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로만 이야기하는데 믿고 맡겨도 될까요?”
가족이 구치소에 수용돼 있고 다른 가족들은 멀리 떨어져 있다면 담당 변호사를 직접 만나기도 쉽지 않다. 국선변호인이 선임됐다는 연락을 받아도 얼굴을 본 적이 없고, 전화와 문자로만 소통하다 보면 사건을 얼마나 자세히 검토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워진다.
한 수형자 가족도 현재 국선변호인이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변호사라는 점은 확인했지만, 1심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을수록 그대로 맡겨도 되는지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국선변호인을 믿고 기다릴지, 비용을 들여 사선변호인을 선임할지 판단할 기준이 필요하다는 고민이다.
국선이라고 부족하고 사선이라고 유능한 것은 아냐
국선변호인 제도는 피고인이 구속됐거나 경제적 사정 등으로 변호인을 선임하기 어려운 경우 국가 비용으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다. 구속된 피고인에게 사선변호인이 없다면 법원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
국선변호인도 변호사 자격을 갖고 사건기록 검토, 피고인 접견, 증거와 법률관계 확인, 변론서와 양형자료 제출, 공판 변론 등을 담당한다. 대한변호사협회 윤리규정은 국선변호인으로 선정된 변호사가 해당 업무를 신속하고 성실하게 처리하고 일반 수임사건과 차별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변호인의 능력을 국선과 사선이라는 구분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사선변호인을 선임했다고 집행유예나 무죄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며,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변론이 부실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괜찮은 변호사’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드러나
가족이 확인할 첫 번째 기준은 담당 변호인이 사건의 핵심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다.
단순히 “잘 준비하겠다”는 말에 그치지 않고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검사가 제시한 핵심 증거가 무엇인지 ▲다툴 사실관계와 법률 쟁점이 있는지 ▲현재 불리한 사정과 유리한 사정은 무엇인지 ▲다음 공판 전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를 설명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구속된 피고인과 실제로 면담했는지도 중요한 확인사항이다. 가족과 연락을 잘하더라도 정작 피고인의 진술과 의사를 충분히 듣지 않았다면 변론 방향이 어긋날 수 있다. 다만 접견 횟수만으로 성실성을 평가하기보다는 피고인의 설명이 변론계획과 제출서류에 제대로 반영됐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연락 속도보다 ‘구체적인 회신’이 더 중요
재판 중인 변호사는 공판과 접견, 다른 사건 일정으로 연락에 즉시 응답하지 못할 수 있다. 늦은 시간에 남긴 문자에 며칠 뒤 회신했다는 사실만으로 불성실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대신 연락했을 때 질문을 이해하고 구체적으로 답하는지, 확인이 필요한 사항은 언제까지 알려주겠다고 안내하는지, 가족이 전달한 자료의 제출 여부를 알려주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가족은 연락할 때마다 질문을 흩어 보내기보다 한 번에 정리하는 것이 좋다. 다음 공판의 목적, 피고인 접견 여부, 인정·부인하는 부분, 제출된 서류, 추가로 필요한 양형자료를 번호로 정리해 문의하면 답변 내용도 비교하기 쉬워진다.
가족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다섯 가지
담당 변호인에게는 다음 내용을 구체적으로 물어볼 수 있다.
첫째, 공소장과 수사·재판기록을 어느 정도 검토했는지 확인한다. 둘째, 구속된 피고인과 면담했거나 접견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다. 셋째, 무죄 주장인지 양형 변론인지 현재 변론 방향을 확인한다. 넷째, 반성문·탄원서·합의서 등 가족이 전달한 자료가 실제 법원에 제출됐는지 확인한다. 다섯째, 다음 공판에서 무엇이 진행되고 그전에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묻는다.
특히 항소심처럼 항소이유서 제출기한이 있는 절차에서는 변호인 선임과 기록접수통지가 피고인의 방어권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 대법원도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절차를 보장해야 한다고 판단해 왔다.
변호사 등록과 징계정보는 대한변협에서 확인
가족은 대한변호사협회 홈페이지의 변호사 검색을 통해 담당 변호인의 등록 여부와 소속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대한변협은 변호사 검색과 함께 공개 대상 징계정보 및 징계내역 열람신청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소속 법률사무소의 규모나 인터넷 후기, 과거 승소 사례만으로 현재 사건의 역량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 형사사건은 범죄사실과 증거, 피해회복, 전과 등 조건이 모두 다르므로 다른 사건의 결과가 현재 사건의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현재 국선변호인을 사선으로 선임할 수도 있어
피고인이 사선변호인을 새로 선임하면 원칙적으로 기존 국선변호인 선정은 취소된다. 대법원 판례도 사선변호인이 선임된 경우 법원이 국선변호인 선정을 취소하도록 한 형사소송규칙을 설명하고 있다.
현재 국선변호인을 그대로 사선변호인으로 선임하는 것도 의뢰인의 요청과 변호인의 동의가 있다면 가능하다. 다만 국선변호인이 먼저 사선 전환을 부당하게 권유해서는 안 되며, 사선으로 전환할 때에는 별도의 선임계약과 변호인선임신고가 필요하다.
사선 전환을 검토한다면 단순히 “국선이라 불안하다”는 이유보다 앞으로 추가로 수행할 업무가 무엇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선임료에 피고인 접견, 증인신문 준비, 피해자 합의, 1심 전체 변론과 항소심 대응 중 어디까지 포함되는지를 서면 계약서로 명확히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변경을 고민해야 하는 신호도 있어
담당 변호인이 장기간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재판 준비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는 징후다.
공판이 임박했는데도 공소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피고인과 소통하지 않은 채 가족에게 모든 자료 준비를 떠넘기는 경우, 법원이 정한 제출기한을 놓치거나 여러 차례 문의해도 변론 방향을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재판부에 국선변호인 변경 가능성을 문의하거나 사선변호인 상담을 검토할 수 있다.
형사소송규칙상 국선변호인이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는 경우 법원이 선정을 취소할 수 있지만, 이는 자동적인 교체 사유가 아니라 재판부가 구체적인 사정을 보고 판단하는 사항이다.
국선변호인이 괜찮은지 판단하는 가장 현실적인 기준은 유명세나 결과에 대한 약속이 아니다. 사건의 불리한 부분까지 솔직하게 설명하고, 피고인의 입장을 들은 뒤 필요한 준비를 구체적으로 안내하며, 제출한 자료와 공판계획을 지속적으로 공유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안기모카페에서는 멀리 떨어진 구치소에 가족을 둔 사람들이 국선변호인과의 소통 경험, 사선 전환 여부, 재판 준비 방법을 나누고 있다. 변호사 선택을 둘러싼 불안도 결국 교정시설 안쪽의 가족을 대신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기 어려운 현실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