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징금은 몰수할 재산을 돈으로 환산한 것
형사재판 판결문에는 “피고인을 징역 2년에 처하고 피고인으로부터 5,000만 원을 추징한다”는 내용이 함께 기재될 수 있다.
추징은 범죄와 관련된 물건이나 경제적 이익을 몰수해야 하지만, 그 재산이 이미 소비·처분됐거나 현실적으로 몰수하기 어려운 경우 해당 가액을 돈으로 납부하게 하는 제도다.
형법은 범죄행위에 사용했거나 사용하려 한 물건, 범죄행위로 생겼거나 취득한 물건과 그 대가로 얻은 물건 등을 몰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당 물건을 몰수할 수 없을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불법 영업으로 얻은 현금 5,000만 원을 재판 전에 모두 사용했더라도 범죄수익이 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환수 책임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인정된 범죄수익 상당액을 추징할 수 있다.
벌금은 처벌, 추징은 범죄수익 환수
벌금은 형법이 정한 형벌의 한 종류다. 범죄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일정한 금액을 납부하도록 하는 재산형이다.
반면 추징은 범죄로 취득하거나 범죄에 사용된 재산을 범인에게 남겨두지 않기 위한 환수처분이다. 범죄수익이 발생하지 않은 음주운전 사건에서도 벌금형은 선고될 수 있지만, 환수할 범죄 관련 재산이 없다면 일반적으로 추징은 문제 되지 않는다.
두 제도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한 사건에서 벌금과 추징이 함께 선고될 수도 있다.
법원이 벌금 2,000만 원과 추징 5,000만 원을 선고했다면 피고인은 원칙적으로 두 금액을 각각 부담해야 한다. 벌금을 납부했다고 추징 의무가 없어지거나 추징금을 냈다고 벌금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몰수는 재산 자체, 추징은 그 재산의 가치
몰수와 추징도 구별해야 한다.
범죄로 취득한 현금이나 차량, 귀금속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해당 물건 자체를 국가가 가져가는 몰수가 이뤄질 수 있다.
반대로 그 물건이 이미 소비됐거나 다른 사람에게 처분돼 직접 몰수할 수 없다면 그 물건의 경제적 가치에 해당하는 금액을 추징하게 된다.
따라서 범죄수익을 이미 사용했다거나 현금으로 바꿨다는 사정만으로 추징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재산을 가족이나 지인 명의로 허위 이전하거나 은닉하면 집행 문제뿐 아니라 범죄수익 은닉과 관련된 별도 형사책임이 문제 될 수 있다.
모든 범죄에서 추징되는 것은 아냐
추징은 모든 형사사건에서 자동으로 선고되는 처분이 아니다.
해당 사건에 형법상 몰수·추징 요건이 존재하거나 개별 특별법에 별도의 환수 규정이 있어야 한다.
마약류 범죄와 뇌물, 불법 도박, 성매매 알선, 범죄수익 은닉 사건 등에서는 특별법에 따라 몰수·추징 범위가 정해질 수 있다. 특별법에 따라 반드시 추징해야 하는 사건이 있는 반면, 법원이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해 결정하는 사건도 있다.
따라서 추징 여부를 판단하려면 적용된 죄명뿐 아니라 판결문이나 공소장에 기재된 추징의 법적 근거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통장에 입금된 금액 전부가 추징액일까
추징금 산정에서는 수사기관이 확인한 입금액 전체와 피고인이 실제로 취득한 범죄수익이 같은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된다.
불법 도박사이트 계좌에 10억 원이 입금됐더라도 그 금액이 이용자들의 전체 베팅금인지, 당첨금과 환전액을 제외한 운영수익인지, 피고인에게 실제 귀속된 돈이 얼마인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적용 법률과 범죄 유형에 따라 비용을 공제할 수 있는지, 총매출과 실제 이익 중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지, 피해자에게 반환한 돈을 제외할 수 있는지도 달라질 수 있다.
추징액은 단순한 회계 계산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범죄수익의 성격과 귀속관계, 관련 법률과 판례를 함께 검토해야 하는 법률적 판단이다.
공범 사건은 각자의 실제 취득액 확인해야
여러 사람이 범행에 가담한 사건에서는 전체 범죄수익 가운데 각 사람이 실제로 취득하거나 관리한 금액이 얼마인지 확인해야 한다.
공범들이 9,000만 원을 각각 3,000만 원씩 나눠 가졌다면 개인별 취득액을 기준으로 추징이 검토될 수 있다.
그러나 범죄수익을 공동으로 보관하거나 사용한 경우, 누가 얼마를 가져갔는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 또는 특별법이 별도의 환수 방식을 규정한 경우에는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계좌 입출금 내역과 공범 사이의 대화, 현금 인출자료, 회계장부, 가상자산 거래내역과 재산 취득 경위 등이 추징액을 판단하는 주요 자료가 된다.
실제로 취득하지 않은 다른 공범의 수익까지 자신의 추징액에 포함됐다고 판단된다면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산정 근거를 구체적으로 다툴 필요가 있다.
벌금 미납은 노역장, 추징 미납은 재산 집행
벌금과 추징의 차이는 미납했을 때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벌금형을 선고할 때 법원은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 적용할 노역장 유치기간을 함께 정한다. 벌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판결에서 정한 환산기준에 따라 노역장에 유치될 수 있다.
추징금 미납액은 벌금처럼 하루당 일정 금액으로 환산해 노역장 유치로 대신하지 않는다.
그러나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검찰은 납부의무자의 예금과 급여, 부동산, 자동차, 임대차보증금, 보험금과 채권 등 압류 가능한 재산을 확인해 강제집행을 진행할 수 있다.
추징금은 “교도소에 다녀오면 사라지는 돈”이 아니며, 징역형을 모두 복역하거나 집행유예를 받았더라도 별도로 집행될 수 있다.
집행유예를 받아도 추징 의무는 남아
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추징을 함께 선고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집행이 유예되는 것은 판결에서 정한 징역형이다. 추징은 별도의 집행 대상이므로 집행유예 기간에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추징금 납부의무가 사라지거나 자동으로 미뤄지지는 않는다.
벌금형과 추징이 함께 선고된 사건도 마찬가지다. 각각 독립적으로 납부와 집행 절차가 진행된다.
가족이라고 대신 납부할 의무는 없어
추징은 원칙적으로 형사판결을 받은 피고인에게 부과되는 개인적인 책임이다.
배우자와 부모, 자녀 등 가족은 단순히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추징금을 대신 납부할 의무가 없다. 가족이 자신의 고유재산으로 정상적으로 취득한 재산까지 바로 피고인의 추징금 집행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명의만 가족 앞으로 돼 있고 실제로는 피고인의 재산이거나, 추징을 피하려고 재산을 허위로 이전한 경우에는 해당 재산의 실질적인 소유관계가 문제 될 수 있다.
가족이 범죄수익임을 알면서 재산을 넘겨받거나 은닉에 가담했다면 적용 법률에 따라 별도의 몰수나 형사책임이 검토될 가능성도 있다.
피해자에게 갚았다고 자동 감액되지는 않아
피해변제와 추징은 목적이 다르다.
피해변제는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회복하는 절차이고, 추징은 범죄 관련 재산이나 경제적 이익을 국가가 환수하는 절차다.
다만 동일한 범죄수익이 피해자에게 실제로 반환됐다면 그 금액을 추징액에서 제외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반환액의 공제 여부는 적용 법률과 범죄수익의 소유관계, 변제 시점과 방법 등에 따라 달라진다.
피해자에게 돈을 반환했다는 이유만으로 추징금이 자동으로 줄어든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변제일과 금액, 송금자료, 합의서와 피해자의 수령 사실을 재판부에 객관적인 자료로 제출해야 한다.
한 번에 내기 어렵다면 분할납부 신청 검토
추징금을 한꺼번에 납부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관할 검찰청에 분할납부나 납부연기를 신청할 수 있다.
재산형 집행 관련 규칙은 벌금과 과료뿐 아니라 추징도 집행 대상에 포함하고 있으며, 분할납부 또는 납부연기 신청 절차를 두고 있다. 다만 신청했다고 반드시 허가되는 것은 아니다.
검찰은 소득과 재산, 실업이나 폐업 여부, 질병과 장애, 부양가족, 개인회생절차 진행 여부와 현실적인 납부계획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분할납부가 필요하다면 판결을 방치하기보다 집행을 담당하는 검찰청에 문의하고 소득·재산자료와 납부계획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추징에도 집행시효 있지만 ‘버티면 끝’은 아냐
형법상 벌금과 몰수·추징의 집행시효는 원칙적으로 5년이다.
그러나 이를 5년 동안 납부하지 않으면 무조건 추징금이 사라진다는 의미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집행을 위한 압류 등 강제처분이 시작되면 시효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부 특별법은 일반적인 형법과 다른 집행시효를 정하기도 한다.
검찰이 재산조회와 압류 등 집행조치를 계속할 수 있기 때문에 재산을 은닉하거나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방법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개인파산으로도 쉽게 없어지지 않아
벌금과 추징은 일반적인 대출금이나 카드대금과 성격이 다르다.
채무자회생법은 벌금과 과료, 형사소송비용, 추징금과 과태료 등을 파산 면책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채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개인파산 면책결정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추징금이 일반 채무처럼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개인회생이나 파산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경제적 어려움을 설명하는 자료가 될 수 있지만, 추징금 자체의 면제 여부와는 구별해 판단해야 한다.
판결 확정 전 추징액 산정부터 확인해야
추징 사건에서는 판결문에 적힌 액수만 볼 것이 아니라 그 금액이 어떤 근거로 계산됐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범죄수익의 총액과 실제 취득액이 혼동되지는 않았는지, 공범별 귀속액이 구분됐는지, 이미 압수되거나 반환된 금액이 중복 포함되지는 않았는지 살펴야 한다.
판결이 확정된 뒤에는 추징 자체나 금액을 다투기 어려워질 수 있다. 수사와 재판 단계에서 계좌내역과 회계자료, 분배내역과 변제자료 등을 토대로 산정의 오류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추징이 확정된 뒤에는 재산을 숨기거나 납부 요구를 방치하기보다 관할 검찰청을 통해 집행 상황과 분할납부 가능성을 확인하고 현실적인 대응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알아두면 좋은 정보]
벌금은 범죄에 대한 형벌이고, 추징은 범죄 관련 재산이나 경제적 이익을 환수하는 처분이다.
몰수는 범죄 관련 물건 자체를 국가가 가져가는 것이며, 추징은 몰수할 수 없는 물건의 가액을 돈으로 납부하게 하는 것이다.
벌금과 추징은 한 판결에서 함께 선고될 수 있으며 각각 납부해야 한다.
벌금 미납은 노역장 유치로 이어질 수 있지만, 추징 미납액은 노역으로 대신할 수 없다.
추징금을 내지 않으면 예금·급여·부동산·자동차와 채권 등에 대한 강제집행이 진행될 수 있다.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더라도 추징금 납부의무는 별도로 남는다.
추징액은 실제 취득액과 공범별 분배, 피해변제와 압수된 재산 등을 고려해 달라질 수 있다.
경제적 사정이 어렵다면 관할 검찰청에 분할납부나 납부연기를 신청할 수 있지만 허가 여부는 개별적으로 결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