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생활비를 현금으로 드렸는데 남아 있는 자료가 없습니다”
온라인 교정정보 커뮤니티에는 피고인이 부모의 생활비를 사실상 부담해왔지만 이를 증명할 계좌이체 자료가 없어 고민이라는 가족의 질문이 올라왔다.
피고인의 수입은 일정하지 않았지만 집안에서는 가장과 비슷한 역할을 해왔고 연로한 부모에게 생활비를 지원했다고 한다.
문제는 지원방식이었다.
부모가 고령이다 보니 계좌이체보다 현금으로 직접 드리는 경우가 많았고, 현재 재판부에 제출할 만한 금융거래내역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부모 두 사람 모두 일을 하고 있지만 생계를 충분히 책임질 정도라기보다는 소일거리 수준이라고 했다.
이 경우 가족의 생계부양 사정을 양형자료로 주장할 수 있을까.
계좌이체 내역이 없으면 부양사정을 제출할 수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계좌이체 내역은 생활비 지원 사실을 보여주는 비교적 명확한 자료일 뿐, 그것만이 유일한 입증수단은 아니다.
현금으로 생활비를 지원했다면 직접적인 송금내역이 남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가족관계와 부모의 실제 경제상황, 피고인의 소득과 현금인출 내역, 부모가 생활비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등을 종합해 설명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다만 객관적인 증거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부모님을 부양했습니다”라고 한 줄만 적는 것보다는 가능한 범위에서 주변 자료를 함께 정리하는 편이 좋다.
부모님이 직업이 있으면 생계부양 주장은 못 할까?
그렇게 단순하게 볼 필요는 없다.
부모가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과 자녀의 경제적 지원이 필요했다는 사실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특히 고령자가 소일거리 정도의 일을 하고 있어 수입이 많지 않다면 그 소득만으로 실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직업 있음·없음’이라는 한 항목이 아니다.
부모의 월평균 수입이 어느 정도인지, 주거비와 의료비 등 고정지출은 얼마인지, 피고인의 지원이 중단된 뒤 생활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함께 설명해야 한다.
부모의 소득은 어떤 자료로 보여줄 수 있을까?
사건 상황에 따라 여러 자료를 검토할 수 있다.
근로소득이 있다면 급여내역이나 소득금액증명 등이 있을 수 있다.
일용직이나 소일거리처럼 수입이 일정하지 않다면 통장 거래내역이나 실제 근로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연금이나 복지급여를 받고 있다면 관련 지급내역도 부모의 전체 경제상황을 설명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핵심은 ‘수입이 전혀 없다’고 과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소득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현금 인출내역도 도움이 될까?
피고인이 일정한 시기에 현금을 인출한 기록이 있다면 주변 정황자료로 활용을 검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매달 비슷한 시기에 일정 금액을 현금으로 인출해 부모에게 생활비를 전달했다고 한다면 그 패턴을 설명할 수 있다.
다만 현금을 인출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돈이 부모에게 전달됐다는 것까지 자동으로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부모의 확인내용이나 다른 생활자료와 함께 설명하는 것이 보다 자연스럽다.
부모님이 직접 확인서를 써도 될까?
부모가 실제로 생활비를 받아왔다면 그 사실을 탄원서나 사실확인서 형식으로 설명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이때 단순히 “아들이 우리를 부양했습니다”라고만 쓰기보다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
언제부터 생활비를 받아왔는지, 한 번에 대략 얼마 정도였는지, 매달 정기적이었는지 아니면 필요한 때마다 받았는지 등을 사실에 맞게 적을 수 있다.
피고인의 수감 이후 생활비가 끊겨 어떤 어려움이 생겼는지도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다만 부모의 확인서 역시 가족이 작성한 자료인 만큼 객관적인 금융·소득 자료가 있다면 함께 제출하는 것이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생활비 금액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까?
없는 숫자를 만들어낼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매달 정확히 70만 원씩 지급한 사실이 없는데 재판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일정한 금액으로 맞춰 적어서는 안 된다.
현금으로 필요할 때마다 드렸다면 그 사실 그대로 설명하면 된다.
“매월 일정액”이 아니라 “부모의 생활비와 병원비가 필요할 때 수입범위에서 현금으로 지원했다”는 식으로 실제 지원방식을 구체적으로 적을 수 있다.
양형자료에서 중요한 것은 보기 좋은 숫자가 아니라 사실관계의 일관성이다.
병원비나 공과금을 대신 낸 자료도 확인해볼 수 있어
생활비를 반드시 부모에게 현금으로 직접 전달한 것만 부양이라고 볼 필요는 없다.
피고인이 부모의 병원비나 약값, 관리비, 휴대전화요금, 보험료 등 가족의 생활비를 대신 부담한 기록이 있다면 함께 확인해볼 수 있다.
피고인의 카드로 결제한 기록이 있을 수도 있고 가족 공동생활비를 직접 납부한 내역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자료들은 ‘부모에게 현금을 줬다’는 사실을 직접 증명하는 자료는 아니지만 실제로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담당했다는 사정을 보여줄 수 있다.
부모와 같은 집에서 살았다면 주민등록 자료도 의미가 있을까?
가족관계와 동거여부는 부양상황을 설명하는 기본자료가 될 수 있다.
가족관계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 등을 통해 부모와의 관계나 함께 생활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같은 주소에 살았다는 사실만으로 피고인이 생계를 전적으로 책임졌다는 것이 자동으로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주소자료는 경제자료와 함께 볼 때 의미가 커진다.
피고인이 ‘가장’이었다는 건 어떻게 보여줄까?
‘사실상 가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려면 실제 생활구조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좋다.
부모가 월 얼마 정도를 벌었는지, 피고인이 어떤 비용을 담당했는지, 가족 전체의 주요 지출을 누가 부담했는지를 정리할 수 있다.
피고인의 수감 전후를 비교하는 것도 방법이다.
수감 전에는 피고인이 생활비를 보태 가계가 유지됐지만 수감 이후 가족이 대출이나 복지지원, 다른 가족의 도움에 의존하게 됐다면 이러한 변화가 가족의 실제 경제상황을 보여줄 수 있다.
피고인 수입이 일정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고정급여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부양사실을 주장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자영업이나 일용직, 프리랜서처럼 수입이 불규칙한 사람도 가족의 생활비를 부담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매달 얼마씩 지급했다”는 식의 정형화된 주장보다 실제 수입이 있을 때마다 어느 정도를 가족생활에 사용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필요하다면 피고인의 과거 소득자료나 계좌거래내역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아주 어려워야만 양형자료가 될까?
반드시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무직이어야만 가족부양 사정을 제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족의 실제 경제적 의존관계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부모가 충분한 재산과 안정적인 소득을 가지고 있다면 피고인이 ‘가족의 유일한 생계부양자’였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부모의 경제상황을 과장하기보다는 실제로 피고인이 어느 부분을 지원해왔는지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형법에서는 가족환경도 양형에서 볼까?
현행 형법 제51조는 형을 정할 때 범인의 연령·성행·지능과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동기·수단·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가족관계와 생활환경은 양형과 관련해 설명될 수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부모를 부양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형을 줄여준다는 의미는 아니다.
범죄의 내용과 피해, 피해회복 여부, 전과관계 등 다른 사정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된다.
가족 생계자료와 피해회복 자료는 별개
피해자가 있는 범죄라면 특히 이 점을 구분해야 한다.
“부모를 부양해야 하니 선처해달라”는 사정과 피해자에게 발생한 피해를 어떻게 회복했는지는 별도의 문제다.
가족의 경제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피해회복의 중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있는 사건에서는 생계부양자료만 준비하기보다 합의와 변제, 공탁 등 피해회복 관련 사정도 변호인과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부모 생계 때문에 무리한 자료를 만들어서는 안 돼
양형자료를 준비하다 보면 가족들은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안해진다.
그러나 없는 계좌거래내역을 만들어낼 수도 없고 과거 생활비 금액을 실제보다 부풀려 작성해서도 안 된다.
사실과 다른 자료는 오히려 전체 자료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현금 지급이라 자료가 부족하다면 부족한 그대로 설명하고 주변 정황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변호인 의견서에 설명하는 방법도 있어
가족이 모든 상황을 각각의 서류로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 변호인에게 전체 생활구조를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변호인은 가족이 제공한 자료를 확인하고 어떤 내용을 양형의견서에 담을지 판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모의 소득자료와 가족관계, 피고인의 소득·현금인출 내역 등을 함께 제시하면서 ‘피고인이 일정하지 않은 수입 중 상당부분을 고령 부모의 생활비로 지원해왔다’는 사정을 정리할 수 있다.
어떤 자료가 실제 사건에서 필요한지는 죄명과 양형쟁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변호인과 선별하는 것이 좋다.
자료를 많이 내는 것보다 연결해서 설명해야
생계자료 역시 서류의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가족관계증명서 한 장, 소득자료 한 장, 통장내역 여러 장을 무작정 제출한다고 피고인의 부양역할이 저절로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각 자료가 무엇을 보여주는지를 연결해야 한다.
부모의 수입은 적었고 피고인이 생활비를 지원했으며 수감 이후 지원이 중단돼 생활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하는 방식이다.
현금으로 드렸어도 포기할 필요는 없어
오랫동안 부모님께 생활비를 현금으로 드렸다면 계좌이체 기록이 없어 막막할 수 있다.
하지만 이체내역이 없다고 실제 부양사정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가족관계와 부모의 실제 소득, 피고인의 금융거래, 현금인출 기록, 병원비나 생활비를 대신 지급한 자료, 부모의 탄원서나 사실확인서 등 주변 자료를 통해 당시 생활모습을 설명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가장이었다’는 표현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부모가 실제로 어느 정도 소득이 있었고 어떤 생활비가 필요했으며 피고인이 어떤 방식으로 이를 지원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자료가 부족한 부분은 솔직하게 설명하고 확인 가능한 부분은 객관적인 서류로 보완하는 것이 좋다.
결국 양형자료에서 중요한 것은 완벽한 영수증 묶음이 아니라 재판부가 실제 가족의 생활구조를 이해할 수 있도록 사실과 자료를 일관되게 연결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