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은 거의 끝났는데 왜 이제 휴대전화를 보나요?”

최근 교정·형사절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족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둘러싼 고민이 올라왔다.

사연에 따르면 휴대전화는 처음 체포될 당시 이미 압수됐고 포렌식 과정에 변호인이 참여하는 데 동의한 상태였다. 그런데 재판에서는 이미 검사의 구형까지 이뤄진 상황에서 뒤늦게 포렌식 일정이 잡혔다는 설명을 들었다.

작성자는 “검사 구형 다하고 판결 전인데 갑자기 지금 포렌식 얘기를 한다”며 기존 사건 때문인지, 별건수사가 진행되는 것인지, 새로운 사건이라면 기존 사건과 병합해야 하는지를 걱정했다.

형사절차를 처음 겪는 가족 입장에서는 충분히 혼란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재판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는지와 다른 혐의에 대한 수사가 가능한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기존 재판과 별개의 수사가 동시에 진행될 수 있어

한 사람이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과 관련한 모든 수사가 동시에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기소된 범죄사실에 대해서는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되는 한편, 별도의 범죄혐의가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한 수사가 별개로 진행되는 상황도 가능하다.

따라서 검사의 구형이 끝났다는 사실만으로 휴대전화 포렌식 자체가 비정상적인 절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왜 지금 포렌식을 하는가’다.

현재 재판 중인 사건과 관련된 절차인지, 별도의 혐의에 대한 수사인지, 압수·수색영장에 따른 것인지 등을 확인해야 이후 절차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

특히 형사소송법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범위를 무제한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사법경찰관이 범죄수사를 위해 압수·수색 또는 검증을 하려면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해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휴대전화 하나 압수했다고 모든 내용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냐

스마트폰 포렌식에서는 ‘휴대전화를 압수했다’는 사실과 ‘휴대전화 안의 모든 정보를 제한 없이 수사할 수 있다’는 것을 동일하게 봐서는 안 된다.

대법원도 전자정보 압수·수색의 대상과 범위를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기존 범죄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를 적법하게 확인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범죄혐의와 관련된 정보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에도 수사기관이 아무 제한 없이 추가 탐색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별도 범죄혐의에 대한 전자정보를 수사하려면 그에 맞는 적법한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재판 막바지에 갑자기 포렌식 이야기가 나왔다면 가족이 가장 먼저 확인할 부분도 단순히 ‘포렌식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어떤 사건번호와 혐의를 대상으로 하는 포렌식인지, 기존 압수·수색 절차의 연장인지 별도의 영장이 발부된 것인지, 포렌식에서 확인하려는 정보의 범위가 무엇인지 등을 변호인을 통해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별건이면 기존 재판에 무조건 병합될까?

별도의 혐의에 대한 수사가 진행된다고 해서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곧바로 사건이 병합되는 것도 아니다.

수사 중인 별건은 우선 수사 절차를 거쳐야 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기소 여부가 결정된다. 반면 기존 사건은 이미 법원의 재판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별건수사가 시작됐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사건의 선고가 자동으로 중단되거나 두 사건이 자동으로 하나가 되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병합 여부를 검토하려면 별건의 수사 진행 정도와 기소 여부, 기존 사건의 재판 진행 상황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병합하면 더 좋은가요?”…무조건 유리하다고 볼 수 없어

가족들이 자주 묻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여러 사건을 한꺼번에 재판받는 것이 유리한지 여부다.

그러나 사건병합 자체를 ‘형량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별건의 범죄사실과 법정형, 범행 시점, 기존 사건과의 관계, 현재 재판의 진행 정도 등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재 사건의 선고를 앞둔 상황이라면 새로 수사되는 사건 때문에 기존 재판 일정에 어떤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지까지 변호인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포렌식을 한다더라’는 말만 듣고 결과를 예상하는 것이 아니라 포렌식의 법적 근거와 대상 사건부터 정확히 확인하는 일이다.

휴대전화 포렌식이 현재 재판의 연장선인지, 별건수사인지에 따라 앞으로 예상할 수 있는 절차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기모카페에서도 구속수사와 형사재판을 처음 경험하는 가족들을 중심으로 사건병합, 추가수사, 휴대전화 포렌식처럼 생소한 절차에 대한 질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수사와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가족이 단편적인 절차 하나만으로 결과를 예측하기보다 현재 사건의 위치를 하나씩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