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는 모두 설치됐는데 검사가 징역 2년을 구형했습니다”

형사재판에서 검사의 구형까지 끝나면 가족에게 남은 시간은 더욱 짧게 느껴진다.

최근 교정생활 정보공유 커뮤니티 안기모카페에도 사기 및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는 지인의 선고를 앞두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묻는 사연이 올라왔다.

두 사건이 병합돼 있고 공소사실상 금액은 각각 8천만원과 4천만원으로 총 1억2천만원이라고 했다.

이 가운데 피고인이 받은 돈은 1천만원 상당이라는 것이 사연에서 설명한 내용이다.

설비 자체는 모두 설치돼 업체에 비용이 지급됐고 보조금 사업 선정 단계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교부 단계에서 서류가 위조돼 공소사실상 전액이 문제 된 상황이라고 했다.

검사의 구형은 징역 2년.

선고까지는 약 3주가 남았다.

가족 입장에서는 이 짧은 기간에 무엇을 해야 조금이라도 유리한 사정을 재판부에 전달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검사가 징역 2년을 구형했다고 판결이 2년으로 정해진 것은 아냐

먼저 구형과 선고를 구분해야 한다.

검사의 구형은 재판부에 요청하는 형량이지 법원이 반드시 그대로 선고해야 하는 형량은 아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과 증거, 범행에서 피고인이 담당한 역할, 피해규모와 피해회복, 범행 후 정황, 전과관계 등 재판에서 확인된 여러 사정을 토대로 최종 형을 정한다.

따라서 검사가 징역 2년을 구형했다는 사실만으로 징역 2년의 실형이 확정됐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반대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선고 결과는 결국 사건기록과 재판에서 인정되는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달라진다.

보조금법 위반은 ‘설비가 설치됐으니 피해가 없다’고 단순하게 볼 수 없어

이번 사건에서 특히 주의해서 볼 부분이다.

현행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은 거짓 신청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 또는 간접보조금을 교부받거나 지급받은 경우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실제로 설비가 설치됐다는 사정만으로 보조금법 위반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보조금 사업에 정상적으로 선정됐다는 사실과 이후 교부 단계에서 부정한 방법이 사용됐다는 공소사실도 구분해서 봐야 한다.

어떤 서류가 위조됐는지, 피고인이 그 과정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 그 서류가 실제 보조금 교부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중요할 수 있다.

“실제로 받은 돈은 1천만원입니다” 이것도 확인이 필요해

사연에서는 전체 공소사실 금액이 1억2천만원이지만 피고인이 실제로 받은 돈은 1천만원 상당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부분은 선고를 앞두고 변호인과 정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피고인이 실제 취득한 범죄수익과 공소사실에서 인정되는 편취금액 또는 부정수급액은 반드시 같은 개념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피고인이 1천만원만 가져갔다고 해서 법원이 사기 피해액이나 부정수급액도 자동으로 1천만원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전체 사업비 가운데 상당 부분이 실제 설비 설치에 사용됐다는 사실도 사건에 따라 범행으로 인한 실질적인 이익과 손해, 가담 정도 등을 설명하는 자료가 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단순히 “1억2천만원 중 1천만원밖에 받지 않았다”는 주장만 하기보다 자금흐름을 객관적인 자료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설비가 실제 설치됐다는 사실도 자료로 정리할 필요가 있어

사연 내용대로 실제 설비가 모두 설치됐고 업체에도 비용이 지급됐다면 그 사실을 말로만 설명할 필요는 없다.

계약서와 세금계산서, 계좌이체 내역, 설비 설치내역, 납품·검수자료 등 실제 사업 수행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다.

다만 이런 자료를 제출한다고 해서 공소사실 자체가 자동으로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유죄를 인정하면서 양형을 다투고 있는 사건이라면 실제 사업이 어느 정도 수행됐고 피고인이 어느 정도의 이익을 얻었는지를 설명하는 방향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반대로 공소사실 일부를 다투고 있다면 변호인의 기존 변론방향과 충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기 금액 1억2천만원이라는 숫자도 가볍게 볼 수는 없어

현재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일반사기 양형기준은 이득액을 기준으로 유형을 구분한다.

1억원 미만과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이 서로 다른 유형으로 나뉜다.

따라서 법원이 사기범죄의 이득액을 1억2천만원으로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 구간과 관련될 수 있다.

하지만 사연에 나온 두 사건의 금액을 단순히 더한 1억2천만원이 양형기준상 이득액으로 그대로 평가되는지는 병합된 범죄의 관계와 공소사실 등에 따라 따져봐야 한다.

가족이 숫자만 보고 인터넷의 양형표를 그대로 대입해서 예상 형량을 계산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피해회복은 선고 전 중요한 확인사항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사기범죄 양형기준에서는 피해회복 여부를 중요한 양형인자로 다루고 있다.

현재 사연에서는 아직 보조금 환수결정이 나오지 않아 피해회복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선고까지 남은 기간에 변호인과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환수결정 전이라도 피해회복을 위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절차가 있는지, 반환 의사를 어떤 방식으로 객관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지, 관계기관에 확인하거나 준비한 내용이 있다면 이를 재판부에 설명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검토해볼 수 있다.

다만 임의로 특정 기관에 돈을 보내거나 법률적 성격이 불분명한 방식으로 처리하기보다 담당 변호인과 절차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환수결정이 아직 안 나왔습니다”라고 기다리기만 해서는 부족할 수도

피해회복을 하고 싶지만 행정기관의 환수결정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면 피고인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있다.

그러나 선고가 먼저 다가오고 있다면 ‘결정이 나오지 않아 아무것도 못 했다’는 설명에서 끝낼 것인지, 실제 반환 의사와 준비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여줄 방법이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담당 기관에 반환 절차를 문의한 사실이 있다면 관련 자료를 남겨둘 수 있다.

반환을 위해 일정 금액을 실제로 마련해 두었다면 이를 어떻게 재판부에 설명할 것인지도 변호인과 상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피해회복 의사를 말로만 주장하는 것과 실제로 실행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보조금 환수와 형사재판은 별개로 진행될 수 있어

보조금 사건에서는 형사재판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보조금법에는 일정한 경우 보조금 반환명령과 제재부가금 등 별도의 행정상 조치가 규정돼 있다.

따라서 형사재판에서 판결을 받는 것과 보조금 환수 문제가 완전히 같은 절차는 아니다.

아직 환수결정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재판도 반드시 그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형사재판이 끝났다고 보조금 반환과 관련한 문제가 모두 끝난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1천만원을 받은 경위와 성격도 정리해야

사연에서 언급된 ‘1천만원 페이백’이 정확히 어떤 돈인지도 중요하다.

누가 누구에게 지급했는지, 왜 지급했는지, 피고인이 먼저 요구한 것인지, 사전에 약속된 돈인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받았는지 등을 객관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단순히 ‘1천만원만 받았다’는 표현만으로는 범행에서 피고인이 담당한 역할을 설명하기 어렵다.

검찰이 이 돈을 범죄수익으로 보고 있다면 피고인이 실제로 취득한 이익과 범행 참여 정도를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피고인의 역할이 어느 정도였는지도 중요해

여러 사람이 관련된 보조금 사건에서는 각 피고인의 역할이 동일하지 않을 수 있다.

누가 사업을 계획했는지, 누가 허위 또는 위조 서류를 준비했는지, 피고인이 서류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어느 시점에 알았는지, 보조금 교부 과정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실제로 설비를 설치한 업체와 보조금을 신청한 사업자, 중간에서 업무를 처리한 사람의 역할이 서로 다를 수도 있다.

따라서 선고 전에는 ‘전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됐는가’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무엇을 했는가’를 구분해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

반성문과 탄원서만 많이 내면 될까

선고를 앞두고 가족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자료는 반성문과 탄원서다.

물론 사건에 따라 제출할 수 있다.

하지만 사기범죄 양형기준에서도 진지한 반성뿐 아니라 피해회복, 범죄수익과 가담 정도, 전과관계 등 여러 요소가 함께 다뤄진다.

따라서 선고 3주를 앞두고 반성문과 탄원서 숫자만 늘리는 것보다 이번 사건에서 실제로 설명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특히 반성문에는 공소사실을 그대로 반복하기보다 자신의 잘못이 무엇이었는지,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피해회복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다시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 등을 사실에 맞게 적는 것이 좋다.

재범방지 계획도 사건에 맞아야 해

보조금 관련 사건에서 재범방지 계획을 작성한다면 일반적인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문장만으로 끝내기보다 사건과 연결하는 것이 좋다.

앞으로 보조금 사업에 참여할 경우 서류를 어떤 방식으로 검증할 것인지, 회계와 자금집행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외부 전문가의 검토를 받을 것인지 등 구체적인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현재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면 회계관리 체계나 내부통제 방법을 개선한 자료가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실행하지 않은 계획을 마치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작성해서는 안 된다.

선고까지 3주, 자료를 많이 내는 것보다 우선순위를 정해야

3주는 길지 않은 시간이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찾은 양형자료를 무작정 만들어 제출하기보다 변호인과 사건기록을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부분과 다투는 부분은 무엇인지, 1억2천만원이라는 금액을 법원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 실제 피고인에게 귀속된 돈은 얼마인지, 설비 설치로 실제 사업이 수행된 부분은 어느 정도인지, 피해회복은 지금 가능한지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다음 반성문과 가족 탄원서, 재범방지 계획 등 필요한 자료를 사건에 맞게 보완하는 편이 낫다.

특히 ‘설비가 설치됐으니 피해가 없다’는 식의 표현은 신중해야

이번 사건에서 가족이 가장 억울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실제 설비가 설치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법원에서 이미 교부 과정의 서류 위조와 부정한 방법에 의한 보조금 수령이 문제 되고 있다면 “설비는 설치했으니 아무런 피해가 없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오히려 실제 사업 수행 부분과 부정하게 처리된 부분을 구분하고, 피고인이 그 과정에서 어떤 잘못을 했는지를 정확히 인정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범행을 인정하면서 선처를 구하는 사건이라면 자신의 책임을 축소하려는 태도로 보이지 않도록 변호인과 표현을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선고 전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의 숫자’를 제대로 설명하는 것

이번 사연에는 여러 숫자가 등장한다.

8천만원과 4천만원, 합계 1억2천만원의 공소사실 금액이 있고 피고인이 실제 받았다고 하는 1천만원이 있다.

그리고 검사는 징역 2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이 숫자들만으로 선고 결과를 예상하기는 어렵다.

법원이 인정하는 사기 이득액과 부정수급액이 얼마인지, 피고인에게 실제 귀속된 이익이 얼마인지, 설비 설치로 실제 사업이 수행된 부분은 무엇인지, 피고인이 서류 위조와 보조금 교부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피해회복을 위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함께 검토돼야 한다.

선고까지 3주가 남았다면 막연히 ‘집행유예를 받으려면 어떤 서류를 내야 하나’를 찾기보다 이 부분을 담당 변호인과 하나씩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결국 재판부에 전달해야 할 것은 서류의 장수가 아니다.

피고인이 이번 범행에서 실제로 한 일과 얻은 이익, 발생한 피해, 그 피해를 회복하려는 행동 그리고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바꾼 것이 무엇인지다.

남은 3주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시간이 아니라 이미 발생한 일을 객관적인 자료로 정리하고, 할 수 있는 피해회복과 변화의 모습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줄 시간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