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소권회복청구는 어떤 제도일까?
형사재판에서 판결에 불복하려면 정해진 상소기간 안에 항소장이나 상고장을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피고인이나 대리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 때문에 이 기간을 지키지 못한 경우까지 아무런 구제방법을 두지 않는다면 다시 재판받을 기회를 잃게 된다.
형사소송법은 이러한 경우 상소권회복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핵심은 단순히 “항소하는 것을 몰랐다”거나 “뒤늦게 마음이 바뀌었다”는 것이 아니라 기간을 지키지 못한 데 책임질 수 없는 사유가 있었는지다.
재판에 출석하지 못했다면 무조건 인정될까?
그렇지는 않다.
재판에 제대로 출석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상소기간까지 놓쳤다고 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상소권이 자동으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왜 재판에 출석하지 못했는지, 판결이 선고된 사실을 언제 어떤 방법으로 알게 됐는지, 상소기간을 지키지 못하게 된 구체적인 과정이 무엇인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따라서 가족의 출산·양육 문제나 경제적인 어려움 등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러한 사정이 실제 상소기간을 지키지 못한 이유와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중요하다.
‘괘씸죄 때문에 형을 받았다’고 단정하면 안 돼
피고인이 재판에 제대로 출석하지 못한 뒤 예상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받으면 가족 입장에서는 “재판에 나오지 않아 괘씸죄로 형이 세진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괘씸죄’라는 별도의 범죄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형량은 적용된 죄명과 범행 내용, 피해규모, 동종 전력, 피해회복 여부 등 사건별 여러 사정을 토대로 판단된다.
특히 누범기간 중 다시 동종 범죄로 재판받는 사건이라면 형량 문제는 단순히 출석 여부 하나만 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신청했다고 형 집행이 자동으로 멈추는 것은 아니다
상소권회복청구를 했다고 기존 판결의 집행이 당연히 중단되는 것도 아니다.
형사소송법은 상소권회복청구가 있는 경우 법원이 청구에 관한 결정을 할 때까지 재판의 집행을 정지하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청구서를 제출했다는 사실과 실제 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수감 중인 가족이라면 상소권회복 사건의 진행 상황과 함께 별도의 집행정지 결정이 있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상소권회복이 받아들여지면 바로 출소할까?
가족들이 특히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상소권회복이 받아들여졌다는 것은 놓쳤던 상소절차를 다시 진행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이지, 기존의 유죄판결이 곧바로 없어지거나 집행유예로 변경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따라서 “상소권이 회복됐다 = 바로 석방된다”는 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이후 실제 신병 상태는 사건의 절차와 법원의 결정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회복이 받아들여진다면 항소심 준비가 시작된다
상소권회복을 기다리는 가족이라면 결과가 나온 뒤에야 모든 준비를 시작할 필요는 없다.
청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에 대비해 기존 판결문과 공소장, 1심에서 제출했던 자료, 피해자별 피해금액과 합의 현황 등을 미리 정리할 수 있다.
특히 1심에서 어떤 이유로 해당 형량이 선고됐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형이 너무 무겁다”는 주장만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1심에서 불리하게 평가된 사정을 항소심에서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어린 자녀와 사실혼 배우자가 있다면 양형자료가 될 수 있을까?
어린 자녀가 있고 사실혼 배우자가 피고인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정은 변호인과 상의해 항소심에서 제출할 양형자료의 하나로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어린 자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형량이 반드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실제 부양관계가 어떠했는지, 출소 이후 가족이 어떤 생활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혼인신고가 돼 있지 않은 사실혼 관계라면 단순히 배우자라고 기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함께 생활해온 관계와 자녀 양육 등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있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사기 사건이라면 피해회복 상황을 다시 확인해야
사기 사건의 항소심을 준비한다면 가족관계 자료만큼 피해회복 문제도 중요하게 살펴봐야 한다.
피해자가 몇 명인지, 전체 피해액은 어느 정도인지, 지금까지 변제한 금액은 얼마인지, 합의된 피해자와 아직 합의하지 못한 피해자는 누구인지 등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전액 변제가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현재 가능한 피해회복 방법이 있는지 변호인과 검토할 수 있다.
특히 여러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라면 한 사람과의 합의만 따로 생각하기보다 사건 전체의 피해회복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추가로 조사받지 않은 사건이 있다면 함께 확인해야
수감된 사람에게 아직 수사받지 않았거나 별도로 진행되는 추가 사건이 있다면 이것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상소권이 회복돼 기존 사건의 항소심이 진행된다고 해서 다른 사건들이 자동으로 모두 하나의 재판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추가 사건이 경찰이나 검찰 어느 단계에 있는지, 이미 기소됐는지 등을 확인하고 향후 병합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기존 사건의 항소심만 준비하다가 별도의 사건 진행을 놓치지 않도록 사건번호와 수사기관을 정리해두는 것이 좋다.
수감 중에도 상소 관련 서류를 제출할 수 있어
교도소나 구치소에 있는 피고인에게도 상소와 관련한 절차가 마련돼 있다.
형사소송법은 교도소 또는 구치소에 있는 피고인이 상소기간 안에 상소장을 교도소장이나 구치소장 등에게 제출하면 기간 내 상소한 것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소장을 작성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소속 공무원이 대신 작성하도록 하는 규정도 있다.
가족이 모든 서류를 대신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수용자 본인이 시설 안에서 어떤 절차를 밟고 있는지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가족이 준비할 수 있는 것
상소권회복청구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가족에게 길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 형량이 얼마나 줄어들지를 계산하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상소기간을 놓친 구체적인 경위를 정리하고, 기존 판결문을 확보해 1심에서 어떤 점이 불리하게 판단됐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동시에 피해회복 현황과 가족관계, 출소 후 생활계획, 추가 사건 여부 등 항소심에서 검토할 자료도 정리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상 상소권회복청구에는 책임질 수 없는 사유를 소명해야 하고, 상소권회복을 청구하는 사람은 그 청구와 동시에 상소도 제기해야 한다. 법원의 허가 여부에 관한 결정에는 즉시항고도 가능하다.
상소권회복은 이미 확정된 형을 단순히 다시 깎아달라고 요청하는 절차가 아니다. 놓쳐버린 상소 기회를 법적으로 다시 열 수 있는지가 먼저 판단되고, 받아들여진 이후에야 본격적인 상소심 대응이 이어진다.
가족에게는 “몇 달이라도 빨리 나올 수 있을까”가 가장 절실한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감형 폭을 예상하기보다 다시 재판을 받을 기회가 생겼을 때 무엇을 보완할 것인지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