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판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직 합의도 못 했어요”
최근 형사재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첫 공판을 앞둔 가족의 질문이 올라왔다.
피고인은 혐의를 인정하고 있는 사건이고 첫 공판기일도 정해졌지만 아직 피해자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가족이 궁금했던 것은 변호인의견서 제출 시점이었다.
첫 공판 전에 반드시 의견서가 들어가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합의를 진행한 뒤 선고 전에만 제출하면 되는 것인지 알기 어려웠다.
처음 형사재판을 경험하는 가족이라면 충분히 생길 수 있는 궁금증이다.
변호인의견서, 반드시 첫 공판 전에 내야 할까
우선 형사사건에서 통상 작성하는 변호인의견서에 대해 모든 사건에서 반드시 ‘첫 공판 전까지 제출해야 한다’고 정해진 하나의 획일적인 제출기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변호인의견서는 사건의 진행단계와 목적에 따라 내용과 제출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
공소사실에 관한 피고인의 입장을 설명할 수도 있고, 법률적인 쟁점을 정리할 수도 있다.
혐의를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범행을 인정하는 태도와 사건의 경위, 피고인에게 참작할 사정, 피해회복 노력, 재범방지 계획 등 양형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언제 한 번 내느냐”보다 어떤 내용을 어느 시점에 재판부에 전달할 것인지다.
인정사건이라면 첫 공판에서는 무엇을 하나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사건이라고 해도 첫 공판에는 정해진 형사재판 절차가 진행된다.
법원은 피고인의 신원을 확인하고 검사가 공소사실을 밝힌 뒤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등을 확인한다.
피고인이 혐의를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범죄사실 자체를 치열하게 다투는 사건과 재판 진행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이때 변호인은 피고인의 입장과 향후 변론방향을 정리해 재판부에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첫 공판 전에 이미 정리할 수 있는 내용이 충분하다면 의견서를 미리 제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 합의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첫 공판 전에 아무런 의견도 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 합의 전인데 의견서를 먼저 내도 될까
가능하다.
피해자와 합의가 완료돼야만 변호인의견서를 작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첫 의견서에는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인정한다는 점과 사건에 대한 입장, 반성 정도, 가족관계와 생활환경, 재범방지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내용 등을 정리할 수 있다.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하고 있다면 현재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도 사건 상황에 맞게 설명할 수 있다.
이후 실제 합의가 성립하거나 피해금이 지급되는 등 새로운 사정이 발생하면 관련 자료를 첨부해 추가 의견서를 제출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즉 변호인의견서를 반드시 사건 전체에서 딱 한 번만 제출해야 하는 서류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합의가 나중에 됐다면 추가 의견서를 낼 수 있어
첫 공판 당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피해자와 합의가 성립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합의서나 처벌불원 의사가 담긴 자료, 피해회복 관련 자료 등을 재판부에 제출하면서 그 의미를 설명하는 추가 변호인의견서를 제출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합의 외에도 재판 도중 새로운 양형자료가 생길 수 있다.
반성문이나 탄원서가 추가되거나 재범방지 교육을 이수하고, 치료·상담을 시작하거나 출소 후 생활계획과 가족의 보호계획이 구체화될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가 있다면 변호인이 기존 의견을 보완해 추가로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첫 의견서를 냈다고 이후의 중요한 사정을 재판부에 전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선고 전까지만 내면 된다’는 말은 맞을까
여기에서는 주의할 부분이 있다.
가족 입장에서는 재판의 마지막 날을 ‘선고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형사재판에는 선고 전에 중요한 단계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변론종결’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고인신문과 증거조사가 끝난 뒤 검사가 사실과 법률적용에 관한 의견을 진술하고, 이후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최종 의견을 진술할 기회가 주어진다.
통상 이 과정에서 검사가 구형하고 변호인이 최종변론을 한 뒤 피고인이 최후진술을 한다.
그리고 재판부가 심리를 마치면 변론이 종결되고 이후 선고기일이 잡힌다.
따라서 “선고일까지 시간이 남아 있으니 그 전에만 제출하면 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왜 ‘결심공판’이 중요한가
실무에서 흔히 말하는 결심공판은 검사의 구형과 변호인의 최종변론, 피고인의 최후진술 등이 이루어지고 심리가 마무리되는 공판을 말한다.
이 시점까지는 재판부가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단계다.
반면 변론이 종결되고 선고기일만 남았다면 재판부는 이미 판결을 준비하는 단계에 들어간다.
형사소송법상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종결한 변론을 다시 열 수 있지만, 그렇다고 중요한 자료를 일부러 변론종결 뒤까지 미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피해자 합의처럼 양형에 중요할 수 있는 사정이 있다면 가능한 한 재판부가 충분히 검토할 수 있도록 제출시점을 변호인과 상의하는 것이 좋다.
첫 공판 전에 모든 양형자료가 완성돼야 하는 것도 아냐
첫 공판을 앞두면 가족들이 가장 조급해지는 부분이 이것이다.
“첫 재판 전에 합의도 끝내고 반성문과 탄원서도 모두 제출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이다.
하지만 형사재판의 진행기간과 공판 횟수는 사건마다 다르다.
첫 공판에서 바로 결심하는 사건도 있을 수 있고 추가 증거조사나 합의 진행 등을 이유로 공판이 더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첫 공판이 언제인지뿐만 아니라 해당 사건에서 재판이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지를 변호인에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인정사건이라면 재판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첫 공판이니까 아직 시간이 많겠지”라고 생각했다가 첫 공판에서 재판이 상당 부분 진행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첫 공판에서 바로 결심할 가능성도 확인해야
이번 사연처럼 혐의를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변호인에게 한 가지를 꼭 물어볼 필요가 있다.
“첫 공판에서 결심할 가능성이 있나요?”라는 질문이다.
공소사실과 증거에 특별한 다툼이 없고 추가로 조사할 증거나 증인이 많지 않다면 재판이 비교적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반대로 합의가 진행 중이거나 추가로 제출할 자료가 있고 재판부가 이를 고려해 기일을 속행한다면 다음 공판까지 시간이 생길 수도 있다.
결국 첫 공판 전 의견서를 제출할지 여부도 이러한 재판 진행 전망과 함께 판단해야 한다.
합의 중이라면 변호인에게 이렇게 확인해보는 것이 좋아
가족이 혼자 의견서 제출시점을 계산할 필요는 없다.
담당 변호인에게 현재 사건에서 첫 의견서를 언제 제출할 예정인지 확인하면 된다.
첫 공판 전에 기본 의견서를 제출하고 합의 결과가 나오면 추가 의견서를 낼 계획인지, 아니면 합의 진행상황을 지켜본 뒤 결심공판 전에 양형자료를 한꺼번에 정리할 것인지 물어볼 수 있다.
또 첫 공판에서 바로 결심할 가능성이 있는지, 피해자와의 합의를 위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지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물어보면 단순히 “의견서 아직 안 냈나요?”라고 묻는 것보다 현재 변론계획을 훨씬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의견서는 ‘빨리’보다 재판부가 볼 수 있게 ‘제때’ 제출하는 것이 중요
변호인의견서는 하루라도 빨리 제출한다고 반드시 더 유리해지는 서류는 아니다.
반대로 선고 직전까지 무조건 늦춰야 하는 서류도 아니다.
첫 공판 전에 정리할 수 있는 입장이 있다면 먼저 제출하고 이후 합의나 피해회복 등 중요한 변화가 생기면 추가 의견서를 통해 보완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인정사건이라면 재판 진행이 빨라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첫 공판과 결심공판의 예상 일정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기모카페에서도 첫 재판을 앞둔 가족들이 “반성문은 언제 내야 하나”, “탄원서는 언제 내야 하나”, “변호인의견서가 아직 제출되지 않았는데 괜찮은가”를 묻는 경우가 많다.
모든 자료에 하나의 정답 날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 사건이 어느 단계인지, 다음 기일에서 어떤 절차가 예정돼 있는지, 합의와 피해회복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를 함께 살펴 제출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