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는 형사재판에서 자주 등장하지만 그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 중 하나다.
법원에서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는 판결이 선고됐다면 징역형 자체가 사라진 것이 아니다. 징역 1년이라는 형은 선고하되, 2년 동안 실제 집행을 미루겠다는 의미다.
유예기간 동안 집행유예가 실효되거나 취소되지 않으면 선고됐던 징역형을 교정시설에서 복역하지 않고 기간을 마칠 수 있다.
집행유예는 무죄가 아니다
집행유예는 피고인에게 죄가 없다고 판단하는 무죄판결과 다르다.
법원은 먼저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금고·벌금 등 구체적인 형을 선고한다. 이후 피고인의 연령과 생활환경, 범행 동기, 피해 정도, 피해회복 여부, 전과, 반성 및 재범방지 노력 등을 고려해 형을 바로 집행하지 않을 기회를 부여한다.
따라서 집행유예는 ‘처벌을 받지 않은 판결’이 아니라 ‘선고된 형의 실제 집행을 일정 기간 미루는 판결’로 이해해야 한다.
어떤 형에 집행유예가 가능할까
형법은 법원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할 경우,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으면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3년 이하라는 기준은 해당 범죄 조문에 적힌 법정형의 최고형이 아니라 재판부가 실제 사건에서 선고하는 형을 기준으로 한다.
범죄의 법정형이 무겁더라도 법률상 감경과 양형 판단을 거쳐 최종 선고형이 집행유예가 가능한 범위에 들어온다면 집행유예 여부가 검토될 수 있다.
반대로 최종적으로 선고할 형이 징역 3년을 초과한다면 형법상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다.
집행유예 기간은 1년 이상 5년 이하
집행유예 기간은 법원이 1년 이상 5년 이하의 범위에서 정한다.
징역형의 기간과 집행유예 기간이 반드시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음과 같은 판결이 모두 가능하다.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법원은 범행의 내용과 피해 정도, 재범 위험성, 피고인의 생활환경, 필요한 감독기간 등을 종합해 유예기간을 정한다.
유예기간은 원칙적으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진행된다. 제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더라도 검사나 피고인이 항소하면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정확한 시작일은 사건의 확정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집행유예를 받으면 교도소에 가지 않을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피고인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되면 해당 판결만을 이유로 새롭게 교도소에 수감되지는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던 피고인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된 경우에도 다른 구속영장이나 집행해야 할 확정형이 없다면 석방될 수 있다.
다만 제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다고 해서 사건이 곧바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검사 또는 피고인이 항소하면 항소심에서 형이 변경될 수 있다.
특히 검사도 함께 항소한 사건에서는 항소심에서 제1심보다 무거운 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검사 항소 여부와 판결 확정일을 확인해야 한다.
초범이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을까
초범이라는 사정은 집행유예를 판단할 때 유리한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집행유예를 보장하는 조건은 아니다.
범행이 계획적이거나 피해 규모가 크고 피해회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면 초범이라도 실형이 선고될 수 있다.
반대로 과거 처벌 전력이 있더라도 전과의 종류와 시기, 현재 범죄와의 관련성, 피해변제와 합의 여부, 재범방지 노력 등에 따라 집행유예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피고인의 연령과 생활환경
범행 동기와 수단·방법
피해 규모와 결과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
피해변제 또는 공탁 여부
범행 후 반성과 재범방지 노력
동종 전과와 실형 전력
가족관계·주거·직업 등 사회복귀 환경
특히 과거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면 형 집행 종료 또는 면제 시점과 새로운 범행 시기를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형법이 정한 집행유예 제한사유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호관찰은 모든 집행유예에 붙을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고 해서 모든 피고인이 보호관찰을 받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형의 집행을 유예하면서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보호관찰, 사회봉사명령 또는 수강명령을 함께 부과할 수 있다.
보호관찰이 명해지면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을 받고 정해진 준수사항을 지켜야 한다. 주거 이전이나 장기간 국내외 여행, 직업과 생활상황 변경 등에 대해서도 관련 신고 의무를 확인해야 한다.
사회봉사명령은 일정 시간 공익적인 활동을 수행하도록 하는 제도다. 수강명령은 음주운전, 성폭력, 가정폭력, 약물 문제 등 범죄 원인과 관련된 교육·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는 제도다.
형법에 따른 집행유예와 함께 부과되는 사회봉사명령은 500시간, 수강명령은 200시간의 범위에서 정해진다. 다른 법률에 별도의 규정이 있으면 그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사회봉사를 못 하면 바로 수감될까
사회봉사나 수강명령 일정에 한 차례 늦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고 해서 곧바로 교도소에 수감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거나 명령을 반복적으로 거부하고, 그 위반 정도가 무거운 경우에는 집행유예 취소절차로 이어질 수 있다.
질병이나 사고, 직장 문제 등 불가피한 사정이 생겼다면 임의로 불참하기보다 담당 보호관찰관에게 즉시 연락해 일정 변경이나 필요한 절차를 확인해야 한다.
집행유예 기간 중 새 범죄를 저지르면
집행유예 기간 중 새로운 범죄로 수사를 받는다고 해서 기존 집행유예가 즉시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
형법상 집행유예의 당연실효는 집행유예 기간 중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발생한다.
따라서 다음 사항을 구분해 확인해야 한다.
새 범죄가 고의범인지 과실범인지
범죄를 실제로 저지른 시기가 언제인지
새 사건에서 벌금·집행유예·실형 중 어떤 형이 선고됐는지
새 사건의 판결이 확정됐는지
단순히 경찰 수사가 시작됐거나 검찰에 송치됐다는 사정만으로 기존 집행유예가 바로 효력을 잃는 것은 아니다.
새 사건에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는 이유만으로 형법 제63조의 당연실효 요건이 항상 충족되는 것도 아니다. 구체적인 범행시기와 판결 내용을 따져야 한다.
집행유예의 실효와 취소는 다르다
집행유예의 실효와 취소는 결과가 비슷해 보이지만 발생 사유와 절차가 다르다.
‘실효’는 집행유예 기간 중 고의로 저지른 범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이 확정되는 등 법률상 요건이 충족돼 기존 집행유예가 효력을 잃는 경우다.
‘취소’는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었던 과거 실형 전력이 뒤늦게 발견되거나, 보호관찰·사회봉사·수강명령의 준수사항을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 법원의 판단을 거쳐 집행유예가 취소되는 것을 말한다.
집행유예가 실효되거나 취소되면 그동안 집행이 미뤄졌던 기존 징역형이나 금고형이 집행될 수 있다.
유예기간이 끝나면 징역형을 복역할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고 해서 2년이 지난 뒤 징역 1년을 복역하는 것은 아니다.
집행유예가 실효되거나 취소되지 않은 상태로 유예기간을 모두 지나면 형법에 따라 형의 선고는 효력을 잃는다. 이에 따라 집행이 유예됐던 징역형 등을 이후 집행할 수 없게 된다.
다만 형의 선고가 효력을 잃는다는 것은 무죄판결로 변경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범죄사실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바뀌거나 판결 기록이 즉시 모든 국가기관의 자료에서 삭제된다는 뜻도 아니다.
집행유예도 전과에 해당할까
집행유예는 유죄판결을 전제로 하므로 일반적으로 말하는 전과에 해당한다.
그러나 주민등록등본이나 가족관계증명서, 일반적인 민원서류에 집행유예 판결 내용이 표시되는 것은 아니다.
범죄경력자료와 수사경력자료는 관련 법률에 따라 국가기관이 관리하며 조회와 회보도 법률이 정한 목적과 범위에서만 가능하다. 일반 민간회사가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개인의 전체 범죄경력을 자유롭게 조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취업이나 자격 취득에 미치는 영향은 죄명과 선고형, 지원하려는 직종에 따라 달라진다.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공무원, 금융기관 등 일부 분야에서는 개별 법률에 따라 특정 범죄의 취업·자격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집행유예면 취업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거나 “집행유예를 받으면 모든 취업이 불가능하다”고 일률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집행유예 중 해외여행이 가능할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해외여행이 자동으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출국금지 조치가 별도로 내려져 있거나 보호관찰이 함께 부과된 경우에는 신고사항과 특별준수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보호관찰 대상자는 장기간 국내외 여행이나 주거 이전 전 담당 보호관찰관에게 미리 신고해야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출국 일정을 정하기 전에 자신의 판결 내용과 보호관찰 조건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집행유예 판결에도 항소할 수 있다
집행유예가 선고됐더라도 피고인은 무죄를 주장하거나 형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이유 등으로 항소할 수 있다.
검사도 형이 지나치게 가볍거나 사실오인·법리오해·양형부당이 있다는 이유로 항소할 수 있다.
형사사건의 항소기간은 원칙적으로 판결을 선고한 날부터 7일이다. 집행유예가 선고됐더라도 항소 여부를 검토한다면 판결문과 검사 항소 여부를 신속하게 확인해야 한다.
집행유예 판결 후 반드시 확인할 사항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면 단순히 ‘교도소에 가지 않는다’는 결과만 확인해서는 안 된다.
선고된 형의 종류와 기간
집행유예 기간과 판결 확정일
보호관찰 부과 여부
사회봉사·수강명령 시간
피해자 접근금지 등 특별준수사항
검사 또는 공동피고인의 항소 여부
출국·취업·자격에 영향을 주는 별도 처분
현재 진행 중인 다른 형사사건
이러한 내용을 판결문을 통해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면 2년 뒤 징역 1년을 복역하나요?
아니다. 집행유예가 실효되거나 취소되지 않은 상태로 2년이 지나면 형의 선고가 효력을 잃으므로 징역 1년을 복역하지 않는다.
Q. 집행유예 기간 중 벌금형을 받으면 기존 집행유예가 자동으로 실효되나요?
벌금형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형법 제63조의 당연실효 요건이 곧바로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새 범죄의 범행시기와 고의 여부, 선고된 형과 판결 확정 여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Q. 집행유예 기간 중 다시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나요?
집행유예 기간 중이라는 사실만으로 새로운 집행유예가 항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과거 실형 전력, 새로운 범행 시기, 선고형과 형법상 제한사유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Q. 사회봉사를 한 번 빠지면 바로 교도소에 가나요?
한 차례의 착오나 불가피한 불참만으로 바로 수감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당한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명령을 위반하고 위반 정도가 무거우면 집행유예 취소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Q.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면 무죄가 되나요?
아니다. 유예기간을 문제없이 마치면 형의 선고가 효력을 잃지만 무죄판결로 변경되거나 범죄사실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취급되는 것은 아니다.
법률상 유의사항
집행유예는 유죄판결을 전제로 선고된 형의 실제 집행을 미루는 제도다. 유예기간 중 새로운 사건이 발생했더라도 수사나 기소만으로 기존 집행유예가 즉시 효력을 잃는 것은 아니다.
범행시기, 고의 여부, 새 사건에서 선고된 형, 판결 확정 여부, 보호관찰 준수사항의 위반 정도에 따라 법적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거나 유예기간 중 다른 사건이 발생했다면 판결문과 사건 진행상황을 기준으로 구체적인 법률 검토를 받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