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범이고 음주나 과속도 없는데 왜 실형이 나온 걸까요?”
온라인 교정정보 커뮤니티에는 과실로 사람이 사망한 사건에서 1심 실형이 선고된 뒤 항소한 가족의 질문이 올라왔다.
가족이 특히 답답하게 느끼는 부분은 피고인이 초범이고 음주운전이나 과속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런데도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고 항소심에서는 피해자 측과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족으로서는 자연스럽게 이런 의문이 생긴다.
“음주도 하지 않았고 과속도 하지 않았는데 왜 실형인가.”
“초범이라는 점은 고려되지 않은 것인가.”
“항소심에서 형을 줄이려면 결국 유족과 합의하는 방법밖에 없는가.”
하지만 이런 사건에서는 ‘음주·과속이 없었다’는 사실만으로 형량을 판단하기 어렵다.
먼저 정확한 죄명부터 확인해야 해
‘과실치사’라는 표현은 일상적으로 넓게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적용된 죄명이 무엇인지는 공소장과 1심 판결문을 확인해야 한다.
형법에는 일반적인 과실치사뿐 아니라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 적용되는 별도의 규정도 있다.
자동차 교통사고라면 사고 형태와 적용 법률에 따라 검토해야 할 내용이 또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인터넷에 “과실치사인데 실형이 나왔다”고만 설명하면 다른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답변하더라도 실제 사건과 전혀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항소심 대응의 출발점은 정확한 죄명과 1심 판결 이유를 확인하는 것이다.
음주·과속이 없었다고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냐
교통사고를 전제로 생각하면 가족들은 음주운전이나 과속 여부를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음주운전이나 중대한 교통법규 위반 여부는 중요하다.
하지만 과실사건의 책임을 판단하는 요소가 그것뿐인 것은 아니다.
사고 당시 피고인에게 어떤 주의의무가 있었는지, 이를 위반했는지, 그 위반과 사망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구체적인 사고상황에 따라 전방주시, 안전거리, 신호와 진로, 보행자 보호, 현장 안전조치 등 여러 문제가 쟁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술을 마시지 않았고 제한속도를 지켰다”는 사실만으로 과실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반대로 사고 발생에 피해자 측 사정이나 다른 원인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면 그 부분 역시 구체적인 증거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초범이면 집행유예가 나오는 것 아닌가?
초범이라는 사실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검토될 수 있는 사정이다.
하지만 초범이라는 이유만으로 벌금이나 집행유예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사망사고는 결과 자체가 매우 중하다.
한 사람이 사망했고 유족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은 법원이 형을 정할 때 중요하게 살펴볼 수밖에 없다.
여기에 피고인의 과실 정도, 사고 이후 조치, 피해회복 여부, 피해자 측의 처벌 의사 등 사건별 사정이 함께 고려될 수 있다.
결국 ‘초범인데 왜 실형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초범 여부 하나가 아니라 1심 판결문에 있다.
항소심에서 가장 먼저 볼 것은 1심 판결문
항소심에서 감형을 원한다면 다른 사람의 사례보다 먼저 1심 재판부가 왜 실형을 선택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판결문에는 양형 이유가 기재돼 있다.
법원이 사고의 결과를 얼마나 무겁게 평가했는지, 피고인의 과실 정도를 어떻게 판단했는지, 피해회복이 이뤄졌는지, 피해자 측이 어떤 의사를 표시했는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약 1심에서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고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는 점이 중요한 불리한 사정으로 평가됐다면 항소심에서 합의가 특히 중요하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반대로 사실관계나 과실 정도 자체를 다툴 부분이 있다면 항소심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항소심에서는 합의만이 답일까?
합의가 매우 중요한 사건은 있을 수 있지만 ‘합의만이 답’이라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항소심에서는 1심 판결의 당부와 함께 항소이유를 살펴본다.
양형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이유로 항소했다면 1심 이후 새롭게 발생한 피해회복이나 합의가 중요한 사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 보는 것은 아니다.
피고인의 과실 정도, 사고 발생 경위, 범죄전력, 사고 이후 조치, 반성 정도, 재범 가능성, 1심 이후의 변화 등 사건에 따라 여러 사정이 함께 검토될 수 있다.
따라서 합의가 중요하다는 말은 ‘합의하면 무조건 감형된다’는 뜻과 구별해야 한다.
왜 사망사고에서는 합의가 중요하게 거론될까?
사망사고에서는 피해 당사자가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피해회복 문제 역시 매우 무겁다.
금전적인 배상이 사람의 생명을 원래 상태로 돌릴 수는 없다.
그럼에도 형사재판에서는 유족에 대한 피해배상과 유족이 피고인의 처벌에 관해 어떤 의사를 가지고 있는지가 양형 과정에서 고려될 수 있다.
특히 1심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가 항소심에서 유족과 원만하게 합의하고 실질적인 피해회복이 이뤄졌다면 1심 선고 이후 달라진 사정으로 주장할 여지가 생긴다.
그렇다고 합의가 실형을 집행유예로 바꾸는 자동 조건은 아니다.
합의하면 무조건 집행유예가 가능할까?
그런 공식은 없다.
인터넷에서는 “사망사고인데 합의해서 집행유예를 받았다”는 사례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결과만 비교해서는 안 된다.
사고에 대한 피고인의 과실 정도부터 다를 수 있고 피해자의 과실, 보험을 통한 피해배상, 피고인의 전과, 사고 이후 구호조치, 유족의 의사 등이 모두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합의 후 집행유예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의 사건에서도 같은 결과를 예상해서는 안 된다.
합의가 안 되면 공탁하면 될까?
피해자 측과 합의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 형사공탁을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공탁을 통해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했다는 사정을 재판부에 설명할 수 있는 사건은 있다.
그러나 공탁 역시 자동 감형 장치는 아니다.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금원을 공탁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가 피고인을 용서한 것이 되는 것도 아니다.
피해자의 의사와 실제 피해회복 정도, 공탁 경위와 금액 등 여러 사정을 함께 살펴야 한다.
따라서 “합의가 안 되면 같은 금액을 공탁하면 된다”는 방식으로 단순하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유족이 합의를 거부하면 계속 연락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유족에게는 가족을 잃은 극심한 고통이 있을 수 있다.
피고인 측에서는 절박한 마음으로 합의를 원하더라도 유족이 연락 자체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피고인의 가족이나 지인이 반복적으로 전화하거나 찾아가 합의를 요구하면 오히려 또 다른 부담을 줄 수 있다.
변호인이 선임돼 있다면 유족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합의 가능성을 확인할 방법을 변호인과 상의하는 것이 좋다.
합의는 상대방의 의사가 필요한 절차이지 일방적으로 성립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험금이 지급됐다면 합의와 같은 것일까?
교통사고라면 보험을 통한 배상이 이뤄졌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보험회사가 손해를 배상한 것과 유족이 형사적으로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는 것은 반드시 같은 의미가 아니다.
보험을 통해 어느 정도 피해가 회복됐는지, 별도의 형사합의가 필요한 상황인지, 유족이 처벌에 관해 어떤 입장인지 등을 구분해서 살펴봐야 한다.
보험가입 여부만 보고 “피해회복은 끝났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사고 당시 과실비율이 형사재판에서도 그대로 적용될까?
교통사고에서는 보험사나 민사절차에서 이야기하는 과실비율을 자주 접하게 된다.
하지만 민사상 손해배상에서 정해지는 과실비율을 형사책임에 기계적으로 대입해서는 안 된다.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가 무엇이었는지, 이를 위반했는지, 그 위반으로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했는지를 형사법적 기준에서 판단한다.
다만 피해자 측의 행동이나 사고 발생에 영향을 준 다른 사정은 구체적인 사건에서 과실 정도와 양형을 검토할 때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항소심에서 다시 살펴볼 수 있는 것은?
먼저 항소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사고 발생에 관한 사실관계나 피고인의 과실 자체를 다투는 것인지, 유죄는 인정하지만 1심의 형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주장하는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
양형부당을 주장한다면 1심 이후 피해회복과 합의 여부가 중요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피고인이 사고 이후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재발방지를 위해 어떤 조치를 했는지, 관련 교육이나 치료가 필요한 사건이라면 실제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사건에 따라 검토할 수 있다.
반대로 과실이나 인과관계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사고영상, 현장자료, 감정결과 등 객관적인 증거를 중심으로 항소심 전략을 세워야 한다.
‘합의만 하면 된다’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
항소심을 준비하는 가족이라면 변호인에게 단순히 “합의하면 집행유예가 되나요?”라고 묻기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1심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한 가장 중요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피해회복 부족이 핵심이었는지, 피고인의 과실이 중하다고 판단한 것인지, 다른 불리한 양형사유가 있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 다음 항소심에서 새롭게 제출할 수 있는 자료가 무엇인지, 유족과의 합의를 어떤 방식으로 시도할 것인지, 합의가 어렵다면 피해회복을 위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가 무엇인지 검토할 수 있다.
과실치사 항소심, 합의는 중요하지만 ‘유일한 답’은 아냐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한 사건에서 피해자 유족과의 합의와 피해회복은 가볍게 볼 수 없는 문제다.
특히 1심 판결에서 피해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실형 선고의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면 항소심에서 합의가 더욱 중요하게 거론될 수 있다.
하지만 형사재판은 합의 여부 하나만 입력하면 결과가 정해지는 구조가 아니다.
초범이라는 이유만으로 집행유예가 보장되지 않는 것처럼, 합의했다고 반드시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것도 아니다.
반대로 1심에서 합의하지 못했다고 항소심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왜 실형이 나왔는지’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다.
1심 판결문에서 법원이 어떤 사정을 불리하게 평가했는지 확인하고, 항소심에서 그 가운데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음주도 없었고 과속도 없었다는 사실만으로 사건을 판단할 수도 없고, 합의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항소심의 출발점은 다른 사람의 감형 사례가 아니라 자신의 1심 판결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