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금액만이라도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사기사건으로 구속된 가족의 1심 재판을 앞두고 합의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사연이 교정생활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전체 피해액은 약 500만 원이고 피고인에게 동종 전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피해자가 여러 명이라는 점 때문에 가족의 걱정은 컸다. 경제적 사정상 피해원금보다 많은 돈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피해자들이 어느 정도의 합의금을 요구하는지도 알 수 없어 막막함을 호소했다.
형사합의에는 피해액의 두 배나 세 배처럼 법률로 정해진 배율이 없다. 피해자가 원하는 금액과 피고인 측이 마련할 수 있는 금액을 협의하는 절차이므로 사건마다 결과가 달라진다.
피해원금 전액 변제도 중요한 양형자료
사기범죄에서는 피해자와의 합의 또는 실질적인 피해회복이 중요한 감경요소로 평가된다. 2026년 7월 1일부터 시행 중인 사기범죄 양형기준도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회복’을 특별감경요소로, ‘상당한 피해회복’을 일반감경요소로 규정하고 있다.
재산상 피해만 발생한 사건에서는 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 끝에 손해액의 약 3분의 2 이상을 회복시킨 경우 양형기준상 ‘실질적 피해회복’으로 평가될 수 있다. 피해원금을 전액 갚는다면 피해회복 측면에서 의미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다.
다만 원금을 지급했다고 피해자가 반드시 처벌불원서를 작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피해금 변제와 형사합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는 서로 구별해야 한다.
합의서에는 무엇이 포함됐는지 명확해야
합의가 이뤄진다면 합의서에는 피해자와 피고인, 대상 사건과 지급금액, 지급 완료 여부를 명확히 적어야 한다.
지급금이 피해원금만을 의미하는지, 추가적인 손해배상까지 포함하는지와 피해자가 민사상 추가 청구를 하지 않기로 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 그 의사가 합의서나 별도의 처벌불원서에 분명하게 기재돼야 한다.
가족이 돈을 보냈다는 사실만으로는 어느 피해자의 어떤 피해에 대한 변제인지 불분명할 수 있으므로 송금내역과 영수증, 합의서를 함께 정리해 재판부에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해자가 여러 명이면 각각의 피해회복 확인
다수 피해자 사건에서는 한 명과 합의했다고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까지 회복된 것으로 처리되지 않는다.
피해자마다 피해액과 합의 여부, 변제금액을 표로 정리하고 어떤 피해가 남아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일부 피해자에게만 전액을 지급할지, 모든 피해자에게 피해액 비율에 따라 일부씩 지급할지는 사건 상황과 합의 가능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담당 변호인과 전략을 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일부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일부 금액을 변제한 사실도 자료로 제출할 수 있지만, 피해가 남아 있는 피해자들의 미합의 상태 역시 함께 평가된다. 현행 집행유예 기준은 ‘미합의’와 ‘피해회복 노력 없음’을 부정적인 사유로, 처벌불원·실질적 피해회복과 상당한 피해회복을 긍정적인 사유로 분류한다.
다수 피해자는 피해액과 별도로 불리하게 볼 수 있어
전체 피해액이 약 500만 원이라면 현행 일반사기 양형기준상 ‘1억 원 미만’ 유형에 포함된다. 이 유형의 권고 형량은 감경영역이 1년 이하, 기본영역이 징역 6개월에서 1년 6개월, 가중영역이 징역 1년에서 2년 6개월이다. 다만 양형기준은 개별 판결을 자동으로 결정하는 형량표가 아니며 구체적인 사건의 양형요소에 따라 달라진다.
불특정 또는 다수 피해자를 대상으로 했거나 상당한 기간 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는 가중요소로 규정돼 있다. 반면 최종적으로 회복되지 않은 손해액이 5,000만 원 미만이면 집행유예 판단에서 ‘실질적 손해 규모가 상당히 작은 경우’라는 긍정적인 주요참작사유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피해액이 500만 원이라는 점만 보고 형량이 가볍다고 단정할 수도 없고, 피해자가 여러 명이라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중형이 선고된다고 말할 수도 없다.
초범이면 무조건 집행유예가 나오는 것은 아냐
전과가 없다는 사실은 원칙적으로 긍정적인 양형사유가 될 수 있다. 현행 사기범죄 집행유예 기준도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을 긍정적인 주요참작사유로 두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초범 여부만 보지 않는다. 범행 횟수와 기간, 피해자의 수, 계획성, 피해회복 정도,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지와 구속 사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현재 구속 상태라는 사실만으로 최종 형량을 예측할 수는 없다. 구속은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 등을 판단한 신병확보 절차이고, 실제 형량은 공판에서 확인된 증거와 양형자료를 토대로 별도로 결정된다.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를 압박해서는 안 돼
재판이 임박하면 가족들이 조급한 마음에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연락하거나 합의를 재촉할 수 있다.
하지만 현행 양형기준은 합의를 시도하면서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거나, 합의를 거절하면 불이익이 있을 것처럼 압박하는 행위를 불리한 양형요소로 규정한다.
연락을 원하지 않는 피해자에게 가족이 직접 반복해서 접근하기보다 담당 변호사나 적법한 중간 연락방법을 이용해야 한다.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한다면 변제나 형사공탁을 검토할 수 있지만, 공탁도 피해자의 의견과 수령 여부, 공탁금의 회수 가능성 등을 종합해 실질적인 피해회복으로 인정할지를 재판부가 신중하게 판단한다.
첫 재판 전 가족이 확인할 사항
먼저 공소장에 적힌 피해자 수와 피해금액, 범행 횟수를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가족이 알고 있는 총액과 검사가 기소한 금액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별 연락과 합의는 담당 변호인을 통해 진행하고, 합의 의사가 있는 피해자에게 마련 가능한 금액과 지급시기를 사실대로 제안해야 한다.
변제가 이뤄지면 피해자별 합의서와 처벌불원서, 송금확인증을 구분해 제출해야 한다. 합의하지 못한 피해자가 있다면 현재까지 마련한 금액과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한 과정을 객관적인 자료로 남길 필요가 있다.
반성문과 가족 탄원서에는 단순히 초범이라는 사정만 반복하기보다 범행을 중단하게 된 경위, 피해금을 마련하는 과정과 다시 같은 범행을 하지 않을 구체적인 계획을 담는 편이 좋다.
안기모카페에서는 사기사건 재판과 피해자 합의를 처음 준비하는 가족들이 합의금, 변제와 처벌불원서에 관한 경험을 나누고 있다. 형편이 어려운 가족에게 피해회복은 큰 부담이지만, 마련할 수 있는 범위에서 실제 변제를 시작하고 그 과정을 재판자료로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