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 전까지 의견서는 보통 한 번만 들어가나요?”
최근 교정생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형사재판을 진행 중인 가족의 사연이 올라왔다.
궁금한 것은 변호인이 법원에 제출하는 의견서였다.
현재까지 변호인 의견서가 한 차례 제출된 것으로 보이는데 다른 사건에서는 두 번 이상 제출하는 경우도 있는지, 한 번 제출하는 것과 두 번 제출하는 것 사이에 실제 차이가 있는지를 알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형사재판을 처음 경험하는 가족이라면 충분히 생길 수 있는 궁금증이다.
법원 사건조회나 변호인과의 상담 과정에서 ‘변호인 의견서 제출’이라는 내용을 확인하면 그 횟수가 변호 활동의 정도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호인 의견서는 단순히 몇 장, 몇 번 제출했느냐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먼저 ‘의견서’가 모두 같은 서류는 아냐
형사재판에서 ‘의견서’라는 표현은 서로 다른 맥락에서 사용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266조의2에는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공소사실에 대한 인정 여부와 공판준비절차에 관한 의견 등을 기재한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
반면 실무에서 가족들이 흔히 말하는 ‘변호인 의견서’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변호인이 사건의 사실관계와 법률적 주장, 양형사정 등을 정리해 재판부에 전달하는 서면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건기록에 ‘의견서’가 한 번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변호인이 선고 전까지 어떤 변론을 했는지를 전부 판단하기는 어렵다.
변호인 의견서를 반드시 두 번 내야 한다는 규정은 없어
가장 궁금한 부분부터 보면 형사재판에서 변호인 의견서를 반드시 몇 차례 제출해야 한다는 식으로 횟수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사건에 따라 한 번 제출할 수도 있고 여러 차례 제출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한 번만 제출했으니 부족하다”거나 “두 번 제출했으니 더 좋은 변론을 했다”고 단순하게 비교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의견서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다.
한 번의 의견서로 충분한 사건도 있어
사건의 사실관계가 비교적 단순하고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며 별도의 법률적 쟁점이 크지 않은 사건도 있다.
이미 필요한 양형자료가 모두 확보돼 있고 추가로 발생할 사정도 없다면 변호인이 핵심 내용을 한 번의 의견서에 종합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범행을 인정하는 입장과 반성 정도, 피해회복 상황, 피고인의 생활환경, 가족관계, 재범방지 계획 등 필요한 내용을 충분히 정리해 제출했다면 단순히 서류 숫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두 번, 세 번 제출하는 사건도 있어
반대로 재판이 진행되면서 상황이 계속 달라지는 사건이라면 추가 의견서가 필요할 수 있다.
처음에는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지만 선고를 앞두고 합의가 성립될 수 있다.
일부 피해가 추가로 변제될 수도 있다.
형사공탁이 이루어질 수도 있고 새로운 증거나 자료가 확보될 수도 있다.
피고인이 치료나 상담을 시작하거나 구체적인 재범방지 계획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첫 번째 의견서를 제출한 뒤 재판부에 추가로 설명할 중요한 사정이 발생하면 변호인이 추가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
첫 의견서와 선고 전 의견서의 역할이 다를 수도
사건에 따라 변호인이 재판 초기에 사실관계와 법률적 쟁점을 중심으로 의견서를 제출하고 선고가 가까워진 시점에는 양형사정을 중심으로 추가 의견서를 제출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첫 번째 의견서에서는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과 증거관계, 법률적 쟁점을 설명하고 이후 의견서에서는 피해회복과 반성, 가족관계, 재범방지 노력 등을 정리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모든 사건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정해진 방식은 아니다.
횟수가 많다고 재판부가 더 좋게 보는 것은 아냐
가족 입장에서는 의견서를 여러 번 제출하면 그만큼 변호사가 적극적으로 변론하고 재판부에도 더 강하게 호소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재판은 제출된 서면의 개수를 세어 형을 정하는 절차가 아니다.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의견서를 여러 차례 제출하는 것과 핵심 쟁점을 정확하게 정리한 의견서 한 건을 제출하는 것은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몇 번 제출했느냐’를 곧바로 변론의 질과 연결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의견서 내용부터 확인하는 것이 중요
변호인 의견서를 볼 수 있다면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횟수가 아니다.
현재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다투는지,
사건의 핵심 쟁점이 무엇인지,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실관계가 제대로 정리됐는지,
피해회복 상황이 반영됐는지,
양형자료가 충분히 설명됐는지,
재범 가능성을 낮출 사정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핵심내용이 충실하게 들어가 있다면 의견서 한 번이라는 숫자만 보고 부족하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혐의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의견서 역할이 더 달라질 수 있어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는 사건과 혐의를 다투는 사건에서는 변호인 의견서의 내용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무죄를 주장하거나 공소사실 일부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증거의 신빙성과 법률적 쟁점, 사실관계 등을 보다 상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재판 과정에서 증인신문 결과나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그 내용을 토대로 추가 의견을 제출할 필요가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사건에서 의견서가 세 번 제출됐다는 사실을 자신의 사건과 그대로 비교하기 어렵다.
범행을 인정하는 사건은 양형자료가 중요해질 수 있어
반대로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유무죄를 크게 다투지 않는 사건이라면 선고를 앞두고 양형 문제가 중요해질 수 있다.
피해자와의 합의,
피해변제,
공탁,
반성,
동종 범죄전력,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가족의 보호계획,
직업과 생활기반,
치료·상담 계획,
재범방지 계획 등이 사건에 따라 검토될 수 있다.
변호인 의견서는 이런 자료가 왜 피고인의 양형에 고려될 필요가 있는지를 정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반성문과 탄원서를 많이 내면 의견서도 다시 써야 할까
가족이 반성문이나 탄원서를 추가로 제출할 때마다 변호인 의견서도 새로 작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반성문 한 장이 추가됐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변호인 의견서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반면 여러 자료가 새롭게 마련됐고 그것이 사건의 양형 판단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 변호인이 해당 자료를 정리해 추가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다.
결국 추가 서면의 필요성은 새로운 내용이 있는지를 중심으로 봐야 한다.
피해자와 합의됐다면 추가 의견서가 의미 있을 수 있어
처음 의견서를 제출했을 당시에는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지만 이후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피해회복은 형사재판의 양형에서 검토될 수 있는 중요한 사정이다.
이런 변화가 생겼다면 합의서나 처벌불원서 등 관련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고 그 의미를 변호인이 추가로 설명할 필요가 있는지를 검토할 수 있다.
첫 번째 의견서 작성 당시 존재하지 않았던 중요한 사정이 새로 생긴 대표적인 경우다.
공탁이나 추가 변제가 이루어진 경우도 마찬가지
선고가 가까워진 뒤 피해금 일부를 추가로 갚았거나 적법한 절차에 따라 형사공탁이 이루어진 경우에도 새로운 양형사정이 생긴 셈이다.
이때는 관련 자료를 제출하는 것뿐 아니라 사건의 전체적인 피해회복 노력과 함께 설명할 필요가 있는지 변호인과 상의할 수 있다.
다만 공탁했다고 자동으로 감형되는 것은 아니며 피해자의 의사와 피해회복 정도 등 여러 사정이 함께 고려될 수 있다.
재판에서 변호인이 직접 하는 변론도 있어
변호인의 활동을 서면 제출내역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형사재판은 서류만으로 진행되는 절차가 아니다.
공판기일에는 증거조사가 이루어지고 검사와 피고인·변호인이 필요한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따라서 변호사가 어떤 주장을 했는지를 확인하려면 의견서 횟수뿐 아니라 실제 공판에서 어떤 변론을 했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최종변론 역시 중요한 절차
재판이 마무리되는 단계에서는 검사와 변호인, 피고인의 최종적인 의견을 듣는 절차가 이어진다.
변호인은 이 과정에서 사건에 대한 최종 의견을 밝힐 수 있다.
따라서 선고 전 변호인 의견서가 한 번 제출됐다는 이유만으로 “변호사가 재판부에 한 번만 의견을 전달했다”고 이해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서면과 법정 변론은 함께 살펴봐야 한다.
선고 직전 무조건 의견서를 하나 더 내달라고 해야 할까
다른 사람의 경험담을 듣고 선고 직전에 변호사에게 의견서를 한 번 더 제출해달라고 요구하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내용이 없다면 추가 의견서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변호인에게 물어볼 질문은 “한 번 더 써주시나요?”보다 구체적인 편이 좋다.
현재 제출한 의견서에 어떤 내용이 포함돼 있는지,
선고 전에 추가로 제출할 자료가 있는지,
합의나 공탁 등 새롭게 반영할 사정이 있는지,
추가 의견서가 필요한 사건인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의견서 분량도 길수록 좋은 것은 아냐
횟수와 마찬가지로 분량 역시 많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수십 장의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사실만으로 유리한 결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사건의 핵심 쟁점과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이 재판부가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정리돼 있는지가 중요하다.
불필요한 내용을 반복하기보다 필요한 사실과 근거를 정확하게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른 피고인의 의견서 횟수와 비교하기 어려운 이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우리 변호사는 세 번 냈다”, “선고 직전에 최종 의견서를 또 냈다”는 경험담을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사건마다 재판기간과 쟁점이 다르다.
피해자가 한 명인지 여러 명인지,
피해회복이 언제 이루어졌는지,
혐의를 인정하는지 다투는지,
증인신문이 있었는지,
새로운 증거가 나왔는지,
공판이 몇 차례 열렸는지 등이 모두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의견서 횟수를 다른 사건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국선변호인과 사선변호인도 ‘몇 번’으로 비교할 문제는 아냐
국선변호인은 한 번만 내고 사선변호인은 여러 번 낸다는 식으로 일반화해서도 안 된다.
어떤 변호인이든 사건의 내용과 진행상황에 따라 필요한 변론을 하게 된다.
변호인 의견서 제출 횟수만으로 국선과 사선의 변론 수준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사건에서 필요한 주장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가족이 준비한 자료가 변호인에게 제대로 전달됐는지도 확인
가족 입장에서는 의견서 횟수보다 이 부분이 더 현실적으로 중요할 수 있다.
가족이 준비한 탄원서,
피고인의 반성문,
피해변제 자료,
합의 관련 자료,
치료·상담자료,
재범방지 계획,
출소 후 거주지와 취업계획 등이 있다면 변호인이 이를 알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자료를 변호사 사무실에 전달했다고 해서 모든 자료가 반드시 의견서에 그대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변호인이 사건에 필요한 자료를 검토할 수 있도록 전달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사정이 생겼다면 변호인에게 바로 알려야
첫 의견서 제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면 가족이 이를 변호인에게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피해자와 합의가 됐거나,
피해금이 추가로 변제됐거나,
공탁을 했거나,
새로운 직장이 정해졌거나,
치료를 시작했거나,
재범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된 경우 등이 있을 수 있다.
변호인이 이런 변화를 알아야 추가 자료나 의견서 제출이 필요한지를 판단할 수 있다.
선고가 임박했다면 제출 시점도 중요
아무리 중요한 자료라도 재판이 모두 끝난 뒤 뒤늦게 준비하는 것보다 재판부가 선고 전에 충분히 확인할 수 있도록 적절한 시점에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선고기일이 정해졌다면 가족이 아직 전달하지 못한 중요한 자료가 있는지 미리 점검하는 것이 좋다.
새로운 자료가 있다면 임의로 계속 제출하기보다 변호인이 있는 사건에서는 변호인과 제출 방법과 시점을 상의하는 편이 좋다.
“한 번밖에 안 냈다”보다 이것을 물어봐야
변호인 의견서가 한 번 제출된 상태라면 가족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확인해볼 수 있다.
현재 제출된 의견서에 사실관계와 법률적 주장이 충분히 들어갔는지,
양형사정이 정리돼 있는지,
가족이 전달한 자료가 검토됐는지,
추가로 제출할 양형자료가 남아 있는지,
합의·공탁·피해변제 등 새롭게 발생한 사정이 있는지,
선고 전 추가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 있는지다.
이렇게 물으면 단순히 서류 숫자를 확인하는 것보다 현재 변론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몇 번’이 아니라 ‘무엇을 담았는가’
형사재판에서 변호인 의견서는 피고인의 입장과 사건의 쟁점, 양형사정을 재판부에 정리해 전달하는 수단 가운데 하나다.
한 번만 제출했다고 부족한 것도 아니고 두세 번 제출했다고 반드시 더 유리한 것도 아니다.
첫 의견서 이후 새로운 사실이나 피해회복, 합의, 공탁, 증거 또는 중요한 양형자료가 생겼다면 추가 의견서를 제출할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이미 필요한 주장과 자료가 충분히 정리돼 있고 새롭게 설명할 내용이 없다면 의견서 숫자를 늘리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될 이유는 적다.
가족이 확인해야 할 것도 제출 횟수가 아니다.
현재 변호인이 사건의 핵심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재판부에 어떤 내용을 전달했는지, 선고 전에 추가로 반영해야 할 사정이 남아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