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합으로 기소됐다는데 무슨 뜻인가요?”
검찰 수사를 마친 가족이 정식기소됐다는 연락을 받으면 법원 사건검색에 새로운 사건번호가 나타난다. 이때 연도와 숫자 사이에 ‘고합’, ‘고단’처럼 익숙하지 않은 글자가 표시돼 가족들을 당황하게 한다.
한 수용자 가족도 지방법원에 사건이 접수됐다는 안내와 함께 ‘고합’ 사건번호를 확인했다. 고합과 고단의 차이가 무엇인지, 고합이라는 이유만으로 무거운 처벌을 예상해야 하는지 궁금해했다.
대한민국 법원의 사건구분 안내에 따르면 ‘고합’은 형사 1심 합의사건, ‘고단’은 형사 1심 단독사건을 의미한다. 두 명칭은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의 형태를 구분하는 사건부호다.
고합은 판사 3명이 함께 심리하는 형사 1심
고합 사건은 지방법원이나 지원의 합의부가 담당한다. 법원조직법은 합의심판이 필요한 경우 판사 3명으로 구성된 합의부가 심판권을 행사하도록 규정한다. 보통 재판장 한 명과 배석판사 두 명이 함께 공판과 판결에 참여하는 구조다.
반면 고단 사건은 한 명의 단독판사가 심리한다. 합의부와 단독재판부는 판사의 수가 다르지만, 모두 검사가 법원에 공소장을 제출해 시작된 정식 형사 1심 재판이라는 점은 같다.
따라서 ‘고합’은 항소심이나 상고심을 뜻하지 않는다. 형사항소사건에는 ‘노’, 형사상고사건에는 ‘도’라는 사건부호가 사용된다. 약식명령 사건은 ‘고약’,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은 ‘고정’으로 구분된다.
법정형과 사건 성격에 따라 합의부에 배당
법원조직법은 사형이나 무기형 또는 법정형의 단기가 1년 이상인 징역·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을 원칙적인 합의부 심판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다만 법률에 열거된 일부 범죄는 예외적으로 단독재판부가 맡을 수 있다.
이 밖에도 합의부가 직접 합의재판이 필요하다고 결정한 사건, 다른 법률이 합의부 관할로 정한 사건, 합의부 사건과 함께 심리할 공범사건도 고합으로 배당될 수 있다. 따라서 적용 죄명의 법정형이 높다는 이유 외에도 공범과의 병합이나 사건의 복잡성 등이 사건 배당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고합’이라고 실형이나 특정 형량이 확정된 것은 아냐
고합은 사건을 어느 재판부가 심리하는지를 나타낼 뿐 유죄 여부나 최종 형량을 표시하는 문구가 아니다.
같은 고합 사건이라도 피고인의 역할과 가담 정도, 범행으로 발생한 피해, 전과, 피해회복과 합의, 공판에서 조사된 증거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사건번호만 보고 “중형이 확정됐다”거나 “집행유예는 불가능하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가족이 실제로 확인해야 하는 것은 고합이라는 글자보다 공소장에 적힌 죄명과 공소사실이다. 적용 법률과 검사가 주장하는 범행 내용, 피고인이 인정하거나 다투는 부분을 살펴야 재판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다.
기소 뒤에는 공소장 송달과 공판기일 지정
검사가 공소장을 제출하면 법원은 사건을 담당 재판부에 배당한다. 이후 피고인이나 변호인에게 공소장 부본을 보내고 공판기일을 지정하며, 필요한 사건은 별도의 공판준비절차를 거칠 수 있다.
공판에서는 재판장이 피고인의 신원을 확인하고 진술거부권을 안내한 뒤 검사의 공소사실 설명, 피고인의 인정·부인 의견, 증거조사와 피고인신문을 진행한다. 심리가 마무리되면 검사의 구형, 변호인의 최종변론, 피고인의 최후진술을 거쳐 재판부가 판결한다.
기소됐다고 곧바로 선고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공범이 많거나 혐의를 다투고 증인신문이 필요한 사건은 공판이 여러 차례 열릴 수 있다.
가족은 사건번호보다 공소장부터 확인해야
가족은 먼저 법원 사건번호와 담당 재판부, 변호인 선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어 공소장 부본이 피고인에게 전달됐는지, 정확한 죄명과 공소사실은 무엇인지, 첫 공판기일이 정해졌는지를 차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구속된 피고인에게 사선변호인이 없다면 국선변호인 선정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가족이 준비할 수 있는 합의·변제자료와 치료·교육, 생계 및 가족관계 자료가 있다면 변호인에게 전달해 제출 시점과 필요성을 상의하는 것이 좋다.
안기모카페에서는 고합과 고단, 공소장과 공판처럼 처음 형사재판을 겪는 가족들에게 낯선 용어에 관한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사건부호만으로 결과를 미리 판단하기보다 현재 진행 단계와 공소사실을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재판 준비의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