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첫 공판인데 안에서 교육이라도 받으면 도움이 될까요?”
최근 교정생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첫 공판을 앞둔 가족의 고민이 올라왔다.
사건에는 여러 명의 피고인이 연루돼 있고, 누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는지, 누가 단순 가담했는지뿐 아니라 일부 혐의의 유·무죄까지 다퉈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가족이 궁금해한 것은 ‘교육’이었다.
재범방지교육과 같은 프로그램을 수용 중에도 받을 수 있는지, 단순히 종이로 된 교육자료를 받아 공부하는 방식인지, 선고 전에 교육을 이수해 인증자료를 받으면 양형에 도움이 되는지가 궁금하다는 내용이었다.
또 이런 교육이 형사재판을 위한 것인지, 형이 확정된 뒤 가석방을 준비하는 수형자를 위한 것인지도 물었다.
먼저 ‘미결수용자’와 ‘수형자’는 다르다
현재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고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다면 법적으로는 미결수용자에 해당한다.
형집행법은 미결수용자를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으로서 체포되거나 구속영장의 집행을 받아 교정시설에 수용된 사람으로 정의한다.
반면 수형자는 징역·금고·구류형의 선고를 받아 형이 확정돼 교정시설에 수용된 사람 등을 말한다.
따라서 아직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면 가석방을 준비하는 단계와는 구분해야 한다.
가석방은 기본적으로 형이 확정된 수형자의 형 집행 과정에서 검토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교육받으면 형량이 자동으로 줄어드는 제도는 아냐
가장 먼저 오해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재범방지교육 몇 시간 수료 = 형량 몇 개월 감경’과 같은 공식은 없다.
교육 수료증 하나를 제출했다고 재판부가 반드시 형을 낮춰야 하는 것도 아니다.
형법 제51조는 법원이 형을 정할 때 범인의 연령·성행·지능과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결과와 함께 ‘범행 후의 정황’을 참작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범행 이후 피고인이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피해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재범을 막기 위해 무엇을 실제로 실천했는지 등이 사건에 따라 양형 판단에서 고려될 수 있다.
교육 역시 이러한 노력 가운데 하나로 제출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과 ‘그 교육 때문에 감형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양형위원회도 ‘수료증 한 장’만으로 진지한 반성을 판단하지 않아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설명하는 ‘진지한 반성’의 의미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양형위원회는 단순히 반성문을 제출했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감경인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와 피해회복 또는 재범 방지를 위해 자발적으로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등을 조사해 진심으로 자신의 범행을 뉘우치고 있다고 인정되는지를 판단한다는 취지다.
이 기준은 교육자료를 생각할 때도 참고할 만하다.
교육 수료증을 여러 장 모으는 것 자체보다 왜 그 교육을 선택했는지, 무엇을 배웠는지, 자신의 문제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앞으로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무엇을 바꿀 것인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어떤 교육을 받는지도 사건과 연결돼야
재범방지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모든 교육이 모든 사건에 똑같은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사건의 성격에 따라 필요한 재범방지 노력도 달라질 수 있다.
음주 문제와 관련된 사건이라면 음주 습관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이나 상담이 연결될 수 있고, 성폭력 사건이라면 해당 문제에 맞는 전문적인 교육과 상담을 검토할 수 있다.
도박이나 중독이 범행과 연결돼 있다면 그 원인을 개선하기 위한 치료·상담·교육이 보다 직접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반대로 사건과 별다른 관련이 없는 교육을 수료증 숫자를 늘리기 위해 반복적으로 듣는다면 실제 양형에서 어느 정도 의미를 가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런데 지금 사건은 ‘유·무죄와 가담 정도’를 다투고 있다
이번 사연에서는 특히 주의할 부분이 있다.
작성자는 피고인이 여러 명이고 부분적으로 유·무죄를 가려야 하며 누가 주도자인지, 누가 가담자인지를 다퉈야 하는 복잡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사건이라면 무조건 ‘반성자료’를 많이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피고인이 하지 않은 행위까지 자신이 저질렀다는 전제로 작성된 교육 소감문이나 반성문을 제출하면 현재 법정에서 주장하고 있는 내용과 충돌할 수 있다.
일부 혐의는 인정하지만 다른 부분은 부인하는 사건이라면 더욱 그렇다.
인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잘못을 돌아보고 재발 방지 노력을 하면서도, 자신이 하지 않은 부분이나 실제 가담 정도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다툴 수 있다.
따라서 교육을 받는 것과 그 결과물이나 소감문을 재판부에 제출하는 것은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무죄 주장하면 반성하면 안 된다’는 의미도 아냐
그렇다고 혐의를 다투는 피고인은 아무런 교육이나 재범방지 노력을 하면 안 된다는 뜻은 아니다.
형사재판에서는 여러 혐의 가운데 일부는 인정하고 일부는 다투는 경우도 있다.
공범 사건에서는 범죄 자체는 인정하면서 자신의 역할이나 가담 정도를 다투기도 한다.
따라서 자신이 인정하는 행위에 대해 잘못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생활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과 법적으로 다퉈야 할 부분을 다투는 것은 반드시 모순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떤 표현으로 자료를 작성하고 제출할지는 사건 기록을 알고 있는 변호인과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정시설 안에서 교육은 어떻게 받나
여기서 가족들이 구분해야 할 부분이 있다.
교정시설에서 공식적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과 외부 민간기관 등이 제공하는 교육은 같은 것이 아니다.
온라인에서 ‘재범방지교육센터’ 등의 명칭을 보았다고 해서 그것이 모든 교도소·구치소에서 미결수용자에게 동일하게 제공되는 공식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미결수용자가 현재 수용 중인 시설에서 실제 참여할 수 있는 교육이 무엇인지는 시설의 프로그램과 수용자의 신분, 일정, 보안상 사정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가족이 외부에서 본 교육과정을 그대로 신청해 수용자가 안에서 받을 수 있다고 단정하기보다는 해당 시설에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외부기관 교육이라면 수용자가 어떤 방식으로 교육자료를 받을 수 있는지, 교정시설 반입이 가능한지, 수료증 발급은 어떤 조건에서 이뤄지는지 역시 해당 기관과 교정시설에 각각 확인해야 한다.
종이 교육자료만 읽으면 수료되는지는 기관마다 달라
교육 방식 역시 하나로 정해져 있다고 보기 어렵다.
교정시설 내부 프로그램인지, 외부기관의 우편교육인지 등에 따라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교육자료를 읽고 과제나 소감문을 작성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고, 별도의 상담이나 평가절차를 거치는 프로그램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미결수용자는 종이 몇 장을 받아 읽으면 교육인증서를 받는다’고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특정 교육기관을 이용하려는 경우라면 교육과정, 수료기준, 교육시간, 수료증 발급조건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다.
수료증을 법원에 제출하려면 무엇을 같이 준비할까
교육을 실제 양형자료로 활용하려 한다면 수료증만 덜렁 제출하는 것보다 교육을 받은 이유와 이후 계획이 연결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예를 들어 교육명과 교육기간, 주요 교육내용을 정리할 수 있다.
피고인이 교육을 통해 무엇을 인식하게 됐는지, 자신이 인정하는 잘못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앞으로 같은 상황을 피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겠다는 것인지도 설명할 수 있다.
출소 후 상담이나 치료를 계속 받을 계획이 있다면 그 계획도 연결할 수 있다.
가족이 이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도 구체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렇게 해야 교육이 단순히 ‘선고 전에 급하게 만든 서류’가 아니라 실제 재범방지를 위한 행동이라는 점을 설명하기 쉬워진다.
교육보다 먼저 챙겨야 할 양형자료도 있어
형사사건에서 교육만이 양형자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건의 종류에 따라 피해회복이나 합의, 공탁, 치료와 상담, 재범방지계획, 가족의 보호환경, 취업계획, 사회적 유대관계 등 여러 사정이 검토될 수 있다.
특히 피해자가 있는 사건에서는 피해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다.
공범 사건이라면 실제 가담 정도와 역할을 보여주는 사건기록 자체도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교육 수료증을 준비하는 데 집중하다가 정작 현재 재판에서 다퉈야 할 핵심 증거나 피해회복 문제를 놓쳐서는 안 된다.
가석방을 위한 교육과 선고 전 양형자료는 목적이 달라
작성자가 물었던 “이런 교육은 가석방을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가석방은 형이 확정돼 수형생활을 하는 단계에서 검토되는 제도다.
현재 미결 상태에서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면 우선 진행 중인 형사재판이 중심이다.
선고 전 받는 교육을 법원에 제출한다면 그 자료는 현재 재판에서 피고인의 범행 후 태도나 재범방지 노력 등을 설명하기 위한 자료라는 성격이 강하다.
반면 형 확정 후 교정시설에서 이뤄지는 교정·교화 프로그램과 수형생활은 이후 교정처우와 가석방을 검토하는 과정과 연결될 수 있다.
두 가지를 같은 절차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첫 공판 전부터 무조건 수료증을 만들어야 할까
첫 공판이 다음 달이라고 해서 반드시 그전에 교육 수료증을 만들어 제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번 사연처럼 공범이 여러 명이고 유·무죄와 가담 정도를 다퉈야 하는 사건이라면 재판이 한 번의 공판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가족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양형자료를 준비하고 싶겠지만, 먼저 담당 변호인에게 현재 사건에서 어떤 부분을 인정하고 어떤 부분을 다툴 것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다음 사건의 성격에 맞는 교육이나 상담이 실제로 도움이 될지 검토하는 편이 안전하다.
교육을 받는다면 단순히 ‘수료증을 받기 위한 교육’보다 피고인이 자신의 문제를 이해하고 실제 행동을 바꾸는 과정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법원이 보는 것은 ‘수료증 숫자’보다 실제 변화
안기모카페에서는 첫 공판이나 선고를 앞두고 “반성문을 몇 장 내야 하나요”, “재범방지계획서를 내면 도움이 되나요”, “교육 수료증을 많이 받으면 형량이 줄어드나요”라는 질문이 자주 나온다.
하지만 양형자료는 숫자를 채우는 방식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형법은 범행 후의 정황을 양형 조건 가운데 하나로 규정하고 있고, 대법원 양형위원회 역시 진지한 반성을 판단할 때 피해회복이나 재범방지를 위한 자발적인 노력 등을 함께 살펴본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교육은 분명 피고인이 자신의 문제를 돌아보고 재범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하나의 자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교육인증서가 있다고 자동으로 감형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혐의 일부를 다투거나 공범 사이의 가담 정도가 중요한 사건에서는 교육자료와 반성자료의 내용이 현재 변론 방향과 충돌하지 않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수료증을 몇 장 받았느냐’가 아니다.
자신이 인정하는 잘못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피해회복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범행의 원인을 개선하기 위해 실제로 어떤 행동을 시작했는지, 앞으로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실행 가능한 계획을 세웠는지가 더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