사건에서 수거책이나 전달책으로 유죄가 확정됐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피해액에 대해 언제나 똑같은 민사책임이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구체적인 가담행위와 피해 사이의 관계를 살펴야 한다.
“내가 실제로 받은 돈은 얼마 안 되는데요”라는 문제
수거·전달책 사건에서는 이런 의문도 생길 수 있다.
피고인이 실제로 받은 대가가 피해금 전체보다 훨씬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피해금은 수천만원인데 전달책이 범행 대가로 받은 돈은 일부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민사상 손해배상액을 단순히 피고인이 범행으로 실제 취득한 이익만으로 계산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공동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는지, 어느 손해와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등이 별도로 문제될 수 있다.
여러 공범이 있다면 책임관계는 더 복잡해질 수 있어
보이스피싱 사건은 한 사람만 기소되는 경우보다 여러 가담자가 연결돼 있는 경우가 많다.
민사상 공동불법행위가 인정되면 피해자에 대한 외부적인 책임과 가담자들 사이의 내부적인 부담관계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피해자에게 배상한 사람이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와의 관계에서 다시 부담 부분을 문제 삼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나는 전달만 했으니 피해금 중 내 몫만 내면 된다”거나 반대로 “공범이니 무조건 피해금 전부를 혼자 부담한다”는 식으로 미리 결론 내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형사판결문이 민사소송에서도 중요해질 수 있어
이미 형사재판이 끝났다면 판결문을 보관해두는 것이 좋다.
판결문에는 피고인이 어떤 범행에 어떻게 가담했다고 인정됐는지, 피해금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행위를 했는지 등이 적혀 있을 수 있다.
향후 민사소송이 제기된다면 형사재판에서 인정된 사실관계가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가족이 단순히 “보이스피싱 전달책으로 1년을 받았다”는 정도만 알고 있기보다 판결문에서 구체적으로 인정된 범죄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친구에게 속았다’는 사정은 어떻게 봐야 할까
사연에서는 가족이 피고인 역시 친구의 말을 믿었다가 사건에 연루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 입장에서는 피고인도 누군가에게 속은 피해자라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민사소송에서는 가족이 느끼는 억울함과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구분해야 한다.
이미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면 어떤 범죄사실과 고의 또는 가담 내용이 인정됐는지를 판결문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단순히 “친구에게 속았다”는 주장만으로 민사책임이 당연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구체적인 가담경위와 인식 정도가 민사상 책임 판단에서 전혀 의미가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결국 실제 판결내용과 민사상 주장·증거를 살펴야 한다.
형사합의를 못 했다는 사실도 확인할 부분
사연에서는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다고 했다.
형사합의는 형사재판의 양형과 피해회복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민사상 손해배상 문제와도 연결된다.
피해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면 피해자가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현실적인 이유가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미 다른 공범 등으로부터 피해금 전부 또는 일부를 돌려받았다면 실제 남은 손해액이 얼마인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피해자가 다른 공범에게 돈을 받았다면 어떻게 될까
피해자가 같은 피해에 대해 이미 전액을 배상받았다면 동일한 손해를 중복해서 다시 배상받는 문제는 별도로 따져야 한다.
일부만 돌려받았다면 남아 있는 손해가 문제될 수 있다.
따라서 민사소송이 들어왔다면 청구서에 적힌 최초 피해금만 보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현재까지 실제로 회복한 금액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민사소송이 ‘들어올 확률’을 숫자로 말하기는 어려워
가족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결국 “민사소송이 들어올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일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가 실제로 별도의 소송을 제기할지는 피해자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어 일정한 확률로 계산하기 어렵다.
피해금 규모,
회수된 금액,
피고인과 공범들의 재산상태,
형사재판 과정,
피해자가 법적 절차를 계속 진행할 의사가 있는지 등 여러 현실적인 요소가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배상명령이 각하됐으니 민사도 거의 안 들어온다”거나 “합의를 못 했으니 반드시 민사가 들어온다”는 식으로 예측하기는 어렵다.
수감 중에도 민사소송의 피고가 될 수 있어
현재 교정시설에서 복역 중이라는 사실이 민사소송 자체를 막는 것은 아니다.
피고인이 수감돼 있더라도 민사상 청구의 상대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가족이 “출소하고 나서야 민사가 가능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복역 중에 소송이 시작될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법원에서 온 민사서류를 그냥 넘기면 안 돼
실제로 손해배상청구 소장이 들어온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서류를 확인하는 것이다.
누가 소송을 제기했는지,
얼마를 청구하는지,
어떤 피해에 대한 배상인지,
피고인에게 어떤 행위를 이유로 책임을 묻는지,
공동피고가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단순히 “형사재판에서 이미 처벌받았으니 민사까지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형사처벌과 민사상 손해배상은 목적과 절차가 다르다.
청구금액이 형사사건 피해금과 같은지도 확인해야
민사소장이 도착했다면 형사판결문에 기재된 피해금과 민사소송에서 청구하는 금액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가 주장하는 손해액,
이미 반환된 돈,
다른 공범이 지급한 돈,
피고인과 관련된 범행 부분 등이 어떻게 계산됐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금액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전부 인정되는 것도 아니고, 수거책이라는 이유만으로 자동으로 일부만 책임지는 것도 아니다.
답변서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도 생겨
민사소송이 실제 제기되면 피고인은 소장 내용을 검토하고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
청구원인과 금액에 다툴 부분이 있다면 이를 구체적으로 주장할 필요가 있다.
수감 중이라 직접 대응하기 어렵다면 가족이 임의로 대신 판단하기보다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와 상담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
특히 여러 공범과 피해자가 얽힌 보이스피싱 민사사건은 책임 범위가 복잡해질 수 있다.
재산이 없다고 판결이 나오지 않는 것도 아냐
현재 피고인 명의 재산이나 소득이 없다고 해서 피해자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와 현재 당장 집행할 재산이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피해자가 승소해 집행권원을 확보하면 이후 강제집행 문제가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지금 가진 돈이 없으니 민사소송을 해도 의미가 없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형사재판이 끝났다고 모든 절차가 끝난 것은 아닐 수 있어
형사사건의 항소심까지 끝나면 가족에게는 큰 절차가 마무리됐다는 안도감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피해가 회복되지 않은 사건에서는 민사상 손해배상 문제가 별도로 남을 수 있다.
특히 형사절차에서 배상명령신청이 있었던 사건이라면 피해자가 이미 금전배상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그 피해자가 실제로 다시 민사소송을 제기할지는 알 수 없다.
지금 가족이 준비해둘 자료는
당장 민사소송이 제기되지 않았다면 지나치게 결과를 예상하기보다 관련 자료를 정리해두는 것이 현실적이다.
형사 1심과 항소심 판결문,
공소장,
배상명령신청 및 각하 내용,
피해금 관련 자료,
피고인의 구체적인 역할이 확인되는 기록,
범행으로 실제 받은 금액에 관한 자료,
피해회복이나 반환이 이루어진 자료 등이 있다면 보관해두는 것이 좋다.
나중에 실제 민사소장이 도착했을 때 사건 내용을 다시 처음부터 파악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특히 ‘배상명령 각하 이유’를 확인해야
사연처럼 “배상명령이 각하된 것 같다”는 정도로 알고 있다면 정확한 내용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왜 각하됐는지에 따라 사건을 이해하는 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배상책임의 범위가 명백하지 않아 형사절차에서 판단하기 부적절했던 것인지, 다른 절차상 문제가 있었는지 등을 관련 재판기록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각하라는 한 단어만으로 민사책임의 결론을 추측해서는 안 된다.
결국 ‘배상명령 각하=민사 끝’은 아냐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심까지 끝났더라도 피해회복 문제가 자동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형사재판에서 배상명령신청이 각하됐다는 사실 역시 별도의 민사상 손해배상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특히 여러 사람이 역할을 나눠 범행에 가담한 사건이라면 민사소송에서는 공동불법행위 책임과 손해의 범위가 문제될 수 있다.
다만 민사소송이 실제로 제기될지는 피해자의 선택이기 때문에 미리 확률을 계산할 수도 없다.
가족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막연하게 소송 가능성을 걱정하는 것보다 형사판결문과 배상명령 각하 내용을 확인하고, 피고인에게 인정된 구체적인 범행과 피해금액을 정리해두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민사소장이 도착한다면 형사처벌을 이미 받았다는 이유로 방치하지 말고 청구금액과 책임 근거, 피해회복 여부 등을 다시 확인해 대응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