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합이 안 돼서 같은 보이스피싱 관련 사건을 따로 재판받습니다”
최근 교정생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두 차례 재판을 받게 된 피고인 가족의 사연이 올라왔다.
첫 번째 사건은 이미 1심 선고가 내려졌지만 두 번째 사건은 아직 공판기일도 잡히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당초 두 사건을 함께 재판받기 위해 병합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각각 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이었다.
고민은 첫 번째 사건의 항소 여부였다.
피고인은 항소를 원하는 반면 담당 변호인은 1차 사건은 항소하지 않고 2차 사건 대응을 준비하는 방향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가족은 “1차 판결에 항소했다가 반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2차에서 형을 더 주는 것은 아닐까”라고 걱정했다.
보이스피싱 사건이라고 반드시 하나로 재판받는 것은 아냐
같은 보이스피싱 범행과 관련돼 있더라도 모든 범죄사실이 처음부터 하나의 사건으로 기소되는 것은 아니다.
추가 범행이 뒤늦게 확인되거나 수사와 기소 시점이 달라지면 별도의 사건으로 진행될 수 있다.
관련 사건을 한꺼번에 심리하기 위해 병합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병합을 신청했다고 반드시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니다.
병합되지 않았다면 결국 각각의 사건에서 판결을 받게 될 수 있다.
“항소하면 괘씸해서 형을 더 준다”는 식으로 볼 문제는 아냐
항소는 형사소송법이 피고인에게 인정한 정식 불복절차다.
1심 판결의 사실인정이나 법률판단, 형량 등에 불복한다면 법에서 정한 기간 안에 항소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항소권을 행사했다는 사실만을 이유로 별도의 사건에서 형을 추가한다는 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다만 피고인이 재판 과정에서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범행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등은 사건에 따라 양형 과정에서 검토될 수 있다.
‘항소 자체’와 ‘재판 과정에서 보인 구체적인 태도’를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1차 사건에서 피고인만 항소하면 형이 더 올라갈까
여기에는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이 있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항소한 사건과 피고인을 위해 항소한 사건에서는 원심판결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검사 항소 없이 피고인 측만 1차 판결에 항소한 경우라면 항소했다는 이유로 해당 1차 사건의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검사도 항소하면 달라져
피고인만 항소한 경우와 검사도 항소한 경우는 구분해야 한다.
검사까지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항소했다면 피고인 측만 항소한 사건에서와 같이 “원심보다 절대로 무거워질 수 없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1차 사건의 항소 여부를 검토할 때는 피고인 측의 결정뿐 아니라 검사 항소 여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이 2차 사건까지 보호해주는 것은 아냐
여기서 가장 많이 혼동하는 부분이다.
1차 사건에서 피고인만 항소했다면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은 그 1차 사건의 항소심에서 적용되는 문제다.
별도로 기소돼 진행되는 2차 사건까지 “1차보다 형을 더 줄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2차 사건은 그 사건에서 인정되는 범죄사실과 피고인의 역할, 피해 규모, 피해회복 여부 등 여러 사정을 토대로 별도로 판단된다.
두 사건이 나뉘었다면 ‘범행일’을 먼저 확인해야
이번 사연에서 중요한 것은 1차 사건과 2차 사건이 모두 보이스피싱이라는 사실만이 아니다.
각 사건의 범행이 언제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1차 판결이 언제 확정되는지도 중요하다.
형법상 경합범 관계가 판결 확정 시점을 기준으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1차 판결 확정 전에 저지른 범행이라면
형법 제37조는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여러 죄뿐 아니라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 확정 전에 범한 죄도 경합범으로 규정한다.
예를 들어 1차 사건의 판결이 먼저 확정되더라도 2차 사건에서 재판받는 범행이 그 확정판결 전에 저질러진 것이고 법률상 요건을 충족한다면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흔히 ‘후단 경합범’이라고 부른다.
후단 경합범이라면 2차 재판에서 무엇이 달라질까
형법 제39조는 경합범 중 아직 판결받지 않은 죄가 있는 경우 그 죄와 이미 판결이 확정된 죄를 동시에 판결했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해 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한다.
필요한 경우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도 있다.
즉 사건이 병합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먼저 받은 형과 나중에 받을 형을 아무 관계 없이 기계적으로 계산하는 구조는 아니다.
그렇다고 2차 사건 형이 자동으로 줄어드는 것도 아냐
주의할 부분도 있다.
형법 제39조는 동시에 판결했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지만 반드시 일정한 비율로 형을 깎도록 정한 규정은 아니다.
법원은 구체적인 사건 내용을 토대로 뒤에 재판받는 범죄의 형을 정하게 된다.
따라서 “1차에서 이미 형을 받았으니 2차에서는 형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거나 “무조건 감형된다”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병합이 안 됐다고 형을 단순히 더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아
가족 입장에서는 1차에서 징역 2년을 받았다면 2차에서도 2년이 나와 총 4년이 되는 식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단순 계산할 수 없다.
두 사건이 어떤 경합범 관계에 있는지와 각각의 범죄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후단 경합범에 해당한다면 뒤 사건을 판단하는 법원은 앞선 확정판결과 동시에 재판했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해야 한다.
반대로 1차 판결 확정 뒤에 저지른 범행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2차 사건의 범행이 1차 판결 확정 이후에 이루어졌다면 단순히 두 사건이 모두 보이스피싱이라는 이유만으로 앞서 설명한 후단 경합범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사건명만 볼 것이 아니라 공소장과 판결문에 기재된 범행일자를 정확하게 대조해야 한다.
‘같이 재판할 수 있었던 사건인지’도 중요해
범행시점만 기계적으로 비교하면 충분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대법원은 아직 판결받지 않은 죄가 이미 확정된 죄와 처음부터 동시에 판결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확정판결이 여러 개 존재하거나 범행이 여러 시기에 걸쳐 있는 사건이라면 경합범 관계가 복잡해질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사건별 범행일과 각 확정판결일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변호인에게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1차를 빨리 확정시키는 게 유리할까
이 역시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
1차 판결을 확정시키면 일정한 요건 아래 2차 사건에서 형법 제39조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1차를 항소하지 않는 것이 항상 유리하다고 할 수는 없다.
반대로 1차 판결에 항소하는 것이 언제나 유리하다고 할 수도 없다.
1차 판결에서 감형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
2차 사건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두 사건의 피해 규모와 피고인의 역할은 어떻게 다른지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변호사가 “1차는 항소하지 말자”고 했다면 이유를 구체적으로 물어봐야
사연에서는 담당 변호인이 1차 사건보다는 2차 사건의 항소 준비에 집중하자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사건기록을 확인하지 않은 외부에서는 그 전략이 맞다거나 틀리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가족이 확인해야 할 것은 “항소하면 괘씸하게 보나요?”라는 질문 하나가 아니다.
왜 1차 사건을 확정시키는 전략을 제안했는지 구체적인 법률적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좋다.
“반성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는 설명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피고인이 항소한다는 사실과 피고인이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범행 자체는 인정하면서 형량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이유로 항소할 수도 있다.
일부 사실관계나 가담 정도만 다툴 수도 있다.
따라서 담당 변호인이 항소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면 단순히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두 사건 전체의 양형전략과 경합범 관계까지 고려한 것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1차 항소의 실익도 따져봐야
항소를 결정할 때는 1심 형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판단하기보다 항소심에서 실제로 주장할 내용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1심 이후 피해자와 합의가 이루어졌는지,
추가 피해회복이 있었는지,
피고인의 가담 정도와 관련해 다시 살펴볼 사정이 있는지,
1심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양형자료가 있는지 등을 검토할 수 있다.
항소심에서 새롭게 주장할 사정이 거의 없다면 담당 변호인이 항소 실익을 낮게 평가할 수도 있다.
항소한다고 반드시 감형되는 것은 아냐
피고인 측이 항소했다고 항소심에서 반드시 형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항소심 법원이 1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면 항소를 기각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만 항소해 원심보다 무거워지지 않는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감형을 보장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항소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 남아 있는 2차 사건의 대응까지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항소기간은 7일
항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시간도 길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1심 판결에 대한 항소제기기간은 7일이다.
항소하려면 법정기간 안에 항소장을 원심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따라서 2차 사건의 첫 공판이 잡힐 때까지 기다린 뒤 1차 항소 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다.
2차 사건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공판기일이 잡히지 않았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2차 사건의 공소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1차 사건과 범행기간이 어떻게 구분되는지,
피해자가 동일한지 다른지,
피고인의 역할은 어떻게 기재돼 있는지,
각 사건의 피해액은 얼마인지 등을 정리할 수 있다.
특히 두 사건의 범행일자를 표로 정리해두면 경합범 관계를 변호인에게 확인하기 쉽다.
피해회복 상황도 사건별로 정리해야
보이스피싱 사건에서는 피해회복 여부가 중요한 양형사정이 될 수 있다.
1차 사건에서 피해자와 합의했더라도 2차 사건의 피해자가 다르다면 그 피해까지 회복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각각의 피해자별로 피해액과 합의 여부, 공탁 여부 등을 구분해 정리하는 것이 좋다.
남은 사건에서 추가로 피해회복을 할 수 있다면 그 가능성도 변호인과 검토할 수 있다.
1차 선고 이후의 변화도 2차 사건에서 준비할 수 있어
첫 번째 재판을 거친 뒤 피고인의 태도나 생활에 변화가 있었다면 이를 구체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피해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게 됐는지,
추가 피해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다시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지 않기 위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등을 사실에 맞게 준비할 수 있다.
반성문이나 탄원서를 제출한다면 단순히 기존 자료를 반복하기보다 1차 선고 이후 달라진 내용을 담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
‘보이스피싱’이라는 죄명만으로 결과를 비교하면 안 돼
온라인에서는 다른 보이스피싱 사건의 형량을 찾아 자신의 사건과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같은 보이스피싱 사건이라도 피고인의 역할과 가담기간, 피해자 수, 피해액, 취득한 이익, 범행 인식 정도, 전과, 피해회복 여부 등이 다르다.
전달책 사건과 모집책·관리책 사건을 단순 비교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1차 몇 년, 2차 몇 개월”이라는 결과만으로 자신의 형을 예상하는 것은 위험하다.
2차 사건에서 ‘1차 항소’를 어떻게 설명할지도 변호인과 상의해야
만약 1차 판결에 항소하기로 했다면 2차 사건에서도 전체적인 입장이 모순되지 않도록 정리할 필요가 있다.
1차에서는 범행을 전부 부인하면서 2차에서는 깊이 반성한다고 주장한다면 구체적인 사건 내용에 따라 설명이 필요할 수 있다.
반대로 범행을 인정하면서 형량만 다투는 항소라면 그 취지를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다.
결국 항소 여부뿐 아니라 무엇을 이유로 항소하는지가 중요하다.
가족이 변호인에게 확인해야 할 질문
이번과 같은 상황이라면 담당 변호인에게 다음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1차를 항소하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지,
2차 범행이 1차 판결 확정 전 범행인지,
1차를 확정시키면 형법 제37조 후단과 제39조가 적용되는지,
1차를 항소하면 두 사건의 관계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1차 항소에서 실제로 기대할 수 있는 감형 사정은 무엇인지,
2차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양형자료는 무엇인지다.
단순히 “항소하는 게 좋을까요?”라고 묻는 것보다 훨씬 구체적인 답변을 받을 수 있다.
결국 ‘괘씸죄’가 아니라 두 사건 전체를 놓고 결정해야
병합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보이스피싱 관련 사건을 두 번 재판받게 됐다면 가족에게는 “왜 같은 사건으로 두 번 형을 받아야 하나”라는 답답함이 생길 수 있다.
여기에 1차 항소까지 고민해야 한다면 “항소했다가 2차 재판부가 좋지 않게 보지 않을까”라는 불안도 커질 수 있다.
그러나 항소는 법이 보장한 불복절차다.
피고인만 항소한 해당 사건에서는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지 못하도록 하는 불이익변경금지원칙도 존재한다.
반면 별도로 진행되는 2차 사건은 그 사건의 범죄사실과 양형사정을 따로 판단해야 한다.
또 1차 판결이 확정된 뒤 2차 사건을 재판하게 되더라도 두 범행의 시기에 따라 형법 제37조·제39조의 후단 경합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이번과 같은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항소하면 괘씸하게 볼까’라는 추측이 아니다.
1차 판결문과 2차 공소장에 적힌 범행일을 나란히 놓고, 1차 판결을 확정시키는 경우와 항소하는 경우 각각 어떤 법률관계가 되는지를 담당 변호인에게 설명받는 것이 먼저다.
그 설명을 바탕으로 1차 항소의 실익과 아직 시작되지 않은 2차 사건의 대응전략을 함께 판단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