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조사 현장에서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을까?
경찰이나 검찰은 수사기관이지 형을 선고하는 법원이 아니다.
따라서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갔다가 조사에 불성실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이 그 자리에서 “징역 몇 년”을 선고해 구치소에 보내는 절차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조사 과정에서 체포되거나 이미 체포영장이 집행된 상태였을 수 있고, 이후 구속영장이 청구돼 법원의 판단을 거쳐 구속되는 상황은 있을 수 있다.
형사소송법상 피의자를 구속하려면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와 법에서 정한 구속사유가 있어야 하며, 수사기관이 임의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법관이 발부한 구속영장이 필요하다.
연락이 끊겼다면 수사 단계에서 구속됐을 가능성도
수사 단계에서 구속됐다면 일반적으로 형을 선고받아 교도소에 간 것과는 의미가 다르다.
아직 유죄판결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 수사와 재판을 위해 신병이 확보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법관이 피의자를 심문해 구속 필요성을 판단하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 이른바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될 수 있다. 형사소송법은 체포된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경우 법관이 지체 없이 심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주변에서 “조사받으러 갔다가 바로 구치소로 갔다”고 표현하더라도 실제 기록을 확인하면 체포와 구속영장 청구, 영장실질심사 등을 거쳤을 가능성이 있다.
출석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괘씸죄’가 생기는 것은 아냐
형법에 ‘괘씸죄’라는 별도의 죄명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를 계속 무시해도 아무 영향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구속 필요성을 판단할 때 도주 우려 등을 살펴보기 때문에 반복적인 연락 두절이나 출석 문제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정이 있다면 신병 처리 과정에서 검토될 여지가 있다.
다만 “조사에 안 나와서 화가 난 경찰이 그 자리에서 형을 선고했다”는 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구속과 형의 선고는 전혀 다른 절차다.
이미 1심 재판을 받고 법정구속됐을 수도 있다
또 다른 가능성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1심 재판을 받다가 실형이 선고되면서 법정구속된 경우다.
이 경우에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예를 들어 사기죄로 기소된 뒤 불구속 상태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었는데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면서 구속했다면, 현재 구치소에 있는 이유는 경찰 조사 과정의 구속이 아니라 1심 판결에 따른 법정구속일 수 있다.
가족이나 지인이 정확한 절차를 전달받지 못하면 이 과정 전체를 “경찰 조사받으러 갔다가 구치소에 갔다”고 잘못 이해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항소장을 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미 ‘항소장을 제출했다’는 사실이 정확하다면 적어도 항소의 대상이 되는 1심 판결이 있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형사재판의 항소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상급심의 판단을 구하는 절차다.
대한민국 법원 안내에 따르면 형사사건의 상소 제기기간은 판결 선고일부터 7일이며, 판결을 선고한 법원에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
따라서 피해자와 합의를 진행하면서 항소장까지 제출한 상태라면 현재는 1심 판결 이후 항소절차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새로 잡힌 공판은 항소심일까?
항소장을 냈다고 해서 곧바로 다음에 잡힌 모든 일정이 항소심 공판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사건번호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항소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1심 법원에서 항소법원으로 기록이 넘어가고 항소심 사건번호가 부여된다. 이후 항소법원에서 소송기록접수통지가 이뤄지고 항소이유서 제출 등의 절차가 진행된다.
형사소송법상 항소인 또는 변호인은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따라서 공판 날짜만 듣기보다 법원명, 사건번호, 담당 재판부를 함께 확인하면 현재 일정이 1심인지 항소심인지 훨씬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심리재판 중 구속됐다면 항소할 수 없나요?”
재판 중 구속돼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항소를 막는 것은 아니다.
1심에서 실형이 선고돼 법정구속된 피고인도 판결에 불복하면 정해진 기간 안에 항소할 수 있다.
수용 중인 피고인의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나 원심의 변호인 등도 법이 정한 범위에서 피고인을 위해 상소할 수 있다. 다만 피고인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해서는 할 수 없다.
따라서 “구치소에 있으니 항소할 수 없다”거나 “구속된 사람은 항소심 재판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피해자와 합의했다면 바로 석방되는 걸까?
사기 사건에서 피해자와의 합의와 피해회복은 중요한 사정이 될 수 있지만, 합의했다고 자동으로 구속이 풀리거나 1심 판결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미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한 상황이라면 합의가 항소심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
1심 이후 새롭게 피해를 변제하거나 피해자와 합의했다면 이러한 사정은 변호인을 통해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현재 어떤 죄명으로 몇 년을 선고받았는지, 피해금액이 얼마인지, 합의가 전체 피해자와 이뤄진 것인지 일부 피해자와 이뤄진 것인지에 따라 의미도 달라질 수 있다.
지금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어떻게 구속됐는지’
주변 사람의 설명만으로 형사사건의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조사받으러 갔다가 구치소에 갔다”는 한 문장 안에도 수사 중 체포·구속, 구속 상태에서 기소된 경우, 불구속 재판을 받다가 1심에서 법정구속된 경우 등 서로 다른 상황이 섞여 있을 수 있다.
이미 항소장을 제출했다는 사실까지 확인됐다면 1심 판결문과 사건번호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1심에서 어떤 죄명으로 어떤 형이 선고됐는지, 언제 법정구속됐는지, 항소장이 정상적으로 접수됐는지, 항소심 사건번호가 나왔는지, 새로 잡힌 공판이 어느 법원의 어떤 사건인지 순서대로 확인하면 현재 상황을 상당 부분 파악할 수 있다.
형사사건에서는 ‘구치소에 있다’는 결과만 보고 과정을 추측하기보다 수사 중 구속인지, 1심 법정구속인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지부터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