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불원서는 써주겠다는데 이름이 보이면 안 된다고 합니다”
피해자가 여러 명인 형사사건에서는 피해회복 과정도 복잡해진다.
모든 피해자와 동시에 합의하기 어려울 수 있고, 일부 피해자는 금전적인 합의와 별개로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한다.
교정생활과 형사재판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이런 고민이 올라왔다.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작성해주겠다고 했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사건조회 과정에서 자신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가족은 처벌불원서를 단독으로 제출하면 작성자 이름이 사건검색에 표시되는지, 아니면 변호인이 탄원서 등과 함께 제출하면 단순한 ‘자료 제출’ 형태로 표시되는지를 궁금해했다.
처벌불원서는 피해자의 의사를 담는 문서
처벌불원서는 말 그대로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문서다.
다만 모든 범죄에서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고 사건이 곧바로 종결되는 것은 아니다.
범죄의 종류와 적용 법률에 따라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공소제기나 처벌 여부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범죄에서는 피해회복이나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 관련한 양형자료로 고려될 수 있다.
따라서 “처벌불원서만 받으면 무조건 형량이 줄어든다”거나 “사건이 끝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법원 기록에 들어가는 것’과 ‘인터넷에 공개되는 것’은 구분해야
이번 사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처벌불원서를 법원에 제출하면 해당 문서는 사건과 관련해 제출된 자료가 된다.
그러나 이것과 대한민국 법원의 ‘나의 사건검색’ 화면에서 문서 작성자의 이름이 어떤 형태로 표시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법원은 ‘나의 사건검색’을 통해 사건 진행 상황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법원이 운용하는 개인정보는 관련 법령에 따라 수집·보유·처리되며 개인정보파일에 대한 별도의 보호·열람 절차도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피해자가 이름 노출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안 뜬다더라”는 경험담만 믿고 서류를 제출해서는 안 된다.
변호인이 여러 자료와 함께 내면 이름이 무조건 안 뜬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가족 입장에서는 처벌불원서를 탄원서 등 다른 양형자료와 묶어서 변호인이 제출하면 단순히 ‘변호인 의견서 제출’이나 ‘자료 제출’ 정도로 표시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제출 방법만 바꾸면 피해자의 이름이 사건검색에서 반드시 표시되지 않는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전자소송 시스템에서도 제출서류는 사건번호와 문서명, 접수일자 등의 정보를 기준으로 관리되는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실제 형사사건의 사건검색 화면에 어떤 문구가 나타나는지는 제출 방법과 법원의 사건처리 방식 등에 따라 확인해야 한다.
특히 피해자가 “내 이름이 표시되지 않는 것이 처벌불원서를 작성해주는 조건”이라고 명확하게 말했다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피해자에게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확답하지 않는 것이 중요
합의나 처벌불원 과정에서는 피해자와의 신뢰가 중요하다.
피고인 측에서 확인하지 않은 상태로 “이름은 절대 안 나옵니다”라고 설명했다가 실제 처리 결과가 피해자의 예상과 달라지면 새로운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피해자에게는 사건검색과 재판기록이 서로 다른 문제라는 점을 설명하고, 구체적인 표시 여부는 제출 전에 담당 변호인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필요하다면 담당 재판부에 제출 방식과 사건검색상 표시 문제를 문의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 법원은 나의 사건검색 외에도 법원 통합콜센터를 통해 관련 안내를 제공하고 있다.
처벌불원서 자체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는지도 확인해야
인터넷 사건검색에 이름이 표시되는지만 신경 쓰다가 정작 제출하는 문서 자체의 내용을 놓쳐서도 안 된다.
처벌불원서는 피해자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기 위한 자료이기 때문에 누가 어떤 사건에 대해 어떤 의사를 표시했는지가 명확해야 한다.
사건번호와 피고인, 피해자의 의사, 작성일자와 서명 등 사건과 문서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요소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신분증 사본 등 추가 자료를 요구받는 경우라면 불필요한 개인정보까지 과도하게 제공되지 않는지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합의를 못 했더라도 처벌불원서의 의미는 사건마다 달라
이번 사연처럼 “합의는 하지 않았지만 처벌불원서만 받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여기서 합의와 처벌불원을 완전히 같은 의미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금전적인 피해회복이 이뤄졌는지, 피해자가 어떤 이유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는지, 범죄의 종류가 무엇인지 등에 따라 재판에서 평가되는 의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여러 명이라면 각 피해자의 피해회복 여부와 처벌 의사를 구분해서 정리할 필요도 있다.
피해자의 개인정보 걱정을 가볍게 넘기지 말아야
처벌불원서를 받는 입장에서는 한 장의 서류가 절실할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에게는 자신의 이름이나 개인정보가 어디까지 전달되고 표시되는지가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법원 역시 개인정보를 관련 법령에 근거해 관리하고 있으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재판서의 개인정보 기재 관행을 개선해온 사례도 있다.
따라서 피해자가 신원 노출을 우려한다면 제출을 서두르기보다 변호인에게 처벌불원서의 제출 방식과 사건검색상 표시 가능성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안기모카페에서도 합의서와 처벌불원서, 탄원서 등 양형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족들이 비슷한 고민을 자주 나누고 있다.
특히 이번 사례처럼 피해자가 개인정보 노출 여부를 조건으로 처벌불원서를 작성해주겠다고 한 경우라면 인터넷 경험담만으로 “이름이 나온다” 또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고 확답하기보다 실제 사건의 담당 변호인이나 법원을 통해 확인한 뒤 제출하는 것이 안전하다.

