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 중인데 본소로 간다네요”
최근 교정생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항소심 이후 상고를 진행 중인 가족의 사연이 올라왔다.
가족이 걱정한 것은 교정시설 이송 문제였다.
아직 대법원 판단도 나오지 않았는데 수용 중인 가족이 이른바 ‘본소’로 이동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수용자는 가족에게 상고가 진행 중인데 본소로 보내는 것이 맞느냐며 민원을 넣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가족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구치소에는 재판이 끝나지 않은 미결수용자가 있고 교도소에는 형이 확정된 수형자가 간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상고심이 진행 중인데도 교도소로 이송될 수 있는 것일까.
상고 중이라면 아직 ‘수형자’는 아니다
먼저 재판상 신분부터 구분해야 한다.
형집행법은 징역형·금고형 또는 구류형을 선고받아 그 형이 확정돼 교정시설에 수용된 사람 등을 ‘수형자’라고 정의한다.
반면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으로 구속영장이 집행돼 교정시설에 수용된 사람은 ‘미결수용자’다.
따라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더라도 적법하게 상고해 대법원 재판이 계속되고 있다면 그 판결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항소심에서 징역 몇 년을 선고받았다는 사실과 그 형이 확정됐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그런데 왜 교도소로 갈 수 있을까
여기에서 많은 가족이 오해한다.
‘미결수용자=무조건 구치소’, ‘교도소=무조건 형이 확정된 수형자’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형집행법은 원칙적으로 19세 이상 수형자는 교도소, 미결수용자는 구치소에 구분해 수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예외가 있다.
형집행법 제12조는 관할 법원·검찰청 소재지에 구치소가 없는 경우, 구치소의 수용인원이 정원을 크게 초과해 정상적인 운영이 곤란한 경우, 증거인멸 방지를 위해 필요하거나 그 밖에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교도소에 미결수용자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건물의 명칭이 ‘교도소’라고 해서 그 안에 있는 사람이 모두 형이 확정된 수형자인 것은 아니다.
교도소에도 미결수용자가 있을 수 있다.
‘본소로 간다’는 말도 정확히 확인해야
교정시설 안팎에서는 흔히 ‘본소로 간다’, ‘기결로 간다’, ‘이송 간다’ 등의 표현을 사용한다.
하지만 가족이 들은 표현만으로 법적 상태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어느 교정시설로 이동하는 것인지, 그 시설에서 어떤 신분으로 수용되는 것인지가 중요하다.
특히 상고가 적법하게 제기돼 대법원 사건이 계속 중이라면 단순히 교도소로 장소가 변경됐다는 사실만으로 형이 확정됐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가족이 “본소로 간다”는 말을 들었다면 먼저 정확한 이송 대상 시설과 현재 재판 진행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상고했다고 무조건 현재 구치소에 계속 있어야 하는 것은 아냐
상고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과 현재 교정시설에 계속 머물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형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상고심이 끝날 때까지 반드시 지금 있는 구치소에서 생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교정행정상 수용 여건과 시설 운영 등의 사정에 따라 다른 교정시설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상고 중인데 이송한다”는 사실만으로 절차가 잘못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이송 자체보다 해당 수용자가 상고심 진행에 필요한 방어권을 행사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접견이나 변호인과의 연락 등에 실제 어려움이 발생하는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살펴보는 것이다.
교도소로 이송되면 상고심은 어떻게 하나
시설이 바뀐다고 상고심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상고심 사건은 재판절차에 따라 계속 진행된다.
따라서 교정시설이 변경됐다는 이유만으로 상고가 취하되거나 항소심 판결이 자동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송이 이루어지면 가족에게는 현실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접견을 위해 방문해야 할 시설이 달라질 수 있고 서신을 보낼 주소도 변경된다.
변호인 역시 수용시설 변경 사실을 확인해야 할 수 있다.
따라서 실제 이송이 결정됐다면 가족은 이송 자체에만 집중하기보다 어느 시설로 이동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다면 민원을 넣으면 이송을 막을 수 있을까
이번 사연에서 또 하나의 핵심은 ‘민원’이다.
수용자가 가족에게 이송되지 않도록 민원을 넣어달라고 부탁했다고 해도 민원을 제기하면 반드시 이송이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
교정시설의 수용자 배치와 이송에는 시설별 수용상황과 수용자의 신분, 재판 진행상황, 처우 및 교정행정상 여러 사정이 함께 고려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상고 중이므로 교도소로 보내면 안 된다”는 이유만으로 이송이 당연히 잘못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법 자체가 일정한 경우 교도소에 미결수용자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가족이 이송 사유나 절차에 의문이 있다면 해당 교정시설에 현재 이송 예정 여부와 확인 가능한 범위의 절차를 문의하는 것은 가능하다.
구체적인 사정이 있다면 그 내용을 설명해 민원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민원을 넣으면 이송을 막을 수 있다’고 기대하기보다 우선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변호인 접견이나 상고 준비에 실제 문제가 있다면
이송 문제를 판단할 때는 단순히 가족의 접견거리가 멀어진다는 점뿐 아니라 상고심 준비에 실제 어떤 영향이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상고심을 준비하면서 변호인과 긴밀한 의사소통이 필요한 상황인데 갑작스러운 이송으로 구체적인 어려움이 예상된다면 그 사정을 변호인에게 알리고 대응방법을 상의할 수 있다.
수용자가 질병 치료를 받고 있거나 가족관계 등 개별적으로 고려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 역시 사실관계를 정리해 교정시설에 문의할 수 있다.
결국 민원을 제기할지 여부도 ‘상고 중이니까 안 된다’는 추상적인 주장보다 이송으로 인해 어떤 구체적인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이 좋다.
가족이라면 세 가지를 먼저 확인해야
상고 중 이송 이야기를 들었다면 가족은 세 가지를 구분해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첫째, 상고장이 정상적으로 접수돼 현재 대법원 사건이 진행 중인지 확인한다.
둘째, 실제 이송이 확정된 것인지 단순히 가능성을 들은 것인지 확인한다.
셋째, 이송된다면 어느 교정시설로 이동하는지 확인한다.
이 세 가지를 확인하면 “형이 벌써 확정된 것 아닌가”라는 불안도 상당 부분 정리할 수 있다.
특히 교도소라는 시설 명칭만 보고 수용자의 법적 신분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교도소에 있다고 모두 ‘기결수’인 것은 아니다
가족들이 가장 기억해둘 부분도 이것이다.
형집행법은 원칙적으로 미결수용자를 구치소에 수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일정한 사정에서는 교도소에도 미결수용자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항소심에서 법정구속된 뒤 상고심이 진행되는 사람이 교도소로 이송된다고 해서 그 사실 하나만으로 형이 확정됐다고 볼 수는 없다.
안기모카페에서도 가족이 갑자기 다른 교정시설로 이동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상고가 끝난 것인가”, “벌써 기결수가 된 것인가”, “민원을 넣어야 하는가”를 묻는 경우가 있다.
이때 가장 먼저 볼 것은 시설 간판이 아니다.
현재 판결이 확정됐는지, 상고심이 계속 중인지, 수용자의 법적 신분이 무엇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 이송으로 재판 준비나 치료 등 구체적인 문제가 예상된다면 그때 해당 사정을 정리해 변호인 및 교정시설과 대응방법을 확인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순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