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기일에 보석심문도 같이 한다고 합니다”
온라인 교정정보 커뮤니티에는 구속된 피고인의 보석심문을 앞둔 가족의 질문이 올라왔다.
선고기일과 보석심문이 함께 예정돼 있어 판사가 피고인에게 직접 질문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실제 법정에서는 어떤 질문을 받게 되는지가 궁금하다는 내용이다.
보석을 처음 경험하는 가족에게 ‘심문’이라는 단어는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범행 내용을 처음부터 다시 조사받는 것인지, 판사가 반성 여부를 따지는 것인지, 어떤 답을 해야 보석에 유리한지 걱정하기 쉽다.
그러나 보석심문의 목적부터 이해하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가 조금 더 명확해진다.
보석심문은 무엇을 판단하는 절차일까?
보석은 구속된 피고인을 일정한 조건 아래 석방하는 제도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 본인뿐 아니라 변호인,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가족, 동거인 또는 고용주 등 일정한 사람도 보석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원은 보석청구가 들어오면 법률상 보석 여부를 판단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피고인을 심문해 현재도 구속을 계속할 필요가 있는지, 석방한다면 재판에 정상적으로 출석할 것인지 등을 확인하게 된다.
따라서 보석심문은 유·무죄를 최종적으로 선고하는 절차와는 목적이 다르다.
판사마다 똑같은 질문을 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보석심문에 전국 법원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10가지 질문’ 같은 정해진 질문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건의 내용과 보석청구 사유, 구속사유, 피고인의 상황에 따라 질문은 달라질 수 있다.
어떤 사건에서는 몇 가지 사실만 짧게 확인하고 끝날 수도 있고 다른 사건에서는 주거와 피해자 관계, 직업, 가족관계 등을 구체적으로 물어볼 수도 있다.
따라서 인터넷에서 다른 피고인이 받았다는 질문을 그대로 외우는 방식으로 준비할 필요는 없다.
“석방되면 어디에서 지낼 겁니까?”
보석심문에서 중요하게 살펴볼 수 있는 부분 가운데 하나가 주거다.
법원은 피고인이 석방된 뒤 실제 어디에서 생활할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
주민등록상 주소만 묻는 것이 아니라 실제 거주할 장소가 정해져 있는지, 누구와 함께 생활할 것인지 등이 문제될 수 있다.
가족의 집에서 생활할 예정이라면 그 내용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주거가 안정돼 있다는 점은 도주 가능성을 판단하는 과정에서도 검토될 수 있다.
“재판에는 계속 출석할 수 있습니까?”
보석으로 석방되더라도 형사재판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피고인은 이후 지정되는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따라서 법원은 석방된 뒤에도 재판절차에 성실하게 참여할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와 직업, 가족관계 등 국내 생활기반을 가지고 있는지도 이러한 판단과 연결될 수 있다.
단순히 “도망가지 않겠습니다”라고 답하는 것보다 실제 생활기반이 무엇인지 사실대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해자에게 연락할 생각이 있습니까?”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이라면 특히 중요한 질문이 될 수 있다.
형사소송법상 보석조건에는 피해자나 해당 사건의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 또는 그 친족의 생명·신체·재산에 해를 가하는 행위를 하지 않고 주거·직장 등 주변에 접근하지 않는 조건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피해자에게 연락하거나 찾아갈 가능성이 있는지 법원이 확인할 수 있다.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석방 후 직접 찾아가겠다는 식의 답변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합의가 필요하다면 변호인을 통해 적법하고 신중한 방법을 검토하는 것이 좋다.
공범에게 연락할 것인지도 물어볼 수 있을까?
공범이 있는 사건이라면 가능하다.
특히 공범에 대한 수사나 재판이 계속되고 있거나 피고인과 공범 사이의 진술이 중요한 사건에서는 증거인멸 가능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법원은 석방 이후 공범이나 사건관계인에게 연락할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특정인과 연락하지 않는 조건 등이 보석조건으로 검토될 수도 있다.
따라서 사건관계인과 연락해 진술을 맞추거나 증거를 없애려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행동은 당연히 피해야 한다.
“증거를 없앨 가능성은 없습니까?”
증거인멸 우려 역시 보석 판단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법원은 사건의 증거가 어느 정도 확보됐는지, 피고인이 석방됐을 때 남아 있는 증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피고인 측에서는 이미 필요한 압수수색이나 디지털포렌식이 끝났고 주요 증거가 확보됐다는 등의 사정이 있다면 변호인이 사건기록에 근거해 주장할 수 있다.
다만 피고인이나 가족이 수사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 “증거는 이미 전부 확보됐습니다”라고 단정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석방되면 무엇을 할 겁니까?”
석방 이후 생활계획에 관한 질문도 생각해볼 수 있다.
기존 직장으로 복귀할 것인지, 가족과 함께 생활할 것인지, 치료가 필요한 경우 어떤 치료를 받을 것인지 등이 해당될 수 있다.
재범방지를 위한 교육이나 치료가 필요한 사건이라면 구체적인 계획도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질문의 핵심은 멋있는 답변을 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생활계획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직장이 있는지도 중요할까?
직업은 피고인의 사회적 생활기반을 확인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재직증명서나 고용주의 복직확인서 등 실제 고용관계를 보여주는 자료가 있다면 사건에 따라 보석자료로 검토할 수 있다.
사업자라면 사업장과 사업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활용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직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석이 허가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직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보석이 반드시 기각되는 것도 아니다.
법원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사정도 물어볼까?
피고인에게 미성년 자녀나 돌봄이 필요한 가족이 있다면 가족부양 상황도 보석청구 사유로 제출되는 경우가 있다.
피고인이 가족에게 어떤 역할을 담당해왔는지, 장기간 구속될 경우 가족에게 어떤 어려움이 생기는지 등을 설명할 수 있다.
건강이 좋지 않은 가족을 직접 돌봐야 하는 경우라면 이를 뒷받침할 자료를 준비할 수도 있다.
다만 가족이 어렵다는 사정만으로 보석이 자동 허가되는 것은 아니다.
피고인의 건강상태도 확인할 수 있을까?
질병이나 치료 필요성을 보석 사유로 주장했다면 관련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어떤 질환인지, 현재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지, 외부 치료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등이 확인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단순히 “몸이 좋지 않다”는 주장보다 진단서와 소견서, 치료기록 등 객관적인 자료가 중요할 수 있다.
법원은 건강상태뿐 아니라 구금상태에서 치료가 가능한지 등의 사정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범행을 인정하는지도 물어볼 수 있을까?
사건에 따라 공소사실이나 피고인의 입장에 관한 질문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보석심문을 단순히 ‘반성문을 말로 발표하는 자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혐의를 인정하는 사건과 다투는 사건은 방어방향 자체가 다르다.
특히 무죄를 다투는 피고인이 보석을 받기 위해 사실과 다른 자백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진행 중인 형사재판의 변론방향과 모순되지 않도록 변호인과 사전에 충분히 상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증금은 마련할 수 있습니까?”
법원은 보석을 허가하면서 보증금 납입을 조건으로 정할 수 있다.
따라서 보증금을 납부할 능력이 있는지 또는 어떤 방법으로 보증조건을 이행할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다.
하지만 보석은 단순히 ‘돈을 내고 나오는 제도’가 아니다.
형사소송법은 보증금 외에도 서약서 제출, 주거 제한, 법원이 지정하는 일시·장소에 출석할 의무, 피해자 등에 대한 접근금지 등 다양한 조건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건에 따라 여러 조건이 함께 부과될 수 있다.
보석으로 나오면 마음대로 생활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법원이 보석을 허가하면서 조건을 부과했다면 피고인은 이를 지켜야 한다.
정해진 주거에서 생활하도록 할 수도 있고 특정인에게 접근하거나 연락하는 것을 제한할 수도 있다.
법원이 지정하는 장소에 출석하도록 하는 조건도 가능하다.
출국이나 여행에 관한 제한이 문제되는 경우도 있다.
보석조건을 위반하면 보석이 취소될 수 있으므로 석방 결정뿐 아니라 어떤 조건으로 석방됐는지를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보석심문에서 말을 잘하면 허가될까?
보석심문은 면접시험이 아니다.
유창하게 말하거나 감정적으로 호소한다고 보석이 허가되는 구조가 아니다.
반대로 긴장해 말을 조금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곧바로 기각되는 것도 아니다.
법원은 피고인의 답변뿐 아니라 사건기록과 구속사유, 검사의 의견, 변호인이 제출한 보석청구서와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따라서 예상답변을 외우기보다 자신의 실제 주거, 가족관계, 직업, 피해자와의 관계, 석방 후 생활계획 등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판사에게 “무조건 잘못했습니다”라고 해야 할까?
이 역시 사건의 변론방향에 따라 달라진다.
혐의를 모두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피고인의 태도와 반성에 관한 내용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공소사실을 다투고 있는 사건에서 보석을 받겠다는 이유로 기존 주장과 정반대되는 말을 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보석심문에서 한 진술도 형사재판과 완전히 분리된 말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사건 내용에 관한 답변은 특히 변호인과 사전에 방향을 맞추는 것이 좋다.
선고기일과 보석심문이 같이 잡혔다면 무슨 의미일까?
가족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부분이다.
보석심문과 선고기일이 같은 날 예정됐다는 사실만으로 보석이 허가될지, 실형이 선고될지, 집행유예가 나올지를 예측할 수는 없다.
보석과 본안판결은 법적으로 구분되는 판단이다.
보석에서는 구속 상태를 계속 유지할 필요성과 보석조건 등을 판단하고 본안에서는 유·무죄와 형을 판단한다.
따라서 두 절차가 같은 날 예정됐다는 일정만 가지고 재판부의 결론을 추측해서는 안 된다.
집행유예가 선고되면 보석은 어떻게 될까?
구속된 피고인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상 구속영장은 효력을 잃는다.
따라서 선고 결과 자체가 피고인의 석방 여부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선고를 앞둔 구속 피고인의 보석청구에서는 보석심문과 본안 선고의 관계가 가족들에게 더욱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선고 전에 결과를 미리 단정할 수는 없다.
보석심문을 앞두고 가족이 준비할 수 있는 자료는?
사건에 따라 주민등록등본이나 가족관계증명서, 실제 거주지를 보여주는 자료 등을 검토할 수 있다.
직장이 있다면 재직이나 복직 관련 자료, 치료가 필요하다면 의료자료를 준비할 수 있다.
가족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한다면 가족관계와 실제 부양상황을 보여주는 자료도 생각해볼 수 있다.
피해자 접근 우려가 문제되는 사건이라면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지 않겠다는 계획도 변호인과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보석사건에 같은 서류목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현재 구속사유가 무엇인지를 먼저 확인하고 그 사유에 대응하는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심문 전에 변호인에게 꼭 확인해야 할 것은?
우선 보석청구서에 어떤 사유를 중심으로 적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피고인이 법정에서 하는 답변과 변호인이 제출한 청구서의 내용이 서로 어긋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현재 재판부가 우려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 도주인지, 증거인멸인지, 피해자 접근인지 등을 변호인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보석이 허가될 경우 예상되는 조건과 보증금 준비 여부도 미리 살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사건의 공소사실에 관한 질문이 나왔을 때 기존 재판에서의 입장과 모순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
예상 질문을 외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
보석심문을 앞둔 피고인과 가족들은 인터넷에서 ‘판사가 물어보는 질문 목록’을 찾아 하나씩 답을 외우고 싶어질 수 있다.
그러나 보석심문에는 정답지가 없다.
“주소가 어디입니까?”, “석방되면 어디서 생활합니까?”, “피해자에게 연락할 겁니까?”, “재판에 계속 출석할 수 있습니까?” 같은 질문이 나올 수 있지만 모든 피고인에게 똑같이 묻는 것은 아니다.
법원이 궁금한 것은 결국 하나의 방향으로 모인다.
이 피고인을 지금 구속 상태로 계속 두어야 하는지, 아니면 일정한 조건을 부과해 석방하더라도 형사재판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지다.
따라서 가장 좋은 준비는 모범답안을 외우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실제 주거와 직업, 가족관계, 사건관계인과의 관계, 석방 이후 생활계획을 정확하게 정리하고 변호인이 제출한 보석청구 내용과 일치하도록 사실대로 설명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