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원서는 손으로 썼는데 재범방지계획서는 타이핑하면 성의 없어 보일까요?”
최근 교정·형사절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재범방지계획서를 준비하는 가족의 고민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가족이 재범방지계획서를 작성할 예정이라며 타이핑으로 문서를 만든 뒤 직접 서명하는 방식으로 제출해도 되는지 물었다.
앞서 탄원서는 자필로 작성했지만 재범방지계획서까지 타이핑하면 법원에서 성의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을지 걱정된다는 내용이었다.
형사재판에서 양형자료를 처음 준비하는 가족들이 자주 고민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재범방지계획서에서는 단순히 ‘자필이냐 타이핑이냐’보다 문서에 무엇을 담았는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재범방지계획서, 반드시 자필이어야 할까?
재범방지계획서는 반성문이나 탄원서처럼 형사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재범 가능성과 향후 생활계획 등을 설명하기 위해 제출되는 자료 가운데 하나로 활용될 수 있다.
다만 현재 확인할 수 있는 법령이나 법원 자료상 재범방지계획서를 반드시 자필로 작성해야 한다는 일률적인 형식 규정은 찾기 어렵다.
형사사법절차에서도 일정한 요건 아래 전자문서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컴퓨터로 내용을 작성한 뒤 작성자가 내용을 직접 확인하고 서명하는 형식 자체만으로 문제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지나치게 글씨 형태에 신경을 쓰다가 정작 중요한 내용이 추상적으로 작성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법원이 보는 것은 ‘다시는 안 하겠다’는 말보다 실제 노력
양형위원회의 여러 범죄 양형기준을 보면 ‘진지한 반성’을 판단할 때 단순히 반성한다는 표현만 보는 것이 아니다.
범행을 인정하는 구체적인 경위와 함께 피해 회복이나 재범 방지를 위해 어떤 자발적인 노력을 했는지 등을 조사·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재범방지계획서 역시 “앞으로 다시는 잘못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문장을 반복하는 것보다 재범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실제로 어떤 생활을 할 것인지를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범행과 관련해 문제가 됐던 생활환경이 있다면 이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가족이 어떤 방식으로 생활을 관리하거나 지원할 것인지, 직업이나 거주지는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등을 실제 상황에 맞게 정리하는 방식이다.
사건의 성격에 따라 치료, 상담, 교육, 직업생활, 경제관리, 인간관계 정리 등도 재범방지 계획의 내용이 될 수 있다.
다만 사건마다 필요한 내용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사건에 같은 항목을 그대로 적용하는 방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가족이 작성한다면 ‘가족이 할 수 있는 일’을 적는 것이 중요
이번 사연처럼 피고인本人이 아니라 부모 등 가족이 재범방지계획서를 작성하는 경우에는 시각을 조금 다르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피고인이 스스로 작성하는 계획서라면 자신의 반성과 앞으로의 생활계획이 중심이 될 수 있다.
반면 가족이 작성한다면 가족이 출소 또는 재판 이후 실제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단순히 “앞으로 잘 돌보겠습니다”라고 쓰는 것보다 함께 거주할 예정인지, 일정 기간 생활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취업이나 경제생활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처럼 실제 실행할 수 있는 내용이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가족이 책임질 수 없는 부분까지 과도하게 약속하거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내용을 넣는 것은 오히려 피하는 것이 좋다.
자필보다 중요한 것은 작성자가 실제로 이해하고 있는 내용
타이핑으로 작성할 경우에도 중요한 것은 작성자가 해당 내용을 실제로 이해하고 동의하고 있는지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준 내용을 그대로 출력해 이름만 적는 방식보다 가족이 직접 내용을 검토하고 자신의 상황에 맞게 수정한 뒤 서명하는 것이 문서의 취지에도 더 부합한다.
작성자의 관계와 이름, 피고인과 앞으로 어떻게 생활할 예정인지 등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계획을 중심으로 구성하면 된다.
분량을 무리하게 늘릴 필요도 없다.
같은 내용을 반복해 여러 장을 채우는 것보다 현재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가 명확하게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
반성문·탄원서와 재범방지계획서는 역할이 다를 수 있어
가족들이 양형자료를 준비하면서 반성문, 탄원서, 재범방지계획서의 내용을 비슷하게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각 문서는 목적을 구분해 작성하면 내용의 중복을 줄일 수 있다.
피고인의 반성문은 자신의 잘못에 대한 인식과 반성이 중심이 되고, 가족의 탄원서는 피고인과의 관계와 평소 모습, 가족이 바라보는 사정 등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재범방지계획서는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앞으로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어떤 변화와 관리가 이루어질지를 보여주는 자료로 구성할 수 있다.
결국 재범방지계획서의 핵심은 손글씨 자체가 아니다.
재판부에 보여주기 위한 문구를 나열하는 것보다 피고인과 가족이 재범의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를 막기 위해 현실적으로 무엇을 바꿀 것인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안기모카페에서도 형사재판을 앞둔 가족들이 반성문과 탄원서, 재범방지계획서 등 다양한 양형자료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관한 경험을 나누고 있다. 처음 재판을 겪는 가족들에게는 문서 하나를 작성하는 일도 막막할 수 있지만, 형식에 지나치게 얽매이기보다 각 자료가 어떤 사실을 전달하기 위한 것인지 이해하는 것이 준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