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에게는 미리 보냈는데 법원에는 이제 제출됐습니다”
온라인 교정정보 커뮤니티에는 형사재판 선고를 앞둔 가족의 질문이 올라왔다.
가족은 탄원서와 여러 양형자료를 약 2주 전에 변호사 사무실에 전달했지만 실제 법원 제출내역을 확인해보니 선고를 불과 며칠 앞두고서야 접수된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수용 중인 피고인과 접견하는 과정에서는 주변 수용자들로부터 “그 정도면 판결은 이미 나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한다.
가족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정성껏 준비한 양형자료가 재판부의 판결문 작성이 끝난 뒤 들어간 것이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 때문이다.
판결은 선고 며칠 전에 이미 확정되는 걸까?
‘선고 며칠 전이면 판결이 확정된다’는 법적 기준은 없다.
형사재판에서는 변론이 종결된 뒤 별도의 선고기일을 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법관이 내부적으로 언제부터 판결문을 검토하고 작성하는지는 개별 사건과 재판부의 업무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어떤 사건은 비교적 일찍 검토가 진행될 수 있고 다른 사건은 선고에 가까운 시점까지 기록과 자료를 검토할 수 있다.
따라서 “선고 7일 전에는 판결이 끝난다”, “3일 전부터는 아무 자료도 보지 않는다”는 식의 이야기를 일반적인 법원 규칙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선고 3일 전 제출도 의미가 있을까?
선고 전 법원에 정상적으로 접수된 양형자료라면 단순히 ‘3일 전’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무효가 되거나 기록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대법원은 양형자료를 제출할 기회를 피고인의 양형에 관한 방어권 행사와 관련해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실제로 한 형사사건에서는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피해자 합의서 등 유리한 양형자료를 제출할 시간을 고려해 선고기일을 정했는데, 당초 고지한 선고기일보다 앞당겨 판결을 선고한 것이 문제가 됐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에서 피고인의 양형에 관한 방어권과 변호인의 변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결국 ‘선고기일 전까지 양형자료를 제출할 기회’ 자체가 아무 의미 없는 절차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선고 전이면 언제 내도 똑같다’는 뜻은 아냐
여기서 반대 방향의 오해도 피해야 한다.
선고 전날이나 당일 제출해도 한 달 전에 제출한 것과 언제나 똑같이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진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재판부 역시 기록을 검토하고 판결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양형자료가 수십 페이지에 이르거나 의료기록, 피해회복자료, 재범방지자료 등 검토할 내용이 많다면 가능한 한 여유 있게 제출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중요한 자료를 이미 확보했다면 특별한 이유 없이 선고 직전까지 보관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변호사에게 전달한 날과 법원에 제출된 날은 달라
가족들이 특히 혼동하기 쉬운 부분이다.
가족이 변호사 사무실에 자료를 전달했다고 그날 바로 법원 기록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변호인은 전달받은 자료를 검토한 뒤 의견서와 함께 정리해 제출할 수도 있고, 여러 자료를 모아 한 번에 제출할 수도 있다.
따라서 가족이 변호사에게 보낸 날짜와 실제 법원에 접수된 날짜 사이에는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법원에 언제 제출됐는지가 걱정된다면 변호인에게 실제 제출일과 제출한 자료의 목록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나의 사건검색에 자료가 표시되면 재판부가 본 걸까?
전자적으로 제출된 서류의 접수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있지만, 화면에 제출내역이 나타난다는 사실과 담당 판사가 그 자료의 모든 내용을 이미 읽었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접수 여부와 실제 검토 여부는 구분해야 한다.
반대로 화면에 표시된 시점만 보고 “지금 접수됐으니 판사는 절대로 못 봤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가족이 온라인 사건정보만으로 재판부 내부의 검토상황까지 알 수는 없다.
탄원서도 선고 직전에 제출할 수 있을까?
탄원서 역시 양형에 관한 자료로 제출되는 경우가 많다.
선고 전 법원에 제출할 수는 있지만 탄원서의 숫자가 많다고 형이 일정하게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가족과 지인이 동일한 내용으로 “선처해 달라”는 탄원서를 반복하는 것보다 피고인의 실제 가족관계와 부양상황, 출소 후 보호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이미 충분한 탄원서가 제출됐다면 숫자를 늘리기 위해 같은 내용을 계속 제출할 필요는 없다.
반성문도 늦게 내면 소용없을까?
반성문 역시 제출시점만으로 효과를 판단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내용과 사건의 전체적인 양형사정이다.
범행을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자신의 행동과 피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범행 원인을 어떻게 돌아봤는지,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 등을 사실에 맞게 작성할 수 있다.
이미 여러 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면 같은 표현을 날짜만 바꿔 반복하는 것보다 실제 변화가 생겼을 때 추가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합의서가 선고 직전에 나왔다면?
이 문제는 일반적인 탄원서보다 더 중요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에서 선고 직전 합의가 성립하거나 실질적인 피해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처럼 기존 양형조건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사정이 발생했다면 즉시 변호인에게 알리는 것이 좋다.
변호인은 합의서와 처벌불원서 등 관련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고 필요하다면 재판부에 새로운 사정이 발생했다는 점을 설명할 수 있다.
중요한 변화가 생겼는데도 “이미 선고가 얼마 안 남았으니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자료 제출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선고 당일 합의가 이루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극단적으로 선고 당일 아침에 합의가 성립하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우선 변호인에게 즉시 알려야 한다.
다만 자료를 제출했다고 해서 법원이 반드시 선고를 미루거나 변론을 다시 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종결된 변론을 다시 여는지는 원칙적으로 법원의 판단 영역이다.
따라서 선고 직전에 중요한 자료가 생겼다면 최대한 빨리 제출하면서 필요한 절차를 변호인과 상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고기일이 잡혔다는 것은 변론이 끝났다는 뜻일까?
일반적으로 형사재판에서는 증거조사와 검사의 의견, 변호인의 최종변론, 피고인의 최후진술 등을 거쳐 변론을 종결하고 별도의 선고기일을 지정할 수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판결을 변론을 종결한 기일에 선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별도의 선고기일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별도 선고기일이 지정된 사건이라면 통상 본격적인 심리는 이미 마무리된 상태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변론이 종결됐다는 것과 선고 전 새로운 양형자료를 제출할 가능성이 완전히 차단됐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양형자료 때문에 변론이 다시 열릴 수도 있을까?
새로운 중요한 사정이 발생했다면 변호인이 변론재개를 요청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피해자와 중요한 합의가 새롭게 이루어졌거나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되는 새로운 자료가 발생한 경우다.
하지만 변론재개 신청을 했다고 법원이 반드시 받아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판례 역시 종결한 변론을 다시 열 것인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법원의 재량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자료가 생겼다면 ‘변론이 반드시 재개된다’고 기대하기보다 즉시 변호인에게 전달해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재판부가 이미 형량을 생각해뒀다면 자료는 소용없을까?
법관이 선고 전 사건을 검토하면서 일정한 판단을 형성하고 있을 가능성은 당연히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잠정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과 법적으로 판결이 선고됐다는 것은 다르다.
특히 새로운 합의나 피해회복처럼 양형조건에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겼다면 선고 전에 이를 제출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따라서 “판사는 이미 마음을 정했을 테니 이제 아무것도 할 필요 없다”는 식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양형자료를 많이 내면 형이 줄어들까?
양형자료는 분량 경쟁이 아니다.
반성문 10장, 탄원서 20장, 교육자료 여러 장을 제출했다고 그 장수에 비례해 형량이 줄어드는 구조는 아니다.
법원은 범행의 내용과 피해 정도, 범행 이후 정황, 전과관계, 피해회복, 반성 등 사건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자료를 계속 추가하는 것보다 실제로 달라진 사정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선고 전 새롭게 챙겨볼 자료는?
이미 양형자료를 제출했다면 선고 직전까지 새로운 변화가 있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피해자와 합의가 이루어졌거나 추가적인 피해회복을 했다면 관련 자료가 생길 수 있다.
재범방지교육이나 치료·상담을 계속했다면 새로운 이수 또는 치료자료가 있을 수 있다.
취업이나 복직이 확정됐거나 출소 후 거주지가 구체적으로 마련됐다면 사회복귀 계획도 보다 구체화할 수 있다.
가족의 건강이나 부양상황에 중요한 변화가 생긴 경우도 사건에 따라 변호인과 자료 제출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
변호사가 늦게 제출했다면 어떻게 확인할까?
가족 입장에서는 자료를 2주 전에 전달했는데 선고 며칠 전에야 법원에 제출된 것을 보면 답답할 수 있다.
하지만 제출일만 보고 변호인이 잘못 처리했다고 단정하기보다는 먼저 이유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여러 자료를 취합해 변호인의견서와 함께 제출했을 수도 있고 재판 진행상황을 고려해 제출시기를 정했을 수도 있다.
가족이 확인할 핵심은 실제 어떤 자료가 제출됐는지, 변호인의견서에 해당 자료의 의미가 충분히 설명돼 있는지, 추가 제출할 중요한 자료가 남아 있는지다.
선고 며칠 전이면 ‘이미 끝났다’는 말에 흔들릴 필요 없어
구치소나 교도소에서는 재판 경험이 있는 다른 수용자들의 이야기가 빠르게 공유된다.
“판결은 일주일 전에 이미 결정된다”, “선고 3일 전이면 판결문을 다 써놨다”, “그때 자료를 내봤자 아무 소용 없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모든 형사재판에 적용되는 법원의 공식적인 시간표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대법원은 실제 판례에서 양형자료 제출 기회를 양형에 관한 방어권 행사의 측면에서 중요하게 다뤘다.
따라서 선고 전에 정상적으로 제출된 자료를 단순히 ‘며칠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의미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중요한 자료일수록 가능한 한 충분한 검토시간을 두고 제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
결국 가족이 확인해야 할 것은 “판사가 이미 형량을 정했을까?”라는 추측이 아니다.
준비했던 자료가 실제 법원에 접수됐는지, 빠진 자료는 없는지, 선고 전 새롭게 발생한 합의나 피해회복 등 중요한 변화는 없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선고 전까지 새로운 중요한 사정이 생긴다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포기하지 말고 즉시 변호인에게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