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도 상담과 진료를 받았는데 병원기록을 양형자료로 낼 수 있을까요?”
최근 교정생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자료를 양형자료로 제출하려는 가족의 질문이 올라왔다.
가족 본인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과 약물치료를 받을 예정이고, 남편 역시 이전에 함께 상담과 진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양형자료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기록과 상담기록을 제출한다는 사례를 보게 됐지만 어떤 서류를 받아야 할지 막막하다는 것이다.
“의사에게 양형자료로 쓸 거라고 말하면 알아서 준비해주는지”, “진료기록만 떼면 되는지”가 가장 큰 궁금증이었다.
정신과 진료기록도 양형자료가 될 수는 있어
형법 제51조는 법원이 형을 정할 때 피고인의 연령과 성행, 환경, 범행동기와 결과, 범행 후 정황 등을 살피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정신건강 상태와 치료과정이 범행경위나 범행 후 재활, 재범방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 관련 의료자료가 양형자료로 제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충동조절 문제나 중독, 우울·불안 등으로 지속적인 치료를 받고 있고 현재도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면 그 사실을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다만 병원에 다녔다는 사실 자체가 곧바로 감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신과에 갔다 = 감형’은 아냐
정신건강의학과 치료기록을 제출한다고 해서 법원이 자동으로 형을 줄여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료가 왜 제출되는지가 중요하다.
현재 치료가 실제로 필요하고 그 치료를 성실하게 받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인지, 범행의 원인을 분석하고 다시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치료를 시작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인지가 명확해야 한다.
양형위원회 역시 ‘진지한 반성’을 판단할 때 단순히 반성문을 냈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피해회복 또는 재범방지를 위한 자발적인 노력이 있었는지를 함께 살펴본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치료가 범죄 재발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실제 행동이라면 의미가 더 커질 수 있다.
그렇다면 진료기록 전체를 떼야 할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진료기록에는 진단명뿐 아니라 상담내용, 투약내용, 과거 병력 등 상당히 민감하고 사적인 정보가 포함될 수 있다.
양형자료로 필요하지 않은 내용까지 전부 제출할 이유는 없다.
사건에 따라서는 통원확인서나 진료확인서, 진단서, 의사 소견서, 처방내역, 상담·치료기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만으로도 치료사실을 설명할 수 있다.
반대로 범행 당시 정신상태나 장기간의 치료경과 자체가 중요한 쟁점이라면 보다 상세한 진료기록이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일단 전체 기록부터 떼서 법원에 내자’는 방식보다는 변호인과 필요한 범위를 먼저 정하는 것이 좋다.
병원에서는 어떤 서류를 요청하면 될까
병원에는 “형사재판에 제출할 자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한 뒤 발급 가능한 서류의 종류를 물어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의료기관에서는 진단서, 진료확인서, 통원확인서, 의무기록 사본, 처방내역 등 여러 형태의 서류를 발급할 수 있다.
다만 의사가 ‘양형에 유리한 문서’를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의료진은 실제 진료내용과 의학적 판단을 기록할 뿐이고, 그 자료를 어떤 법률적 의미로 제출할지는 변호인이 판단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의사에게 “선처받게 써주세요”라고 요청하는 것보다는 현재 어떤 치료를 받고 있고 향후 치료가 필요한지 사실대로 기재된 자료를 요청하는 것이 적절하다.
‘진단서’와 ‘진료확인서’는 역할이 조금 달라
진료확인서는 일정 기간 해당 병원에서 진료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반면 진단서는 환자의 진단명과 상태 등을 의사가 의학적으로 확인하는 자료다.
의사 소견서가 발급되는 병원이라면 현재 상태와 치료 필요성, 향후 치료계획 등이 좀 더 구체적으로 담길 수도 있다.
처방전이나 약제내역은 실제 약물치료를 지속해왔다는 사실을 보완할 수 있다.
어떤 자료가 가장 필요한지는 사건의 쟁점에 따라 달라진다.
상담기록을 그대로 제출하는 건 더 신중해야
정신건강의학과 상담기록에는 가족관계나 과거 경험, 감정상태 등 재판과 무관한 개인정보가 상당히 많이 담길 수 있다.
따라서 단지 “상담도 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려는 목적이라면 상담내용 전체를 제출하는 것보다 상담·진료기간과 치료사실을 확인하는 자료로 충분한지 먼저 검토하는 것이 좋다.
법원에 제출된 기록은 형사사건 기록의 일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민감정보까지 제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남편의 기록은 남편 동의 없이 배우자가 마음대로 뗄 수 있을까
이 부분도 주의해야 한다.
의료법은 환자 본인이 자신의 진료기록을 열람하거나 사본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원칙적으로 환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환자의 진료기록을 제공할 수 없다.
배우자라고 하더라도 무조건 자유롭게 남편의 진료기록을 발급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의료법과 시행규칙이 정한 환자 동의서와 가족관계 확인서류 등 필요한 요건을 갖춰야 할 수 있다.
현재 남편이 구속돼 있어 직접 병원에 방문하기 어렵다면 해당 병원에 필요한 동의·위임절차를 먼저 문의해야 한다.
가족 본인의 정신과 기록도 같이 내면 도움이 될까
사연에서는 배우자 역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와 상담을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가족의 치료기록이 피고인의 양형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사건과 구속으로 배우자가 큰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가족상황 자료를 제출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가족의 우울·불안 치료기록을 제출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의 형량이 자동으로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배우자 자신의 의료정보 역시 매우 민감하다.
따라서 “가족도 힘들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상세한 정신과 기록 전체를 제출할 필요는 없다.
배우자의 기록보다 가족의 ‘보호계획’이 더 중요한 경우도 있어
피고인이 정신건강 문제로 치료가 필요한 사건이라면 출소 또는 재판 이후 가족이 어떻게 치료를 이어가도록 도울 것인지가 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하도록 지원하겠다거나 약물치료와 상담을 지속하도록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가족 탄원서나 보호계획서에 구체적으로 적을 수 있다.
실제로 다니던 병원이 있고 치료예약이나 향후 상담계획이 정해져 있다면 이를 함께 설명할 수도 있다.
가족 자신의 병원기록보다 피고인의 치료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을 보여주는 편이 사건에 따라 더 직접적인 양형자료가 될 수 있다.
치료를 재판 직전에 한두 번만 받으면 의미가 없을까
재판을 앞두고 치료를 시작했다고 해서 무조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를 인식한 뒤 지금이라도 치료를 시작하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일 수 있다.
다만 단순히 양형자료를 만들기 위해 병원을 한두 번 방문하고 치료를 중단한다면 재판부가 실제 재범방지 노력을 평가할 때 무게가 달라질 수 있다.
지속적으로 상담과 치료를 받고 있고 앞으로도 이어갈 계획이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면 훨씬 설득력이 높아질 수 있다.
범죄유형과 치료내용이 연결돼 있다면 더 구체적으로 준비할 수 있어
도박 범죄라면 도박중독 치료나 상담이 직접적인 재범방지 계획이 될 수 있다.
마약 사건이라면 중독 치료와 재활프로그램이 중요할 수 있다.
충동조절이나 분노 문제가 범행과 관련돼 있다면 그에 관한 정신건강 치료나 상담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반면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는 질환의 병원기록을 단지 ‘병원기록도 양형자료라고 하니까’라는 이유로 제출한다면 실제 양형상 의미는 제한적일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진료를 받았는지보다 그 치료가 이번 사건과 향후 재범방지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신미약 주장과 치료자료 제출도 같은 것은 아냐
정신과 치료기록을 제출한다고 해서 반드시 “범행 당시 심신미약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심신미약은 범행 당시 정신적 장애 때문에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했는지를 따지는 별도의 법률문제다.
단순히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진료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심신미약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양형자료로 치료기록을 제출하는 것은 현재 치료노력과 재범방지 계획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일 수도 있다.
따라서 변호인과 상의 없이 진료기록을 근거로 무리하게 심신미약 주장을 연결해서는 안 된다.
혐의를 다투고 있다면 기록의 내용도 먼저 확인해야
피고인이 공소사실 일부 또는 전부를 부인하는 사건에서는 의료기록의 상담내용을 그대로 제출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치료 과정에서 피고인이 사건에 관해 말한 내용이 현재 재판에서의 주장과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담기록에는 환자가 의료진에게 설명한 사건경위가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기록 전체를 법원에 제출하기 전에는 변호인이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필요한 진료사실만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
많이 내는 것보다 ‘왜 이 자료를 내는지’가 중요해
양형자료를 준비하다 보면 반성문, 탄원서, 교육수료증, 병원기록, 가족자료 등 가능한 자료를 모두 모으고 싶어질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이 보는 것은 자료의 장수만이 아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자료라면 피고인이 어떤 문제를 인식했고, 어떤 치료를 받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재범을 막을 것인지가 연결돼야 한다.
병원 방문 한 번마다 수십 장의 기록을 제출하는 것보다 치료사실과 향후 계획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몇 개의 자료가 오히려 이해하기 쉬울 수 있다.
병원 방문 전에 변호사에게 물어보면 가장 확실해
다음 날 병원에 갈 예정이라면 변호인에게 먼저 간단히 문의하는 것이 좋다.
“남편이 이전부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와 상담을 받았는데 양형자료로 제출하려 합니다. 진료기록 전체가 필요한지, 진료확인서나 진단서 정도면 되는지”를 물어볼 수 있다.
변호인이 사건의 쟁점과 현재 제출된 자료를 알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범위를 정하기가 쉽다.
남편이 구속돼 직접 서류를 발급받을 수 없다면 배우자가 발급받을 때 필요한 동의서와 위임장 등도 병원에 미리 확인하면 된다.
결국 병원기록은 ‘감형용 서류’가 아니라 치료사실을 보여주는 자료
안기모카페에서는 양형자료를 준비하면서 “정신과 기록도 내면 도움이 되느냐”, “진료기록을 전부 발급받아야 하느냐”는 질문이 반복된다.
정신건강의학과 치료기록은 사건에 따라 충분히 의미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형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해당 정신건강 문제가 이번 범행이나 재범위험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피고인이 실제로 치료를 받고 있는지, 앞으로 치료를 지속할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우선은 진료확인서나 진단서, 치료·상담기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등 필요한 범위를 변호인과 정하는 것이 좋다.
상세한 의무기록과 상담기록은 개인정보가 많이 포함돼 있으므로 꼭 필요한 경우에만 선별적으로 제출하는 편이 안전하다.
배우자의 정신과 기록 역시 피고인의 양형에 직접 필요한 자료인지 따져본 뒤 제출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양형자료에서 중요한 것은 병원기록의 두께가 아니라 치료가 실제 변화와 재범방지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느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