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까지 끝나 실형 살고 있는데 민사소송은 언제까지 가능한가요?”

최근 교정생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형사재판을 마친 뒤 피해자의 민사소송 가능 기간을 묻는 가족의 사연이 올라왔다.

2심 항소심까지 마친 뒤 현재 실형을 살고 있는 상황이다.

사건이 발생한 지는 약 2년이 지났지만 아직 피해자들로부터 별도의 민사소송이 들어왔다는 소식은 없다고 했다.

주변에서는 “피해자들이 형사재판이 끝나면 바로 민사를 건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시간이 꽤 지났으니 민사소송이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기대와 어느 날 갑자기 소장이 도착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걱정이 동시에 생긴 상황이다.

형사재판이 끝났다고 손해배상 문제까지 끝나는 것은 아냐

먼저 형사재판과 민사상 손해배상은 구분해야 한다.

형사재판은 국가가 범죄에 대한 형사책임을 묻는 절차다.

반면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자신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별도의 민사 문제다.

따라서 형사재판에서 징역형이 확정되고 실제 복역하고 있다고 해서 피해자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까지 자동으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피해자가 형사재판이 끝나는 즉시 반드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피해자는 자신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 범위에서 소송 여부와 시점을 판단할 수 있다.

불법행위 손해배상은 원칙적으로 ‘안 날부터 3년’

민법 제766조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규정한다.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동안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법이 단순히 ‘사건이 발생한 날부터 3년’이라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는 별도의 기준이 있다.

대법원도 이 기준에 대해 피해자가 손해와 가해자를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한 때를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뿐 아니라 위법한 가해행위와 손해, 그 사이의 인과관계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했는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정확한 3년의 시작점은 개별 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사건 발생 후 3년’만 있는 것도 아냐

민법에는 또 하나의 기간이 있다.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 지나도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일반적인 불법행위 손해배상에서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이라는 단기소멸시효와 함께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라는 장기 기준을 함께 살펴야 한다.

다만 미성년자가 성폭력·성추행·성희롱 등 성적 침해를 당한 경우처럼 법률에 별도의 특칙이 있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모든 형사사건 피해자의 민사청구 가능기간을 하나의 숫자로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사건 발생 2년 지났다면 이제 1년만 남았다는 뜻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사건 발생일과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안 날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범행 직후 피해자가 손해와 가해자를 명확히 알고 있었다면 사건 발생 무렵부터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문제될 수 있다.

하지만 가해자를 나중에 알게 됐거나 손해가 뒤늦게 구체적으로 확인되는 사건이라면 기산점에 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대법원 역시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을 판단할 때 개별 사건의 여러 객관적인 사정과 실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게 된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범행일로부터 2년이 지났으니 민사소송은 딱 1년만 더 가능하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형사판결 확정일부터 다시 3년이 시작될까

이 부분도 오해가 많다.

민법 제766조가 ‘형사판결 확정일부터 3년’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형사재판이 1심과 항소심을 거쳐 확정됐다고 해서 모든 사건에서 그날부터 새로운 3년이 일률적으로 시작한다고 볼 수 없다.

반대로 형사재판이 오래 진행됐다는 이유만으로 민사상 청구권이 당연히 사라졌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민사상 소멸시효는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언제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알았는지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토대로 판단해야 한다.

사건에 따라 형사절차의 진행과 결과가 피해자의 인식 시점을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는 있지만 ‘형사판결 확정일 = 무조건 민사시효 시작일’이라는 공식은 없다.

피해자들이 형사 끝나면 바로 민사를 건다는 말은 맞을까

실제로 형사재판 결과를 확인한 뒤 민사소송을 검토하는 피해자는 있을 수 있다.

형사재판 과정에서 피해액이나 범죄사실, 가해자의 책임에 관한 자료가 상당 부분 정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피해자가 형사판결 직후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형사재판 중 이미 합의가 이뤄졌을 수도 있고, 일부 피해금이 변제됐을 수도 있다.

소송에 드는 시간과 비용 때문에 민사를 제기하지 않는 피해자도 있을 수 있고, 여러 명의 피해자가 각자 다른 시점에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반대로 형사판결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 소송을 준비하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형사재판이 끝난 뒤 몇 달 동안 소장이 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민사청구를 포기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피해자가 여러 명이라면 각자 따로 봐야 해

사연처럼 피해자가 여러 명인 사건이라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각 피해자가 가진 손해배상청구권은 개별적으로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A 피해자가 합의했다고 해서 B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까지 자동으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마다 손해액과 피해를 인식한 시점, 합의 여부, 변제 여부 등이 다를 수 있다.

일부 피해자는 형사절차 중 합의하고 다른 피해자는 추후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상황도 가능하다.

따라서 피해자가 여러 명인 사건에서는 ‘아직 아무도 소송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향후 가능성을 단정하기 어렵다.

형사 합의를 했다면 민사소송을 못 하는 걸까

합의가 있었다면 합의서의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피해금 일부를 지급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민사상 청구권이 당연히 사라진다고 볼 수는 없다.

합의서에 손해배상 문제를 어떻게 정리했는지, 추가적인 민·형사상 청구를 하지 않기로 했는지, 지급한 돈이 전체 피해에 대한 합의금인지 일부 변제금인지 등을 살펴야 한다.

이미 형사사건에서 합의하거나 돈을 지급한 사실이 있다면 이후 민사소송에서 다시 같은 손해가 청구됐을 때 그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공탁을 했다면 민사청구도 자동으로 끝날까

형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를 위해 형사공탁을 했던 사건도 있다.

그러나 공탁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피해자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이 무조건 전부 없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피해액이 얼마인지, 공탁금이 얼마인지, 피해자가 공탁금을 수령했는지, 이미 지급된 금액을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따라서 형사재판 과정에서 합의금·변제금·공탁금이 있었다면 관련 자료를 보관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나중에 민사소송이 제기됐을 때 이미 지급된 금액을 확인하는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감 중인데 민사소송이 들어오면 어떻게 알게 될까

피고가 교정시설에 수용돼 있다고 해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소송이 제기되면 법원의 소장과 관련 서류가 송달되는 절차가 진행된다.

따라서 가족이 별도로 민사소송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었다고 해도 수용자 본인에게 법원 서류가 송달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법원에서 온 서류를 단순한 우편물로 생각하고 방치하는 것이다.

민사소송에서는 정해진 기간 안에 답변하거나 대응해야 하는 절차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구금액과 청구원인, 원고가 누구인지, 형사사건의 어떤 피해를 근거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민사소송이 들어왔다면 형사판결이 났으니 무조건 지는 걸까

형사 유죄판결이 확정됐다면 관련 민사소송에서도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피해자가 청구한 금액 전부가 아무런 심리 없이 그대로 인정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민사재판에서는 실제 손해의 범위와 금액, 이미 변제한 금액, 합의나 공탁 여부, 여러 사람이 관여한 사건이라면 책임범위 등 별도의 쟁점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소장을 받았다면 “형사에서 유죄가 나왔으니 대응해도 의미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청구내용을 확인하고 이미 지급한 돈이나 합의내용 등이 있다면 관련 자료를 정리해야 한다.

2년 동안 소식이 없었다면 민사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볼 수 있을까

단순히 2년 동안 민사소송이 없었다는 사실만으로 앞으로도 소송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민법상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에는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있고 그 기산점 자체가 사건별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라는 장기 기준도 존재한다.

따라서 사건 발생 2년이라는 숫자 하나만으로 “이제 거의 끝났다”거나 “앞으로 1년만 버티면 된다”고 계산하는 것은 위험하다.

정확한 소멸시효를 판단하려면 피해자가 언제 손해와 가해자를 현실적·구체적으로 알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가족이 지금 준비해둘 자료는

민사소송이 실제로 제기될지는 피해자가 결정하는 문제이므로 가족이 미리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다만 형사재판 과정에서 피해회복과 관련해 사용했던 자료는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

합의서가 있다면 합의서 원본이나 사본을 보관하고, 피해자에게 송금한 내역이 있다면 계좌이체 기록을 확보해두는 것이 좋다.

공탁을 했다면 공탁 관련 서류도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

여러 피해자에게 각각 변제했다면 누구에게 언제 얼마를 지급했는지를 구분해서 정리해두면 향후 민사소송이 들어왔을 때 대응하기 쉽다.

형사판결문 역시 보관해두는 것이 좋다.

소장이 오지 않았다고 계속 불안해하기보다 기준부터 알아둘 필요

안기모카페에서는 형사재판이 끝난 가족들이 “피해자가 언제 민사를 걸지 모르겠다”, “몇 년이 지나면 이제 안심해도 되느냐”는 질문을 자주 한다.

그러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형사재판이 끝난 날부터 몇 년’이라는 하나의 공식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현행 민법은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이라는 단기소멸시효를 두고 있으며,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라는 기준도 함께 두고 있다.

무엇보다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 언제인지는 사건마다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사건 발생 후 2년 동안 소장이 오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민사소송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매일 민사소송이 들어올까 걱정하며 기다릴 필요도 없다.

현재로서는 형사사건에서 이뤄진 합의·변제·공탁 등 피해회복 자료를 정리해 보관하고, 실제 법원에서 민사소송 서류가 도착한다면 그때 청구내용과 소멸시효, 이미 지급한 금액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