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만 항소했다면 형량이 올라갈 가능성은 전혀 없는 건가요?”

최근 형사재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항소심을 기다리고 있는 가족의 질문이 올라왔다.

1심에서 무죄를 주장했지만 실형이 선고됐고 현재 피고인 측에서 항소해 양형자료를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가족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항소심에서 오히려 형량이 늘어나는 이른바 ‘올려치기’ 가능성이었다.

검사가 항소하지 않고 피고인 측만 항소했다면 2심에서 1심보다 더 무거운 형이 나올 수 있을까.

이때 알아둬야 할 것이 형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다.

피고인만 항소했다면 1심보다 중한 형 선고 못 해

형사소송법 제368조는 피고인이 항소한 사건과 피고인을 위해 항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원심판결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이 자신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는데 오히려 항소했다는 이유로 더 무거운 형을 받을 위험이 있다면 항소권 행사 자체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사 측에서는 항소하지 않고 피고인 측만 항소한 사건이라면 항소심 법원이 1심보다 더 중한 형을 선고하는 것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의해 제한된다.

예를 들어 1심에서 징역 2년이 선고됐고 피고인만 항소했다면 항소심에서 단순히 징역 3년으로 높여 선고하는 식의 변경은 허용되지 않는다.

가족들이 흔히 걱정하는 “우리만 항소했는데 괜히 형량이 더 늘어나는 것 아닐까”라는 부분에는 법적으로 이러한 안전장치가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항소하면 반드시 형이 줄어드는 것은 아냐

여기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불이익변경금지는 ‘형을 반드시 낮춰야 한다’는 원칙이 아니다.

피고인만 항소했다고 해서 항소심이 반드시 감형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항소 이유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1심의 형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서 1심이 인정했던 범죄사실 일부가 무죄로 판단됐음에도 항소심이 1심과 동일한 형을 선고한 것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가 있다.

따라서 피고인 단독 항소에서 가능한 결과를 단순하게 생각하면 ‘감형 아니면 형량 증가’의 두 가지가 아니다.

1심 판결이 유지될 가능성 역시 생각해야 한다.

징역 기간만 같으면 무조건 괜찮은 것도 아냐

불이익 여부는 단순히 징역 개월 수 하나만 놓고 판단하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은 선고된 형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됐는지를 판단할 때 형 전체를 실질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서 1심보다 징역 기간을 줄이는 대신 새로운 벌금이나 추징 등을 추가해 결과적으로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한 경우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

집행유예 기간을 1심보다 길게 변경한 것이 불이익변경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례도 있다.

따라서 ‘징역형 숫자만 안 올라가면 된다’는 식으로 이해하기보다는 항소심에서 선고되는 형 전체가 1심보다 실질적으로 불리해지는지가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검사도 항소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져

가족이 반드시 확인해야 할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은 피고인만 항소하거나 피고인을 위해 항소한 경우에 적용되는 원칙이다.

따라서 피고인 측뿐 아니라 검사도 항소한 사건이라면 단순히 “우리가 항소했으니 1심보다 형량이 올라갈 수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검사가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더 무거운 형을 요구하며 항소했다면 항소심에서 형이 무거워질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

때문에 항소심을 앞둔 가족이라면 먼저 피고인 측만 항소한 것인지, 검사 역시 항소했는지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죄 주장해서 괘씸죄로 법정구속된 것 같다”는 생각은 구분해야

사연에서는 1심에서 무죄를 주장한 것이 재판부에 좋지 않게 보였고 이 때문에 법정구속까지 된 것 같다는 걱정도 나타났다.

하지만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무죄를 주장하는 것은 형사재판에서 행사할 수 있는 방어권의 영역이다.

단순히 무죄를 주장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법률에 존재하지 않는 이른바 ‘괘씸죄’가 추가돼 처벌받는다고 이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재판부가 형을 정하는 과정에서는 범행 후의 정황을 비롯한 여러 양형 요소를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유죄가 인정된 이후에도 범행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과 정당한 방어권 행사 자체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가족 입장에서도 “무죄를 주장했기 때문에 형을 더 받았다”고 단정하기보다는 1심 판결문에서 법원이 어떤 이유로 유죄를 인정했고 어떤 사정을 양형에 반영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소심 양형자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이라고 해도 항소심 준비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불이익변경금지는 1심보다 형을 무겁게 하지 못하도록 하는 원칙이지 감형을 보장하는 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감형을 구한다면 항소심 재판부가 새롭게 살펴볼 수 있는 사정을 구체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피해회복이나 합의가 진행됐다면 그 자료를 준비하고, 수용생활 중 반성과 재범방지를 위한 노력, 가족의 보호·지원계획, 출소 후 주거와 취업계획 등 사건과 피고인의 상황에 맞는 자료를 검토할 수 있다.

무엇보다 1심 판결문을 확인해 1심 재판부가 어떤 점을 불리한 사정으로 판단했는지 파악한 뒤 그 부분과 연결해 항소이유와 양형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형이 더 올라갈까’보다 먼저 검사 항소 여부 확인해야

항소심을 기다리는 가족에게는 1심 선고를 다시 겪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큰 부담일 수 있다.

하지만 검사 항소 없이 피고인 측만 항소했다면 형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된다는 점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2심에서 반드시 감형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이 유지될 수도 있고, 감형을 원한다면 그에 필요한 항소이유와 새로운 양형사정을 충실히 준비해야 한다.

안기모카페에서도 항소심을 앞둔 가족들이 “검사가 항소하지 않았으면 형량은 절대 올라가지 않는지”, “항소했다가 더 불리해지는 것은 아닌지”를 묻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이라면 막연하게 2심 결과를 걱정하기보다 먼저 검사와 피고인 양측의 항소 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이라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이해한 상태에서 항소심 준비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