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50만원을 못 내서 5일 더 있게 됐다는데요”
최근 교정생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형자와 접견한 가족의 질문이 올라왔다.
교정시설 안에서 세금을 미납하면 원래 선고받은 형보다 더 오래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내용이었다.
다른 수용자가 50만원을 내지 않아 약 5일 정도 더 있게 됐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고 했다.
여기에 현재 사기죄로 복역 중인 경우 세금이 미납돼 있으면 가석방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와 피해자 합의가 없으면 가석방이 절대 안 된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사실일까.
우선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그 돈이 정말 ‘세금’인지다.
세금 체납과 벌금 미납은 전혀 다른 문제
교정시설 안에서는 세금, 벌금, 추징금 등을 모두 ‘내야 할 돈’이라는 의미로 섞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서로 다르다.
소득세·부가가치세·자동차세 등 일반적인 조세를 납부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법원이 이미 선고한 징역형의 기간이 자동으로 며칠씩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세금 체납은 원칙적으로 세법에 따른 징수절차의 문제다.
반면 형사재판에서 선고된 ‘벌금’을 내지 않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벌금형에는 일정한 기간 동안 벌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하는 내용이 함께 정해진다.
따라서 벌금을 내지 않아 노역장 유치가 집행되면 실제 수용기간이 당초 생각했던 징역형 종료 시점보다 뒤로 이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50만원 때문에 5일 더 있었다’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할까
사연에서 언급된 “50만원을 내지 않아 5일 정도 더 있었다”는 이야기 역시 단순한 세금 체납인지, 확정된 벌금 미납에 따른 노역장 유치인지 구분해야 한다.
금액과 기간만 가지고 정확한 상황을 판단할 수는 없다.
따라서 가족이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면 먼저 판결문 등을 확인해 징역형 외에 벌금형이 함께 선고됐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벌금 외에도 추징금 등이 있는지도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안에서 세금이라고 들었다”는 말만으로 판단하면 전혀 다른 제도를 혼동할 수 있다.
벌금을 못 내면 노역장에 유치될 수 있어
현행 재산형 집행절차에서는 벌금 또는 과료를 납부하지 않아 노역장 유치가 집행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징역형의 형기가 임의로 늘어나는 것과는 개념이 다르다.
징역형이 끝난 뒤 별도로 집행해야 할 벌금형에 따른 노역장 유치가 남아 있다면 결과적으로 교정시설에서 생활하는 기간이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노역장 유치가 집행 중인 상황에서 해당 벌금이나 과료를 완납하면 검사가 석방을 지휘하도록 하는 절차도 마련돼 있다.
따라서 가족 입장에서는 ‘세금이 얼마 밀려 있느냐’보다 ‘미집행된 벌금형이 존재하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다면 세금 체납이 있으면 가석방이 안 될까
이 문제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현행 가석방 관련 규정에서 일반적인 세금 체납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수형자의 가석방을 일률적으로 금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석방은 하나의 조건만으로 결정되는 절차가 아니다.
교정시설에서는 가석방 적격심사를 신청하기에 앞서 수형자의 신원과 범죄, 보호관계 등에 관한 여러 사항을 조사한다.
여기에는 건강·심리상태와 교정성적뿐 아니라 형기, 범죄횟수, 범죄의 성질과 동기, 범죄 후의 정황, 공범관계, 피해회복 여부 등이 포함된다.
가족관계와 출소 후 돌아갈 곳, 석방 후 생활계획 역시 조사사항이다.
따라서 단순히 “세금이 체납돼 있으니 가석방 불가”라고 하나의 공식처럼 이해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다만 실제로 미납된 것이 세금이 아니라 형사판결에 따른 벌금·추징금이라면 가석방 준비 과정에서 별도로 확인해야 할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정확한 채무의 성격부터 확인해야 한다.
사기 사건에서 합의가 없으면 가석방 ‘절대 불가’?
사기죄로 복역하고 있는 가족이라면 피해자 합의 문제도 특히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가석방 사전조사 항목에는 ‘피해 회복 여부’가 명시돼 있다.
경제사범에서는 피해액과 피해회복 정도가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피해회복이 중요하다’와 ‘합의가 없으면 가석방이 법적으로 절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는 구분해야 한다.
현행 가석방 관련 규정은 피해회복 여부만 조사하는 것이 아니다.
범죄내용과 형기, 범죄횟수, 범죄 후 정황, 공범관계, 교정성적, 재범위험성, 출소 후 생활계획 등 여러 사정을 함께 살펴본다.
따라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불리하게 평가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지만, 그것 하나만을 떼어 모든 사기 수형자의 가석방이 무조건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피해자 합의가 중요한 것은 분명해
그렇다고 사기 사건에서 피해자 합의를 가볍게 생각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가석방 사전조사에서는 피해회복 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며 경제범죄라면 실제 피해가 어느 정도 회복됐는지가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관련 자료를 준비하고, 전체 합의가 어렵더라도 일부 피해회복이 이루어졌다면 그 내용 역시 정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가 많거나 경제적인 사정으로 한꺼번에 피해를 회복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실제로 어떤 피해회복 노력을 해왔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석방을 준비한다면 단순히 “합의서가 있느냐 없느냐”만 확인하기보다 자신의 사건에서 피해회복이 현재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정시설에서 들은 이야기가 서로 다른 이유
수용생활을 하다 보면 다른 수용자의 경험이 하나의 ‘공식’처럼 전달되는 경우가 있다.
“벌금이 남아 있으면 출소가 늦어진다”, “사기는 합의 없으면 가석방이 안 된다”, “세금이 밀려 있으면 가석방 심사도 못 받는다”는 식이다.
하지만 각각의 수용자는 선고받은 형과 죄명, 벌금·추징금 유무, 피해회복 정도, 형기와 교정성적 등이 다르다.
다른 수용자에게 실제 있었던 일이 자신의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교도관에게 들었다는 이야기 역시 질문 과정에서 ‘세금’과 ‘벌금’이 정확하게 구분돼 전달됐는지를 다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가족이라면 판결문에서 이것부터 확인해야
가장 먼저 판결문 주문을 확인해 현재 집행 중인 징역형 외에 벌금이 병과됐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벌금이 있다면 납부 여부를 확인하고, 추징금이 선고된 사건이라면 그것 역시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그다음 세무서나 지방자치단체 등에 납부해야 할 일반적인 세금 체납과 형사판결에서 나온 벌금·추징금을 구분해야 한다.
가석방을 준비하고 있다면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와 현재까지의 피해회복 정도, 교정성적, 출소 후 주거와 생활계획 등도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다.
‘세금 때문에 형이 늘어난다’는 말부터 정확하게 구분해야
결국 일반적인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선고받은 징역형의 형기가 자동으로 늘어난다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반면 형사판결에서 벌금형이 함께 선고됐고 이를 납부하지 않아 노역장 유치가 집행되는 상황이라면 실제 수용기간이 이어질 수 있다.
가석방 역시 마찬가지다.
사기 사건에서 피해회복과 합의는 중요하게 살펴볼 수 있는 요소지만 ‘합의가 없으면 무조건 가석방 불가’라는 하나의 공식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안기모카페에서도 가족들이 수용자로부터 “안에서 이렇게 들었다”는 이야기를 전달받고 불안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럴 때는 다른 수용자의 사례를 자신의 사건에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먼저 판결문을 통해 벌금·추징금 여부를 확인하고, 일반적인 세금 체납과 형사상 재산형을 구분하는 것이 정확한 판단의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