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명칭은 ‘국민참여재판’
일반 국민이 형사재판에 참여하는 제도를 시민참여재판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지만, 법률상 공식 명칭은 국민참여재판이다.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배심원이 참여하는 형사재판을 말한다. 국민의 사법 참여를 통해 재판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인다는 취지로 2008년부터 시행됐다.
배심원은 재판 과정에서 증거조사와 검사·변호인의 주장을 지켜본 뒤 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한 평결을 내린다. 유죄로 평결한 경우에는 재판에 참여한 판사와 양형을 토의하고 형량에 관한 의견도 제시한다.
다만 미국의 배심재판처럼 배심원의 판단만으로 판결이 확정되는 구조는 아니다. 최종 유·무죄와 형량은 법관이 판단한다.
모든 형사사건이 대상은 아냐
국민참여재판은 모든 형사사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현행법상 주요 대상은 지방법원 합의부가 제1심으로 심판하는 사건과 해당 범죄의 미수·교사·방조·예비·음모죄, 이들과 함께 병합해 심리하는 관련 사건이다. 따라서 단순히 특정 죄명이 붙었다는 사실보다 해당 사건이 합의부 관할에 속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살인이나 강도상해, 중대한 성폭력범죄와 일부 대규모 경제범죄 등은 합의부에서 재판을 받는 경우가 많아 국민참여재판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면 약식명령이 청구된 사건이나 단독판사가 담당하는 일반적인 형사사건은 원칙적으로 국민참여재판 대상이 아니다.
피고인의 의사를 먼저 확인
국민참여재판은 검사가 신청하거나 피해자가 요구해 시작되는 절차가 아니다. 대상 사건의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는지가 중요하다.
법원은 대상 사건의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피고인은 원칙적으로 공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의사가 기재된 서면을 제출해야 하며, 이를 제출하지 않으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처리될 수 있다.
국민참여재판 희망 여부는 재판전략과 직결되는 중요한 선택이다. 공판준비기일이 끝나거나 첫 공판기일이 열린 이후에는 기존 의사를 자유롭게 변경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공소장을 받은 초기부터 검토해야 한다.
신청해도 일반재판으로 진행될 수 있어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한다고 해서 반드시 배심재판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배심원이나 후보자 등의 안전과 공정한 직무수행이 우려되는 경우, 공범 중 일부가 참여재판을 원하지 않아 진행이 어려운 경우 또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 배제결정을 할 수 있다.
성폭력범죄에서는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정도 배제 여부를 결정할 때 고려된다. 다만 피해자의 반대만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해자의 상태와 추가 피해 방지 가능성 등을 종합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법원이 배제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검사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야 하며, 피고인은 배제결정에 즉시항고할 수 있다.
배심원은 5명·7명·9명으로 구성
국민참여재판에는 사건에 따라 5명이나 7명 또는 9명의 배심원이 참여한다.
법정형이 사형·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은 원칙적으로 9명, 그 밖의 대상 사건은 7명의 배심원이 참여한다.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공판준비절차에서 공소사실의 주요 내용을 인정한 경우에는 법원이 5명의 배심원이 참여하도록 할 수 있다. 특별한 사정이 있고 검사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동의하면 7명과 9명 사이에서 다르게 정할 수도 있다.
배심원후보자는 무작위 방식으로 선정되며, 법원은 피고인이나 피해자와 특별한 관계가 있는지, 사건에 이해관계가 있는지, 불공정한 판단을 할 우려가 있는지 등을 심사한다. 검사와 피고인 측도 법원을 통해 질문하거나 법률이 정한 범위에서 후보자 제외를 요구할 수 있다.
증거조사부터 최종변론까지 배심원이 참여
국민참여재판도 기본적으로 일반 형사재판과 같은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
배심원 선정이 끝나면 검사와 변호인이 사건에 관한 입장을 설명하고 증인신문, 영상자료, 문서, 감정결과 등 증거조사가 진행된다.
검사는 공소사실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시하고, 피고인과 변호인은 혐의를 다투거나 정상관계와 양형사유 등에 관한 의견을 밝힌다.
변론이 끝나면 재판장은 배심원에게 공소사실의 요지와 적용 법률, 검사와 피고인 측 주장의 핵심, 증거 판단 시 유의할 사항 등을 설명한다.
이후 배심원은 별도의 평의실에서 유·무죄에 관해 토론한다. 의견이 전원일치하면 그대로 평결하고, 일치하지 않으면 재판에 참여한 판사의 의견을 들은 뒤 다수결로 결정한다. 판사는 의견을 설명할 수 있지만 배심원의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유죄 평결 뒤에는 양형 의견 제시
배심원이 유죄로 평결하면 형량에 관한 토의가 이어진다.
재판장은 배심원에게 법정형과 처벌 범위, 양형을 판단할 때 고려할 사항 등을 설명한다. 배심원은 재판부와 함께 양형을 토의한 뒤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형량에 관한 의견을 제시한다.
이 과정에서는 범행의 내용과 피해 정도뿐 아니라 피고인의 전과, 피해회복과 합의 여부, 반성 정도, 범행 이후의 사정 등이 검토될 수 있다.
그러나 배심원이 구체적인 형량을 제시하더라도 재판부가 반드시 같은 형을 선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배심원 평결은 법원을 구속하지 않아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이 내린 유·무죄 평결과 양형 의견은 법원을 법적으로 구속하지 않는다.
따라서 배심원이 무죄로 평결해도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할 수 있고, 배심원이 유죄라고 판단해도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 법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재판부가 배심원의 평결과 다른 판결을 선고할 때에는 피고인에게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대법원도 배심원이 전원일치로 내린 평결은 국민참여재판의 취지를 고려해 가급적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해 왔다.
특히 증인의 진술 신빙성이 핵심 쟁점인 사건에서 배심원이 전원일치로 무죄를 평결했다면, 평결이 명백히 잘못됐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례도 있다.
국민참여재판이 항상 피고인에게 유리할까
국민참여재판이 일반 국민의 상식을 재판에 반영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피고인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
사건의 경위가 비교적 단순하고 증인의 진술 신빙성이나 당시 상황에 대한 상식적인 판단이 중요한 사건은 배심원에게 쟁점을 전달하기 비교적 수월할 수 있다.
반면 거래구조와 회계자료가 복잡하거나 전문적인 법률 해석이 핵심인 사건, 공범과 공소사실이 지나치게 많은 사건은 제한된 재판기간 안에 배심원을 설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언론 보도나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에서는 피고인이나 범죄유형에 대한 선입견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판사보다 시민이 판단하면 선처받기 쉽다”거나 “무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식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신청 전 증거와 변론방식부터 검토해야
국민참여재판을 선택할 때는 배심원에게 사건의 핵심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객관적인 증거가 누구의 주장과 부합하는지, 피고인의 진술이 일관되는지, 증인신문을 통해 확인해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 복잡한 자료를 간결하게 제시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혐의를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피해회복과 반성, 재범방지 계획 등 양형사유를 배심원과 재판부에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지도 중요하다.
국민참여재판은 단순히 재판의 분위기를 바꾸는 절차가 아니다. 배심원 선정부터 증거조사와 최종변론까지 일반재판과 다른 준비가 필요하므로 대상 사건인지 확인한 뒤 사실관계와 증거, 예상되는 변론전략을 종합해 선택해야 한다.
[알아두면 좋은 정보]
법률상 공식 명칭은 ‘시민참여재판’이 아니라 ‘국민참여재판’이다.
지방법원 합의부가 담당하는 형사사건과 관련 사건 등이 주요 대상이다.
법원은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 희망 여부를 확인하며, 피고인은 원칙적으로 공소장 부본을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의사를 제출해야 한다.
피고인이 희망해도 공범관계나 피해자 보호, 재판 진행의 적절성 등을 이유로 법원이 배제결정을 할 수 있다.
배심원은 사건에 따라 5명·7명·9명으로 구성될 수 있다.
배심원은 유·무죄를 평결하고 유죄인 경우 양형 의견을 제시하지만, 평결과 의견은 법원을 법적으로 구속하지 않는다.
재판부가 배심원 평결과 다른 판결을 선고할 때에는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