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는 변호사님이 해주시는 게 아니라 저희가 직접 연락해야 하나요?”

최근 교정생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피해자와의 합의를 고민하는 가족의 사연이 올라왔다.

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피해자 측에서 엄벌탄원서가 제출되기 시작했고, 이를 알게 된 가족은 불안해졌다.

피해자와 합의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담당 변호사가 직접 진행해주는 것인지, 아니면 가족이 피해자에게 연락해야 하는지조차 알기 어려웠던 것이다.

특히 엄벌탄원서가 제출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이미 피해자의 마음이 완전히 돌아선 것은 아닐까”라는 두려움도 커진 상황이었다.

형사합의, 가족이 반드시 직접 해야 하는 것은 아냐

먼저 형사합의를 위해 피고인의 가족이 반드시 피해자에게 직접 전화하거나 찾아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피고인이 변호인을 선임한 사건이라면 변호인을 통해 피해자 측에 합의 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조건을 조율하는 방법도 있다.

피해자에게도 변호사가 있다면 양측 변호인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이 보다 적절할 수 있다.

따라서 “변호사는 재판만 하고 합의는 무조건 가족이 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다만 실제 합의 업무가 선임계약에 포함돼 있는지는 변호사마다, 계약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담당 변호사에게 확인해야 한다.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합의가 자동으로 진행되는 것도 아냐

반대로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합의가 자동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변호인의 업무범위는 사건과 선임계약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피해자 측 연락처를 확보했는지,

현재까지 합의 의사를 전달했는지,

피해자가 합의를 거절했는지,

합의금을 어느 정도로 제안할 것인지,

가족이 별도로 준비해야 할 것이 있는지 등을 담당 변호인에게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가족이 합의를 원한다면 “합의가 필요한가요?” 정도로 묻기보다 “현재 피해자 측과 접촉이 이루어졌는지, 앞으로 누가 어떤 방식으로 합의를 시도할지”를 확인하는 편이 명확하다.

엄벌탄원서란 무엇일까

엄벌탄원서는 피해자 등이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피고인을 엄하게 처벌해 달라는 취지로 제출하는 자료를 일반적으로 부르는 표현이다.

피해자가 범행으로 입은 피해와 현재까지의 상황, 피고인에 대한 처벌 의사 등을 재판부에 전달하기 위해 작성할 수 있다.

특히 피해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피해자가 피고인의 대응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면 강한 처벌 의사를 밝힐 수 있다.

재판부는 이러한 피해자의 의사와 피해회복 여부 등을 사건의 여러 사정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엄벌탄원서가 제출되면 형량이 자동으로 올라갈까

그렇지는 않다.

엄벌탄원서 한 장이 제출됐다는 이유만으로 일정한 형량이 자동으로 추가되는 구조는 아니다.

형법 제51조는 형을 정할 때 범인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하도록 하고 있다.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 피해회복 여부도 사건에 따라 이러한 양형판단 과정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엄벌탄원서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범죄의 내용과 피해 정도, 피고인의 전과, 합의·변제 여부, 범행 후 태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한다.

그렇다고 엄벌탄원서를 가볍게 생각해서도 안 돼

자동으로 형량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지만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엄벌 의사를 밝히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가볍게 볼 문제도 아니다.

특히 피해회복이 중요한 사건에서 아직 합의나 변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가 왜 강한 처벌을 원하는지,

피해금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는지,

기존 합의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피고인 측의 연락 자체를 원하지 않는 것인지 등을 가능한 범위에서 변호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엄벌탄원서가 들어왔으면 이제 합의는 늦은 걸까

엄벌탄원서가 제출됐다는 사실만으로 이후 합의가 법적으로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가 이후 피해회복을 받고 합의에 응할 수도 있고 끝까지 합의를 거절할 수도 있다.

결정하는 사람은 피해자다.

따라서 “엄벌탄원서가 들어왔으니 이제 끝났다”고 단정할 필요도 없지만, 반대로 “돈을 더 제시하면 결국 합의해줄 것”이라고 기대해서도 안 된다.

피해자가 이미 강한 처벌 의사를 표시했다면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가족이 직접 피해자에게 전화해도 될까

사건에 따라 가능할 수 있지만 무조건 권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피고인이나 가족의 반복적인 연락 자체가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합의를 거절한 피해자에게 계속 전화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직접 찾아가는 행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사건의 내용에 따라 피해자와 피고인 측의 접촉 자체가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담당 변호인이 있다면 가족이 직접 연락하기 전에 먼저 변호인에게 연락방법을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있다면 직접 연락은 더 신중하게

피해자가 별도의 변호사를 선임한 사건이라면 피해자 본인에게 직접 접근하기보다 피해자 측 변호사를 통해 합의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을 우선 검토할 수 있다.

피해자가 이미 법률대리인을 통해 사건에 대응하고 있다는 것은 피고인 측과의 연락 역시 대리인을 통해 진행하기를 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피고인 측 변호사와 피해자 측 변호사가 합의조건을 조율하면 당사자 사이에서 감정적인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합의금을 먼저 정해서 연락해야 할까

합의를 서두르는 가족은 “얼마를 제시해야 합의해줄까요?”라는 고민부터 하게 된다.

하지만 형사사건에 죄명이나 피해금액만 입력하면 적정 합의금이 자동으로 계산되는 공식은 없다.

실제 피해액과 피해의 성격, 치료비나 손해, 범죄유형, 피해자의 의사, 피고인의 경제적 상황 등 사건마다 조건이 다르다.

따라서 온라인에서 다른 사건의 합의금 사례를 보고 그대로 금액을 정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담당 변호인에게 현재 사건에서 피해회복을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는지 현실적으로 상의하는 것이 좋다.

합의와 피해변제도 구분해서 볼 필요 있어

피고인 측이 피해액을 지급한다고 해서 피해자가 반드시 합의하거나 처벌불원 의사를 밝혀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는 피해금 일부 또는 전부를 회복하면서도 처벌을 원할 수 있다.

따라서 돈을 지급하는 것과 피해자가 형사합의 및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구분해서 확인해야 한다.

합의가 성립한다면 합의서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는지, 처벌불원 의사까지 포함하는지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엄벌탄원서를 취하해 달라고 요구해야 할까

합의를 시도하면서 처음부터 “엄벌탄원서를 취하해 달라”고 요구하는 방식도 신중해야 한다.

피해자의 처벌 의사는 피해자가 결정하는 부분이다.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피해자가 이후 처벌불원서나 선처탄원서 등 자신의 변경된 의사를 표시할 수도 있지만, 이를 당연한 조건처럼 강요해서는 안 된다.

어떤 문서를 작성할지는 합의조건을 조율하면서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

합의가 되면 기존 엄벌탄원서는 없어지는 걸까

이미 법원에 제출된 엄벌탄원서가 있었다고 해서 이후 합의가 성립하면 과거 문서 자체가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피해자가 이후 합의했다는 사실과 현재의 처벌 의사를 새로운 자료를 통해 밝힐 수 있다.

재판부는 사건기록에 나타난 전체 사정을 보고 판단한다.

따라서 합의가 성립했다면 합의서와 피해자의 현재 의사를 정확하게 확인해 재판부에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해자가 끝까지 합의를 거절한다면

합의는 상대방이 동의해야 성립한다.

피고인 측이 아무리 원해도 피해자가 거절한다면 강제로 합의하게 만들 방법은 없다.

이 경우에는 변호인과 상의해 피해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사건에 따라 형사공탁을 검토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공탁은 피해자와 직접 합의한 것과 동일한 의미로 취급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공탁을 할지 여부와 시기, 금액은 사건의 내용과 피해자의 의사 등을 고려해 변호인과 판단하는 것이 좋다.

형사공탁을 했다고 피해자의 엄벌 의사가 없어지는 것도 아냐

피해자가 합의를 거절하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공탁했다고 해서 피해자의 엄벌탄원서가 자동으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는 공탁 이후에도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힐 수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실제 피해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와 피해자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따라서 공탁을 ‘합의를 대신해주는 확실한 감형 수단’처럼 이해해서는 안 된다.

합의가 안 된다고 피해자 탓을 하는 자료는 피해야

엄벌탄원서를 받으면 피고인이나 가족 입장에서는 서운하거나 두려운 감정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반성문이나 변호인 의견서에서 “피해자가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한다”, “합의를 안 해준다”는 식으로 피해자를 비난하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특히 범행을 인정하고 선처를 구하는 사건이라면 피해자의 고통을 축소하거나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합의가 성립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피해회복 노력과 반성, 재범방지 계획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엄벌탄원서가 여러 장 들어오면 무조건 더 불리할까

피해자가 여러 명인 사건에서는 각각 엄벌탄원서를 제출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탄원서 장수를 세어 형량을 계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재판부는 피해자 수와 피해규모, 피해회복 정도, 각각의 피해자가 밝힌 의사 등을 사건 전체의 맥락에서 살펴본다.

반대로 피고인 측 가족이 선처탄원서를 많이 제출한다고 엄벌탄원서가 상쇄되는 구조도 아니다.

탄원서 숫자 경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가족이 선처탄원서를 더 많이 내면 도움이 될까

피해자의 엄벌탄원서가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가족들이 가장 먼저 하는 행동 중 하나가 가족·지인의 선처탄원서를 추가로 준비하는 것이다.

선처탄원서도 양형자료로 제출할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의 엄벌탄원서 한 장에 가족의 선처탄원서 몇 장이 필요하다는 공식은 없다.

가족 탄원서에서는 피해자의 엄벌 의사를 반박하기보다 피고인의 평소 모습과 범행 이후 변화, 가족의 감독과 지원계획, 출소 후 재범방지 환경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낫다.

합의가 필요한 사건이라면 가족이 지금 확인할 것

먼저 담당 변호사에게 피해자 측과 접촉한 적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아직 접촉하지 않았다면 누가 연락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피해금액과 변제된 금액, 아직 회복되지 않은 피해액도 정리해야 한다.

피해자가 합의를 거절한 적이 있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의사를 표시했는지도 변호인에게 알려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합의가 어렵다면 추가 피해변제나 공탁 등 다른 피해회복 방법을 검토할 수 있는지도 상의할 수 있다.

변호사에게 이렇게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게 좋아

“합의해야 하나요?”라고만 묻기보다 현재 상황을 기준으로 질문하는 것이 좋다.

피해자 측과 지금까지 합의 연락을 한 적이 있는지,

변호사 사무실에서 합의 연락과 조율을 맡아줄 수 있는지,

가족이 직접 연락하지 않는 것이 좋은 사건인지,

현재 피해자가 요구하는 조건이 있는지,

엄벌탄원서가 제출된 상황에서 추가로 준비할 양형자료가 무엇인지,

합의가 끝내 불가능할 경우 공탁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엄벌탄원서를 봤다고 조급하게 움직이는 것이 가장 위험할 수 있어

안기모카페에서는 피해자의 엄벌탄원서가 제출됐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가족이 크게 불안해하는 사연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족에게는 ‘이제 형량이 크게 올라가는 것 아닌가’, ‘당장 피해자에게 전화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엄벌탄원서가 제출됐다고 해서 형량이 자동으로 정해지는 것도 아니고 이후 합의가 법적으로 불가능해지는 것도 아니다.

반대로 불안한 마음에 피해자에게 계속 연락하는 것은 오히려 새로운 갈등을 만들 수 있다.

담당 변호인이 있다면 먼저 현재까지 피해자와 어떤 연락이 이루어졌는지 확인하는 것이 순서다.

그다음 변호인이 직접 접촉할지, 피해자 측 변호사를 통할지, 가족이 제한적으로 연락할지를 정하는 것이 좋다.

합의가 가능하다면 피해회복과 피해자의 의사를 정확하게 문서화하고, 합의가 어렵다면 현실적으로 가능한 피해회복 노력과 공탁 여부 등을 검토할 수 있다.

엄벌탄원서가 들어왔다는 사실에만 매달리기보다 피해자가 왜 엄벌을 원하는지, 지금까지 피해회복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지, 앞으로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하나씩 확인하는 것이 형사재판을 준비하는 데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