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절반과 합의했는데 형량이 많이 줄어들까요?”
온라인 교정정보 커뮤니티에는 사기 사건으로 재판을 앞둔 가족의 질문이 올라왔다.
가족의 설명에 따르면 사건은 서로 다른 지역에서 여러 건으로 나뉘어 있고 전체 피해금액은 약 2,500만 원이다.
피고인은 초범이며 일부 사건의 피해자들과는 합의를 마쳤지만 나머지 사건에서는 아직 합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가족이 가장 궁금한 것은 하나였다.
모든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하더라도 일부 피해자와 합의한 것이 실제 형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지 여부다.
결론부터 말하면 부분적인 피해회복도 양형 과정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의 절반과 합의했으니 형량도 절반 줄어든다’는 식으로 계산할 수는 없다.
사기 사건에서 합의가 중요한 이유
형법은 형을 정할 때 범행의 동기와 수단, 결과뿐 아니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기 사건에서는 범행으로 재산상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범행 이후 실제 피해가 얼마나 회복됐는지가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현재 시행 중인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사기범죄 양형기준에서도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을 특별양형인자로, ‘상당한 피해 회복’을 일반양형인자로 두고 있다.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도 일반양형인자로 제시돼 있다.
따라서 초범이고 실제 피해회복까지 이뤄졌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고려될 수 있는 요소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표현은 ‘고려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액 합의가 아니어도 의미가 있을까?
가능하다.
여러 명의 피해자가 있는 사건에서 일부 피해자와 합의하고 실제 피해를 회복했다면 그 사실 자체가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어느 피해자에게 얼마만큼의 피해가 발생했고 실제로 어느 정도 회복됐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피해자 6명 가운데 일부 피해자에게 피해금액 전액을 지급하고 합의했다면 그 부분은 실제 피해회복 자료로 제출할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피해자들의 피해가 그대로 남아 있다면 그 역시 동시에 존재하는 양형사정이다.
따라서 부분합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볼 수도 없지만 ‘절반과 합의했으니 충분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피해자 숫자보다 실제 피해회복 정도를 함께 봐야 해
가족들이 흔히 하는 계산이 있다.
“6명 중 3명과 합의했으니 50% 합의했다”는 식이다.
그러나 피해자 수만으로 피해회복 정도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피해자마다 피해금액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피해자의 피해금액이 100만 원이고 다른 피해자의 피해금액이 1,000만 원이라면 두 사람을 단순히 각각 ‘1명’으로 계산해서는 실제 피해회복 정도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그래서 피해자별 피해금액과 실제 변제금액, 합의 여부, 처벌불원 의사 등을 따로 정리해보는 것이 좋다.
합의와 피해회복도 구분해서 봐야 해
피해자에게 돈을 지급했다고 반드시 형사합의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합의서가 있다고 해서 그 내용이 모두 동일한 것도 아니다.
합의서에는 피해금액 지급 사실과 민·형사상 관계, 처벌에 관한 피해자의 의사 등이 어떻게 기재돼 있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합의했습니다”라고 변호인에게 전달하는 데서 끝내기보다 합의서와 송금내역 등 실제 자료를 제출해 확인받는 것이 중요하다.
초범이면 집행유예 가능성이 높을까?
초범은 유리하게 고려될 수 있는 사정이다.
실제로 양형위원회의 사기범죄 양형기준에서도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을 양형요소로 두고 있다.
하지만 초범이라는 이유만으로 집행유예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피해금액과 피해자 수, 범행 횟수, 범행기간, 범행에서 담당한 역할, 기망 방법, 피해회복 정도, 범행 후 태도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특히 여러 피해자를 상대로 반복적인 범행을 한 사건이라면 그 자체가 불리하게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사기범죄 양형기준에서도 불특정 또는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상당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를 가중요소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초범 + 일부 합의 = 집행유예’라는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피해금액 2,500만 원이면 형량을 예상할 수 있을까?
피해금액만으로 실제 선고형을 예상하는 것도 어렵다.
현재 양형위원회 일반사기 양형기준에서는 1억 원 미만을 제1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2,500만 원 규모의 사건이라도 범행의 내용은 크게 다를 수 있다.
한 사람을 상대로 한 일회성 범행인지, 여러 사람을 상대로 반복했는지, 피고인이 범행을 계획했는지 단순히 가담했는지 등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피해회복 정도도 중요하다.
따라서 인터넷에서 “나는 피해액 3,000만 원인데 집행유예가 나왔다”는 사례를 찾았다고 해서 자신의 사건 결과를 그대로 예상해서는 안 된다.
사건이 두 지역에 나뉘어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이번 사연처럼 서로 다른 지역에 사건이 나뉘어 있는 경우 가족 입장에서는 “같은 사기 사건인데 왜 한꺼번에 재판하지 않느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범행 장소와 수사기관, 기소 시점, 관할 법원, 사건 진행 정도 등에 따라 사건이 서로 다른 법원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관련 사건이라고 해서 언제나 자동으로 하나의 재판으로 병합되는 것은 아니다.
병합 여부는 구체적인 사건의 관할과 진행상황 등을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 각각의 사건번호가 존재한다면 변호인에게 병합 가능성을 검토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병합되지 않으면 첫 번째 판결이 두 번째 재판에 영향을 줄까?
이 부분은 사건의 진행 순서가 중요하다.
여러 범행이 서로 다른 재판으로 진행되는 경우 어느 범행이 언제 저질러졌고 첫 번째 판결이 언제 확정됐는지 등에 따라 후속 사건의 법률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형법상 경합범 규정이 문제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첫 사건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다음 사건도 집행유예를 받으면 된다”는 방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여러 사건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면 변호인이 각 사건의 범행일과 기소일, 재판 진행상황, 판결 확정 여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합의가 안 되는 피해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합의를 시도했지만 피해자가 연락을 거부하거나 높은 금액을 요구해 현실적으로 합의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피해자에게 반복적으로 연락하거나 합의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현재 양형위원회의 사기범죄 양형기준에서도 합의 과정에서 피해를 야기한 경우를 불리한 양형요소로 두고 있다.
피해자가 합의를 원하지 않는다면 변호인을 통해 적절한 방법으로 의사를 확인하고 무리한 접촉을 피하는 것이 좋다.
합의가 어려운 경우 실제 변제나 형사공탁 등을 검토할 수 있지만 공탁을 했다고 자동으로 합의와 동일하게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얼마를 합의하면 몇 개월 줄어드나요?”라는 계산은 어려워
사기 사건 가족들이 가장 알고 싶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피해액 2,500만 원 가운데 1,500만 원을 변제했다면 징역이 몇 개월 줄어드는지를 알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형사재판에는 ‘피해회복 1,000만 원당 징역 몇 개월 감경’과 같은 계산표가 없다.
합의 역시 마찬가지다.
피해자 한 명과 합의할 때마다 몇 개월씩 감형되는 구조가 아니다.
법원은 피해회복을 포함해 사건 전체의 양형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그래서 변호사가 예상 형량을 설명하더라도 그것은 사건기록을 바탕으로 한 전망일 뿐 판결을 보장하는 숫자는 아니다.
“6개월 이하 나오면 성공보수 300만 원” 약정은 확인해야
이번 사연에는 또 하나 중요한 문제가 등장한다.
변호사와 ‘징역 6개월 이하가 나오면 성공보수 300만 원’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나눴다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형량 전망과 별개의 법률문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5년 형사사건에서 의뢰인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는 것을 조건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성공보수약정에 대해 사회질서에 위반돼 무효라는 판단을 내렸다.
특히 구속영장 기각이나 보석, 집행유예, 무죄 등 형사재판 결과와 금전적 대가를 결부시키는 성공보수약정의 문제를 명확히 했다.
따라서 현재 체결한 계약서에 실제로 ‘6개월 이하 선고 시 300만 원 지급’이라는 내용이 있다면 단순히 “대형로펌은 원래 성공보수를 받는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계약서의 정확한 문구와 계약 체결 시점을 확인해 법적 효력을 별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성공보수가 있다는 이유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면 안 돼
가족 입장에서는 변호사가 특정 결과에 성공보수를 걸었다면 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변호사 비용 약정과 실제 재판부가 선고할 형은 별개의 문제다.
무엇보다 형사사건 성공보수약정 자체에 법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성공보수 금액을 형량 가능성의 신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변호사가 성공보수를 요구했으니 6개월 이하가 가능하다는 뜻”이라고 해석할 근거는 없다.
지금 가족이 정리하면 좋은 것은 ‘합의 현황표’
여러 피해자가 있는 사건에서는 가족이 사건을 머릿속으로만 관리하면 혼란스러워지기 쉽다.
피해자별로 사건번호, 피해금액, 실제 변제금액, 합의 여부, 합의서 제출 여부, 처벌불원 여부, 남은 피해액을 정리해두면 현재 피해회복 상황을 한눈에 파악하기 쉽다.
사건이 두 법원에 나뉘어 있다면 어느 피해자가 어느 사건에 포함돼 있는지도 함께 구분하는 것이 좋다.
이 자료를 변호인과 공유하면 어느 사건에서 추가 피해회복이 필요한지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부분합의는 의미 있지만 ‘몇 개월 감형’으로 계산할 수 없어
사기 사건에서 일부 피해자와 합의하고 피해를 실제로 회복했다면 그 노력은 양형 과정에서 고려될 수 있다.
초범이라는 사정 역시 유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피해자와 합의했다고 집행유예가 자동으로 선고되는 것도 아니고, 피해액의 절반을 갚았다고 형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특히 여러 피해자를 상대로 한 사건이고 사건 자체가 여러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면 각각의 사건을 따로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전체 피해규모와 피해회복 정도, 피해자들의 의사, 범행 횟수와 방법, 피고인의 역할과 전과, 사건 진행순서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가족에게 가장 현실적인 목표는 “몇 개월 줄어들까”를 계산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까지 어느 정도 피해가 회복됐고 무엇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지를 정확하게 정리한 뒤, 남아 있는 피해회복을 가능한 범위에서 진행하고 그 자료가 각 재판에 제대로 제출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