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휴학 중이고 재산이나 월급도 없습니다”
형사재판 1심을 앞둔 구속 피고인의 가족이 피해자 측의 민사소송 가능성을 걱정하는 사연이 온라인 교정커뮤니티에 올라왔다.
피고인은 현재 휴학 중인 학생으로 별다른 재산이나 월급이 없는 상태였다. 가족은 피해자 측과 합의하고 싶지만 상대방이 당장은 합의할 의사가 없고, 추후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며 “민사재판에서 패소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물었다.
형사재판을 처음 겪는 가족들은 징역이나 벌금과 같은 형사처벌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범죄로 피해가 발생했다면 형사책임과 별도로 치료비·재산상 손해·위자료 등에 관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문제 될 수 있다.
형사재판과 민사소송은 서로 다른 절차
형사재판은 검사가 피고인의 범죄를 입증하고 법원이 유·무죄와 형량을 정하는 절차다. 민사소송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실제 손해를 배상하라고 청구하는 절차다.
따라서 형사재판이 끝나지 않았더라도 피해자는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민사법원은 형사법원의 판단에 법적으로 완전히 구속되지는 않지만,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한 확정된 유죄판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재판에서도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
민사재판에서는 피고인의 행위와 손해 발생, 두 사실 사이의 인과관계와 손해액이 쟁점이 된다. 형사사건에서 유죄가 인정됐더라도 피해자가 청구한 금액 전부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재산이 없다고 손해배상책임이 없어지지는 않아
민사재판에서 피해자의 청구가 인정되면 법원은 피고인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할 수 있다.
당장 예금이나 부동산, 월급이 없다면 피해자가 곧바로 회수할 재산이 없어 강제집행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손해배상채무가 사라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판결로 확정된 채권은 원칙적으로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며, 채권자는 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압류나 재판상 청구 등 법률상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
결국 “지금 학생이고 가진 돈이 없으니 민사판결을 받아도 아무 일이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취업하면 월급이 압류될 수도 있어
피해자가 승소판결 등 집행권원을 확보하면 피고인 명의의 은행예금과 급여, 자동차·부동산,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 등에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다.
현재 무직이더라도 출소 후 취업해 급여를 받거나 새로운 예금·재산이 생기면 그 재산이 집행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법원은 채권압류·추심명령을 통해 채무자가 회사나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을 돈을 직접 추심하는 절차를 운영한다.
다만 급여와 최소한의 생활비 전부를 압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행 민사집행법은 급여채권의 일정 부분과 생계유지에 필요한 예금 등을 압류금지 대상으로 보호한다. 구체적인 압류 가능 범위는 급여액과 계좌의 종류, 다른 압류금지 재산의 존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부모가 자녀의 손해배상금을 대신 내야 할까
피고인이 성년이라면 부모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자녀의 민사상 손해배상채무를 자동으로 대신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미성년자의 사건에서도 부모의 책임이 언제나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책임능력이 없는 미성년자라면 법정감독의무자의 책임이 문제 될 수 있고, 책임능력이 있는 미성년자라도 부모의 구체적인 감독의무 위반과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입증된 경우 부모에게 별도의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반대로 감독상 과실이 입증되지 않으면 부모 책임이 부정될 수 있다.
따라서 ‘학생’이라는 신분만으로 부모의 책임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사건 당시 나이와 책임능력, 부모의 행위와 감독상 과실 여부를 개별적으로 살펴야 한다.
형사재판에서 배상명령이 내려질 수도 있어
피해회복 방법이 반드시 별도의 민사소송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법률이 정한 일부 범죄에서는 피해자가 형사재판 1심이나 2심 법원에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법원은 범죄행위로 발생한 직접적인 물적 피해와 치료비 등 법률상 인정되는 범위에서 형사판결과 함께 배상을 명할 수 있다. 피고인과 피해자가 손해배상액에 합의한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 아래 배상명령이 가능하다.
다만 피해액이나 책임범위가 복잡해 형사재판에서 판단하기 적절하지 않다면 배상명령 신청이 각하되고 별도의 민사소송으로 진행될 수 있다.
합의할 때는 민사청구까지 포함되는지 확인해야
형사합의가 이뤄지면 피해회복과 처벌 의사에 관한 중요한 양형자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합의금을 지급했다는 사실만으로 앞으로의 모든 민사청구가 자동으로 끝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합의서에는 지급한 금액이 형사합의금인지 손해배상금인지, 추가 민사청구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인지와 처벌불원 의사가 포함됐는지를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
피해자 측이 현재 합의를 거부한다고 반복적으로 연락하거나 압박해서도 안 된다. 변호인을 통해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하고, 전액 합의가 어렵다면 일부 변제나 공탁 등 현재 가능한 피해회복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민사소장을 받으면 구속 중이어도 방치하면 안 돼
피고인이 구치소에 수용돼 있더라도 민사소송은 진행될 수 있다.
민사소장을 송달받고 청구 내용을 다툴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소장 부본을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법원은 원고가 주장한 사실을 다투지 않는 것으로 보고 변론 없이 판결하는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소장을 받았다면 청구금액과 손해 산정 근거, 형사합의나 변제 내역이 반영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형사사건을 담당하는 변호사가 민사소송도 함께 맡는지는 위임 범위를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재산이 없어도 대응을 포기해서는 안 돼
민사소송에서 중요한 것은 현재 돈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만이 아니다.
피해자가 주장하는 손해액이 실제 자료로 증명되는지, 피고인의 행위와 모든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이미 지급하거나 회복된 금액이 중복 청구되지는 않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아 피해자 주장이 그대로 인정되면 원금뿐 아니라 지연손해금과 소송비용 부담까지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책임 자체를 인정하더라도 실제 형편에 맞는 분할변제나 조정 가능성을 협의해 볼 수 있다.
재판과 합의를 기다리는 가족들이 모인 안기모카페에서는 형사처벌뿐 아니라 피해배상과 민사소송, 출소 후 채무 문제에 관한 경험도 공유되고 있다. 형사재판이 피고인 개인의 처벌을 판단하는 절차라면 민사책임은 출소 이후의 생활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들이 함께 준비해야 할 또 다른 현실이다.
[알아두면 좋은 정보]
피해자는 형사재판이 끝나기 전에도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확정된 형사 유죄판결은 민사재판에서 유력한 증거가 되지만, 민사법원이 피해자의 청구금액 전부를 자동으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재산과 소득이 없어도 손해배상 판결로 확정된 채무가 바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출소 후 급여나 예금·부동산 등 재산이 생기면 강제집행이 진행될 수 있다.
급여와 생계비 성격의 재산에는 법률상 일정한 압류금지 범위가 있다.
성년 피고인의 부모는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자동으로 부담하지 않는다.
민사소장을 송달받았다면 구속 중이라도 답변서 제출기한과 청구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