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시면 된다”는 말, 실형이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었다
형사재판을 처음 겪은 가족에게 법정에서 들은 “구속하지 않는다”거나 “집에 가면 된다”는 말은 실형이 곧바로 집행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그러나 법정구속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실형이 선고됐다는 사실은 서로 다른 문제다.
한 수형자 가족은 재판에서 징역형이 선고됐지만 피고인이 법정에서 바로 구속되지 않고 귀가하자, 당장 교정시설에 수감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가족은 생업을 이어가는 피고인을 지켜보며 별도의 대응을 하지 않았고, 이후 직장에서 갑작스럽게 신병이 확보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가족은 “아무것도 모른 채 항소도 못 해보고 구속됐다”며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했어야 했는데 이제야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게 됐다”고 뒤늦은 후회를 전했다.
법정구속되지 않은 피고인도 판결 확정 뒤 형 집행 대상
징역형을 선고받았더라도 법원이 선고 당일 피고인을 법정구속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때 피고인은 일단 귀가할 수 있지만, 정해진 기간 안에 항소가 제기되지 않는 등 판결이 확정되면 선고된 형은 집행 대상이 된다.
검찰은 재판의 집행을 징역형이 확정된 사람을 교도소에 수감하는 등 판결 내용을 실제로 실현하는 절차라고 설명한다. 형이 확정됐지만 아직 교정시설에 수용되지 않아 집행이 시작되지 않은 사람은 형미집행자로 관리될 수 있다.
구금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검사가 형 집행을 위해 출석을 요구할 수 있으며, 출석하지 않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거나 소재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형집행장을 발부해 구인할 수 있다. 다만 해당 사연에서 실제로 어떤 통지와 집행 절차가 진행됐는지는 게시글만으로 확인할 수 없다.
항소기간을 놓쳤다고 모든 절차가 자동으로 되살아나는 것은 아냐
가족들이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부분은 “몰라서 항소하지 못했는데 다시 다툴 방법이 있느냐”는 점이다. 항소는 법이 정한 기간 안에 원심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해야 하며, 기간이 지나면 원칙적으로 판결이 확정된다.
형사소송법에는 자신이나 대리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기간 안에 상소하지 못한 경우 상소권회복을 청구할 수 있는 절차가 있다. 그러나 단순히 법을 잘 몰랐다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구체적인 판결 고지 내용과 서류 송달 과정, 변호인의 조력 여부 등 사건기록을 바탕으로 판단받아야 한다.
피해자와의 합의나 피해회복을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도 범죄 유형과 판결 확정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가족이 “이미 모든 것이 늦었다”고 단정하기보다 판결문, 사건번호, 송달받은 서류와 형 집행 관련 통지 내용을 확보한 뒤 형사사건을 다루는 변호사에게 신속히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 재판일수록 선고 직후 확인해야 할 내용 많아
이번 사연은 법정에서 곧바로 수갑을 차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실형 집행 가능성까지 사라졌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선고 직후에는 선고된 형의 종류, 법정구속 여부, 항소 의사와 제출 방법, 판결 확정 시 예상되는 형 집행 절차를 구분해 확인해야 한다.
재판과 교정생활을 처음 겪는 가족에게 이러한 절차는 낯설고 어렵다. 당사자가 “알아서 처리하겠지”라고 생각하며 기다리는 사이 중요한 대응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도 판결문과 관련 서류를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안기모카페에서는 재판과 양형, 항소, 교도소·구치소 입소 절차를 처음 마주한 수형자 가족들이 각자의 경험을 나누고 있다. 이 같은 사연은 형사절차에 대한 정보 부족이 피고인뿐 아니라 가족의 일상에도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